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2
22화
고기를 잡으러 가겠다고 한 날, 붉은개의 움막 앞으로 붉은개 부족의 부족민들 중 대부분이 모였다. 걸을 수 있는 아이들부터 여자들까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번에 가장 큰 활약을 할 전사들까지 모두 붉은개의 움막 앞에 모였다. 물론 늑대발톱도 와 있었다.
“사냥도 하고 고기도 잡으러 간다!”
붉은개는 모인 부족민들에게 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말했다.
‘강가가 근처니…….’
사냥도 한다고 했지만 아마 고기를 잡는 것이 메인일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각각 대나무 통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아마 잡은 고기를 담는 통인 듯싶었다.
‘……저렇게 많이 잡을 수 있나?’
대나무 숲에서 본 것처럼 이곳의 대나무는 하나같이 굵고 커다랗다. 저들이 들고 있는 모든 대나무 통을 채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부족 안에는 그 어디에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물고기를 말리지도 않았다.
저 정도의 통에 다 담으려면 엄청나게 잡아야 할 텐데 말이다. 그리고 특별한 낚시 도구나 그물도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독이라도 풀어서 잡나?’
TV에서 아마존 원주민들이 물고기를 기절시키는 독을 풀어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봤기에 원시인들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을 풀어서 잡는다면 웅덩이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건데…….’
바로 앞에 큰 강을 두고 왜 웅덩이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강 속에 진짜 뭐가 있나?’
붉은개 부족에 들어서면서부터 거의 2주가 지나는 동안 가끔 씻기 위해서 강가에서 무릎까지 담구는 원시인들은 봤지만 물고기를 잡거나 강에 들어가는 원시인은 단 한 명도 못 봤다.
툭!
“멀뚱거리지 말고 이거나 들어!”
붉은개의 첫째인 팔뚝털이 거대한 대나무 통으로 내 배를 쳤다.
“으윽!”
애비가 허구한 날 나를 때리니 이제는 그 새끼도 나를 때린다.
게다가 네게 안 좋은 감정이 있는지 제법 힘을 실었다.
“가자! 물고기를 잡자!”
“예, 족장님!”
“많이 잡아서 배불리 먹자!”
“와와와! 와와와!”
“배불리 먹자!”
아마도 원시시대의 최우선 과제는 배불리 먹는 것인 것 같다.
그리고 한 무리를 이끄는 족장은 먹을 것을 최대한 많이 구하는 것이 능력일 것이고, 그래야만 부족민의 충성심이 더 올라갈 것이다.
“출발한다!”
“예, 족장님!”
그리고 붉은개의 막사 앞에 모인 사람들은 다 함께 강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뭐를 잡으려고 이러지?’
강가로 걸어가는 사람들 중 낚싯대나 그물, 아니, 낚시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인 꼬챙이도 없다. 그것으로 짐작하건대 물고기를 잡으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지?’
붉은개와 부족민들은 강을 따라 상류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서, 설마!’
붉은개와 부족민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조그마한 웅덩이 앞에 섰다.
2시간 넘게 걸어온 것 같고 나는 기진맥진해졌다. 헌터로 각성하고 레벨5가 됐지만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이 신체는 너무나 허약했다.
“누런개와 늑대발톱!”
붉은개가 누런개와 늑대발톱을 불렀다.
“네, 족장님!”
“너희 둘은 여기서 아이들을 지켜라!”
“네, 알겠습니다.”
“큰 짐승은 없으니까 내가 없다고 벌벌 떨지 말고!”
붉은개는 족장이 되었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마치 족장이 되었으니 이제는 잘해 보겠다는 눈빛도 느껴졌다.
‘뭔가 목표가 있네.’
목표가 있는 놈의 눈깔은 항상 저렇다.
아마도 이번 첫 수렵은 붉은개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족장이 된 후 처음으로 나온 수렵과 채집이니 이번에 수확이 없다면 부족원 중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었다.
“예,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잖습니까? 하하하!”
누런개의 대답에 찰나지만 붉은개가 인상을 찡그렸다.
‘저 둘, 사이가 별로네…….’
눈빛만 봐도 딱 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그렇지만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도, 주머니에 넣어 둔 송곳처럼 숨기고 싶어도 뚫고 나오는 법이니 말이다.
“나는 오랜만에 산돼지를 사냥해서 너희를 배불리 먹여 주겠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붉은개는 전사들을 이끌고 숲으로 사라졌고, 여자들은 가까운 숲으로 들어가서 채집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불길했던 예감이 대략 어떤 것인지 예상이 됐다.
‘……설마 저 웅덩이의 물을 다 퍼내라는 건 아니겠지?’
인상을 찡그렸지만 항상 설마는 사람을 잡고, 또 뒤통수를 잡게 한다.
“뭐 해? 물을 퍼!”
부족원들이 하나같이 대나무 통을 가지고 온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어이, 어이, 어이가 없네.’
아니, 잘 생각해 보면 이게 바로 원시인들의 입장에서 물고기를 놓치지 않고 잘 잡는 방법인 것은 확실했다.
언제인가 오지 체험 TV에서 본 것 같기도 했고.
결국, 가장 비효율적인 노동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거기! 팔뚝털!”
누런개가 붉은개의 첫째를 불렀다. 놈은 팔뚝에 점이 있고 그 점에 긴 털이 몇 개 나 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내 이름이 무덤에서 일어났다고 땅속에서일어서가 된 것처럼 원시인들은 매우 단순한 작명법을 가지고 있었다.
“네.”
“너는 과일이나 몇 개 따와. 여기까지 오느라 입에서 단내가 난다.”
딱 봐도 족장 아들이라고 열외를 시키는 모양이었다.
“네, 삼촌!”
“멀리 가지는 말고.”
“알겠어요.”
팔뚝털은 씩 웃고는 여자들이 사라진 가까운 숲 쪽으로 걸어갔고, 누런개는 자리를 깔듯 그늘에 앉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늑대발톱이 인상을 찡그렸다.
“뭘 봐?”
“계속 그러고 있을 건가? 저 물을 퍼내려면 한참 걸린다.”
“네가 아직도 족장인 줄 아냐? 나한테 명령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
“쉬기 싫으면 너도 물이나 퍼라. 히히히!”
웅덩이에서 물을 퍼내는 것은 아이들의 몫인 것 같다. 아니면 족장이 바뀌어서 그 족장의 혈족들의 횡포가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애들이 오늘 죽어나겠네.’
딱 봐도 중노동이다. 아마 현대였다면 아동노동 착취로 고소를 당했을 것이다.
이 말은 다시 말해 누구도 이 원시시대에서는 놀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족장인 붉은개의 혈족인 누런개는 족장이 없다고 대장 노릇을 하면서 쉬려고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자들이 웅덩이 주변에서 채집 활동을 하는 모습이 힐끗힐끗 보였다.
“뭘 보고 있어. 어서 물을 퍼!”
누런개가 소리를 질렀고 아이들은 웅덩이에서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땅속에서일어서! 너, 손이 보인다? 어서 빨리 물을 퍼내지 않고 뭐해?”
허리라도 한 번 펴려고 하면 누런개가 바로 소리를 질렀다.
‘저 새끼는 나한테만 저러네.’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늑대발톱을 자극하고 있다는 생각도 힐끗 머리에 스쳤다.
‘아이고 허리야! 헌터가 이게 무슨 개고생이냐.’
사실 헌터는 불한당이라고도 부른다.
몬스터를 죽이는 헌팅을 할 때 말고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고 해서 불한당이다.
아니 불(不).
땀 한(汗).
무리 당(黨).
그래서 불한당이다.
그런데 원시시대에 오니 불한당(不汗黨)이 아니라 다한당(多汗黨)이 됐다.
‘이 꼴을 또 당하기 싫으면 그물이라도 만들어 줘야겠다. 젠장!’
그게 아니면 정말 기회를 봐서 붉은개를 죽이든지 뭐든 수를 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4시간 정도 죽을힘을 다해 웅덩이에서 물을 퍼내자 바닥을 드러낸 웅덩이에서 물고기들이 펄떡거리는 것이 보였다.
“헉헉헉!”
어깨가 뻐근했다. 이제야 제대로 원시인의 삶을 사는 느낌이었다.
-근력이 2 상승했습니다.
3시간 동안 웅덩이의 물을 죽어라 푼 결과, 근력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것도 수일 동안 대나무를 후려쳤을 때처럼 1이 오른 게 아니라 2씩이나 올랐다.
죽도록 개고생을 하고 이것 하나를 건지니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땅속에서일어서
종족 : 헌터(현생 인류)
특성 : 무
레벨 : 5
생명력 : 350
근력 : 5(+7)
민첩 : 5
마력 : 10
지혜 : 107(+3)
명성 : 201
하지만 내 레벨은 여전히 5다. 그리고 아직도 공격력과 방어력이 홀로그램 창에 나타나지 않고 있고.
“와! 많다!”
“히히히! 물고기 정말 많다.”
웅덩이 바닥에서 펄떡거리는 것들 중에는 메기처럼 생긴 수염이 기다란 물고기부터 잉어와 붕어처럼 생긴 것들, 그리고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요동을 치는 것들과 자잘한 피라미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생선들이 펄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드문드문 자라도 몇 마리 보였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자라와 다른 것이 있다면 2~3배 정도는 크다는 거다.
‘별로 많지는 않은데…….’
내 눈에는 많아 보이지 않는데, 이들은 많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