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이, 이상합니다.”
“원래 이상한 거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망할…….”
“그만해라.”
“저, 저는 무섭습니다. 그 망할 년은 사람을 죽이고 피를 빨아 마신다고 했습니다.”
딸그락! 딸그락! 딸그락!
둔탁하면서도 귀를 찢을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갑자기 동굴에 울려 퍼졌다.
“캬하하핫, 나를 찾아왔으면서 망할 년이라고 한단 말이지? 그래, 내가 사람의 피를 마신 것을 봤다고?”
순간 동굴 깊은 곳에서 메아리가 치듯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동굴 안을 지배하듯 울리는 메아리에 패잔병들은 잔뜩 겁을 먹고 벌벌 떨었다.
“그래, 감히 내게 망할 년이라고 한 죽어 마땅한 놈이 누구지?”
그때, 동굴 속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자가 발을 끌며 나왔다. 걷는 것이 아니라 숫제 미끄러지는 듯한 걸음이었다. 패잔병들을 노려본 것인지 비단처럼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사이에서 심해와도 같은 어두운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손에는 소라 껍데기를 이용해 방울처럼 만든 것을 들고 있었기에 조금 전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저 소라껍데기에서 나온 소리였다는 것을 알게 했다.
“무, 물위를걷는얼, 얼음 님이시여!”
중년의 남자는 바로 여자의 앞에 엎드려서 벌벌 떨었지만 여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얼음처럼 굳어진 두 패잔병을 노려봤다.
“왜 왔는지 알기 위해서는 입이 하나여도 충분하겠지.”
딸그락! 딸그락!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손에 들고 있는 소라껍데기 방울을 흔들기 시작했다.
순간 머리카락 사이에서 새파란 여자의 눈이 드러났고, 그와 동시에 두 패잔병은 자기도 모르게 허리에 차고 있는 돌칼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 돌칼이 힘을 역행하여 자기 목으로 향하자 기겁하며 어떻게든 돌칼을 놓으려 했다.
“내 눈을 보고, 이 소리를 듣고, 아직도 숨이 붙어 있다니, 칭찬은 해 주마.”
물위를걷는얼음이라 불린 여자는 요사한 사술을 쓰며 깔깔 웃었다.
딸그락! 딸그락!
그리고 둔탁하지만 요란한 방울 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으으윽! 이……이 망할……!”
“살,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지금까지 내게 망할 년이라 말하고 살아남은 놈은 없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나를 부족에서 쫓아낸다면 내 눈에 보이는 놈들을 다 죽이겠다고!”
여자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으윽! 아, 안 돼!”
그들의 손은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 움직였다.
수욱, 가죽이 찢기는 소리가 났다.
“컥!”
두 패잔병 중 하나가 덜덜 떨리는 손에 쥔 돌칼로 자기 목을 찔렀고, 여자를 망할 년이라고 말했던 패잔병은 벌을 받는 것처럼 돌칼로 자신의 입 주변을 갈기갈기 찢었다.
딸그락! 딸그락!
이 순간에도 소라껍데기 방울은 요란하게 울렸다.
“으, 아으, 아아악!”
그 후에 입을 찢은 돌칼로 목을 찔렀고, 그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둘은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행동했다.
“물위를, 물위를걷는얼음이시여, 제발, 제발 검은고래 부족을 도와주소서!”
바짝 엎드린 중년의 남자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애원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오면 죽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온 것이지?”
“살려 주십시오. 제, 제발…….”
“궁금해지는군, 살고 싶다면 당장 말해 보거라.”
“예. 알겠습니다.”
“어서!”
여자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큰눈이라는 악어머리 부족 놈에게 족장님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놈들은 물소를 사냥하듯 검은고래 부족을 사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왔습니다.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돌아가신 족장님은…… 물위를걷는얼음 님의 아버님 아니십니까. 제, 제발 검은고래를 도와주십시오.”
중년의 남자가 살기 위해 정신없이 빠르게 말했고 여자는 자기 아버지가 악어머리 부족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듣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분명히 내가 경고하지 않았더냐. 잘되었군, 결국 내가 말한 대로 됐어. 그런데 그게 다야? 그렇다면 겁도 없이 내게 왔으니 이젠 그 벌을 받을 차례구나.”
여자의 눈동자가 다시 파랗게 물들었고, 동굴 벽에서 찬바람이 몰려들었다. 방금 전 죽었던 두 남자와 마찬가지로, 엎드려 있던 중년의 남자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리에 찬 돌칼을 꺼내 들었다. 그에 화들짝 놀란 그는 다른 손으로 칼을 쥔 손을 잡으며 안간힘을 썼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저도 이곳으로 오기 싫었습니다! 웃는얼굴! 웃는얼굴이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왔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딸그락! 딸그락!
여자가 다시 소라껍데기방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여자의 표정이 변하더니 남청색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동굴 벽에서 나온 한기를 흡수하듯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동굴 안이 선선해졌다. 그리고 심해처럼 깊이를 알 수 없게 어둡게 빛나던 눈동자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중년 남자의 목으로 향하던 칼이 멈췄고, 그는 끝도 없이 밀려드는 공포심에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돌칼을 멀리 내던졌다.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지 않고 있었군. 그래, 웃는얼굴은 어디에 있지?”
찰나지만 여자의 눈빛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남자는 말을 더듬기만 했다.
“그,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여자는 화가 났는지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여자의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눈동자 색이 다시 물들었다.
“죽, 죽었습니다! 웃는얼굴은 우리를 이곳까지 안내하다가 악어 새끼들에게 끌려갔습니다! 아마 죽었을 겁니다. 놈들은 우리를 보는 족족 죽입니다.”
“뭣?”
“제, 제발. 제발 살, 살려주십시오. 저는 물위를걷는얼음 님이 말씀하신 대로 전부 말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그리고 내 진짜 이름은 그딴 이름이 아니다. 내 이름은…….”
뭔가 말하려다가 물위를걷는얼음은 말꼬리를 흐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검은고래 부족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웃어주던 웃는얼굴이 아른거렸다. 검은고래 부족 모두가 자신을 바다 깊은 곳의 어둠이라고, 검은고래의 저주를 받았다며 손가락질을 할 때도 웃는얼굴은 자신을 보며 웃어줬고, 그저 남들은 그녀가 예뻐서 그런 것이라고 위로해줬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할 때 그 사실을 알려주며 도망치게 시간을 벌어준 사람도 바로 웃는얼굴이었다. 그녀는 독백처럼 말했다.
“내 이름은, 입술이달다다.”
다시 한번 웃는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공포에 떠느라 여자의 말을 듣지 못한 중년 남자가 반문했다.
“예?”
“말해라, 웃는얼굴이 어떻게 됐는지 자세히 말해. 어디로 잡혀갔다는 것이냐? 악어머리 부족이라고 했지. 그놈들이 어디에 사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라!”
“예, 예! 알겠습니다! 모두 다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 *
캭은 마치 맹금류가 활강하듯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빠르게 달려갔다.
이미 이 근방은 과일을 따면서 정찰한 곳이고, 이빨호랑이나 거대불곰같이 강한 야생동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엇이 나오든 무시하고 달리라고 말했다.
거의 반나절이 넘도록 달린 캭이지만 힘든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미 내가 쉬지 않고 뛰어도 일주일 이상 걸릴 거리만큼 온 것 같았다.
‘미, 미친. 예상보다 더 빠르네.’
마치 주마등이 흐르듯 주변 풍경이 홱홱 바뀌었다.
빠르게 변하는 풍경과 속도로 인한 흔들림 때문에 내가 달린 것도 아닌데 지치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캭의 등에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캭도 이렇게 빠른데 끼옥은 얼마나 빠를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헤엑, 헤엑, 헥.
캭도 가쁘게 숨을 내뱉었다. 그래도 속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스토오옵!”
내 말에 캭이 그제야 달리는 것을 멈췄다.
헥헥헥, 캭은 혀를 쭉 내밀고는 개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캥이랑 자주 사냥을 가서 그런가? 저게 가끔 자기가 개인 줄 아는 모양이야…….’
별종이라면 별종이다.
펫들은 습성이 전염된 듯 서로 비슷해지고 있었다.
아니, 캭은 애초부터 좀 이상한 놈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심심해서인지 깽이나 멍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고 있었다. 이빨호랑이 무리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더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지? 고생했다.”
고생했다고 캭을 다독이고 주변을 돌아봤다. 전혀 생소한 풍경이 낯설었다.
‘나무들이 달라졌다.’
사방에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은 잎이 넓은 활엽수가 아니라 바늘처럼 날카로운 침엽수들이었다.
제법 높은 곳까지 왔는지 부는 바람이 서늘했다.
‘처음 온 곳이다.’
하지만 내 목적지는 이곳보다 더 높고 깊은 곳이다. 하늘 부족에서도 흐릿하게 보이는 설산. 그곳에 내게 엄청난 경험치를 줄 놈들이 있을 거라는 예감 들었다.
캬옹~
캭이 내 손길에 고개를 끄덕였다. 캭은 감정을 그대로 말한다. 힘이 들면 힘이 든다고, 싫으면 싫다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표현했다.
캭은 지금까지 내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정말 살짝 지친 모양이었다. 나는 캭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주었다.
아니, 잘 생각해 보니 있었다. 내가 레벨이 낮을 때의 염소 사냥. 캭은 자기 레벨을 올리기 위해 부러 힘 조절을 안 했다. 그때 딱 한 번 내게 거짓말을 했다. 그 생각이 나서 나는 캭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사냥을!”
여기까지 들으면 내가 사냥을 하겠다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캭은 우리 주인이 이상해졌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기대되는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니가 가라 사냥~”
캭?
“배고프다. 어서!”
캬옹!
내 명령에 마지못해 캭이 숨을 고르듯 크게 한 번 들이쉬더니 포탄이 쏘아지듯 땅을 박차고 숲으로 뛰어갔다.
“미안하지만 나는 따로 할 일이 많다고.”
솔직히 사냥은 캭이든 나든 누가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원시 농경을 시작할 씨앗을 찾는 것은 나밖에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캭은 사냥, 나는 씨앗 찾기를 해야 한다.
내가 찾으려는 씨앗은 벼나 수수처럼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고 재배하기 힘든 곡식이 아니라 조나 피 같은 기르기 쉬운 곡식이다. 운이 좋다면 야생의 밀이나 야생 콩도 있을 수 있다.
‘옥수수는 없겠지?’
옥수수가 있다면 대박이다. 알은 우리가 먹고, 대는 화장실에서 자라는 돼지나 기르고 있는 토끼나, 물소에게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