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그곳에는 광활한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사람의 허리만큼 자란 풀들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가 치듯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고, 지평선 끝에서 끝으로 거대한 강이 흘렀다. 저 멀리에는 나무들이 빼곡히 자라 있었는데, 하늘에는 시조새인지 익룡인지 모를 놈들이 날고 있었고, 동굴 안에서 만난 놈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말 여기만 무슨 백악기 같네.”
물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그나마 영화에서 봤기 때문이다. 아니면 황당해서 공포에 질려 있겠지. 산소가 달라서 그런지 하늘에 날아다니는 날벌레의 크기 또한 무척이나 컸다.
우우우~ 아아악! 크아아악!
쿵쾅! 쿵쾅!
목이 아주 기다란 용각류 공룡들의 질주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아이고, 젠장. 던전 클리어는 어렵겠네.”
한눈에 봐도 평야는 산 위에 있던 광역 필드 던전보다 넓어 보였다.
거기에는 예티나 백색 늑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강력해 보이는 공룡들이 우글거렸다. 저 중에는 동굴에서 나를 향해 덮쳐왔던 육식 공룡들도 잔뜩 있을 것이다.
머리 위에 익룡들도 있는데, 저놈들을 모두 죽여야 던전이 클리어 될 것이다. 그러니 클리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깝네…….”
인류가 나타나지 않아서인지 자연은 본디 그 자체의 원시림을 구성하고 있어 무심코 에덴동산이 떠올랐다.
“젠장! 사과나무도 있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동굴 입구와 가까운 곳에 사과처럼 보이는 열매가 달린 나무가 있었는데, 나뭇가지에는 거대한 도마뱀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다 좋다, 그럼 이 열매는 선악과고, 너는 아담과 이브를 꾄 뱀이냐? 워이! 위이!”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뱀 비스름한 몬스터를 쫓아내고 사과처럼 보이는 붉은 과실 하나를 땄다.
“목도 마르던 참인데 잘됐다.”
나는 사과를 베어 물듯 한입 크게 베어 물고는 꿀꺽 삼켰다.
우르르, 콰콰쾅!
순간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쳤다.
“아이 씨, 깜짝이야!”
놀랐지만 벼락은 저 멀리 숲이 우거진 곳에 내리 떨어졌고, 머쓱해져서 피식 웃고 말았다.
“일단 지금은 돌아가자, 잡생각 말고.”
나는 다시 동굴 안을 향해 뛰어갔다. 치우는 공룡들의 사체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뼈를 뽑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살을 깔끔하게 발라낸 뼈들이 마치 뼈 무덤처럼 쌓여 있었다.
-하하하, 내 실력이 어떤가?
“흐음, 칼질 좀 하네.”
저걸 모두 다 가지고 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럼 만들어야지.’
나는 저것들을 들고 가려면 어떤 도구를 만들까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지게면 다시 위로 올라갈 때 부담이 덜하겠지!’
속으로 뇌까리는 순간 지게의 모형도가 반투명으로 내 눈앞에 나타났다.
지금 있는 것만으로는 지게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만들 재료를 구하기 위해 다시 광야까지 나갔다 왔다.
덩굴을 한 아름 들고 온 나는 치우가 뽑아놓은 뼈 중에서 튼튼하면서도 가느다란 뼈들을 추려냈다. 그러고는 검으로 Y자 형태로 모양을 다듬고 홈을 파고, 그 사이에 막대기처럼 자른 뼈를 대충 끼워 넣어 지게를 만들었다.
뼈와 뼈가 만나는 부분마다 덩굴로 단단히 묶었다.
-지게(중급)
-나무나 짐을 옮기는 도구.
모든 작업이 끝나니 제작 메시지가 떴고, 발로 툭툭 차 봤지만, 역시 소재가 소재인 만큼 부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치우를 봤다. 치우는 왜 저런 것을 만들고 자빠졌느냐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나 더 만들어야겠네.’
치우는 덩치가 크고 힘도 좋으니 나보다 더 많은 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사용할 지게보다 몇 배나 더 큰 지게를 만들었다.
-주인, 뭘 만드는 거냐?
“뼈들을 옮겨야지. 이게 바로 그 도구다.”
-들기 힘들어 보인다.
“야, 안 해 보고 못 한다 하지 말자.”
치우가 메고 있는 지게에는 정말 내가 봐도 좀 무리다 싶을 정도의 뼈가 쌓여 있었다. 멀리서 누가 보면 동산을 옮기는 줄 알 것이다.
“나무꾼이라 생각해. 하하하!”
-내가 주인을 만난 후부터 별짓을 다 해 보는군. 으라차챠!
치우가 힘껏 기합을 넣고 일어섰다. 우리는 힘겹게 수직 가까이 나 있는 통로를 기어올라 던전을 빠져나왔다.
“좋아,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이번 공략은 꽤나 유익한 것들을 많이 남겼다.
* * *
악어머리 부족의 거대한 목책 앞.
입술이달다 때문에 반쯤 미쳐버린 큰눈과 살인을 통해 레벨 업을 하는 것에 열중한 뚜따 때문에 악어머리 부족의 목책 앞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해골이 늘어가고 있었다.
“이봐, 저것 봐, 저게 뭐지?”
목책 위를 지키고 있던 전사가 강 근처 수풀에서 뛰어오는 가시꽃을 보며 옆에 있는 전사에게 말했다.
“여자인데…….”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아, 가시꽃 아냐?”
“가시꽃은 연꽃 님과 함께 땅속에서일어서를 따라갔잖아?”
악어머리부족 전사들 중에서는 땅속에서일어서를 내심 흠모하는 전사들이 꽤 있었다. 큰눈이 난폭하게 변한 이후부터 더욱더 그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문 좀 열어주세요!”
가시꽃이 빠르게 뛰어와 소리쳤다.
“엄청 빠르네. 뒤에 뭐가 쫓아오나?”
가시꽃이 뛰어온 속도를 본 목책 위에서 경계를 서던 전사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뒤에 무엇이 쫓아오나 주시했다.
“넌 가시꽃이 아니더냐?”
“예,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족장님을 뵈어야 해요. 어서 문을 열어주세요.”
가시꽃이 재촉을 하듯 말했다.
“문을 열어라! 문을 열어라!”
끼이익, 거대한 목책의 문이 열렸다.
“너는 하늘 부족으로 가지 않았어?”
“휴우, 간신히 도망쳐 왔어요.”
가시꽃의 말에 전사가 놀라 되물었다.
“도망을 쳤다고? 왜?”
“그건 족장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가시꽃은 그렇게 말하고 악어머리 족장이 있는 초막으로 뛰었다.
“어, 어? 뭐 저렇게 빨라?”
마치 훈련받은 전사와 같은 속도였다.
* * *
악어머리 부족 으슥한 곳.
뚜따는 주위를 살펴보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땅속에서일어서에게 테이밍을 당한 다른 전사 중 하나를 으슥한 곳으로 불렀다.
“뚜따 님, 왜 불렀습니까? 경계를 서라면서요?”
전사는 살인을 즐기게 변해 버린 뚜따가 부른 게 달갑지 않았다.
“너, 내가 마음에 안 들지?”
뚜따의 말에 어린 전사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하지 않나? 사실대로 말해 봐라.”
뚜따가 회유하듯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제야 어린 전사가 뚜따를 째려봤다.
“예, 마음에 안 듭니다. 왜 갑자기 변하셨습니까? 왜 그렇게 사람들을 막 죽이는 겁니까! 우리의 주인이신…….”
어린 전사는 땅속에서일어서를 말하려다가 주변을 살폈고,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뚜따는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바로 어린 전사의 복부를 힘껏 찔렀다.
수우욱!
“커, 커헉……!”
“왜 그러냐고?”
뚜따가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레벨 업!
“켁…….”
쓰러진 어린 전사의 목에서 피가 뿜어졌다.
“사냥하는 것보다 사람을 죽이는 게 레벨 업이 빠르거든. 그리고 나는 더욱더 강해질 거다.”
뚜따는 이제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희열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괴물이 되고 있었다.
“크흐흐, 너까지 해서 벌써 16명째다. 쉽구나! 하하하!”
뚜따의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악마와도 같은 형상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휩쓸려 인간성을 상실하고 괴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 * *
“족장님! 족장님!”
가시꽃은 악어머리 족장의 초막 앞에서 조심히 족장을 불렀다. 이빨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히 초막을 가리는 갈대 문을 들어 올리고는 고개를 내밀었다.
“너, 너는……!”
“네, 가시꽃입니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너는 땅속에서일어서를 따라가지 않았느냐?”
“도망쳐 왔습니다. 모두가 땅속에서일어서에게 속으셨습니다.”
“뭐, 뭐라고? 그런데 여기에 있던 전사들은 못 봤느냐?”
“네? 전사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긴급히 족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가시꽃의 눈은 진정 다급했다.
“정말이군. 하여튼 어서 들어와라. 누구에게 들키면 안 된다.”
이빨의 말에 가시꽃은 바로 초막으로 들어섰다. 이빨으 이상하게 적막한 주위를 살폈다.
‘뭐지?’
보초가 없는 것은 뚜따가 불렀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악어머리 족장에게는 천운이나 다름이 없었다.
* * *
“지, 지금 뭐라고 했느냐?”
가시꽃의 이야기를 들은 악어머리 족장은 놀란 눈빛으로 되물었다.
“제가 간 하늘 부족은 제비꽃 님도 살아 계시고, 전사의 수도 100명이 넘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더냐?”
이빨도 놀라 되물었다.
“예, 한 치도 거짓 없는 사실입니다.”
가시꽃은 이 순간 두 사람의 눈동자에서 놀라움과 함께 희망 비슷한 것을 보고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땅속에서일어서는 제비꽃 님의 아들이 맞습니다.”
“믿을 수 없다.”
악어머리 족장은 큰바위가 땅속에서일어서를 자신의 아들이라고 이야기를 하던 것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진짜입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보고 들었습니다. 땅속에서일어서는 늑대발톱과 제비꽃 님의 아들이 맞습니다.”
가시꽃의 확언에 악어머리 족장과 이빨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제비꽃 님께서 제 정체를 알아내고 죽이려 하셔서 도망쳤습니다. 제비꽃 님께서는 이제…….”
“내 딸 제비꽃이 뭐?”
“이젠, 악어가 아니라 하늘 부족 족장의 어미이십니다.”
“으음…….”
더 이상 그녀는 악어가 아니라는 말에 악어머리 족장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족장님!”
이빨이 악어머리 족장을 불렀다.
“그렇다면…….”
“땅속에서일어서는 족장님의 손자이십니다.”
“그렇단 말이지.”
악어머리 족장에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일 수밖에 없다.
“예, 그렇습니다. 이제 가실 곳이 생기셨습니다.”
“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넌 몰라도 된다.”
이빨이 가시꽃을 노려보며 말했고, 가시꽃은 더는 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가시꽃의 머릿속에는 자기 아들인 차돌이 떠올랐다.
“족장님, 지금이 기회인 것 같습니다. 밖에 저희를 감시하던 전사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정, 정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들인 큰눈이 족장이 되기 위해 호시탐탐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지만 차마 악어머리 족장은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부족을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