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두두두! 두두두!
나는 천부의 검을 높이 치켜들고 명령을 내렸다. 이 시대 최강의 기마대인 전랑대가 돌격을 시작했다.
우리의 돌격의 끝에는 이빨호랑이 부족의 전멸이 있을 것이다.
“달려라!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 모두 죽일 것이다-!”
* * *
“아악! 살려 줘!”
타타탁! 타타탁! 타탁!
갑자기 거대한 불구덩이가 된 목책과 자신의 몸에 불이 옮겨붙은 전사, 고통을 참지 못하고 땅바닥에 나뒹굴거나 투신하는 전사들까지 이빨호랑이 부족 목책 안에는 아비규환이 펼쳐져 있었다.
다시 한차례의 불화살이 쏟아졌다.
“으악!”
불화살을 발견한 전사들은 기겁해 하며 창을 버리고는 도망치기 급급했다. 하지만 이곳저곳 불이 거대하게 솟아오르고 있어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몇몇 전사는 불화살에 맞았다.
“아악!”
“으아악! 뜨거워!”
옆에 있던 전사들은 불이 옮겨붙진 않을까 걱정이 들어 불타는 전사의 몸에서 불화살을 황급히 뽑아냈다. 그리고 목책 밖으로 화살을 버렸고, 전랑대의 돌격을 보고야 말았다.
“놈들이 공, 공격해 온다!”
“도망쳐라-!”
아아악!
지옥의 모습 그 자체로 변한 이빨호랑이 부족이었다.
* * *
“놈들을 전멸시켜라-!”
어느새 한쪽 목책이 와르르 무너졌고 그나마 낮게 솟아 있는 화염의 벽을 뛰어넘으며 척살령을 내리듯 소리쳤다.
두두두! 두두두!
“백, 백색 늑대와 이빨호랑이를 탄 놈들이다-!”
“막아야 해!”
“저, 저걸 어떻게 막아, 이 미친 새끼야!”
“조, 족장님은 어디에 계시지?”
“나도 몰라! 젠장, 어디에 있는 거야.”
아콘의 지휘가 들리지 않자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아콘을 찾았다. 부대는 지휘자가 사라지면 빠르게 동요에 휩싸이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지휘자가 있을 때는 강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지금 이빨호랑이 부족은 절대 강한 부대가 아니었다.
치열한 전투에서 눈먼 화살과 돌창은 신분의 고하를 가리지 않는 법이고, 거대한 화염은 이제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타오르고 있었다.
“아콘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그놈이 도, 도망을 친 거야!”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 하나의 말에 화염 속에서 살아남은 200여 명의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시선이 그 전사 쪽으로 몰렸다.
“쥐새끼 같은 새끼!”
“이게 다 아콘 그 망할 새끼 때문이다.”
그들에게 이제는 마지막 저항 의지까지 사라지고 있었다. 전사들은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
“돌, 돌창이라도 던지자. 돌창을 던져라-!”
아콘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눈치를 보며 전열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무모하게도 돌격해 오는 전랑대를 향해 돌창을 던지며 소리쳤다. 그 돌창이 날아들기도 전에 전랑대가 화염을 뚫고 야차가 되어 도륙을 시작했다.
“절, 절대 이, 이길 수 없어…… 도망쳐야 해.”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이 애타게 찾던 아콘은 화염에 자신의 부족이 휩싸이는 순간 절대 이길 수 없다 직감하고는 혼란을 틈타 도망쳤다. 물론 불타고 있는 목책 안이었다. 잔뜩 겁을 먹고 공황에 빠진 아콘은 족장을 상징하는 이빨호랑이 가죽을 벗어 불 속에 던져 버리고 진창에 뛰어들어 온몸에 진흙을 묻혔다.
이제 비루한 사람처럼 보이게 된 아콘은 전사가 아닌 이빨호랑이 부족 일반 원시인들의 틈에 숨어들었다.
‘기회를 봐서 도망치면 된다. 검은얼굴들에게 가야 한다. 그 여자들한테 엎드리기는 싫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고 그는 아콘이었다.
“족, 족장님……”
여자 하나가 아콘을 알아보고는 족장이라고 불렀다.
“나를 족장이라고 부르지 마!”
“예?”
“죽기 싫으면 그냥 모른 척해!”
여자는 흑갈색 진흙 속에서 부릅뜬 허연 눈을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 불길이 이곳까지 번지고 있다!”
다른 여자 하나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저 끝으로 도망쳐어-!”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던 여자와 아콘의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는 전 족장이었던 아콘의 형의 아내이자 아콘이 취했던 여자였다.
“어디로 도망치라는 거예요?”
“저쪽으로 도망쳐야 불에 타 죽지 않아! 어서 저쪽으로 도망쳐!”
여자의 말에 이빨호랑이 부족 부족민들은 허둥지둥 도망치기에 급급했고 아콘은 혼란을 틈타고 그 속에 숨었다.
* * *
수우욱!
백색 늑대의 위에 올라탄 채 이빨호랑이 부족을 질주하는 전랑대는 눈에 보이는 족족 창을 휘둘렀다. 그들의 창은 그 어떤 무기보다 예리했고, 강한 힘이 실려 있어 저들은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쓰러져 나갔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살육이었다.
“한 놈도 살리지 마라! 족장님께서 다 죽이라고 하셨다-!”
이달투드워프가 소리를 질렀다.
살육!
다른 단어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사방에서 처참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위웅!
내 앞을 막아서거나 나를 보고 기겁해 등을 돌려서 도망치는 놈들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쫓아 천부의 검을 휘둘러 죽였다.
“무기를 든 놈들은 모두 죽여라!”
나는 이빨호랑이 부족의 멸족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 부족민들까지 다 죽일 수는 없다. 내가 말한 전멸은 이빨호랑이 부족의 핵심이고, 그들만 죽인다면 이빨호랑이 부족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무기를 든 놈들을 죽이라고 하셨다!”
이달투드워프 하나가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살기 위해 무기를 버리고 여기저기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몸에 검은 줄무늬 문신을 한 놈들은 다 죽여라!”
나는 무기를 버리는 놈들을 보고 척살 명령을 수정해 소리쳤다.
이빨호랑이처럼 보이기 위해 문신을 한 놈들이 이빨호랑이 부족의 중심일 것이고 족장과 그들의 혈족일 가능성이 컸다.
“다 죽여라-!”
두두두! 두두두!
화염과 뼈창을 든 전랑대가 순식간에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을 집어삼켰다.
* * *
“우리도 전진한다!”
불타는 목책을 포위하고 있는 300여 명의 씨족 남자들을 지휘하는 빛이 소리쳤다.
“전진, 전진이 뭡니까?”
“앞으로 나간다-!”
“예, 알겠습니다.”
“하늘 부족 전사들은 횡으로 퍼져라!”
늑대발톱도 명령을 내렸다. 조금 더 포위망을 좁히려는 거였다. 늑대발톱의 명령과 함께 공룡의 뼈로 만든 칼을 든 100여 명의 전사가 일제히 발을 맞춰서 전진했다.
척! 척! 척!
수백 번을 연습한 듯 그들은 동선이 얽히거나 꼬이지 않고 전열을 다듬었다.
“우린 이곳에서 도망치는 놈들을 활로 쏴서 죽인다.”
빛이 300여 명의 씨족 남자를 지휘하기 위해 이탈한 상태지만 각궁을 든 다른 여전사가 죽뇌 사수들을 지휘했다.
“도망쳐어어어-!”
화염을 뚫고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 하나가 목책을 빠져나왔다. 늑대발톱이 백색 늑대를 타고 그를 쫓아가 등에 날카로운 뼈창을 쑤셔 넣었다.
수우욱!
“으악!”
“한 놈도 도망칠 수 없다!”
전쟁은 잔인한 법이고, 이성을 잃게 만드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늑대발톱은 자신의 강함에 도취해 있었고, 그 도취감은 적들에게는 너무나 잔인해질 수밖에 없었다.
“족장님, 거의 다 죽였습니다.”
전랑대 기수 하나가 주위를 살피고 있는 내게 달려와 보고했다.
“살아남은 자들을 모두 한곳에 모아라!”
모든 것을 불사른 화염은 태울 것이 없어 꺼져가고 있었다. 거대한 연기만이 거대한 산맥에 이곳의 참상을 알리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이빨호랑이 부족을 멸족시켰다!”
와아아아아!
“땅속에서일어서 족장, 만세!”
“하늘 부족, 만세!”
참혹한 승리지만 또 완벽한 승리이기도 했다.
“우리가 이겼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님, 만세!”
* * *
이빨호랑이 부족이 내려다보이는 깎아지르는 절벽 위에서 심각한 얼굴로 거대한 화염을 지켜보는 존재들이 있었다.
“저기 화염이다.”
“또 이빨호랑이 놈들이 약탈을 시작한 건가?”
얼굴에 검은 칠을 한 여전사 하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다. 불길이 번지고 있는 곳은 이빨호랑이 놈들이 있는 곳이다.”
다른 여전사의 말에 듣고 있던 여전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다른 놈들이 이빨호랑이 부족을 습격했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다. 이빨호랑이 놈들이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돌아가서 보고를 드려야겠다.”
이들의 우두머리인지 가장 키가 큰 여전사의 말에 다른 여전사들이 돌아섰다.
절벽 위에서 불타는 화염을 지켜보고 있는 여전사들은 모두 어깨에 활을 메고, 원시인답지 않게 늘씬한 체형을 가졌다.
“어서 가자!”
저들이 바로 땅속에서일어서들이 애타게 찾고 있던 바로 그 검은얼굴들이고, 그들도 이제 땅속에서일어서의 존재를 어렴풋이 확인하는 순간이다.
“새로운 놈들이다. 이빨호랑이보다 더 강한 놈들이다.”
여전사들이 한층 더 속도를 내어 뛰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마치 빛이 바람처럼 숲을 가로질렀던 그 모습과 사뭇 비슷할 정도로 날렵했다.
* * *
“살아 있는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아라!”
목책 밖에서 도망치는 놈들을 죽이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큰바위와 빛, 그들이 지휘하는 전사들이 이빨호랑이 부족 목책 안으로 들어섰다.
불은 모래와 진흙에 가로막혀 더 이상 번지지 못했고,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던 하늘 부족 전사들은 내 명령에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고, 부락을 샅샅이 뒤졌다. 300명이 넘어 보이는 원시인들이 넓은 공터에 끌려 나왔다.
그들은 나와 내 전사들을 보며 잔뜩 움츠려 있었는데 하나같이 겁에 질려 있었다.
‘확인 사살부터 해야겠지.’
적에게는 그 누구보다 잔인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모질 때는 한없이 모질어야 한다.
그때 끌려 나온 이빨호랑이 부족민들에게 끝없이 적개심을 쏟아내는 씨족 남자가 보였다.
“너, 이름이 뭐지?”
“저는 올빼미 씨족의 올캉입니다.”
“올캉!”
“예!”
올캉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너는 너희 씨족 전사들을 데리고 쓰러져 있는 이빨호랑이 부족 놈들의 머리통을 다시 한 번 찍어 부셔라!”
올캉은 깜짝 놀라 날 빤히 봤고, 300명의 이빨호랑이 부족 출신 노예들이 두려워 벌벌 떨었다.
“예, 알겠습니다.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놈을 죽이겠습니다. 아니, 꼭 죽이고 싶습니다.”
이빨호랑이 부족으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은 만큼 저들의 분노 역시 적지 않았다.
“올빼미 씨족들은 내게로 모여라!”
올캉이 소리치자 올빼미 씨족 전사들이 올캉에게 모여들었다.
“씨족장님이 계신데 왜 네가 명령하는 거야?”
올빼미 씨족 남자 하나가 소리쳤다.
“하늘 부족의 족장님이 내게 시킨 일이 있다.”
올캉의 말에 다른 올빼미 씨족 남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올캉은 기세등등한 눈빛을 보였다.
‘완장의 위력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