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캬오오옹!”
끼옥!
그때 끼옥이 캭에게 뭔가 말을 하는 듯 한 번 울었다.
끼옥, 저놈도 캭을 닮아 가는지 어느 정도 표정을 지을 수 있었고, 놈의 눈빛을 보니 ‘너, 그러다가 주인에게 크게 한번 당한 거야’라는 걱정을 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캬옹!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말처럼 캭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표정으로 끼옥에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 네 일이나 알아서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끼옥은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는 듯이 한심한 아들을 보는 어머니처럼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나무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치 못된 놈 옆에 있으면 벼락 맞으니 피하겠다는 것 같다.
“캭.”
캬옹?
“우리 오랜만에 한번 놀까?”
나는 들고 있던 납이 든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캭을 봤다.
……캬옹?
“옛날처럼!”
내 말에 캭이 과거를 떠올리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는 캭이 내 목덜미를 물고 흔들었었다. 아마도 그게 떠올랐는지 캭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그때 그 모습을 보고 늑대발톱과 할머니 그리고 제비꽃은 기겁했다.
캬옹!
그러자는 듯 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과거의 영광을 떠올린 것 같다.
‘너, 오늘 딱 걸렸어.’
며칠 귀엽다고 해 주니 기어오르는 것 같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리 친구라도 지금은 밟아야 할 때다.
‘이걸로 후려치면 갈비뼈가 나가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 납이 든 대나무 지팡이를 바닥에 박았다.
“옛날처럼 맨손으로 하자.”
캬옹!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 놈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어라?”
녀석도 오늘, 날을 잡은 모양이다. 물론 내가 불개미 세트를 입고 있으니 안심하고 저렇게 날카로운 발톱을 보이는 것 같다.
“뭐해? 드루와, 드루와!”
캬아아악!
캭이 순간 포효하며 빠르게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놈의 첫 공격만 피하면 내가 이긴다.’
쉬웅!
캭이 앞발을 내게 휘둘렸고 그래도 상대가 나여서 그런지 위협을 하기 위해 내놓았던 날카로운 발톱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고개를 숙여서 캭의 앞발공격을 피하고 캭의 몸에 붙었다.
퍼퍼퍽! 퍼퍽!
캬오오옹!
전광석화 같은 내 펀치가 캭의 몸 구석구석을 타격했고 뒤로 물러나려는 캭을 따라 더욱 몸을 밀착시켰다.
퍼퍼럭! 퍼퍽!
캭은 내 근접전에 매타작을 당하고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캬오오옹?
마치 지금 이 순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는 존재는 결국 쓰러지게 된다. 난 코웃음을 쳤다.
“이상하지, 응?”
캬옹!
“네가 아는 내가 아니다.”
내 말에 캭이 살짝 겁을 먹은 것 같다. 물론 캭이 이번 대결에 최선을 다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주인이니까 놀이쯤으로 생각했을 것이고 나는 캭을 이번 대결에서 적으로 규정하며 싸웠다. 마음가짐이 다르니 내가 이길 수밖에 없다.
캭은 이내 발라당 배를 보이며 꼬리를 말았다. 그 모습이 진짜 개 같아 보였다.
“너, 개가 아니라니까.”
호랑이면 오히려 고양이지. 아마 나한테 더 맞지 않기 위해 캥과 멍이 항복 의사를 밝히는 것을 따라 하는 것 같다.
캬, 캬옹!
“그럼 졌으니까 불은 네가 피워라.”
나는 바로 캭의 앞발에 나무 작대기 하나를 묶어줬다. 현대인의 지식이 있다고 해서, 헌터의 능력이 있다고 해서 불은 결코 쉽게 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가리에서 불을 뿜어내는 레드 드래곤이면 쉬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화염 마법을 쓰는 마법 계열의 헌터라면 이 원시시대에서 살기 참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존재가 아니라면 또 부싯돌을 발견하지 못하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마찰력을 이용해서 손바닥이 다 까지도록 비빌 수밖에 없다.
캬옹?
“너, 삽질할 때 기억나지?”
내가 이럴 때는 내가 생각해도 나는 사악하다. 주먹을 꽉 쥐고 들어 올리자 캭이 식겁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파는 게 아니라 불이 일어날 때까지 졸라게 비비는 거다.”
불은 원래 마찰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내가 나무와 나무를 비벼서 불씨가 만들어지면 마른풀에 옮겨 붙여서 불을 피우는 것이나 캭이 앞발을 이용해서 비비는 것이나 결과는 똑같다.
‘나도 참 생각이 기발해.’
어쩌면 나 역시 캭을 사람처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고양이 손을 빌리는 수준을 넘어선 노동 착취를 해 내고 있었다.
캬옹…….
“내가 했던 것은 많이 봤지? 비벼! 네가 졌으니까 비벼! 졸라게 비벼! 그럼 불이 나온다.”
웃자고 하는 생각이지만 호랑이 담배 피우던 때라는 말은 호랑이가 불을 피울 수 있기 시작한 후에 생긴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는 강가 부락에 많이 있으니까.
캬오오옹…….
칭얼거리듯 물기 머금은 눈을 뜨며 소리를 냈지만 봐줄 마음은 없다.
캭이 하지 않으면 끼옥이 해야 하고, 끼옥은 부리로 비벼야 한다. 팔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머리를 움직여야 하니 더더욱 힘이 들 것이다. 그 이전에 끼옥은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한다. 그러기 싫으니 마음을 먹었을 때 캭을 부려 먹는 것이 되나 안 되나 실험해 보는 것이다.
엉뚱한 실험 정신이 세상을 바꾸는 법이다.
“어서!”
내 다그침에 캭은 마지못해 나무가 묶인 앞발을 움직여 나무를 비비기 시작했다.
캭캭캭, 캭캭캭!
이빨호랑이 캭의 변신은 무죄다. 예전에는 땅 파는 이빨호랑이 캭이었다면 지금은 불을 피우는 이빨호랑이 캭이다. 이제 담배만 피우면 옛말에 나오는 호랑이가 되는 거다.
“어쭈, 손바닥이 보인다? 안 비비고 뭐 해? 어서 비벼!”
“캭캭캭캭!”
그리고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끼옥은 저럴 줄 알았다는 눈빛을 지으며 부리로 자신의 털을 고르고 있었다.
‘역시 캭보다 끼옥이 눈치가 빠르단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끼옥은 느긋하게 딴청을 부렸다. 늠름한 모습을 해가지고는 끼옥은 꽤나 깍쟁이다. 나는 불 피우는 검치호랑이와 딴짓하는 매를 보며 피식 웃을 따름이었다.
* * *
과일나무 숲.
끼끼! 끼끼!
원숭이들이 요란하게 나무 위에서 소리를 지르고 손오공과 제법 덩치가 큰 원숭이가 나무 아래에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오공의 어미는 손오공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처음 손오공이 여의봉을 들고 돌아왔을 때 어미 원숭이는 아이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엄마처럼 놀라 꼭 안아줬지만 그렇게 끼끼 무리에 합류한 손오공은 이렇게 며칠 만에 겁도 없이 두목 원숭이에게 도전하자 저렇게 겁을 먹고 있었다.
끼끼! 끼끼!
두목 원숭이는 덩치가 작은 손오공이 같잖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걸어오는 싸움을 피할 필요는 없었다.
끼끼!
손오공이 소리를 지르고 마치 먼저 덤비라는 듯 손을 까딱거렸고 곧바로 두목 원숭이가 손오공에게 달려들었다.
퍽! 퍼퍼퍽! 퍼퍽!
당연하게도 싸움은 아주 싱겁게 끝이 났고, 손오공은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됐다.
-펫 미션 클리어.
-미션 클리어에 의해 레벨 업 보상과 명성 수치가 50포인트 상승하였음.
머릿속에 뜨는 메시지를 듣고 손오공이 사람처럼 씩 미소를 보였다가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는 원숭이들을 봤다.
끼끼! 끼끼!
두목이 된 손오공은 다른 원숭이들에게 과일을 따라고 소리를 질렀다.
새롭게 두목이 된 손오공의 명령을 따라 원숭이들이 과일을 땄다.
크허어엉!
원숭이들이 한참을 과일을 따던 도중, 표범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과일을 따던 원숭이들은 혼비백산하며 더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지만 손오공은 바로 나무 위에서 바닥으로 힘껏 뛰어내려 표범을 노려봤다.
끼끼! 끼끼!
손오공의 모습에 놀란 것은 손오공의 어미였다.
끼끼!
손오공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돌려 어미를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보였던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표범은 멍해졌다. 마치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냐는 눈빛이다. 표범은 오늘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 분명했다. 고작 원숭이 따위가, 그것도 한 마리가 덤벼들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은 이제 시작이었다.
끼끼!
손오공은 마치 덤비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성난 표범이 손오공을 향해 달려들며 힘껏 앞발을 뻗었지만 손오공은 그 앞발을 잽싸게 피하고 표범의 앞발을 밟고 점프해 표범의 눈을 여의봉으로 힘껏 찔렀다. 그게 시작이었다.
카아악!
표범이 괴성을 질렀고 그 괴성을 듣고 있는 손오공은 한없이 여유로웠고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원숭이들은 난리가 났다. 아니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먹이사슬이 완벽하게 뒤집혀 표범은 포식자라는 이름값도 못하고 쪽팔리게 원숭이한테 죽도록 맞아 죽었다. 물론 손오공도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손오공보다 표범이 먼저 쓰러졌고 손오공은 바로 레벨 업을 했다.
-레벨 업!
땅속에서일어서의 펫이 다 그렇지만 의도하지 않은 헌팅의 결과 레벨 업을 수십 단계나 했다. 손오공 역시 잠시 당황했지만, 온몸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느끼고는 만족했다. 이건 손오공에게 행운이 분명했다.
끼끼!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원숭이들에게 과일을 따라고 하면서 자신도 어깨에 메고 있는 대나무 바구니에 과일을 담았다.
그리고 바로 딴 과일을 들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하는 손오공이었다.
땅속에서일어서의 하늘 부족만이 누릴 수 있는 최신식 과일 택배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꺼어억!
캭이 발라당 눕더니 사람처럼 크게 트림을 하고 배를 자기 앞발로 툭툭 쳤다.
‘저거, 저러다가 진짜 사람 되는 거 아냐?’
하는 행동을 볼 때마다 웃음만 나온다.
‘그건 그렇고…….’
불에 구운 고기를 먹으면서 자꾸 레드가 떠오른다.
‘놈은 얼마나 강해졌을까?’
악어머리 부족과 이빨호랑이 부족이라는 급한 불을 끄니 레드가 자꾸 떠올랐다. 그래서 이렇게 나온 헌팅이다.
‘지금쯤이면 레벨 600은 넘었을 거야.’
그러니 더 강한 몬스터를 찾아야 하고, 새로운 던전을 찾아 강해져야 한다. 아마도 레드 역시 나처럼 던전을 찾고 있을 것이다.
타크나 와탕카에게 시켰을 것이 분명했다. 드래곤은 스스로 직접 움직일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으니까.
‘내가 찾은 던전을 레드라고 찾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요즘 나는 신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그때 신은 자신이 무료하기에 내게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자신의 무료함을 풀어달라고 말했던 것이 떠오르지만 나는 요즘 놈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심하면 지가 분탕질을 치면 되잖아?’
어비스를 만들어 영웅 놀이도 해 보고, 마왕 놀이도 해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전 어비스에서도 인간들의 왕국에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드래곤들이 심심하면 깽판을 치고 난리란 난리는 다 쳐놨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을 다 해 보고 더 할 것이 없어서 사람들을 소환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의심스러운 것이 지금 생각해 보니 한두 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