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캭! 준비됐냐?”
캬아악!
내 물음에 캭이 크게 한 번 울부짖었다.
“무엇보다도 애들이 갇혀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캬악!
캭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마치 철옹성처럼 높게 솟아 있는 이빨호랑이 부족의 목책을 올려다봤다.
“참~ 높게도 올렸다.”
그리고 거산과 함께 큰바위가 이끌고 간 거대불곰들이 예정된 위치로 이동했는지 궁금해졌다.
“때가 되면 신호가 오겠지. 신호가 오면 바로 뛸 거다.”
캬옹!
캭이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한 번 울었다.
* * *
이빨호랑이 부족의 목책 위.
“족장님, 거대불곰들이 사라졌습니다!”
목책 위에 있는 전사 하나가 거대불곰들이 숲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아쿤에게 소리쳤다.
“나도 보고 있어! 고작 불곰 놈들이 뭐가 그렇게 겁이 난다고 빽빽 소리를 지르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우리가 세운 목책은 높다. 그리고 목책 아래에는 300여 명이 버티고 있다. 그러니 거대불곰 놈들이 몰려온다 해도 우리가 이긴다.”
“예, 알겠습니다. 아콘 족장님!”
“그런데 왜 불곰들이 갑자기 사라졌을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짐승 놈들의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아?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이라도 찾으러 간 모양이지.”
아콘은 그렇게 말을 했지만 내심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잘 살펴라. 혹시 숲에서 다시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잘 지켜봐라.”
“예, 족장님!”
“그리고 던질 것들은 뭐든 목책 위로 올려라.”
“이미 창과 돌덩이들을 충분히 올려놨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준비는 철저히 했다. 우린 먹을 것도 많고, 무기도 많다. 그러니 걱정할 것이 없다. 춥네. 추우니까 저것들도 곧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콘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입에서 허연 김이 나왔다. 그만큼 이 거대한 산맥은 추워지고 있었다.
“지난겨울보다 더 추워진 것 같습니다.”
“그런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추우면 우리야 좋지. 흐흐흐! 놈들은 분명 공격하다가 지쳐서 돌아갈 게 뻔하다. 우리는 버티기만 하면 된다.”
아콘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속으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었다.
* * *
강가 옆 숲속에는 작은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악어머리 부족에서 간신히 도망친 악어머리 족장과 이빨, 그리고 그들을 안내하는 가시꽃이 옹기종기 그 주변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가시꽃의 아들인 차돌은 지쳤는지 그녀의 품속에 안겨 칭얼거렸고, 가시꽃은 아들을 어르고 달래고 있었다.
“엄마, 나 배고파.”
“우리 아들, 배고파?”
어느 정도 안정되었는지 차돌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가시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큰눈과 뚜따에게 쫓기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보고 힘이 절로 솟는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응, 배고파.”
“잠깐만 기다려, 엄마가 먹을 걸 가져올게.”
“어디를 가려고?”
가시꽃이 일어나자 이빨이 경계하듯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
“강가로 가서 먹을 것을 구해 오겠습니다.”
“강가에는 악어들과 이빨 물고기밖에 없다.”
“먹을 게 없으니 그거라도 잡아서 먹어야죠.”
“뭐, 뭐라고?”
이빨은 경악했다.
악어머리 부족은 거대한 강을 지배하는 악어를 추앙하는 부족이다. 그로서는 이빨물고기라면 몰라도 악어까지 잡아먹는다는 가시꽃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지금 한시가 급해요. 배를 채우고 바로 떠나야 해요. 나쁜 놈들이 거의 다 쫓아왔을 겁니다.”
“으음…….”
악어를 잡아먹는다는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악어머리 족장은 나쁜 놈들이라는 말에 작지만 신음을 토해냈다.
“……그렇겠지, 차돌이라고 했지? 이 할아버지한테 오렴?”
“족장님한테요?”
비록 지금까지 볼모 비슷하게 지냈던 차돌이라 해도 악어머리 족장은 부족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 걸 잘 안다. 그런데도 그가 자신에게 할아버지라 하자 깜짝 놀라 칭얼거리는 것도 잊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봤다.
“네 엄마가 내 딸이니 너는 이제 내 손자이지.”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가시꽃이 살짝 놀란 눈빛으로 그를 봤다.
“족, 족장님!”
“가시꽃아…….”
“예, 족장님!”
“그동안 내가 몹쓸 짓을 했구나, 미안하다.”
큰눈이 변했고, 자기가 이뤄낸 악어머리 부족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순간 악어머리 족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악어머리 족장에게는 더 이상 강인하고 굳건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저 나이를 먹어 힘을 잃은 노인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전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가시꽃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강가로 뛰었다.
“지금까지 차돌을 업고 뛰었으면서 지치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뛰어가는 가시꽃을 보며 이빨이 악어머리 족장에게 말했다.
“그렇구나.”
“저 아이도 뚜따처럼 변한 것 같습니다.”
이빨의 말에 악어머리 족장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 *
“여기서 쉬어요.”
입술이달다는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진군을 거듭한 300여 명의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과 뚜따를 오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큰눈에게 쉬자고 제의했다.
“여기서 쉬자고?”
입술이달다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는 큰눈이기에 주변을 살폈다.
그는 난폭한 눈빛으로 큰눈과 악어머리 족장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큰눈과 악어머리 족장의 자취도 아니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300여 명의 전사도 아니고 오직 입술이달다만이 보였다.
“들것에 앉아 있는 것도 힘이 들어요.”
지금 큰눈과 입술이달다는 가마 형태의 들것을 타고 있었다. 물론 이것을 고안해 낸 사람은 입술이달다였고, 마치 큰눈과 입술이달다는 왕과 왕비처럼 편안하게 진군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면 가시꽃과 이빨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 순간 애가 타는 것은 뚜따였다.
‘땅속에서일어서는 나보다 더 강할 거야.’
뚜따는 가시꽃이 하늘 부족으로 가 자신들이 공격해 오고 있다는 것을 고한다면 땅속에서일어서는 대비를 할 것이고 오히려 자신들이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도망치고 있는지 아는데 뚜따는 왜 그렇게 마음이 급한 거지요?”
입술이달다의 말에 뚜따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맞다. 아버지는 하늘 부족 말고는 도망칠 곳이 없다. 그러니 그곳으로 가면 된다.”
입술이달다의 말에 큰눈은 가마 위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진군 속도를 늦추라고 외쳤고, 뚜따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술이달다를 봤다.
‘네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이냐…….’
뚜따는 요사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입술이달다를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그녀가 더 큰 것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피!
더 많은 사람의 생명!
더 큰 전쟁과 더 많은 사람의 죽음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예, 알겠습니다.”
뚜따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큰눈에게 대답을 하고 돌아섰다.
“오늘은 이곳에서 쉰다. 모두 모닥불을 피워라!”
“예, 알겠습니다. 뚜따 님!”
300여 명의 전사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사실 큰눈이 땅속에서일어서를 공격하기 위해 전사들을 소집하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몇 시간의 간극은 이렇게 좀 더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모닥불이 피워졌고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모닥불 근처에 큰눈과 뚜따 그리고 입술이달다가 앉았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예전 이빨을 따라 하늘 부족으로 갔던 전사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네가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큰…… 아니, 족장님!”
전사는 큰눈이라고 말하려다가 큰눈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는 것을 본 전사는 바로 족장이라고 바꿔 불렀다.
“이대로 쭉 강을 따라 올라서 세 번만 밤이 지나면 땅속에서일어서의 하늘 부족이 나옵니다.”
“그놈들이 강가에 부락을 세웠다는 거냐?”
“예, 그렇습니다. 대나무로 목책을 세웠지만 그리 단단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사가 본 목책은 이제는 야크를 키우는 목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물론 활활 태워진 상태라 다시 지은 거였다.
“단단하지 않다면 모조리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겠군.”
“예, 그렇습니다.”
“호호호! 잘됐어요. 당신은 이제 바다와 강, 그리고 저 높은 산까지 차지할 수 있게 됐어요.”
“산에는…….”
입술이달다의 말에 큰눈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저 높은 산에는 이빨호랑이 부족이라는 놈들이 있지.”
큰눈은 악어머리 족장이 자신에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 부족이 있습니까?”
“그래, 있다. 아버지께서는 그놈들이 우리만큼 강하고 잔인한 놈들이라고 했다. 우리 부족이 검은고래와 물소 그리고 범고래 부족을 모두 무릎 꿇게 한 후에 공격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산까지 차지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지.”
“왜 필요 없다고 하신 겁니까?”
“산에도 먹을 것들이 많지만 바다와 강보다는 적다고 하셨다. 굳이 공격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큰눈은 이 순간 자신에게 뭐든 자세하게 가르치던 악어머리 족장이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아버지와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땅속에서일어서, 그 망할 놈 때문이다.’
순간 큰눈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죽인다. 가죽을 벗겨서 최대한 고통을 느끼면서 죽게 만들어주마.’
바드득!
만약 이 순간 쉬지 않고 진군을 거듭했다면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없는 하늘 부족을 쉽게 접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큰눈에게 교태를 부리는 입술이달다 때문에 그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족장님!”
그때 뚜따는 이대로 쉬고 있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큰눈을 불렀다.
“왜?”
“이대로 쉴 것이 아니라 바로 쫓아가야 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아는데 쫓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공격해 오는 것을 땅속에서일어서가 안다면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도망?”
“그렇습니다.”
“하하하!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놈에게 도망칠 곳이 있을까? 높은 산에는 이빨호랑이 부족이 있다. 그리고 강가는 내가 다 차지했다. 놈들이 도망칠 곳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온다는 것을 알면 강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뚜따의 말에 입술이달다가 묘한 눈빛으로 뚜따를 봤다.
“강을 넘어서 도망을 친다면…… 우리도 쫓아서 강을 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강을 넘어서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도 마라. 나는 강하고 어디든 갈 수 있다. 이곳은 나의 것이다. 쉰다고 했다. 족장인 내가 쉰다면 쉬는 것이다.”
큰눈이 짜증스럽게 뚜따를 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