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참혹하군…….’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원래 전쟁과 전투라는 것이 잔인한 것이지만 이 원시인 사회에서는 더욱 참혹했다. 무기가 투박한 만큼 당한 곳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사지 중 한 곳이 없는 시체는 오히려 양반이었다. 확실히 목숨이 끊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머리까지 짓이겨 죽은 시체들도 많았다.
불타는 마을은 마치 지옥 같았다. 죽은 자들은 목이 잘려 마을 입구에 장대에 걸렸고, 살아남은 자들은 마치 가축처럼 덩굴에 목이 묶여 한곳에 모여 있었다.
다른 약탈 환경과 사뭇 다른 것이 있다면 늑대발톱이 내게 보고한 것처럼 성인 남자들 죽지 않고 줄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창받이로 쓸 목적이다.’
약탈은 젊은 사내를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사로잡아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꽤 많은 남자들이 살아 있다.
‘좀 더 많군.’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의 수는 늑대발톱이 보고한 것보다 10여 명 정도 많아 보였다. 하나같이 모두 무척 강해 보이는 전사들이었고, 그중에 하나는 이빨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빨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놈은 부족에서 꽤나 높은 신분을 가진 놈일 것이다.
‘근육이 잘 발달한 놈들이군!’
난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놈들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탐이 나네.’
사실 내가 원하는 놈들은 저런 전사들이다. 저런 놈들이 내게 충성을 다하면 내 군대는 빠르게 강해질 거다. 하지만 저런 놈들은 무척이나 다루기 힘들다.
‘저것들을 내 부하로 삼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지…….’
아마 많은 씨족들이 내게 완벽히 충성하지 않을 것이고, 그저 저들의 눈치를 보며 겉으로는 굴복하지만 속으로는 불만을 키워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 내부에 분란이 생긴다.’
씨족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군림하는 존재가 이빨호랑이 부족에서 하늘 부족으로 바뀐 것밖에는 없는 거니까.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악어머리 족장이 부족을 팽창시키기 위해 쓴 전략이다.
사상누각인 것이다.
‘다 죽이는 게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
현 상황에서 다수의 충성심을 끌어낼 방법은 핍박하며 군림한 강성한 소수를 다수들이 보는 앞에서 죽여 대신 복수를 해 주는 것밖에는 없어 보였다.
‘거대한 숲에는 더 많은 씨족들과 내 백성들이 될 존재들이 있다.’
강한 근육을 가진 이빨 호랑이 부족 전사들을 탐내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강한 부족이 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강한 전사도 필요하지만 충실한 노동력이 되어 줄 존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번 전투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안전이다!”
“알겠습니다. 족장님!”
늑대발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약탈을 나온 놈들의 수가 40여 명 이상이다. 우리보다 수는 적지만 우리는 병력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우리보다 놈들의 수가 많다.
“예, 알겠습니다. 족장님!”
우리는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이 불태우고 있는 부락을 내려다보고 있다. 납작 엎드려 있는 것도 저놈들이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겠지만, 애초에 저놈들은 경계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상 저들은 약한 적들이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할 거라 예상한 모양이다.
“예, 맞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한다 해도 피해는 있기 마련이죠.”
“빛의 말이 맞다.”
“그럼 언제 공격합니까? 족장님!”
늑대발톱은 오랜만의 전투에 피가 끓어오르는 모양이다.
“대형을 펼치고 나서 공격한다.”
화살로 적을 공격할 때 밀집해서 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대형이 펼쳐지고 나서 쏘는 것이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무작위로 화살을 쏘는 것이 아니라 조준사격을 통해 저격할 생각으로 각궁을 쓰는 궁수들만 데리고 왔기에 전투 대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바로 준비할게요.”
빛은 짧게 말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또 하나!”
“예, 족장님!”
“잡혀가는 씨족들의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 이빨호랑이 부족에게 잡힌 씨족들은 내 백성이 될 존재다. 저들은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에게 끝없는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힘이 부족하고, 여자와 아이들이 포로로 잡혀 있기에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저들이 우리 전사가 되는 겁니까?”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아니, 아무나 하늘 부족의 전사가 될 수는 없다.”
모진 훈련을 이겨낸 자들만 전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원시시대에서 성인 남자는 모두가 전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 중에서도 내 훈련을 통과한 자들만 전사로 쓰고, 노동력과 전투력을 완벽하게 구별할 생각이다. 그 엄선된 전투력이 나와 내 혈족의 든든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내 아들을 위해서도…….’
물론 태어날 아이가 아들일지 딸일지는 아직은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하오면?”
“백성이 되는 거지. 우리 하늘 부족의 노동력이 된다.”
아마도 이달두드워프와 비슷하게 쓰이게 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족장님!”
난 힐끗 고개를 돌려 내 병력을 봤다. 20여 마리의 백색 늑대와 30여 명의 전사가 보였다.
‘약간 긴장하고 있군.’
저들 중 일부는 스스로가 강하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까지 이빨호랑이 부족 밑에서 억압받아 왔다. 즉, 저들의 마음속에는 복수심이 꿈틀거리고 있지만 공포 또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투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긴장한 눈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전투 이후에는 저 눈빛에서 공포는 조금도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최고의 전사로 거듭날 것이다.
지금은 두고 온 전사들까지 합쳐도 150명도 안 되지만 앞으로 꾸준히 병력의 수를 늘려 10배, 100배까지 늘려 난 전 지역을 지배하는 군주가 될 것이다.
‘모든 권력은 힘에서 나오지.’
“활을 다오!”
내 말에 전사 하나가 캭의 옆구리에서 급히 각궁을 꺼내 내밀었다.
“좋아! 시작이다.”
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각궁의 시위를 힘껏 당겼다.
활시위가 내 뺨에 붙었다. 눈을 치켜뜨고 가장 후미에 있는 전사를 노려봤다.
‘난 절대자가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빛의 지시를 받은 병사들이 일제히 각궁의 시위를 당겨 적을 조준했다. 그들이 조준한 적은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 놈들이다.
“내가 먼저 쏘고 따라 쏜다!”
“예, 족장님!”
“늑대발톱!”
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당겼던 활시위를 풀었다.
“예.”
“전랑대를 뒤로 물려라.”
“예? 하, 하지만…….”
“놈들이 우리의 숫자를 보고 겁에 질려 도망칠 수도 있다. 놈들이 얕잡아 보고 과감하게 돌격해 오게 만들겠다.”
궁수들의 숫자는 빛을 포함해도 10명이다. 그에 반해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의 수는 40여 명이다. 만약 저들이 백색 늑대들을 보고 본진까지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숫자가 적다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돌격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늑대발톱이 뭔가를 떠올렸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그렇게 되면 포로들과 분리되지.”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전랑대를 뒤로 물려라. 놈들이 우릴 향해 돌격해 오면 그때 돌격하면 된다.”
“예, 알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엎드려 있던 전랑대 기수들이 바로 백색 늑대의 등에 올라타서 뒤로 물러났다.
“내 손을 보면 된다.”
“예, 족장님!”
백색 늑대들은 뒤로 물러나 바짝 땅에 엎드렸고, 이제 놈들은 내 전랑대를 볼 수 없게 됐다.
나는 다시 전사 하나를 조준하여 힘차게 당겼던 시위를 놨다.
수이이웅!
내 각궁에서 날아간 화살이 빠르게 적을 향해 날았다.
“공격해라! 창을 든 놈들을 쓰러트려라-!”
내 외침과 함께 조준사격이 가능한 궁수들이 창을 들고 있는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을 향해 활을 쐈다.
* * *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이빨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 전사 우두머리가 소리쳤다.
“예, 알겠습니다. 다들 일어나!”
퍽퍽! 퍽퍽!
“으악!”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포로들을 묶은 줄을 잡아당겼지만, 포로들이 주춤거리자 매질을 시작했고, 그 매질에 비명 소리가 들렸다.
저 비명 소리의 뒤에는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의 절망이 이어질 것이다.
쉬우웅! 슈슈슝!
퍽! 퍼퍼퍽!
“으아악!”
“뭐야? 웬 비명 소리냐?”
전사들을 지휘하던 전사 우두머리는 거친 비명이 들리자마자 급히 돌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전사 우두머리의 눈에는 나무 꼬챙이가 목에 박혀 피를 뿜어내고 있는 자신의 부하만 보이고 그를 저 지경으로 만든 적은 보이지 않았다.
전사 우두머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슈수우우!
두 발의 화살이 다시 날아 앞에 있는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의 등에 박혔다.
“아아악!”
전사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다시 앞으로 쓰러졌다.
“저, 적이다! 적이다!”
그와 동시에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이 놀라 혼란에 빠진 거다.
적이 혼란에 빠지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는 기습에 성공했다. 이제부터는 전투가 아니라 도륙이 될 것이다.
* * *
“쏴라!”
내 명령에 각궁을 든 병사들이 시위를 당겼다. 총 10발 정도의 화살이 동시에 날았다.
수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화살이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를 향해 날았다.
그와 동시에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 병사 셋이 쓰러졌다.
“아아악!”
“적이 저기에 있습니다!”
다급한 목소리의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 병사 하나가 우릴 발견했는지 당황하고 있는 전사 우두머리에게 소리쳤다.
“적입니다! 저 위에 있습니다!”
이빨호랑이 전사가 가리키는 곳을 본 전사 우두머리가 외쳤다.
“나도 보고 있다!”
전사 우두머리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흥, 고작 열 놈 정도군. 감히 겁도 없이 우릴 공격해? 공격하라! 놈들에게 이빨호랑이의 힘을 보여 줘라!”
역시 놈들은 오판을 내렸다.
“예, 알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40여 명 정도의 전사가 불타는 마을의 허름한 목책을 뒤로하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멍청한 놈들!”
역시 원시인에게는 전술 따위는 필요도 없는 거였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목책을 버리고 돌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난 돌격해 오는 놈들을 보며 손을 번쩍 들었다.
내 뒤에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빛과 궁병들이 있다.
“상상도 못한 일을 보게 해 주지!”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내 손짓을 보고 빛은 앙칼지게 병사들에게 소리를 쳤다.
“공격 준비해!”
빛의 명령과 동시에 궁수들이 힘껏 각궁의 시위를 당겼다.
‘자연스럽게 분리가 됐군.’
놈들의 돌격에 포로로 잡혀 있는 씨족들이 적들과 분리가 됐다. 이보다 좋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쏴라!”
슈슈슈! 슈슈슈!
난 내게로 돌도끼를 휘두르며 돌진을 하는 놈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일 앞에서 달려오는 놈들이 쓰러지면 바로 돌격하라.”
“예, 족장님!”
내 명령에 내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늑대발톱과 전랑대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