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하지만 내일 당장 떠날 필요는 없지.’
타크가 이 정도로 대부족을 이루어냈다면 헌터 최강욱도 용 부족 이상의 대부족을 만들어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레드였다.
“당장 내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레드의 말에 하얀말과 다른 씨족 대표 전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우리는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 것이다.”
“예, 알겠나이다.”
“우리가 진군할 곳은 춥고 멀다. 탈 것과 털옷을 더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또한 무기도 더 좋은 것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황제시여, 더 좋은 무기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내가 너희들에게 더 좋은 무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레드는 초막 한구석에 쌓여 있는 광물들을 바라봤다.
‘용광로부터 만들어야겠군.’
이제 스스로 부족의 발전까지 도모할 마음을 먹은 레드였고, 그것은 어떤 면에서 땅속에서일어서에게는 강력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 순간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까지 레드가 땅속에서일어서가 얼음계곡 너머에 터전을 잡고 산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감사하옵니다.”
“내일부터 무기를 만들 것이니 그리 알면 된다.”
“예, 황제시여!”
“그리고 모두 내 말을 잘 들어라.”
레드가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씨족 대표들을 바라봤다.
“밖에 세워진 돌무덤을 기억하라. 타크는 누구보다 현명했다. 나를 배신하기 전까지는 너희들을 지혜롭게 이끄는 뛰어난 우두머리였다. 하지만 나를 배신할 마음을 먹고 끝내 처참하게 죽었다. 나를 배신하는 자들은 그리 될 것이다.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모두 물러가라. 내일부터 내가 직접 너희들을 이끌고 더 좋은 무기, 더 좋은 탈것을 구해줄 것이다.”
“예, 알겠나이다.”
레드의 말에 56명의 씨족 대표가 동시에 우렁차게 대답했고,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쳐서 물러났다.
“괜찮으시겠어요?”
씨족 대표들이 물러나자마자 여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레드에게 물었다.
“뭐가 그리 두려운 것이냐?”
“얼음계곡 너머에는 무서운 것이 살고 있어요. 제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리고 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이 우리가 보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들도 많다고 이야기했어요.”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걱정할 것 없다. 나는 용 부족의 황제 레드고, 또 너의 남자이자 저들의 황제다. 나만 믿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이곳에서 모든 것을 이루어낼 것이다.”
“레드님…….”
그때 여와가 레드의 눈치를 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해도 된다.”
레드는 자상한 눈빛을 지으며 여와의 뺨을 쓰다듬었다.
“제가, 제가 그러니까요.”
“말해라.”
“……제 몸이 좀 이상해요.”
“네 몸이 이상하다고?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느냐?”
레드가 여와의 얼굴을 살폈다.
“그게 아니고요. 주술사가 그러는데…….”
“답답하구나. 괜찮다, 어서 말해 보거라.”
“그러니까 제가 아이를 가진 것 같습니다.”
“아이?”
좀처럼 놀라지 않는 레드의 눈동자가 커졌다.
“예, 레드 님의 아이입니다.”
“장하다. 장해!”
레드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여와도 레드를 마주 안으며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그러니 부탁입니다. 그 위험한 곳으로는…….”
“여와,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면 나는 더더욱 그곳으로 더 가야 한다. 그리고 놈을 죽여야 한다.”
“누군데요?”
“내가 이루고 내 아들에게 물려줄 것을 다 빼앗을 놈!”
이 순간 레드는 자신의 레어에서 평온히 지내던 자신을 아무 이유 없이 공격했던 헌터 최강욱과 그를 따르는 레이드 팀을 떠올렸다.
‘반드시 놈을 죽여야 한다. 휴먼 놈들의 욕심은 끝도 없지. 놈을 죽이지 않으면 놈이 나를 공격한다.’
레드는 이제 신의 명령은 상관없었다. 오로지 여와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땅속에서일어서를 죽여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제야 이곳에 남을 이유가 생겼군…….”
레드가 다짐을 하듯 말했다.
이건 다시 말해 레드가 자신의 고향으로 귀환을 포기했다는 의미기도 했고, 그것은 결국 땅속에서일어서와의 결전을 다시 한 번 결심했다는 의미기도 했다.
“여와야!”
“예, 레드님!”
“너는 꼭 아들을 낳아야 한다.”
“예, 레드 님!”
“그렇게만 해준다면 그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전사이자 부족을 지배하는 지배자가 될 것이다.”
* * *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이 올라서 있는 목책 위.
아콘은 지금 벌어진 일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성격이 포악해 어쩌면 이빨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맹수인 거대불곰들이 쳐들어온 자들의 명령을 받는다는 것에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거대불곰은 누구도 파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높고 튼튼한 목책을 단번에 허물어버렸으며, 수십 명이 넘는 전사들을 죽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빨호랑이를 타고 목책 안으로 침략한 뻘건 놈과 볼모로 잡아온 여자들과 아이들을 보호하며 굳건히 서 있었다.
그는 저 거대불곰이 마치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도저히 깨부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좌절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 새끼는 뭐하는 새끼야!”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조, 족장님! 큰일입니다! 저 뻘건 놈이 아이들과 여자들을 빼돌리고 있습니다!”
전사 하나가 발을 동동 두르며 소리쳤다.
“그걸 누가 몰라! 어서 쫓아서 다 죽여라! 저 빌어먹을 놈이고 이빨호랑이고 거대불곰이고 모든 전사를 끌고가서 싹 다 죽여!!”
아콘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씨족 놈들에게 공격하라고 해! 저놈들의 새끼랑 여자들이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당장 앞으로 달려가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목책 앞에 선 채 벌벌 떨고 있는 300여 명의 전사들은 목책이 높아 반대쪽에 있는 목책이 무너졌고, 땅속에서일어서가 자신들의 아이들과 여자들을 구하고 있는 것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
“이제 공격을 해라-! 저기 있는 놈들을 다 죽여라!”
전사 하나가 목책 바깥으로 고개를 쭉 내밀어 소리쳤다.
까아악! 까아악!
슈우웅!
퍽!
슈유융! 퍼퍼퍽! 쨍그랑! 쨍그랑!
그때 하늘에서 날고 있던 까마귀들이 기름이 든 호리병을 목책 위로 떨어트렸다.
“이건 또 뭐야?”
아콘과 다른 전사들이 기름을 뒤집어썼다.
“모, 모르겠습니다. 미끌미끌한 것이 이상합니다.”
“제기랄, 어떤 새끼가 이런 걸 던진 거야!”
아콘은 목책에 부딪쳐 깨진 호리병 조각을 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가 소리를 지르든 화를 내든 까마귀 공군들은 우회하여 늑대발톱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고, 토끼를 채는 매처럼 호리병 하나를 붙잡고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다시 이빨호랑이 부족의 목책 위에서 낚은 호리병을 떨어트렸다.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마치 독수리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선회하는 것처럼 보였다.
쨍그랑! 쨍그랑!
그렇게 400개가 넘는 기름 호리병이 떨어졌고, 목책 위는 온통 기름 범벅이 되어 버렸다.
“어, 어떻게 합니까?”
목책 아래에 있던 씨족 남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망설이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놈들아! 어서 앞으로 가! 놈들을 죽이란 말이야! 새끼들이 다 죽는 걸 보고 싶어?”
퍽! 쨍그랑!
“으윽!”
씨족 남자들에게 소리를 치던 전사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진 호리병을 맞고 목책 아래로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
“애들을 끌고 와라! 저놈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 애들이 죽어야 공격을 하겠지.”
아콘이 소리를 질렀다. 물론 아콘이 포로로 잡아놓은 아이들과 여자들은 이미 땅속에서일어서에 의해 숲으로 안전하게 피했고, 그 뒤를 호위하듯 거대불곰들이 따랐다. 물론 그들이 난입을 했기에 목책 안은 이미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린 상태였다.
“……가자! 어쩔 수 없다.”
바드득!
300여 명의 전사는 목책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이빨호랑이 부족에게 분노를 뿜어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창을 들고 천천히 늑대발톱이 위시로 가만히 서 있는 하늘 부족 전사들을 향해 걸어갔다.
“늑대발톱 님, 씨족 남자들이 달려 옵니다.”
제일 앞에 서 있던 이달투드워프 하나가 늑대발톱에게 소리쳤다.
“모두 명심해라. 저들을 죽이면 안 된다.”
“예, 알고 있습니다.”
“무조건 방패로만 막고 버텨야 한다. 족장님께서 아이들을 구해 오실 때까지 그렇게 막아야 한다.”
“예, 늑대발톱 님!”
와와와! 와와와!
두려움 때문인지 300여명의 씨족 남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왔고 1열로 선 20명의 이달투드워프들이 거대늑대거북의 등껍질로 만든 방패를 들고 버티고 섰다.
두두두! 두두두!
콰콰쾅! 콰쾅! 쾅쾅!
“버텨라!”
방패 부대를 지휘하는 이달투드워프2가 소리를 질렀다.
“버텨라! 버텨야 한다.”
“알았다고! 이쌰!”
300여명이 달려들었지만 20여명의 이달투드워프들은 타워실드처럼 보이는 방패를 들고 굳건히 버티고 섰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때 뒤에 있던 빛이 뛰어와 늑대발톱에게 말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족장님께서는 한 명도 아깝다고 하셨다.”
“그러니까요. 하지만 저렇게 막고 서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제가 해 보겠습니다.”
“네가?”
“예.”
빛의 대답에 늑대발톱은 빛을 뚫어지게 봤다.
“그래, 네가 어떻게든 해 봐라.”
“예, 알겠습니다.”
빛이 앞으로 뛰어 나갔다.
“뒤에 있는 전사들은 모두 내 말을 들어라.”
“예, 빛님!”
“칼로 찌르거나 베어 죽여서는 안 된다.”
“예, 알겠습니다. 칼등으로 후려쳐서 쓰러트리고 쓰러진 사람들은 묶어라.”
“예, 알겠습니다.”
70여명의 전사들이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이달투드워프2!”
“예, 빛님!”
“좀 더 버텨라!”
“예, 알겠습니다.”
“내가 이제부터 명령할 것이다.”
이 순간 빛은 전장을 지휘하는 지휘관처럼 이달두프워프로 구성된 방패병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순간 빛은 이달두드워프들의 말로 지휘를 하고 있었고 이달투드워프들 역시 이달투드워프어로 말하고 있었다.
“밀쳐라!”
“밀쳐! 의쌰! 으쌰!”
그 순간 버티고 있던 이달투드워프 방패병들이 힘껏 타워실드를 밀쳤다.
퍽! 퍼퍼퍽!
“으악!”
순간 타워실드가 밀쳐지는 힘에 의해 앞으로 밀고 있던 씨족 남자들이 뒤로 넘어졌다.
“방패열어!”
빛이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공룡의 뼈로 만든 검을 거꾸로 잡은 전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가서 쓰러진 놈들을 마구잡이로 때리고 개처럼 질질 끌고 방패 안으로 들어왔다.
“다시 막아라.”
“다시 막아라-!”
이달투드워프2가 소리를 질렀다.
척척척! 척척!
“막아라! 막아!”
다시 방패가 견고하게 닫혔고 어쩔 수없이 공격할 수밖에 없는 씨족 남자들은 어떻게든 창으로 찔러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위에서 찔러지는 창들은 뒤에 있는 전사들이 공룡의 뼈로 만든 칼로 잘라 내거나 쳐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