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족장님은?”
끼옥이 왔다는 것을 땅속에서일어서가 돌아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연꽃이었다.
“이건, 얼음이네요.”
빛은 끼옥이 들고 온 것을 보고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끼옥의 울음을 듣고 늑대발톱이 뛰어왔다.
“정, 정말 가지고 왔구나.”
“이, 이 날씨에 얼음이라니…… 정말 족장님은 대단하시네요.”
끼옥-! 끼옥-!
끼옥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끼옥이 들고 날아온 얼음덩이는 꽤 묵직해 보였다.
“참, 깜빡했다.”
늑대발톱은 한참 동안 얼음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땅속에서일어서가 산 위로 떠나기 전에 자신에게 부탁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걸 고기 창고에 넣어야겠다.”
“족장님께서 지시하신 건가요?”
연꽃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늑대발톱도 연꽃에게 반말을 하지 않았다.
“곧 돌아오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추운 동굴에 넣어두라고 하셨습니다.”
늑대발톱의 말에 연꽃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끼옥을 봤다.
“끼옥아~ 족장님은 언제 오시니?”
연꽃의 말에 끼옥은 그저 고개만 저을 뿐이다.
끼옥-!
그리고 힘껏 날개를 펴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연꽃의 머리 위를 빙빙 돌다가 번개보다 빠르게 설산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직이구나…….”
“하지만 곧 오실 겁니다.”
빛이 연꽃을 위로하듯 말했다.
“……예, 그렇겠죠.”
하지만 연꽃은 실망한 빛이 역력했다. 빛 또한 마찬가지였다.
* * *
광역 필드형 던전의 서쪽 끝 필드진입 라인에서 려화를 만났던 백인 전사와 다른 전사들이 주변을 살피며 광역필드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헌터가 아니기에 광역 필드형 던전에 진입했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타크가 찾으라고 했던 던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몰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으으으, 엄청 춥습니다.”
털가죽으로 된 옷을 챙겨온 그들이었지만 던전 안에 불고 있는 삭풍은 두꺼운 가죽옷을 뚫고 들어왔고, 온몸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오돌오돌 떨 수밖에 없었다.
“끄응, 이렇게 뼈마디가 쑤실 정도로 추울 줄은 몰랐군.”
“이대로라면 놈들과 마주쳐도 싸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상한 놈들이 보이면 바로 도망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얼어 죽겠습니다.”
“맞다. 어서 찾자! 젠장! 추워도 너무 춥다.”
“예, 조장님!”
타크는 부족 전사들에게 자기가 쓰는 말을 가르쳤다. 그리고 전사들을 이끄는 존재를 조장이라고 가르쳤다.
“언제 무서운 놈들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바짝 긴장해라!”
“예, 알겠습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때 안개가 낀 저편에서 무엇인가가 음산한 발소리를 남기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뭔, 뭔가 오고 있습니다.”
“긴장해!”
백인 전사의 말에 다른 전사들이 일제히 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창을 겨눴다.
하지만 잔뜩 얼어붙은 손은 돌창을 제대로 쥐지도 못할 정도였고, 돌창 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음산한 발자국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들을 본 순간 백인 전사와 나머지 전사들은 얼음처럼 굳어졌다.
“조, 조장님, 저기 땅, 땅속에서 이…… 일어난…….”
넝마와 다름없는 해진 가죽옷을 입고 있는 놈들은 두 발로 어기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놈들은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는지 그들의 옷이며 털이란 털에는 온통 얼음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그들의 텅 빈 눈두덩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퍼런 불빛이 폭발하듯 내쏘아졌다.
“조, 조장님!”
“도, 도망…… 도망쳐-!”
눈빛이 마주하자 그들을 이끌던 조장 전사가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도망쳤고, 그와 동시에 다른 전사들도 급하게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그 순간 거친 괴성이 울려 퍼졌고, 눈보라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시체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도망치는 타크의 전사들을 뒤쫓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들은 관절까지 뻣뻣하게 굳어 있었는지 어기적거리는 것보다 조금 더 빠른 수준에 불과했다.
“어, 어서 도망쳐라! 어서!”
“예. 족장님!”
타크의 전사들은 죽기 살기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고, 어느 순간 발소리와 놈들의 포효가 멈췄다.
그 순간 조장 전사가 돌아섰다.
“멈춰!”
그의 명령과 동시에 타크의 전사들은 두려움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뒤쪽을 흘겨보았다. 두려움에 질린 상황에서도 훈련으로 쌓은 규율은 살아 있었다.
“하, 하지만 조, 조장님, 저, 저놈들이……!”
전사들을 쫓아온 시체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얼음 위에서 모여 있기만 했지,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어, 어? 나오지 않고 노려보고만 있습니다!”
“어, 어떻게 죽은 것들이…….”
“요사한 주술이 있는 곳인가 보다.”
조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자신들을 어기적거리며 쫓던 시체들이 더는 자신들을 쫓지 않고, 그들은 얼음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여기가 타크 님이 말씀하신 던전이라는 곳이다. 확신이 든다.”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쉬우웅!
그때 파란빛으로 반짝이는 얼음을 품은 바람이 한차례 강하게 불더니, 호우에 강물이 범람하는 것처럼 하얀 얼음이 퍼져갔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얼음은 시체들이 아우성치는 곳으로부터 백인 전사들이 있는 곳으로 번져가기 시작했고, 시퍼런 귀기를 흘리며 그들을 노려보던 시체들이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 조장님! 저것들이 다시, 다시 오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느낀 타크의 전사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이 순간이 혼란스러웠다. 시체들이 다시 일어나 걸어 다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미친 듯 따라붙던 놈들이 저렇게 멈춰서 노려보다가 다시 다가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전사 하나가 소리쳤다.
“어, 다시 멈췄습니다!”
‘역시 뭔가 있다.’
조장 전사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돌아간다. 타크 님께 말씀을 드리고, 용신께도 알려야 한다.”
“예. 조장님!”
“가자!”
조장의 말에 전사들은 다급하게 서쪽을 향해 뛰어갔고, 그들을 쫓던 시체들은 다가가진 못하고 손만을 뻗으며 시퍼런 귀기를 흘리며 노려봤다.
크아아악!
거친 포효와 함께 차가운 바람이 다시 한 번 휘몰아쳤다.
* * *
백색 털을 가진 늑대들은 무리를 지어 캭과 내가 올라선 얼음 절벽의 끝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저 새끼들은 겁도 없네.”
저 하얀 늑대들의 덩치가 평범한 늑대들에 비해 두어 배 크고, 저들의 수가 우리보다 많다고 하지만 캭은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이빨호랑이다. 게다가 평범한 이빨호랑이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데도, 꽁지를 말고 도망치기는커녕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색이었다.
“선공 몬스터라는 건데…….”
몬스터의 수가 많다고는 해도 캭 혼자서도 모조리 정리할 수 있는 레벨이다.
‘뭐, 나야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고마운 일이지. 잔뜩 부려 먹어 주마!’
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저들이 내 펫이 되면 처음에는 야크 500마리를 하늘 부족으로 이끄는 양치기 개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 부족으로 가면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부족을 지키는 번견부터 시작해서 전장의 최선두에 설 야수돌격대, 그리고 발상을 전환하여 전마(戰馬) 대신에 내 전사들을 등에 태우는 전랑(戰狼)으로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달투드워프가 탄다면…….’
이달투드워프들의 치명적인 약점인 떨어지는 기동력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전사 집단이 탄생할 것 같다.
‘이름은 전랑대로 하고.’
레드와 끝장을 볼 때 꽤나 쓸모가 있을 것 같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쓸모가 넘쳐.”
내 성장에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 같은 놈들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우리가 선 절벽 끝으로 다가온 놈들은 동료를 모으려는 건지 위협을 하려는 건지 계속해서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고는 아까보다는 빠른 속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다다닥! 다다닥!
예전 같았으면 캭은 내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다짜고짜 저들에게 달라붙어 모조리 도륙을 냈을 텐데 무슨 꿍꿍이인지, 아니면 거대늑대거북을 잡기 전 내게 받은 교육이 효과가 있었는지 거대한 호박색 눈에 살기를 담아 노려보기만 하고 있었다.
“캭, 테이밍이다, 테이밍! 무슨 말인지 알겠지?”
“캬옹!”
캭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털을 바짝 세운 것이 의심스러웠다.
‘이 새끼, 여기 들어온 다음부터 좀 수상한데…….’
내가 뭔가 말해도 반 박자 정도 늦게 대답하고, 당장에라도 전투를 벌일 듯한 태도까지 수상쩍은 게 한둘이 아니었다.
“너, 또 옛날에 염소 몰이 할 때처럼 은근슬쩍 죽이면 아주 아작날 줄 알아.”
나는 다가오고 있는 백색 늑대들을 보며 캭의 옆구리에 메어놓은 납이 든 대나무 지팡이를 꺼냈다. 하지만 몇 번 휘둘러 보고는 이내 다시 집어넣었다.
“아냐, 이걸로 맞으면 골로 가겠지.”
그리고 꺼낸 것이 화살통에 넣어둔 긴 화살 한 대다.
‘회초리로 조져 주지.’
이번 목적은 테이밍이니까.
-백색 늑대
종족 : 하프 몬스터
변신하지 못하는 웨어울프의 변종과 회색 늑대의 잡종.
생명력 : 8,000/8,000.
공격력 : 1,000.
방어력 : 700.
“뭐야? 몬스터가 아니라 하프 몬스터라고?”
백색 늑대들이 확실히 내 시야에 들어서는 순간 놈들의 정보가 반투명 홀로그램 창에 떴다.
게다가 하프 몬스터라는 말보다는 웨어울프의 변종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그 말은 이곳에 웨어울프도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필드형이긴 해도 던전이니 웨어울프들이 없으라는 법도 없다.
이놈들은 변종과의 사이에서 나온 교배종이지만, 이곳에는 변신할 수 있는 웨어울프가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오늘 보름달이 뜨는 날인가?”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산은 해가 일찍 뜨고 일찍 진다.
“곧 보름달이 뜰 때인 것 같은데…….”
늑대들은 아무리 크고 강하고, 심지어 몬스터라 해도 두렵거나 성가신 놈들이 아니다.
하지만 웨어울프는 다르다.
보름달이 뜨는 날의 웨어울프 무리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들이다.
캬옹?
캭은 늑대들을 앞에 두고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는 내가 이상한지 뒤돌아봤다.
물론 귀찮아도 상관없다.
웨어울프를 만난다면 무조건 잡아 죽여서 레벨 업을 하면 된다.
‘뭐, 어쨌든 저놈들은 완전한 몬스터는 아니라는 건데…….’
몬스터는 강하든 약하든 상관없이 사람들을 발견하면 죽기 살기로 덤빈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다르다.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이 들면 목표물을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사냥하지만 강한 존재라고 인식하면 꽁지를 말고 도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