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왜 그러셨습니까?”
누런개가 땅속에서일어서가 들어간 붉은개의 움막을 보며 붉은개에게 조용히 물었다.
“뭐가?”
“땅속에서일어서를…….”
“내가 말했잖아. 어떻게 나오는지 본다고.”
“아, 그러셨죠. 그런데 이러다가 늑대발톱이 참지 못하고 족장님께 덤벼들면…….”
붉은개가 묘한 미소를 보였다.
“그때는 늑대발톱만 죽이실 생각이십니까?”
“늑대발톱만 죽여도 좋고, 저것들만 쫓아내도 좋지…… 크크큭.”
붉은개는 자신의 음모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큰바위가 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나는 땅속에서일어서의 숨통을 쥐고 있잖아. 크하하하!”
땅속에서일어서는 붉은개를 죽이겠다고 호랑이굴에 들어간 것이지만 도리어 붉은개는 땅속에서일어서를 인질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붉은개가 땅속에서일어서에 대한 경계를 모조리 풀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방증이었다.
“그러네요. 키히히히!”
“내가 저 망할 것의 숨통을 쥐고 있으면 큰바위는 아무것도 못 해. 멍청한 것이 자기 아들이면 끔찍하게 생각을 하니까 말이야.”
“예, 맞습니다. 족장님!”
“저것들만 쫓아내면 제비꽃은 이제 내 차지다. 흐흐흐!”
“그런데 저것들을 쫓아낼 때 제비꽃이 따라간다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미련한 산돼지인 줄 알아? 쫓아가겠다는 제비꽃을 보내 주게.”
“그렇죠. 제비꽃이 따라가면 악어머리 부족을 끌고 올 겁니다.”
악어머리 부족의 이름이 누런개의 입에서 나오자 붉은개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니까 저것들만 쫓아내고 바로 자빠뜨려야지. 흐흐흐!”
“맞습니다, 맞고요. 히히히! 그런데 그래도 따라간다면 어쩝니까?”
웃고 있던 붉은개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때는 다 죽여야지. 제비꽃이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년도 죽이는 수밖에.”
순간 붉은개의 눈동자에 살기가 감돌았다.
“악어머리 족장한테 뭐라고 하시려고요?”
“산에서 죽었다고 하면 그만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붉은개는 인상을 찡그렸다.
‘흠…… 그럼 나는 눈치를 봐서…….’
누런개는 이 사실을 늑대발톱에게 살짝 귀띔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지지직! 지지직!
움막 안에서 한 여자가 모닥불에 대나무밭에서 본 것 같은 새를 굽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저건가 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내게 돌아올 고기는 없을 거다.
“너는 굶어.”
“…….”
그리고 나는 붉은개와 그 자식들, 그리고 붉은개의 여자가 먹는 것을 보기만 해야 했다.
‘치사한 새끼들!’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것들이 먹는 거로 지랄하는 새끼들이다.
“땅속에서일어서!”
그때 붉은개의 여자가 나를 불렀다.
“네.”
“이거 좀 먹어라.”
여자가 붉은개의 눈치를 보다가 내게 자그마한 고기 조각을 내밀었다.
“……아빠가 저 굶으라고 했는데요?”
“괜찮으니까 먹어.”
“일하지 않는 것은 먹이지도 마!”
붉은개 새끼는 나를 흰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가엽잖아요…… 아직 어린앤데.”
“네 새끼나 먹여! 하늘 씨족 것들은 다른 씨들을 먹이는 것을 왜 이렇게 좋아해?”
“……예.”
“너는 내일부터는 다른 움막에서 자라.”
“아,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잘못했어요.”
“내 아들의 어미라서 이번만 봐주는 거다.”
“예.”
“그럼 씻고 와!”
“예, 알겠어요.”
하여튼 그렇게 먹는 것만 봐야 했다. 여자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많이들 먹어라. 내일은 고기를 잡으러 갈 거다.”
드디어 부족 전체의 사냥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설마 애들도 데리고 가나?’
사냥이라면 위험한데 애들까지 데리고 간다는 투로 말하고 있는 붉은개였다.
“네, 아버지!”
붉은개의 첫째 아들이 고기를 잡으러 간다는 말에 흥분했는지 씩씩하게 대답했다.
둘째 아들은 내색은 안 했지만, 흥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자!”
먹자마자 자잔다. 역시 원시인들은 이빨도 닦지 않는다.
“네, 아버지!”
“네.”
“땅속에서일어서!”
붉은개가 다시 나를 불렀다.
“……네.”
맞으면서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치를 봤다.
“저 끝에서 자!”
자기 새끼는 따뜻한 곳에 재우고, 나는 움막 입구에서 자란다.
‘내가 헛지랄을 거하게 했네.’
붉은개를 죽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호랑이굴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에 헛지랄한 것 같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너는 내가 꼭 죽인다.’
하여튼 잠도 안 오는데 자야만 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 잠도 못 잘 것 같다.
‘역시!’
남자가 애들한테 일찍 자라고 하는 이유는 다 있다.
잠도 안 오는데 자꾸 터져 나오는 여자의 신음이 내 귀를 자극하고 있다.
‘하, 씨…… 오줌 마려워 죽겠는데…….’
방광이 터질 것 같지만 지금 일어난다면 매우 처맞을 것 같다.
드래곤까지 죽인 내가 고작 원시인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 하는 꼴이라니, 빨리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해져야 할 것 같다.
* * *
부락의 으슥한 곳으로 간 누런개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늑대발톱을 불러냈다.
“……왜 이런 곳으로 나를 불렀습니까?”
늑대발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리 뒤춤에 돌도끼를 숨기고는 삼베옷을 입고 나왔다.
“형님 때문에 나한테까지 서운한 거지?”
“……서운한 것 없습니다. 모두 큰바위가 잘못한 것이고, 하늘님께서는 진짜 족장은 붉은개 족장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착해! 아주 착해.”
“예?”
“우린 사실 잘 지냈잖아.”
“그러기는 했었죠.”
“형님께서 족장이 되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 줄 알아?”
“예?”
“귀 좀.”
“보는 사람 없습니다.”
“야! 나, 이거 족장 형님 눈 밖에 나는 거까지 감수하고 말해 주는 거야. 어서!”
다급하게 재촉하는 누런개의 말에 늑대발톱이 마지못해 귀를 댔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러니까 조심해. 형님이 기회만 노리고 있어.”
“……예,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우리 사이에…… 그냥 나중에 나를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주면 되지.”
“……예.”
늑대발톱이 대답을 했고 누런개가 씩 웃으며 자기 움막 쪽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개들은 역시 서로 물고 뜯고 난리군.”
멀어지는 누런개를 보며 늑대발톱이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더 납작 엎드려야겠어.’
* * *
드르렁~ 드르렁~.
주술사의 움막 안에서는 큰바위가 천하태평하게 코를 골면서 잠을 자고 있었고, 주술사와 늑대발톱만이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제비꽃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누런개가 그랬단 말이지?”
“예. 어머니!”
“역시 붉은개와 너를 이간질한 놈은 누런개였어.”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붉은개가 너를 공격할 때 네가 붉은개를 죽여 주기를 바라겠지. 그럼 자연스럽게 누런개가 족장이 될 테니까.”
“숨어서 발뒤꿈치를 무는 뱀처럼 사악하기 그지없는 놈입니다.”
“……그래, 누런개는 어릴 때부터 그랬지. 전 족장님께서도 항상 누런개를 걱정하셨다.”
“하여튼 붉은개가 기회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하든지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게?”
“잠시라도 악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휴우…… 갈 곳이 거기밖에는 없지. 그래도 이렇게 버티는 것은 다 제비꽃, 네 덕분이구나.”
“제가 늑대발톱이랑 악어머리 부족으로 가서 전사들을 이끌고 올게요.”
제비꽃의 눈동자에도 독기가 감돌았다.
“아니다, 네가 사라지면 바로 너를 쫓아가서 죽일 거다. 악어머리 부족까지는 멀다.”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요.”
“참아야지. 지금처럼 약할 때는 꿋꿋이 참아야 한다.”
“예, 어머니! 제게 엎드린 전사들이 다섯이고, 형이 다시 예전처럼 튼튼해지면 그때는 방법이 생길 겁니다. 아무리 하늘님이 붉은개가 족장이라고 하셨어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일단 지금은 좀 더 지켜보자. 큰바위가 다시 튼튼해지면 붉은개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다.”
“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