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예. 알겠습니다.”
“사초! 넌 좋은 줄 알아라. 아무나 이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족장님은 아끼는 부하들에게만 이름을 주신다. 그리고 성과 이름이 있다는 것은 이름만 있는 사람들보다 대단하다는 뜻이다.”
거산의 말에 사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초!”
“예. 족장님!”
“네가 살던 부족 근처에 사슴이 많지?”
“어떻게 하셨습니까? 뿔이 커다란 놈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럼 네가 그 사슴들을 이곳으로 끌고 와야겠다.”
“제가요? 어떻게 발이 빠른 사슴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겠습니까?”
“너는 길잡이만 하면 된다.”
“예?”
무슨 뜻인지 몰라 사초가 멍해졌다.
* * *
“타!”
사초는 백랑1에게 타라는 말에 벌벌 떨었다. 보통의 늑대보다 3배는 큰 덩치를 가진 백랑들이다. 게다가 이빨은 날카롭고 발톱 또한 단단하다.
“저, 저를 잡아먹는 거 아닙니까?”
“절대 그런 일 없다니까.”
“족장님도 입에 단내가 나시죠? 저도 설득을 시키느라 입에 단내가 났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아주 잘 설명했어야지.”
나는 장난스럽게 거산에게 눈을 흘겼다.
“죄송합니다. 족장님!”
“타라!”
내 명령에 사초가 마지못해 백랑의 등에 탔다.
“털을 꽉 잡아라.”
“예.”
사초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백랑1의 하얀 털을 꽉 잡았다.
“오른쪽으로 갈 것이면 오른쪽 귀를 잡아당기고, 왼쪽으로 갈 것이면 왼쪽 귀를 잡아당겨라.”
“예?”
“그래야 네가 살던 곳으로 가지.”
“아, 아 알겠습니다.”
“백랑! 일어서!”
내 명령에 백랑이 일어섰고 그와 동시에 백랑에게 타고 있던 사초가 흔들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쿵!
“으윽!”
그때 알았다.
나 말고는 무엇인가를 타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뭐든 쉬운 일이 없다.
“우선 타는 연습을 해라.”
“예.”
“그리고 앞으로 너와 네 사씨 씨족들은 풀을 뜯어서 야크를 먹이고 풀을 말리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못 먹는 풀을 뜯어 뭐합니까?”
“우린 못 먹어도 야크들은 그걸 먹고 산다.”
“아하, 알겠습니다, 족장님!”
“풀을 뜯는 일과 백랑을 타는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예.”
사초가 대답했고 나는 안장과 박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바쁘네. 언제쯤 편해지려나? 쳇.’
정말 할 일이 많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공군창설도 해야지.’
쉬지 않고 일할 생각이다. 공군이 창설되고 더 강해진 원시 수류탄으로 무장하면, 그때가 바로 레드와 제대로 한 판 붙는 날이 될 것이다.
해도 해도 할 일은 끝도 없다.
그나마 문명이 발달한 곳에서 살던 빛이 있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 빛이 없었으면 잠깐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끼옥과 설인들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1초라도 늦기만 해봐라. 정말 털을 다 밀어버릴 테다.’
문득 털이 빡빡 깎여 대머리가 된 설인들은 어떤 모습일까 떠올리다가 웃음이 터졌다.
‘그거 참, 엄청난 꼴이겠는데.’
* * *
강가에서 한참 떨어진 광활한 평야. 이곳은 내가 목숨을 걸고 솔플을 하다가 붉은 사자를 쓰러뜨린 바로 그곳이었다. 나는 지금 캭과 함께 이곳으로 왔다.
사씨 사람들은 백랑을 타는 연습을 하고 풀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고, 큰바위는 거대늑대거북을 구워 먹느라 바빴다.
‘언제 한번 날 잡고 다시 다이어트를 시켜야겠군.’
“멈춰, 도착했다.”
캭은 내 말에 묵직하게 썰린 거대늑대거북의 고기 몇 덩어리가 담긴 수레를 끌다가 멈추었다.
끼끼! 끼끼!
심심해 보이는 손오공도 따라왔다.
“그럼 어디 미끼를 뿌려 볼까…….”
나는 수레에서 묵직한 고깃덩이를 여기저기에 던졌다. 캭은 이번에도 저번처럼 유인해서 사냥하냐는 눈빛을 던졌다.
“사냥이 아니라 공군 창설이다.”
캬옹?
“보면 알아. 우린 저쪽으로 가서 좀 숨자.”
거대늑대거북의 고기 냄새를 맡고 많은 것들이 몰려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는 하늘을 올려보고 캭이 끌고 있는 수레를 풀었다.
“잘 들어. 네 할 일은 저 고기를 노리고 오는…….”
캬옹!
내 말도 끝나기 전에 자기가 다 알아서 죽이겠다고 우는 캭이다.
“그래, 오늘은 네 마음대로 다 헌팅해도 된다. 그 대신에 이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해라.”
피 냄새를 가장 잘 맡는 것은 하이에나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내 목표를 쫓아낼 수 있기에 고깃덩이에 달라붙지 못하게 쫓아내야 하는 놈들이고, 그 역할을 캭이 하면 된다.
“가! 얼씬도 못하게 해.”
캬옹.
캭이 뛰었다. 그리고 바닥에 놓은 고깃덩이 중 하나를 물어 쏜살같이 사라졌다.
“야! 임마! 먹튀하냐!”
요즘 캭이 한창 까분다. 아마 출출한 모양이다. 게다가 이젠 스스로 불도 붙일 줄 아니 어디선가 알아서 구워 먹을 것이다.
“에이 씨, 아냐, 끼옥으로도 되니까.”
나는 파란 하늘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땅속에서일어서의 동굴목책 앞.
“바구니를 아주 크게 만들어라.”
땅속에서일어서는 헌팅을 나가기 전에 연꽃에게 여자들을 시켜서 대나무 바구니를 아주 크게 만들라고 부탁을 했다. 연꽃은 그 부탁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얼마나 크게 만들면 되나요? 큰어미님!”
“저기 과일 통보다 더 크게 만드세요.”
“그, 그렇게 크게는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려운 것 없어.”
여자들은 아주 크게 대나무 바구니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기겁했지만 연꽃은 여유만만했다.
“대나무를 가지고 와.”
“예, 큰어미님!”
여자들이 미리 잘라놓은 대나무를 가지고 왔다.
“처음에는 반달처럼 휘어.”
“예.”
연꽃은 이제 큰어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었다. 직접 실행하지는 않고, 말로 지시하기 시작했고 연꽃의 지시대로 여자들이 낑낑거리며 대나무를 휘었다.
그리고 반달처럼 휘어진 대나무 두 개를 연꽃이 가죽끈으로 연결해 원이 되게 만들었다.
“자, 이제 대나무를 단단하게 엮어.”
“예. 단단하게 묶었습니다.”
“다시 대나무를 반달처럼 휘어서 움막처럼 묶어.”
여자들은 연꽃이 아주 영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시범을 잘 따르는 모습만을 봤기 때문에, 땅속에서일어서의 지시 없이도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다.
물론 땅속에서일어서가 미리 약간의 언질과 조언을 해 줬지만, 부족 사람들은 연꽃을 대단하다고 생각해 우러르고 있었다.
그런 단순한 작업이 몇 번 계속됐고, 거대한 바구니의 틀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대나무를 쪼개서 안과 밖으로 넣어서 대나무에 묶어.”
“예. 큰어미님!”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 거대한 대나무 바구니가 만들어졌다.
“이걸 뒤집으면 움막이 되겠어요.”
“그러네, 임시 움막으로도 쓸 수 있겠네.”
연꽃이 만든 거대한 대나무 바구니는 다섯 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움막의 크기와 비등했다.
“잘 봤지? 이런 것을 많이 만들어.”
“예. 알겠습니다.”
“빛 언니는 어디에 계시지?”
“아들에게 글자라는 것을 가르치신다고 아이들을 모아가셨습니다.”
“글자?”
“예.”
“족장님이 말씀하신 건가 보네?”
이미 연꽃은 땅속에서일어서에게 한글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고, 영특한 그녀는 빠르게 한글을 익히는 중이었다.
“알았다. 계속 만들어.”
“예. 큰어미님!”
“큰어미님!”
그때 제비꽃이 급하게 뛰어왔다.
“왜 그러세요?”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햇볕이 뜨겁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예. 알았어요.”
“제가 꿀 빙수를 만들어드릴게요.”
“예, 가시꽃도 부르세요. 같이 먹게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네요.”
“그러게요, 요즘 들어 부쩍 밖으로 나가긴 하죠.”
놀랍게도 가시꽃은 땅속에서일어서처럼 헌팅을 통해 레벨을 올리는 데 힘쓰고 있었다.
그렇게 레벨을 올리려는 것은 자기 아들인 차돌을 데리러 가기 위함이었다.
* * *
손오공은 내 지시를 받아 작은 돌들을 바구니에 수북하게 모아왔다.
“수고했다.”
나를 보며 씩 웃는다. 아마 손오공도 레벨이 꽤 오르면 캭보다 더 능글맞은 놈이 될 것 같다.
“모여들고 있네.”
파란 하늘이 온통 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까악! 까악!
썩어가는 고기 냄새를 맡고 까마귀들이 모여들고 있다.
‘저것들이 내 공군창군 멤버들이지.’
사실 처음에는 끼옥처럼 보라매들을 테이밍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보라매의 개체 수가 적기에 목표를 바꿨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까마귀들이다.
“뭐든 크다니까.”
원시시대의 까마귀는 내가 알고 있는 까마귀보다 두 배 정도 큰 것 같다. 테이밍을 당하고 레벨 업을 해 강해지면, 끼옥이 얼음을 들고 나른 것처럼 연꽃이 만들고 있는 바구니를 들고 하늘 위를 날 것이다. 그럼 엄청난 보급 전력이 된다. 물론 한두 마리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바구니 하나에 20마리씩 배치를 하면 되겠지.”
끼끼! 끼끼!
그때 손오공이 자신은 준비가 끝났다는 투로 소리를 내며 나를 봤다.
“나도 준비 끝!”
내 손에는 손오공이 모아온 조약돌이 들려 있다. 이제부터 내 투척에 죽고 사는 것은 까마귀들의 몫이고 사는 놈들은 내 공군이 될 것이다.
“시작하자.”
나는 눈치를 보며 하늘에서 내려앉아 거대늑대거북의 고기를 뜯기 시작한 까마귀를 향해 조약돌을 겨냥했다.
팍!
까아아악!
까마귀 한 마디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그 자리에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내려앉았던 까마귀들이 모두 화들짝 놀라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미미한 전투경험치를 확보했습니다. 차후 레벨 업까지 까마귀 50,000마리를 헌팅해야 합니다.
어이가 없는 메시지가 떴다.
“미친?”
50,000마리를 잡으려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어도 안 될 것이다.
“그나저나 저 새끼들이 다시 내려오지 않네.”
절로 인상이 찡그려지는 순간이다. 까마귀들은 내 머리 위에서 빙빙 돌기만 했다.
“하아, 쉬운 일이 없네.”
하늘 위에는 300마리 정도의 까마귀가 날고 있는데 땅에 내려앉은 놈들은 없었다. 왜 까마귀들이 머리가 좋은 새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이곳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저 상태 그대로일 것 같다.
“저 새끼들 사람 오기가 생기게 하네.”
하지만 조약돌을 던져서 잡을 거리는 아닌 것 같다.
“방법이 있기는 한데…….”
저 까마귀들을 테이밍하기 위해서는 내 명성 수치 500을 허비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지. 추락사로 뒤지는 것은 너희들 몫이다.”
명성 수치 500도 내게는 아주 중요하지만, 공군 창설을 누구보다도 먼저 하고 싶었다. 물론 나처럼 레드가 이런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공군은 분명 내게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