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정, 정말 살려주시는 건가요?”
여자가 내게 물었다.
“그렇다. 다 죽일 필요는 없다. 알고 있는가?”
“예, 아콘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또 한 번 여자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그래? 어디에 있지?”
내 말에 여자가 등을 돌려 300여 명의 포로들 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포로들은 여자가 다가올 때마다 혹여 자신이 지목될까 두려웠는지 슬금슬금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포로들의 행동은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한 사람을 보고 걷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남자 앞에 섰다.
“저, 저리 가…….”
잔뜩 겁을 먹은 남자가 여자를 노려보며 속삭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저, 저리 가라고……!”
“아콘! 어딜 그렇게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것이냐!”
여자는 차갑게 남자를 불렀다.
“이, 이 망할 것아…….”
“나는 네 형의 여자였다. 네놈이 네 부하에게 나를 던져주기 전까지 말이야.”
여자가 아주 작게 속삭이는 소리도 들렸다.
‘내게 죽은 전 족장의 여자였군.’
인상이 찡그려졌다. 여자가 살려달라고 애원한 아이가 바로 전 족장의 혈족이었다.
‘아이까지 죽일 수는 없지.’
이미 모두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내가 한 약속을 어기면 저들은 반감을 품을 수도 있다. 그 후는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 망할 것이 아콘입니다.”
여자는 앙칼지게 외쳤다.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 망할 년아!”
아콘은 자신이 지목되자 벌떡 일어서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고 여자는 아콘을 노려봤다.
“아콘을 끌고 와라!”
전사가 아콘을 향해 뛰어가려고 할 때 아콘이 먼저 헐레벌떡 내 쪽으로 달려와 내 발아래에 바짝 엎드렸다.
“살,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참으로 비굴한 놈이 분명했다.
“너를 살려주면 내게 무슨 이득이 있지?”
“더 많은 노예를 가질 수 있는 곳을 압니다.”
내가 노예를 획득하기 위해 자신들을 공격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저는 악어머리 부족의 노예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더 많은 노예를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그게 어디지?”
“저 절벽 꼭대기 너머에 있습니다.”
끝도 없이 비굴한 아콘이 손가락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높은 산꼭대기를 가리켰다.
“저기를 넘으면 검은얼굴들이 사는 거대한 웅덩이 같은 곳이 나옵니다.”
“검은얼굴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저들이 사는 부락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충실한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드디어 검은얼굴들이 어디에 사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저렇게 멀리 있으니…….’
박쥐들도 찾지 못했다. 아니, 내가 박쥐들에게 이 거대한 숲에 검은얼굴을 찾으라고 했다. 그러니 내가 명령을 잘못 내린 거였다.
“거기는 다 여자들밖에 없습니다. 명령만 하시면 제가 그 여자들을 다 잡아다가 족장님께 바치겠습니다.”
“여자들이라고?”
문뜩 아마존 여전사들이 떠올랐다.
“좋은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
“살, 살려주시는 것입니까?”
“누가?”
“예?”
순간 아콘이 멍해졌다.
“한 부족의 우두머리인 족장이라면 사라진 부족과 함께 사라져야 하지 않겠나?”
나는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들어 올렸고 아콘은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살, 살려 줘……!”
쉬웅!
“크악!”
툭!
비명과 함께 아콘의 목이 떨어졌다.
“이 비겁한 놈의 목을 잘라서 장대에 걸어라!”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났다.
‘계획대로 복귀할 수 있겠군.’
이제 남은 것은 따로 모아놓은 씨족장을 만나는 일이다.
* * *
나는 전장 정리를 끝내고 8명의 씨족장이 모여 있는 공터로 갔다.
‘바짝 긴장하고 있군.’
저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머리를 숙였다.
‘저들을 내 하늘 부족에 흡수시키면 10개의 씨족이 모인 것이군.’
거북이 씨족과 사슴 씨족까지 하면 총 10개의 씨족을 거느리는 대부족이 된다.
“할 이야기가 있어서 불렀다. 나는 하늘 부족의 족장, 땅속에서일어서라고 한다. 너희들은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예? 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 말에 서로 눈치를 보더니 제법 살집이 있는 씨족장 하나가 대표로 되물었다.
“이제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저희에게 선택권이 있습니까?”
씨족장 하나가 내게 되물었다. 저자가 내가 어떤 의도로 말한 것인지 짐작됐다.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지.’
따지고 본다면 포악한 이빨호랑이 부족에서 하늘 부족으로 지배 부족이 바뀐 것에 불과할 테니까.
“이곳에 남고 싶은 자는 남아도 좋다. 나를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가 하늘 부족이 되려는 자는 나를 따라오면 된다.”
진심으로 따를 생각이 없다면 강제로 끌고 가도 걸림돌만 되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시키는 모든 일에 사사건건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 말이 진정이십니까?”
“그렇다. 나를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갈 씨족들만 나를 따라가면 된다.”
내 말에 씨족장들이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군거린다 해도 서로에게 진심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 이 자리에서 결정해라. 나를 따라올 것이냐 아니면 원래 살던 이 거친 산맥에서 원래 살던 그대로 살 것이냐?”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는 씨족장들이었다.
“그러니까 저희는…….”
“그래, 말하거라.”
“사실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숲에는 이빨호랑이 부족만이 있는 게 아니다. 너희들이 모르는 강력한 부족들이 많다.”
거대한 산맥의 한축을 지배했던 이빨호랑이 부족이 멸망했지만 더 강한 부족이 존재할 수도 있다.
‘저 산꼭대기 절벽 너머에 검은얼굴들이 있다고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 반대편에 레드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빨호랑이들 부족이 사라졌으니 이제 그들이 활개를 치려고 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또 너희들을 노예처럼 부리려는 부족이 생겨날 것이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다면 나와 함께 가자. 나의 하늘 부족이 너희들을 보호해 줄 것이다. 너희들의 아이들이 다시 험한 꼴을 당하지 않게 해 주마.”
회유라면 회유고 설득이라면 설득이다.
“하지만 이 산 아래, 들판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씨족장 하나가 내게 말했다. 저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이 거대한 산맥만큼 먹을 것이 많은 곳은 없을 것이다.
‘원시 농경만 시작하면 된다.’
전쟁이 끝나면 나는 다시 곡식이 될 씨앗을 찾아 나설 생각이다. 그게 아니라도 대나무 숲을 중심으로 강가 아래로 내려간다면 바다가 나온다. 물론 악어머리 부족과의 일전을 펼쳐야겠지만 이제는 힘을 가진 하늘 부족에게 악어머리 부족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식량의 보고인 바다를 차지할 수도 있다.
‘매머드보다 더 큰 고래를 사냥할 수 있지.’
그 모든 것을 저들을 생각도 못 하고 현재의 여건에 안주하려는 것이다.
“곧 겨울입니다. 들판으로 내려가면 굶어야 하고 그럼 겨울나기 준비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너는 누구냐?”
내 물음에 남자가 겁먹은 눈으로 물끄러미 봤다.
“올빼미 씨족의 씨족장입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이 산맥에는 잡아먹을 짐승들과 과일들이 많지. 지금부터 준비해도 겨울나기는 어렵지 않겠지. 하지만 그래도 식량은 부족할 것이다.”
원시인들에게 가장 힘은 계절은 누가 뭐라고 해도 겨울이다.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저희들을 괴롭히는 이빨호랑이 놈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은…….”
올빼미 씨족장은 이 산맥에서 남겠다는 소리를 못했다.
‘겁을 먹고 있군.’
“그래, 알았다, 네 뜻대로 하라.”
“그래도 되는 겁니까?”
“따라올 자들은 따라오고, 남을 자들은 남아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약한 씨족들은 결국 또다시 누군가의 발아래에 엎드리게 될 것이다.”
“저희는 따라갈 것입니다. 저희는 돼지 씨족입니다. 따라가겠습니다.”
올빼미 씨족이 남겠다는 투로 말을 할 때 대부분의 씨족들이 이곳에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스럽게 돼지 씨족장이 하늘 부족을 따라 들판으로 나가겠다고 나섰다.
그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희망을 품고 있었다. 나서준 그가 내심 고마웠다.
‘군중심리라는 것이 있지.’
돼지 씨족장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나를 따라나선다면 겨울에도 굶주릴 일은 없을 것이다.”
원시인들에게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머지 씨족장들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또 어떤 놈들이 나타나서 저희를 괴롭힐지 모릅니다. 저번에 거북이 씨족장이 와서 내려가자고 했을 때 내려갔으면 이런 꼴은 당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거산을 말하는 것이다. 아마 하늘 부족에는 먹을 것이 많다고 말했을 것이고 그러니 돼지 씨족장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그랬을 수도 있었지. 이제부터는 내가 그대의 씨족을 지켜줄 것이다. 앞으로 누구도 하늘 부족과 함께하는 씨족들을 건드릴 수 없다. 만약 그런 놈들이 있다면 이빨호랑이놈들처럼 모두 죽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저희를 지켜주십시오.”
“또 하나 나와 같이 간다면 앞으로 돼지 씨족은 없다. 모두가 나와 같은 하늘 부족이다.”
내 말에 돼지 씨족장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고민하는군.’
나와 함께 간다면 씨족장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것을 싫어하는 본능이 있다. 그래서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대신 너희 씨족장들은 하늘 부족의 원로라는 이름으로 씨족장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내 말에 고민하던 돼지 씨족장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원로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될 것이고 지금보다 더 풍족하게 살게 될 것이다.”
감언이설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감언이설도 필요한 법이다.
“예, 저희 씨족은 하늘 부족을 따라갈 것입니다.”
“돼지 씨족장! 너에게 성을 내리지.”
성에 대한 개념이 없을 것이다.
“성이라는 것은 거북이 씨족장처럼 이름을 새로 주신다는 겁니까?”
거산과 꽤 많은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내게 성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거산을 통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들은 것 같다.
‘특별대우를 받게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질 것이고…….’
지금은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그렇다.”
“감사합니다.”
대충 하늘 부족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제일 먼저 나와 함께한다고 말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