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백색 늑대의 두 앞발을 끼우고 어깨로 연결해서 백색 늑대에 탄 기수들이 중심을 잡게 해 주는 도구다.”
“아~ 그렇군요.”
“이것도 안장과 같이 만들어.”
“예, 알겠습니다.”
이제 내가 할 것은 다 한 것 같다.
‘저거, 조네?’
바닥에 앉아 있는 배트맨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배트맨! 너, 졸고 있냐?’
-안, 안 좁니다요!
‘가자.’
-어딜 말입니까, 아~ 예, 동굴로 모시겠습니다요!
동굴이 던전이 맞다면 레벨 업을 할 좋은 기회다.
‘동굴로 가기 전에 사초한테 가봐야겠군.’
말은 안 했지만 지금 하늘 부족 전체가 이빨호랑이 부족을 전멸시킬 훈련과 도구를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만들고 있는 것은 내게 투항한 사슴 부족의 부족장인 사초다.
‘납이 이렇게도 쓰이네. 흐흐흐!’
적을 공격하는 무기는 잔인하면 잔인할수록 좋은 법이다.
* * *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악어머리 족장이 딱 그런 상황에 있었다.
그는 지금 이빨과 함께 자신의 움막에 가택 연금을 당한 상태였다. 물론 악어머리 부족 누구도 악어머리 족장을 가뒀다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내가 내 움막에 갇힌 꼴이 됐군. 으음…….”
“큰눈만이 아니라 전사들의 눈빛까지 다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마치 뭔가에 홀린 것 같습니다.”
“아마도 큰눈을 홀린 어둠이 그랬을 것이다.”
“그런 것 같습니다.”
“큰눈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이것은 악어머리 족장에게는 위기라면 위기였다.
“정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남아 있는 부족들을 공격해서 무릎을 꿇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빨과 악어머리 족장이 이런 정보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먹을 것을 넣어주는 여자들 덕분이었다. 큰눈이 데려온 여자는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만을 홀렸지, 여자들에게까지 손을 대진 않았는지 눈치를 보며 이빨과 악어머리 족장에게 말한 거였다.
“내가 강바닥 깊숙이 들어가면 자기 자리인 것을…….”
“망할 어둠이 큰눈에게 또 무슨 소리를 할지 모릅니다. 족장님께 이렇게 되어버린 것도 다 그 망할 년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큰눈이 내게 더 심한 짓을 할 게 남았나?”
아들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것 때문인지 악어머리 족장은 감금을 당한 후부터 씁쓸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아직 큰눈은 족장이 아닙니다.”
이빨의 말에 악어머리 족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내 아들이 족장의 자리 때문에 나를 죽이기라도 한다는 것이냐?”
“큰눈은 지금 어둠에게 홀려 있습니다. 맨정신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
“도망치셔야 합니다.”
“어디로 도망을 칠까? 도망을 친다고 해도 내가 갈 곳이 있겠나?”
악어머리 족장도 이곳에 계속 감금되어 있으면 큰눈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갈 곳이 없는 그였다.
“딱 한 곳이 있습니다.”
이빨이 고심 끝에 악어머리 족장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아들에게도 배신을 당한 나 같은 것이 갈 곳이 있다고?”
“예, 족장님! 연꽃 님이 계신 하늘 부족으로 가시는 겁니다.”
“으음…….”
악어머리 족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리 내가 절벽 끝에 서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신세지만 힘도 없는 곳으로 도망쳐서 목숨을 이어가란 말인가?”
“제 생각으로는 어둠, 그년만 죽이면 모든 것을 다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어둠은 입술이달다를 말하는 거였다.
“아들에게까지 배신을 당했는데 도망쳐서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끝난 것이다. 으음…….”
악어머리 족장은 모든 것을 포기한 눈빛을 보였다.
‘아들이 나를 배신했다고 내가 아들을 배신할 수는 없지.’
* * *
큰눈의 움막.
큰눈은 하마 부족의 잔당들을 사로잡아 잔학하게 고문을 하며 즐기고 있었다. 움막 안에서는 입술이달다와 뚜따가 서로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주술에 걸어놨군.’
뚜따를 찬찬히 살피는 입술이달다는 뚜따가 어떤 존재인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뚜따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물소 부족 출신이라고?”
뚜따는 자신을 부른 입술이달다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녀는 큰눈을 대동하지도 않은 채 몰래 자신을 불러냈다. 그러니 심상치 않은 의도가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렇습니다.”
“목책 앞 장대에 걸린 해골 중에도 물소 부족 출신 전사의 머리가 많겠지.”
입술이달다의 말에 뚜따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럴 겁니다.”
“그런데 왜 큰눈에게 충성을 하지? 왜 악어머리 놈들에게 개처럼 납작 엎드려서 꼬리를 흔들지?”
입술이달다가 뚜따를 보며 묘한 미소를 보였다.
“……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잘근잘근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에게 엎드리다니.”
“도대체 지금 제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는 거지. 네가 데리고 있는 20명의 어린 전사들도 너와 똑같이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는 것 같은데, 그게 누구냐?”
입술이달다의 말에 뚜따가 인상을 찡그렸다.
“악어머리 부족의 주술사는 결코 아니다. 누구냐?”
“저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너는 큰눈의 부하가 절대 아니다. 누구를 섬기느냐?”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뚜따가 처음으로 매섭게 입술이달다를 노려봤다.
“후후, 긴장할 것 없다. 나는 너와 목적이 같은 사람이다.”
“예?”
“악어 놈들의 머리를 모두 저 장대에 거는 것이 내 꿈이다. 보아하니 너도 그런 것 같은데?”
“으음…….”
“내가 너에게 걸려 있는 그 엄청난 것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냐?”
“예?”
“넌 지금까지 내가 본 그 누구보다 강하다. 그 강함을 너의 주인이 아닌 너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어떨까?”
입술이달다는 뚜따의 마음속에 욕망을 불어넣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잠깐!”
순간 입술이달다가 뚜따의 말을 잘랐다.
저벅, 저벅.
큰눈의 움막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쉿, 큰눈이 오고 있다.”
입술이달다의 말에 뚜따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놈은 우리가 한편이 되어서라도 꼭 죽여야 하는 놈이지.”
“그러는 대신 제가 지금 들은 이야기를 큰눈 님에게 그대로 말씀드리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네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아. 호호호!”
움막 안으로 큰눈이 들어섰다.
“큰눈 님을 뵈옵니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제가 불렀어요.”
입술이달다의 말에 잠시라도 뚜따를 매섭게 노려보던 큰눈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그랬나? 잔치를 벌일 놈들을 실컷 잡아 왔다. 이제 네가 웃는 것을 보자. 하하하!”
큰눈은 오직 입술이달다가 웃는 것을 보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잔치를 열 참이었다.
“너무 좋아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입술이달다가 큰눈을 보며 교태를 부렸고, 큰눈은 손을 내저어 뚜따에게 나가라는 신호를 줬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버지를 잘 감시하고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족장님!”
그렇게 뚜따는 큰눈에게 묵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흐응, 족장님이 되셨어요?”
“그래, 이제 내가 악어머리 부족의 족장이다.”
“진짜 족장이신가요?”
입술이달다가 묘한 눈으로 큰눈을 봤다.
“뭐?”
“당신은 아직 족장이 아니에요. 악어머리 족장이 죽기 전에는 절대 진짜 족장이 아니랍니다.”
“뭐라고?”
“한 부족에 족장이 둘일 수는 없죠. 지금은 부족 전사들이 큰눈 님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시 악어머리 족장에게 엎드릴 수 있죠. 저는 무서워요. 당신이 없을 때 그래서 뚜따를 제 옆에 있게 한 거예요. 당신이 믿는 뚜따라면 절 지켜줄 테니까요. 그러니…… 진짜 족장이 되어주세요. 그래야 제가 안심하고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죠.”
입술이달다는 자신의 손을 뻗어 뱀처럼 큰눈의 목을 휘어 감으며 속삭였다.
“진짜 족장…….”
큰눈의 눈이 번뜩였다.
* * *
대나무 숲에 있는 공터에 도착하자 사초가 나를 힐끔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족장님을 뵈옵니다.”
그의 손이 맨손인 것을 보고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내가 맨손으로 저 빛나는 것을 만지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하, 하지만 만들어주신 장갑은 너무 묵직해서 빛나는 조각들을 호리병에 빠르게 넣기가 불편합니다.”
“그래도 안 돼! 뭐하는 거야? 어서 장갑을 껴라!”
빛나는 것은 납이다. 그리고 납은 중독된다. 물론 그것을 원시인들인 저들은 모르지만 나와 빛은 알고 있다. 무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사가 될 부족민들이 납중독에 빠지게 된다면 말도 안 되는 손실이다.
“예, 알겠습니다.”
“천천히 만들어도 상관없으니 반드시 저 장갑을 끼고 해야 한다.”
“예, 족장님!”
“그래서 몇 개나 만들었지?”
“연꽃 님이 만들어주신 호리병에 기름을 넣고 빛나는 조각들을 200개씩 넣은 것이 300개입니다.”
원시적인 형태를 벗어난 수류탄이 300개가 만들어졌다는 소리다.
‘공군들이 이 수류탄을 하늘에서 떨어트리기만 하면 무적이지.’
이 시대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류탄은 진정 재앙이다. 나를 막고 버틸 적들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5일 안에 700개를 더 만들어라.”
“예, 알겠습니다.”
호리병에 기름을 넣고 납으로 만든 구슬을 넣고 입구를 심지로 막으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장갑은 꼭 끼고 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네가 빛나는 조각이라고 한 것은 사람의 몸에 박히면 살을 썩게 하는 거다. 그러니 절대 맨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수고하도록.”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그럼 가자!’
-알겠습니다요.
이제 드디어 배트맨이 발견했다는 동굴로 갈 여유가 생겼다.
‘오랜만에 불개미 세트를 입어보네.’
* * *
동굴 앞.
-여깁니다요.
배트맨은 동굴 앞을 맴돌며 내게 초음파로 말했다.
‘음산한 느낌이 꼭 진짜 던전 같네.’
“네가 안에 들어갔나?”
-슬쩍 주위만 돌았습니다요.
“뭐가 좀 있었어?”
-무서운 소리가 들려서 안으로 깊게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요. 하지만 ‘으으으’ 이러는 무서운 소리가 들렸습니다요.
바람이 동굴 속에서 불어 일어나는 소리에 배트맨이 놀라서 저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 동굴 안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의 울부짖음일 것이다.
“뭐,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나는 바로 불개미 투구를 쓰고, 천부의 검과 악령의 방패를 들고 동굴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지하 던전에 진입하셨습니다.
예상했던 메시지가 떴다.
그런데 던전 최초발견자라는 메시지가 없다.
‘뭐지?’
광역 필드 던전에 진입했을 때와 똑같다.
‘혹시 이곳에도 레드가? 아냐, 그럴 리는 없어.’
만약 이 지하 던전에 레드가 다녀갔다면 나와 내 부족을 발견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다.
‘5년의 간극 때문인가? 혹시 훨씬 이전에 놈이 다녀온 곳인가?’
놈이 먼저 이 던전을 발견하고 클리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