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자 보세요.”
팍팍! 팍팍!
빙수기 뚜껑을 잡고 위아래로 찍자 바로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대나무 통 아래에 달아놓은 작은 대나무 대롱에서 깨진 얼음 조각이 흘러내렸다.
“여기다가 꿀을 넣으면, 하하하! 꿀 빙수 완성이지.”
드디어 연꽃에게 약속한 꿀 빙수가 탄생했다.
-요리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어 8성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원시인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빙수를 만들어내니 요리 스킬의 숙련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우선 할머니부터 드세요.”
나는 꿀 빙수 한 그릇을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빛아! 어서 오려무나.”
그때 빛이 내가 왔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동굴로 뛰어 들어왔다. 가족들에게 옹기종기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고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안도하는 눈빛을 보였다.
“예, 할머니.”
“이리 온. 이거 먹어 봐라. 족장이 만든 꿀 빙수란다.”
“할머니부터 드세요.”
“아니다, 같이 먹자꾸나.”
“예.”
할머니는 대나무 숟가락으로 꿀 빙수를 떠서 입에 넣었고 파르르 눈빛이 떨렸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빨이 시리네.”
처음 눈빛이 떨린 것은 새로운 맛에 대한 놀라움일 것 같고, 두 번째는 이가 시려서 저러시는 것 같다.
나는 다음 빙수를 제비꽃에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그릇 가득 연꽃에게 내밀었다.
“연꽃, 이거 받아! 아주 시원할 거야.”
“응, 맛있겠다.”
연꽃은 내가 만든 꿀 빙수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단단히와 거산만 입맛을 다시고 있다.
“너희들 몫도 있다. 받아라!”
“감사합니다. 족장님!”
꼴깍꼴깍 군침을 삼키던 거산은 바로 내가 내민 그릇을 받아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단단히도 먹어.”
“저, 족장님, 이거…….”
눈빛을 보니 딱 자기 짝을 주고 싶은 것 같다. 저러니 이달투드워프들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여자들이 헤어나오지 못한다. 자상하고 책임감 강한, 좋은 남편의 표상이다.
“너 먹어. 그리고 얼음은 부족 사람들이 다 나눠 먹을 정도로 많다. 또 만들어서 주면 된다.”
“정말이십니까?”
“물론이다.”
얼음을 아낄 것은 없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으니 아끼다가 녹아 물이 되는 것보다는 다 같이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 인심을 써야 할 때는 확실히 쓸 필요가 있다. 나에 대한 부족민들의 충성도도 오르게 될 것이다.
“오늘은 부족 전체가 빙수 잔치를 할 것이다. 하하하!”
“예, 족장님!”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고, 우리 부족 사람들이 모두 태어나서 처음으로 꿀 빙수를 먹게 됐다. 그리고 나와 늑대발톱, 단단히와 거산은 보드카를 마시듯 온더락으로 커다란 얼음 조각에 술을 넣어 마셨다.
“시원하니 술이 더 맛있습니다.”
거산은 술에 맛이 들렸는지 애주가처럼 입맛을 다시며 술에 대해 찬양하기 시작했다.
“자주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마음껏 먹어.”
“예, 족장님!”
“단단히야. 앞으로 이달투드워프 10명은 작업을 하지 말고 풀을 잘라서 모아라.”
“풀이라굽쇼?”
“그래, 풀.”
“먹는 풀 말입니까? 족장님께서 고사리라는 것은 이제 두꺼워져서 못 먹는다고 하셨습니다.”
고사리는 봄철에나 뜯을 수 있는 거라고 가르쳤다.
“그렇지. 말 그래도 땅에서 자라는 풀을 베어오게 시키면 된다. 단, 사람이 먹고 아파하거나 죽게 되는 풀을 베어오면 안 된다.”
열 명의 이달투드워프들로는 풀베기 작업에 일손이 부족할 것이다.
‘사슴 씨족을 이용해야겠다.’
사슴 씨족은 백여 명에 이르니 앞으로 그들을 목장 지기로 만들면 될 것 같다.
“예, 알겠습니다.”
“네가 만든 강가 부락에 소들을 가둬놨다.”
야크를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소라고 말했다.
“조, 족장님, 지금 소라고 하셨습니까?”
늑대발톱이 놀라 내게 되물었다.
“그래, 한 500마리는 넘을 거다.”
내 말에 늑대발톱은 입이 쩍 벌어졌다.
“정, 정말 족장님은…….”
“대단할 것 없다. 자, 얼음이 녹기 전에 어서 먹자 하하하!”
후후! 후후!
그때 손바닥에 얼음을 쥐고 후후 불고 있는 손오공의 모습이 하도 귀여워서 다시 한 번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렇게 분다고 미지근해지지 않거든? 그러니까 그냥 먹어.”
끼끼!
알았다고 대답을 한 손오공은 들고 있는 얼음을 입에 넣었고, 차가워서 그런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겨울이 오면 아예 얼음을 잘라서 저장해야겠다.’
고기 동굴 창고는 꽤나 서늘하니까 얼음을 보관해 두면 봄이 와도 두어 달 이상은 너끈히 보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더 오래 보관할지도 모른다.
‘밀양 얼음골처럼 말이지…….’
그보다 더 서늘한 고기 동굴이니 얼음 보관은 문제없을 것이다.
“집에 오니 정말 좋네.”
* * *
강가의 목장 앞에는 부족사람들이 입이 쩍 벌어져 나와 야크들을 보며 멍해 있었다.
“저, 저게 다 소입니까?”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야크라고 물소랑 비슷한 놈들이다.”
“저 정도면 몇 년을 먹고도 남은 것 같습니다.”
컹! 컹!
그때 목장을 포위하듯 띄엄띄엄 자리를 지키던 백랑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꼬리를 흔들며 뛰어왔다.
늑대발톱과 단단히는 ‘또 족장님께서 이상한 것을 주워왔구나’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거산만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족장님! 조심하셔…… 어? 왜 공격을 안 하지? 저, 저건 또 뭡니까?”
거산이 놀라 내게 물었다.
“야크들을 지킬 목동들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당장에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단단히!”
“예. 족장님!”
“강가 부락이 야크들의 울타리가 됐으니까 우리가 사는 동굴 부락과 강가 중간에 다시 부락을 지어라.”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아주 크고 단단히 지어야 할 거다. 사냥도 다녀왔으니 곧 시간을 내서 이빨호랑이 부족을 쓸어버려야겠다.”
야크들을 데려왔기 때문에 겨울을 지낼 식량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다. 그럼 이제 부족민들을 늘릴 차례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짝이 없는 저희들에게 짝들이 생기는 겁니까?”
이달투드워프 30명 중 짝이 있는 이달투드워프들은 8명 정도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22명은 짝이 없이 외로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다가 욕구불만이 터져서 괜한 사고를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사고 치기 전에 짝을 만들어 줘야겠다.’
“물론이다.”
“다른 이달투드워프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바로 당장은 아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단단히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는 내 동굴 부락 쪽을 봤다. 이 강가에서 대나무 숲이 울창한 동굴까지는 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거대하게 연결한다.’
내 계획은 현대의 메갈로폴리스처럼 대나무 숲 부락과 강가 부락을 중심으로 중간중간 부락을 만들고, 전체를 연결해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내 계획의 끝은 인류 최초의 도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설인들이 돌아온다면 석벽을 건설해서 완벽하게 방어를 할 수 있게 만들 생각이다. 그러니 단단히와 이달투드워프들이 세울 목책은 내 도시국가 건설의 기초였다.
“풀을 뜯어서 저들을 먹여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풀을 뜯어서 먹이는 일은 이달투드워프들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저들의 주요 임무는 도시 국가의 초석을 깔 목책을 건설하는 것이니까.
“사슴 씨족이라고 했지?”
“예. 그, 그렇습니다.”
사슴 씨족 족장은 내게 겁을 먹었는지 말을 더듬었다.
“왜 겁을 먹었지?”
“조, 족장님은 너, 너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피식 웃으면 된다.
“맞아, 원래 나는 대단해.”
누구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내 부족 사람들은 나를 신처럼 떠받들고 있다.
‘신!’
저들에게 어쩌면 나는 신 이상의 존재일지도 몰랐다. 최소한 나는 신처럼 무정하거나 외면하는 일 없이 저들을 아끼고 돌보고 있으니 말이다.
“맞다. 아들 족장님은 대단하시다!”
야크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큰바위가 큰 소리로 대답했고 그 목소리에 사슴 씨족 족장이 화들짝 놀라 큰바위를 봤다.
“……예.”
“아들 족장님! 저거 잡아먹어도 되나?”
뭐든 네발 달린 것만 보면 먹을 생각부터 하는 큰바위다.
“당장은 안 돼.”
“또~”
물소를 키워야 한다고 했을 때 실망한 표정을 보였던 그때처럼 울상이 된 큰바위였다.
“대신에 고기 동굴에 꽉 차도록 고기를 넣어놨으니까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
거대늑대거북의 고기로 고기 동굴은 꽉 차버렸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을 잡아먹는 게 맛있다…….”
“잡은 것부터 먹는 거다.”
“알았습니다. 아들족장님.”
나는 사슴 씨족 족장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지.”
‘사슴 씨족이니 살던 곳 근처에 사슴이 꽤 있겠지.’
악어머리부족 옆에는 악어가 넘쳐났던 것이 떠올랐다.
“제 이름은…….”
여전히 사슴 씨족 족장이 내 눈치를 봤다.
“사슴 씨족은 거북 씨족을 따라 첫 번째로 이빨호랑이 부족에게 반항한 부족입니다. 이번 참에 족장님께서 이름을 내려주십시오.”
거산이 말했고 그것도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게 그러셨듯이 이름과 성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럴까 그럼?”
“예. 족장님.”
“이름을 주신다고요?”
“내 이름은 거산이지. 산맥 거씨다. 하하하!”
거산의 말에 그저 눈만 멀뚱거리는 사슴 씨족 족장이다.
‘근친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으로 구분하는 것도 좋겠네.’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힘이 드는 일은 아니니까.
“너는 사슴 씨족이니 앞으로 너는 산맥 사씨다.”
“산맥 사씨라고요?”
“산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거산이 산맥 거씨거든.”
사슴 부족이니 사씨로 성을 내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름은 초(草)다. 성은 사 이름은 초, 사초!”
내가 생각하는 초의 단어는 뜻은 풀. 한마디로 앞으로 평생 풀을 뜯어서 야크를 먹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다. 목축을 업으로 해서 사는 사람들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인류 최초로 목동을 임명하셨습니다. 명성 수치 100포인트가 상승했습니다.
명성 수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떴다.
‘좋았어.’
내 명성 수치는 7,000 초반이다. 무지막지한 스킬 탓에 엄청나게 하락했기에 수치 100포인트가 상승했다는 메시지도 이렇게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