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무조건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제 시작이다.”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내가 쏜 화살은 악어머리 부족을 하늘 부족에 복속하게 만들어줄 시초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큰눈을 포로로 잡아 할아버지께 데리고 가야 했다.
틱!
쉬웅!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퍼어억!
“헉!”
그리고 숨을 헐떡이던 악어머리 부족 전사 하나가 목에 화살을 맞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화살촉을 헬하운드의 송곳니로 만들어서인지 화살은 단단한 목뼈를 부러뜨리고 관통해 반대편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빛이 쏜 화살이 뚜따를 향해 날아갔지만 뚜따는 놀랍게도 빛이 쏜 화살을 가볍게 튕겨 냈다.
“저 망할 것이!”
바드득!
뚜따는 나와 빛을 죽일 듯 노려봤다.
저 눈빛을 통해 뚜따가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완벽하게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던진 창도 결국 나를 죽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것이 분명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적이 된 자를 속이는 것이 내게 이롭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나를 노려보는 뚜따에게 윙크를 했다.
‘레벨이 상승하면 감각도 상승하니까.’
다른 악어머리 전사들은 거리가 거리다 보니 내 윙크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추정 레벨이 300대인 뚜따는 정확하게 보았을 것이다.
내 예상대로 뚜따는 내 윙크를 봤는지 씩 웃으며 큰눈이 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뜻을 담아 내게 윙크를 했다.
‘가증스러운 새끼!’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다.
주인을 물고자 덤비는 개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것.
* * *
“저 새끼를 쫓아! 놈이 또 짧은 창을 던졌다! 더 던지기 전에 어서 죽여 버려!”
앞으로 쓰러지는 악어머리 부족 전사를 보고 전사들은 바락바락 악이 올라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전사들의 뒤에서 달려오던 큰눈은 죽은 악어머리 부족 전사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앞으로 쓰러져 있는 전사를 급하게 돌려 눕히고는 목에 박힌 화살을 노려봤다.
“이 망할 땅속에서일어서야-!”
큰눈은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
내 화살에 목뼈가 부러진 전사는 용케 숨이 붙어 있었는데, 의식은 없는지 축 늘어져 숨만 할딱거리고 있었다.
큰눈도 전사가 가망이 없는 것을 알았는지 천천히 땅에 내려놓고는 핏발이 선 눈으로 날 다시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때 뚜따가 죽어가는 전사를 보고 눈동자를 번뜩이며 큰눈과 전사에게 달려갔다.
“가망이 없습니다.”
“나도 보고 있어!”
실핏줄이 터졌는지 큰눈이 잔뜩 붉어진 눈을 치켜뜨며 소리를 질렀고, 뚜따는 죽어가는 전사를 애도하듯 눈을 감겨주었다. 그러고는 찰나의 순간,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전사의 목에 박힌 화살을 움켜쥐는 모습이 내 눈에 보였다.
‘역시, 살인마로 변했다.’
그의 행동은 죽어가는 동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행동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냥 편하게 빨리 죽어.”
뚜따는 악어머리 부족 전사의 목에 박혀 있는 화살을 힘껏 뽑아냈다.
“끄, 끄르륵!”
악어머리 부족 전사는 고통에 겨우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 그와 동시에 뚜따는 들고 있는 화살을 손으로 힘껏 꺾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노려봤다.
그러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향해 윙크를 했다.
‘허, 나를 속이겠다고?’
정말 가증스럽게 변한 게 분명하다.
나는 다시 시위를 힘껏 당겼다.
쉬웅!
내가 날린 두 번째 화살이 다시 바람을 가르며 큰눈의 옆에 있는 악어머리 부족 전사를 향해 날았다.
퍼억!
“퀘에엑!”
다시 악어머리 부족 전사 하나가 쓰러졌다.
“저 새끼가……! 어서 저놈을 쫓아라! 당장 내 앞에 산 채로 잡아오란 말이야!”
큰눈의 명령에 의해 전사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난 달려오는 놈들을 노려보며 다시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그리고 제일 앞에 달리는 놈을 향해 조준했다.
“이놈까지 죽이고 유인한다.”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위를 놓았다.
틱!
쉬웅!
바람을 가르는 화살은 보란 듯 제일 앞에서 나를 쫓던 악어머리 부족 전사의 눈에 박혔다.
“아아악!”
악어머리 부족 전사 전사는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난 그 모습까지 확인하고 나서 등을 돌렸다.
“따라와! 다 죽여줄 테니…….”
난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 숲을 향해 뛰었다.
내 뒤를 빛이 따랐다. 난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빛과 함께 벌써 나를 미친 듯이 쫓고 있는 300여 명의 전사 중 7~8명을 정리한 것 같다.
‘젠장, 또 레벨 업을 하겠군.’
지금대로라면 한두 명만 더 죽이면 살인의 대가로 레벨 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레벨 업을 하는 만큼 명성 수치는 하락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정도면 슬슬 유인책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건데…….’
나는 빛과 함께 뛰면서 나를 계속 쫓고 있는 악어머리 전사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큰눈이 흥분을 해서 계속 나를 잡아오라고 소리치고 있어서 나를 쫓는 것도 있겠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한 점 의심도 없었다.
족장이라면 이럴 때일수록 전사들을 다독이며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번 일을 통해서 큰눈이 대부족의 족장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멍청한 놈들!”
난 큰눈의 전사들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저들은 이 숲의 지형도 모른 채 오직 나를 죽이겠다는 분노 하나만으로 무모한 싸움을 하고 있는 거였다.
‘내 숲을 우습게 봤단 말이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뛰었다. 이제 이빨호랑이 놈들을 유인해서 전멸시켰을 때처럼 계속해서 자극해 분노하게 만들어서 매복해 놓은 지점까지 이끌면 나의 승리가 확실해진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당황한 큰눈을 기회를 보고 생포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족장님! 땅속에서일어서가 다시 도망칩니다.”
전사 하나가 소리쳤다.
“놈을 쫓아라!”
큰눈은 내가 도망간다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은 듯 바락바락 소리쳤다.
하여튼 그렇게 300여 명의 전사는 미친개처럼 나와 빛을 쫓아왔고, 난 거리를 유지하며 놈들을 수많은 덫을 설치해 놓은 곳으로 유인했다.
그곳에서는 20명의 궁수와 20기의 전랑대가 대기하고 있다.
거기까지만 유인하면 아무리 나를 쫓는 악어머리 부족 전사의 수가 많다고 해도 이번 전투의 승리는 내 것이 된다.
* * *
불타 흔적만 남은 이빨호랑이 부족의 넓은 공터.
늑대발톱은 수많은 씨족민들을 설득해서 데리고 온 거산과 돈덩이를 보며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이 정도면……!”
늑대발톱이 말을 더듬는 것은 거산과 돈덩어리가 데리고 온 씨족민들의 수가 거의 2,000명에 육박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과 하늘 부족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다 합친다면 3,000명은 족히 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늑대발톱, 사람들 많다. 저것들을 다 어떻게 먹이지?”
셈이 느린 큰바위도 몰려온 씨족들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먹일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게.”
“정말 많다. 족장님이 힘들겠다.”
“하지만 족장님의 지시야,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늑대발톱 님, 떠날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때 거산이 하늘 부족으로 돌아갈 준비를 끝내고 늑대발톱에게 달려와 보고를 했다.
“엄청나군.”
“예, 망한 놈들이 지랄 발광을 한 덕분입니다.”
말을 하고 있는 거산도 북적거리는 인파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저들을 다 먹이려면…….”
“아마 부족에 있는 야크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강에 사는 이빨물고기도 거덜이 나겠군.”
큰바위의 말에 거산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좀 그냥 두고 오려고 했지만, 족장님의 지시라서…….”
“어쩔 수 없지, 족장님이 다 알아서 하실 거다. 그럼 바로 출발하자.”
“알겠습니다.”
거산이 짧게 대답을 하고 돌아섰다.
“우리를 반겨줄 하늘 부족으로 떠날 것이다! 모두 일어나라, 족장님께서 계신 곳으로 간다!”
거산의 외침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하늘 부족으로 가자!”
거산이 다시 한번 우렁차게 외쳤다.
와아아아!
그 순간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지만, 그 환호성을 듣고 있는 늑대발톱은 그저 저들 모두를 어떻게 먹여야 할지 걱정스럽기만 했다.
‘도대체 족장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걸까? 곧 겨울이 오는데…….’
겨울이라는 계절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게 힘든 계절이다.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그저 답답한 늑대발톱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거대한 행렬이라는 것이고 마치 환웅이 환인의 뜻을 받아 천부인 3개를 자기고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과 함께 3,000여 명을 거느리고 신시(神市)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장관의 핵심이 될 땅속에서일어서는 40여 명의 부하들이 매복해 있는 곳으로 큰눈과 뚜따가 이끄는 악어머리부족을 유인하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점점 더 전설에 다가서고 있는 땅속에서일어서인 것은 분명했다.
* * *
“이동할 모양입니다.”
검은얼굴로 변한 아르메가 불타버린 이빨호랑이 부족에서 이동을 시작한 3,000여 명의 사람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 정도면 산에 있는 모든 씨족이 다 모인 것 같습니다.”
여전사 하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모두 저렇게 떠나면……”
“일할 것들이 사라집니다.”
“그렇군.”
“어떻게 할까요?”
전사가 아르메에게 물었지만 아르메는 인상만 찡그리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예?”
“우리는 고작 열 명이다. 우리만으로는 저 3,000명을 다 무릎을 꿇릴 수는 없다.”
“……예.”
“큰일이군, 여왕님께 보고를 드려야겠다.”
“여왕님께서 아신다면 진노하실 겁니다. 신께 바칠 제물들 역시 사라지는 겁니다.”
“그렇겠지.”
제물이라는 말에 아르메가 다시 한 번 인상을 찡그렸다.
‘내 어릴 적에도 똑같은 모습이었고, 지금도 똑같은 모습이다.’
여왕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시작한 아르메였다.
사실 검은얼굴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원래 산맥 부족이라고 불리는 대부족이었다. 지금과 다르게 남녀의 성비가 비슷한 평범한 부족이었다. 그런데 여왕이 나타나 족장이 된 이후로부터 모든 것이 변했고, 기억도 할 수 없는 꽤 많은 시간이 흘러 결국 지금의 검은얼굴 부족이 되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지금 여전사를 이끄는 아르메는 여왕이 등장하기 전, 마지막 족장의 피를 이어받은, 산맥 부족의 중심이 되는 혈족이었고 여왕이 없었다면 그의 할아버지가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족장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미 죽어 사라졌지만 말이다.
“우선은 나는 저들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야겠다. 너는 두 명을 데리고 돌아가서 여왕님께 말씀드려라.”
“알겠습니다.”
여전사 하나가 여전사 둘에게 눈짓하고는 아르메에게 묵례를 하고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르메와 7명의 전사는 늑대발톱과 함께 이동하는 3,000여 명의 뒤를 쫓았다.
‘우리가 끼어든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드는 아르메였다.
“모두 얼굴에 검은 칠을 지워라.”
“예?”
“쫓을 것이 아니라 저들 속에 숨어 들어가서 따라간다.”
그렇게 얼굴의 검은 칠을 지운 아르메와 7명의 여전사는 빠르게 움직여 이동하는 행렬 속에 숨어들었고, 아무도 이 안에 그들이 있다는 걸 짐작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게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
이 순간 스스럼없이 아이를 죽이는 여왕을 떠올리며 아르메는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