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저 멀리 거대한 대나무 목책이 보였다. 내가 떠난 후에 이달투드워프들이 쉬지 않고 대나무 목책을 건설한 것 같다.
다다닥! 다다닥!
두두두! 두두두!
캭과 백랑 그리고 야크들의 질주는 거침이 없어 마치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달려서 하늘 부족 근처의 넓은 공터까지 왔다.
‘배트맨.’
나는 캭의 등에 탄 상태에서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배트맨을 불렀다.
‘배트맨! 야-!’
초음파 소통으로 배트맨을 크게 불렀다.
-예, 족장님.
‘너 뭐했어?’
불렀는데 바로 대답이 없는 것이 수상했다.
-옵저버의 대장으로서 경계를 철저히 했습니다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요.
‘강가 목책은 다 만들었어?’
-엄청나게 큽니다요. 이렇게 큰 것은 처음봅니다요.
사실 내가 이렇게 달리면서 배트맨을 부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곳에 사람들 살아?’
출발할 때 거산을 거대한 산맥으로 보냈었다. 그리고 산맥에서 씨족들을 이끌고 오면 이달투드워프들이 만들어놓은 강가 부락에 살게 하라고 지시를 했다. 그게 지금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잘못하다가는 야크들한테 밟혀 죽을 테니까.
-아직 안 삽니다요. 조금 전에 한 머리 50개 정도 따라오기는 했습니다요.
거산의 1차 산행은 성공한 모양이다.
‘정말이지?’
-예. 그렇습니다요.
됐다. 그럼 이제 부락민들이 살기 위해 만들어놨던 거대한 대나무 목책은 내 목장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돌아오셨습니다요.
‘그래서 불만이야?’
농땡이를 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아닙니다요.
‘수고는 했다.’
-감사합니다. 땡큐
“캭!”
나는 달리는 캭을 불렀다.
캬옹!
“강가 부락으로 간다.”
캬옹?
“그곳에 야크들을 가둔다.”
캭은 알았다는 듯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단단히를 비롯한 이달투드워프들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대나무 목책 부락 앞까지 왔다.
“스토오옵!”
내 정지 신호에 캭은 그 자리에 멈췄고, 힘들었는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엉덩이로 느껴졌다.
이틀 동안 쉬지도 않고 달렸다. 전력으로 달린 것이 아니라 속도의 완급을 조절해서 달렸다지만 야크들은 내 펫이 아니기에 완전히 컨트롤 할 수는 없었다. 펫들은 당장에라도 풀썩 주저앉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사실 이 정도까지 달린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천천히 야크들도 목책 앞에 멈춰 섰다.
“백랑1!”
내 부름에 백랑1이 빠르게 달려왔다.
‘사람처럼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것 같네.’
백랑1도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처럼 보인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커어엉!
역시 대답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백랑1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야크들을 다 가두고 나면 제대로 포식하게 해줄게.”
컹? 컹! 컹!
알았다는 듯 백랑들이 단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언이설에 의해 펫들의 충성도가 상승했습니다.
감언이설이 아닌데 메시지는 감언이설이란다. 내가 무슨 공표라도 하면 다 감언이설이라고 정의하는 것 같다.
“저 안으로 야크들을 넣는다.”
“컹!”
알았다는 듯 짖었지만, 이틀 전의 우렁참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리하긴 했어.’
커어엉! 커어엉!
백랑들이 여기저기로 뛰어들면 무리에서 빠져나가려는 놈들을 통제했고 나는 바로 거대한 목책, 아니 이제는 목장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거대한 대나무 대문이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야크들을 집어넣어.”
카오오옹!
내 명령에 목동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그 움직임에 따라 야크들이 빠르게 이제는 목장이 된 곳으로 들어갔다.
-미션 클리어.
지랄 같은 미션을 클리어 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나는 거대한 야크 목장의 목장주가 됐다.
“하하하! 이젠 고기 걱정은 없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캭! 그럼 이제 우린 집에 가자.”
캬옹?
캭의 눈빛은 이제는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겠다는 눈빛이다.
“그럼 넌 여기서 쉬고 있어.”
정말 그래도 되냐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캭이다.
“맹수돌격대1한테 넌 집에 오기 싫어서 여기 있다고 할 테니까.”
내 말에 캭이 사람처럼 나를 째려봤다.
캬오옹!
나도 그렇지만 캭도 마누라가 무서운 모양이다. 물론 의미가 다르다. 나는 애처가라면 캭은 공처가다. 자기 마누라한테 찍소리도 못하는 캭이다.
“나 간다.”
카옹!
캭이 내게 삐진 듯 등을 보였다.
“야, 너도 가야지. 힘들어도 정신 차려. 너나 나나 오늘 밤에 고생 좀 해야 하잖아.”
연꽃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야크들을 봤다.
‘만든 목책이 부락이 아니라 목장이 됐군.’
이제부터 이달투드워프들의 임무는 땅을 파고 나무를 베는 작업보다는 풀을 베어 나르는 일이 주가 될 것이다.
‘부락은 다시 만들어주면 되니까.’
예티들, 아니 설인들이 도착하면 대나무 목책이 아니라 석벽이라도 못 쌓을 것이 없다.
‘석벽을 쌓으면 인류 최초의 석벽 건축자 칭호가 뜨겠지.’
문제는 느림보 설인들이 언제 오느냐는 것이다.
“가자!”
나를 태운 캭이 다시 빠르게 달렸다.
* * *
땅속에서일어서의 목책 앞.
“여, 여깁니까?”
배트맨이 말한 것처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땅속에서일어서의 목책 앞에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하늘 부족입니다. 사슴 족장!”
“정말 여긴 우리가 구한 먹을 것을 빼앗지 않고 애들도 잡아가지 않는다는 겁니까?”
“하늘 부족은 이빨호랑이 부족과 다르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직도 못 믿겠습니까?”
거산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하늘 부족에 대해 설명을 하느라 입에 단내가 날 것 같은 거산이었다.
“하지만 강한 것들은 다 똑같습니다. 약한 저희의 것을 빼앗는 놈들입니다.”
“엄마, 나 배고파!”
그때 사슴 씨족 아이 하나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렸다.
“그래, 먹을 것을 찾아줄게.”
아이의 엄마가 대나무 숲을 둘러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들이 살던 곳은 지천에 과일나무가 널려 있었지만, 이곳은 대나무밖에 없었기 때문에 여자는 무엇을 아이에게 먹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따지고 본다면 이빨호랑이 부족이나 검은얼굴들이 없었다면 저들이 사는 곳은 천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과 다름없이 계속 무엇인가를 이빨호랑이 부족에게 바쳐야 했고, 아이들까지 빼앗겼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까지 오게 된 사슴 씨족이다.
“거산, 왔나?”
그때 목책 위로 늑대발톱이 올라섰다.
“예. 늑대발톱 님!”
거산이 대답을 하고 사슴 씨족장을 봤다.
“저분이 족장님이십니까?”
“아닙니다.”
“그럼?”
“우리랑 똑같은 하늘 부족민입니다.”
“우선 저들이 지낼 움막은 지어 놨다.”
거대한 산맥에서 이곳으로 이주할 씨족들을 위해 움막을 지은 것은 물론 이달투드워프들이었다.
“엄마, 배고파~.”
아이 하나가 칭얼거리니 다른 아이들까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배고파하는군.”
“예. 그렇습니다. 이빨호랑이 부족을 피해오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놈들이 더 많이 지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거산은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배운 욕을 했다. 원래 언어를 배울 때 욕부터 배우는 법이다.
“그럼 먹여야죠. 뭘 하고 있어요?”
그때 목책 밖의 소란에 나온 제비꽃이 말했다.
“그럴 참이었어. 쩝!”
그때 제비꽃의 옆에는 연꽃이 당당히 섰고 연꽃이 서자 제비꽃이 한 발 살짝 물러섰다. 어느 순간 제비꽃도 이제는 연꽃을 하늘 부족의 큰어미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임신 후 연꽃은 많이 달라졌다.
어머니는 강한 법이고, 영특한 연꽃이기에 자신이 배워야 할 것은 빠르게 배워 그것을 부족민들에게 적용했다.
“가시꽃!”
“예, 큰어미님!”
“식량 동굴에서 소시지와 과일을 꺼내서 저들에게 주세요. 말린 무화과는 아이들이 먹기 좋을 거니까 먹여요. 오는 동안 에이취에 걸린 사람도 있을 테니 꿀차를 끓여서 먹여요.”
“예, 알겠습니다. 큰어미님!”
가시꽃이 연꽃에게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고 제비꽃은 그런 연꽃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오느라 고생했으니 며칠 푹 쉴 수 있게 해 주고요.”
“예, 알겠습니다.”
“저, 저분은 누굽니까?”
“하늘부족의 큰어미님이십니다.”
“아~ 그렇군요.”
“모두 조용히 해라. 큰어미님께서 너희들에게 할 말이 계신다.”
늑대발톱은 연꽃이 사슴 부족에게 말할 수 있게 주위를 조용히 시켰다.
“고맙습니다. 늑대발톱 님.”
“말씀 놓으십시오.”
연꽃은 미소로 답했고, 고개를 돌려 조용해진 목책 앞을 봤다.
“나는 하늘부족의 큰어미인 연꽃이라고 한다.”
당당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아이를 가진 여자들은 옆으로 서라.”
“예?”
영문을 몰라 사슴 씨족 사람들이 멍하니 연꽃을 봤다.
“어서 움직여라!”
거산이 멍하니 서 있는 사슴 씨족 사람들에게 소리쳤고 그제야 임신한 여자들이 대열의 오른쪽으로 주섬주섬 섰다.
“충분히 쉴 수 있게 하시고 좋은 고기와 과일을 주세요.”
연꽃이 제비꽃에게 지시했다.
“예. 큰어미님.”
제비꽃도 이제 연꽃에게 말을 놓지 않았다.
“우리 하늘 부족은 아이를 가진 여자나 기어 다니는 아이의 엄마는 일하지 않는다.”
연꽃의 놀라운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느라 수고했다. 쉬세요.”
연꽃은 공표하듯 말하고 나서 돌아섰다.
“잘하셨습니다. 큰어미님!”
“잘 가르쳐주셔서 그래요.”
연꽃도 제비꽃에게 미소를 보였다.
“핫둘! 핫둘!”
그때 강가에 거대한 목책을 건설하던 이달투드워프들이 구령을 붙이며 달려왔고 그 모습을 보고 사슴 씨족 사람들이 기겁했다.
“동, 동굴, 동굴사람이다!”
동굴사람이라는 말이 나오자 사슴 씨족 남자들이 바짝 긴장하여 창을 들고 겨누었다.
“놀랄 것 없다.”
거산이 이달투드워프들을 보고 놀란 사슴 씨족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하, 하지만 동굴사람들은 여자들을 납치해 갑니다! 그리고 사람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설마 우리를 여기로 오게 한 것은 저것들에게 던져주려고……!”
사슴 씨족장이 거산을 경계하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아이 참, 아니라니까.”
그때 가시꽃을 따라 여자들이 소시지와 과일들을 대나무 바구니에 가득 담아 가지고 왔다.
“오시느라 고생했으니까 이것부터 드세요.”
여자들이 이달투드워프들을 보고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아 하자 사슴 씨족 사람들은 한층 더 이해가 안 되는 눈빛으로 거산과 하늘 부족 사람들을 경계했다.
그때 단단히가 대나무 바구니에 피라냐를 가득 담아 가지고 왔다. 이달투드워프들은 쉬지 않고 피나냐를 잡았기에 이곳에서 썩어나는 것은 피라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먹을래?”
단단히가 사람의 말로 피라냐를 내밀며 먹겠냐고 묻자 사슴 씨족 사람들은 놀라 단단히를 봤다.
“저, 저리 가!”
“이빨 물고기는 맛있다. 먹을래?”
단단히가 다시 대나무 바구니에 가득 담긴 피라냐를 내밀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