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캬아악!
끼옥-!
내 친구 두 놈이 나를 걱정하며 울부짖었다.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저들을 울부짖게 해도 울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땅속에서일어서다. 한 번 죽음을 겪은 자에게 두 번의 죽음은 없다.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대갈통을 박살내 주마! 이 망할 새끼야아아-!”
쿵! 쿵!
블랙야크의 악령은 땅을 부숴버릴 기세로 쿵쾅거리며 내게 돌진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빠르진 않았지만, 발을 디딜수록 가속이 붙어 점점 빨라지고 있다.
‘망할 자식…… 개 튼튼해 보이네.’
“콰에에에에악”
쿵쾅! 쿵쾅! 쾅쾅쾅!
블랙야크의 악령은 더욱 발에 힘을 주어 돌진해 오고 있다.
이젠 확실하다. 강한 힘으로 나를 그대로 충격해 끝장을 볼 생각이다.
나도 마주 달려들어서인지 놈의 육중한 거구가 한층 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땅이 울리고 있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뇌까지 울리는 것 같다.
“젠장. 이, 썅!”
놈의 몸체가 빠르게 가까워질수록 거대하게 보였고, 나도 모르게 두려움이 느껴졌다.
저놈이 악령이라고는 하지만 분노에 의해 만들어진 놈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놈의 힘이 되고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어금니를 악물었다.
“이판사판이다!”
기회는 딱 한 번뿐이고, 믿는 것은 육각 방패의 방어력이다.
“딱 한 번만 막으면 된다.”
달리면서도 내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난 블랙야크의 악령을 노려봤다.
“지금이다! 죽어라-!”
나는 점프 이능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번쩍 들어 올린 천부의 검으로 블랙야크의 악령의 머리를 노리고 번개처럼 내려쳤다. 블랙야크의 악령 역시 뛰어오르는 나를 보고 힘껏 척추가 딸린 야크의 머리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듯 휘둘렀다.
하지만 수많은 경험으로, 이제는 본능에 가까운 경험으로 놈의 진정한 목적은 저 검은 뿔로 나를 들이받는 것이란 걸 안다.
“크으으으윽”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다.
“부숴버린다!”
야크의 척추는 육각 방패에 튕겨 멀리 튕겨 나갔고, 놈은 걸렸다는 듯이 비죽 비웃음을 지었다. 난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내지르며 전신의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고, 블랙야크의 악령은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나를 향해 들이받으려 했다.
이 순간 나는 블랙야크의 악령을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블랙야크의 악령의 머리를 힘껏 내려찍었고, 바로 방패로 내 몸을 보호했다.
블랙야크의 악령과 난 동시에 서로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일격을 교환했다.
“갸아아아악!”
육각 방패로 겨우 막았다지만 놈의 힘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방패를 타고 전해지는 충격이 상당했다.
내 계산대로 됐다.
나도, 블랙야크의 악령도 모두 공격은 성공했지만 놈은 머리에 천부의 검이 박혔고, 나는 놈의 뿔에 그대로 들이받혔다.
천부의 검이 블랙야크의 대갈통을 파고드는 소리를 들었고, 수박처럼 놈의 머리통이 쩍 하며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놈을 공격하느라 놈의 공격을 흘리거나 방어해 내지 못했고, 방패로 막았다지만 막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콰아아앙!
“퀘에에에엑!”
거대한 충격에 허공에서 추락하는 듯한 아찔한 부유감이 들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온몸의 뼈란 뼈가 모두 부러진 듯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아 낙법도 없이 아무렇게나 땅바닥에 나뒹굴었고, 피가 역류했다.
“쿨럭, 쿨럭……, 퉷.”
피가 섞인 침인지, 아니면 피인지 모를 것을 토해 내자 어느 정도 숨이 편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숨이 턱 막혔고 시선이 흐릿해진다.
눈 앞에 펼쳐진 상태창에서 내 생명력이 거의 바닥으로 떨어진 게 보였다.
‘젠장…….’
캭과 끼옥이 내 옆으로 다가왔는지 애타게 울부짖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흐릿해지는 시야에서는 그들의 모습은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는 건가?’
힘이 빠져간다.
캭의 등에 실은 활력 회복제를 잡을 힘조차 없었다.
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그 순간 내 눈앞에 울고 있는 연꽃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런 연꽃을 가엽게 바라보는 빛도 보였다.
‘환상이다.’
내가 이렇게 죽는다면 두 여자가 울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이신 제비꽃도 서럽게 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릿하게 눈물이 차올랐다, 헌터로 살며 몇 번이고 죽음의 순간을 겪었지만 이렇게 비통한 느낌이 든 적은 없었다.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나는 연꽃과 이제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죽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 찾은 빛을 위해서라도 죽을 수 없다. 하지만 시야는 점점 더 흐려져만 갔다.
고개를, 손을 뻗으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캬오옹…….
캭이 내 뺨을 핥는 느낌도 이제는 흐릿해지고 있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 * *
-레벨 업!
죽지 않기 위해 희미해지는 의식을 끝자락을 잡고 살기 위해 애쓰던 도중, 지진 같은 거대한 진동이 울리더니 레벨 업을 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빠르게 생명력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그와 동시에 내 손에 뭔가 묵직한 것이 잡혔다. 연속으로 레벨 업을 했다는 메시지를 보고, 항상 켜놓은 홀로그램 창을 확인했다.
‘레벨이…… 300이 되었다.’
-땅속에서일어서
-종족 : 헌터(현생인류).
-직업 : 하늘 부족의 족장/주술사.
-특성 : 군림하는 자.
-레벨 : 300.
-생명력 : 15,000
“흐어어억!”
죽다가 간신히 살아났다는 생각에 물에 빠졌던 사람처럼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여전히 폐가 따끔거렸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블랙야크의 악령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생명력이 15,000까지 상승했다.’
헌터의 레벨이 300이 되면 그때부터 기본 스탯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 생명력의 급상승이다.
‘엄청난 놈답게 레벨이 많이 올랐네. 하, 하하. 죽는 줄 알았는데. 빌어먹을 신 새끼가 그래도 날 여기서 죽이지는 않네.’
레벨이 높을수록 레벨 업은 더 어려워진다. 그런데 저놈 하나 잡았다고 레벨이 300까지 올랐다. 무지막지한 놈이었다.
‘레벨 업을 했다면…….’
놈은 소멸한 것이 분명했다.
-미션 클리어
-미션 클리어의 보상으로 S등급의 흑마석을 획득했습니다.
-필살의 일격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내 손에 들려 있는 불길한 검은빛을 뿜어내는 돌을 봤다.
성인 남자의 주먹보다 조금 더 커다란 돌은 반들거리면서도 요사한 빛을 뿜어냈다.
“흑마석? 이건 또 뭐지?”
-흑마석(S등급)
-블랙야크의 악령을 봉인한 마석.
-무기 조합을 통해 무기를 강화한다.
-강화된 무기는 내구력이 표시된다.
-S등급이기에 강화 시 99%확률로 강화하려는 무기가 파괴될 수 있다.
-무기 조합 실패 시 흑마석과 함께 봉인된 악령은 완전소멸한다.
손에 꽉 쥔 흑마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내 눈에 보였다.
‘S, S등급이라고……?’
나도 모르게 숨이 턱하고 막혔다.
캬옹!
끼옥-!
캭과 끼옥은 내가 다시 일어났다는 것에 감격한 눈빛으로 정말 괜찮냐는 듯 꼬리와 날개를 파닥거렸다.
“까딱없다.”
남자에게는 가끔 허세가 필요하다. 내 말에 캭과 끼옥은 그제야 안도의 눈빛을 짓고는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내 주변을 맴돌았다.
‘어휴, 까딱했다가는 진짜로 이런 데서 뒤질 뻔했네…….’
내가 아무리 지난 어비스 최강의 헌터였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영광에 불과하다. 지금은 이제 고작 레벨 300의 헌터다.
* * *
새로운 곳.
새로운 삶.
망할 놈의 신에게 속아 이 원시시대로 떨어졌고, 드래곤을 상대로 밀리지 않던 육체는 모두 사라졌다. 고작 비루먹은 들개 한 마리를 죽이는 것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붉은개를 죽였을 때, 이 육체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처음이었던 때, 피에 젖은 광인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덜덜 떨 때도 있었다.
주변에는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이빨호랑이 부족과 큰눈, 그리고 레드까지. 사방에 적이 있지만 그래도 하늘 부족을 지키고 키워내며 아등바등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 아니, 조금 전, 나는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그만큼 나는 강해졌다.
‘목숨을 걸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살아 있는 것이 강함을 증명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살아 있다. 그러니 강하다. 강해지고 있다.
‘레드! 그리고 망할 놈의 신!’
화가 끓었다. 나는 그것들 이상으로 강해질 것이다.
“더, 지금보다 더 나는 강해질 거다. 나는 땅속에서일어서다!”
맹세를 하듯 포효했다.
콰콰쾅! 콰쾅!
그때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쳤다. 마치 신이 내 외침에 화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웃었다.
* * *
“아, 잠깐. 이 S등급의 흑마석에 그 악령이 봉인되었다는 거잖아?”
그 말은 블랙야크의 악령이 언제 봉인이 해제되어 내 앞에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말처럼 보였다.
밤이면 밤마다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럼 나는 매일 밤 놈에게 쫓기며 사투를 펼쳐야 한다.
물론 지금 레벨이 올라 300이 되었기에 다음에 상대하게 된다면 오늘 싸운 것보다는 조금 수월하겠지만 완전 무장을 하고서 싸운다 해도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생명력이 아무리 올랐어도 놈의 공격에 직격하게 된다면 또 그대로 황천길을 건널 수도 있다.
게다가 놈의 봉인은 언제 풀릴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이 악령이 깃든 방패를 두고 어딘가로 갔을 때 놈의 봉인이 풀린다면 그때는 우리 하늘 부족의 멸망하는 날일 것이다.
‘그때 땅을 치고 후회하며 울부짖어도 늦다.’
문뜩 블랙야크의 악령을 완벽하게 소멸시킬 방법이 떠올랐다.
-무기 조합 실패 시 흑마석과 함께 봉인된 악령은 완전 소멸한다.
“……그래, 차라리 없애 버리자.”
바로 나는 저기 멀리 날아가 있는 육각 방패를 주워 바닥에 놓고 조심히 무릎을 꿇었다.
그 위에 내가 획득한 S등급의 흑마석을 올렸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캭과 끼옥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게 S등급이니까…….”
실패 확률은 99퍼센트나 된다고 했다. 흑마석이란 것은 전 어비스에서도 보지 못한 물건이지만 S등급의 마석이라면 몇 번 획득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무기 조합을 해본 적도 있다.
지난 어비스에서 재미 삼아 자주 사용하지 않던 보조 장비에 무기 조합을 했고, 딱 한 번 성공했었다.
A등급 마석, 아니, C등급 마석으로도 무기 조합에 실패하는 헌터들이 수두룩했기에 엄청나게 운이 좋았었던 일이다.
S등급의 마석으로 강력한 무기 조합에 성공했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설령 성공했고, 그 사실을 숨겼다고 해도 금세 들통 났을 것이다. 강력한 헌터는 어떻게든 소문이 나게 마련이고,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유명세를 탄다.
그래서인지 헌터들은 S등급의 마석을 저주받은 돌이라고 불렀다. 실용은 없는데도 유혹을 벗어나기 힘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