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시간이 흘러 움막 안이 온통 대나무 통발로 가득해졌다.
나는 최대한 효율을 뽑기 위해 각각 적합하다 생각한 임무를 나눠 줬다.
나는 그들이 만든 결과물로 통발의 조립만 하다 보니 빠른 속도로 통발의 수가 늘어났고, 숙련도 또한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석석석! 사라락!
거의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움직였다. 이 모든 것이 손재주 스킬 때문이지만 나 역시 내일 당장 맞기가 싫어서 졸린 눈을 비비며 대나무 통발을 만들었다.
“또 하나 완성!”
벌써 12개나 만들었다. 하나하나 통발을 만들어 갈 때마다 익숙해져서인지 이제는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고, 통발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작업 속도가 단축되었다.
“아하아암!”
큰바위는 졸린 듯 하품을 하다가 어느 순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끄떡! 끄덕!
쿵!
졸면서도 손을 꼼지락 움직이던 큰바위는 어느 순간 움막 벽에 머리를 쿵 하고 박더니 깨어나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고, 드디어 작업을 멈추었다.
드르렁! 드르렁!
그리고 이제는 코까지 골기 시작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민첩 스텟이 1이 상승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니 덩달아 민첩 스텟의 수치도 올라갔다.
‘좋았어, 민첩 스텟도 올랐으니 대박이다.’
다시 말해 육체적인 훈련과 손재주를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들면 민첩 스텟이 상승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원시시대에서 버티기 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무엇인가를 개발하고 만들면 내 능력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거다. 그렇게 우리는 밤을 꼴딱 새워서 통발 20개를 만들어 냈다.
-땅속에서일어서
종족 : 헌터(현생인류)
특성 : 무
레벨 : 5
생명력 : 350
근력 : 5(+7)
민첩 : 5(+2)
마력 : 10
지혜 : 107(+3)
명성 : 202
하여튼 그렇게 우리는 밤새도록 통발을 만들었고, 나는 가내수공업이라는 중노동에 의해 민첩이 +2나 올랐다.
“……해가 떴다.”
늑대발톱이 졸린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그의 말에는 언제까지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담겨 있었다.
“20개면 충분할 것 같아요.”
통발 하나에 물고기 한 마리씩만 들어 있어도 망할 놈의 붉은개가 말한 목표량을 채울 수 있다.
“그랬으면 좋겠구나. 아마도 붉은개는…….”
늑대발톱이 어두운 얼굴로 내게 뭔가를 말하려다가 아이인 나한테까지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말꼬리를 흘렸다.
‘붉은개, 그 망할 놈이 노리는 것은 늑대발톱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순간이다. 즉흥적인 내기로 원시인 따위가 상대를 압박할 계략을 생각해 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원시인들은 모두 힘으로만 해결할 거라는 내 선입견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한 순간이기도 했다.
‘매질을 당하면…….’
늑대발톱의 부하 중 누구도 더는 늑대발톱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진정 붉은개가 원하는 것은 족장이었던 늑대발톱의 권위를 땅에 떨어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붉은개는 우리 혈족을 향해 돌도끼를 들 것이다.
* * *
“여기가 좋겠어요.”
우리가 도착한 강가는 마치 갯벌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개흙밭이었다. 그리고 그 개흙밭 너머로는 수초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머드팩으로 쓸 수 있겠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에는 쓸모가 없는 진흙이다.
“이제 같이 들어가자고요.”
운발만 터지면 물고기 스무 마리가 아니라 2백 마리도 잡을 수 있다.
‘이왕 시작했으니 제대로 해 보자.’
부족에는 그물은커녕 통발조차 없었다.
아직 어획이 발달하지 않은 원시시대이니 남획 등으로 물고기 씨가 마르지는 않았을 테니 통발로 물고기를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속에서일어서는 거기 있어라.”
늑대발톱이 내게 말했다.
“왜요?”
“지금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너는 어디다 이것을 놓아야 하는지만 말하면 된다.”
“아니에요, 저도 도울게요.”
“물이 깊다. 위험하다. 너는 거기 있어라.”
큰바위가 걱정스레 말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꽤 깊은 곳에 통발을 설치해야 할 것 같아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내 키가 작군.’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저런 강에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내 육체는 빈약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레벨 업을 빠르게 하면…….’
레벨만 오른다면 신체 역시 빠르게 성장할 테니까 나는 이번 일이 끝난 후에 레벨 업에 몰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레벨 업을 하면 붉은개를 죽일 참이다.
“그러니 너는 거기 있어.”
“……예.”
그리고 늑대발톱과 큰바위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강으로 들어갔다.
‘으음…… 왜 저러지?’
마치 강 속에 있는 뭔가를 걱정하는 듯 보였다.
‘혹시 악어라도 있는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혹시 강 속에 악어라도 있어요?”
강에 위험한 생물이 살지만 하늘님이 보낸 아이가 시키는 일이니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내 말을 맹신적으로 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어?”
“예, 악어!”
악어가 있다면 저들은 내 말을 듣고 목숨을 걸고 강으로 들어간 꼴이 된다.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원시인들은 보이지 않았어.’
그럼 뭔가가 있다는 건데 그걸 간과했었다.
“악어는 없다. 악어는 강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야 있다. 그리고 악어가 사는 곳에는 악어머리 부족이 있다.”
“악어머리 부족이라고요?”
“그래, 무척이나 강한 부족이 있다.”
이 순간 원시인들도 다른 부족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지, 하늘 씨족과 붉은개 씨족이 같이 살고 있으니까.’
분명 아주 오래전에는 두 씨족은 따로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부족과의 교류도 당연히 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강한 부족이죠?”
“아주 강하다. 아주.”
늑대발톱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 악어머리 부족이 얼마나 강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 강에는 악어가 없는 거죠?”
“없다. 악어 걱정은 할 필요는 없다.”
늑대발톱의 말에 그제야 안심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괜히 걱정했네.’
“여기다 놓을까?”
큰바위가 진흙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내게 소리쳤다.
사실 나는 이 진흙으로 토기를 만들 수 있을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걸로는 힘들겠지. 아무래도 황토를 찾아야겠어.’
진흙으로는 못 만들 것 같다. 그냥 머드팩 정도로만 쓸 수 있을 점성이었다. 이곳은 원시시대이기에 머드팩은 필요도 없고.
나중에 위장하고 누군가를 야습할 때나 쓸모가 있을 것 같다.
“여기! 거기! 그리고 여기!”
나는 강가에 서서 강 속 수풀 속에 통발을 설치하고 있는 늑대발톱과 큰바위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죽창으로 잘 고정해야 해요!”
“알았다.”
수풀 깊숙한 곳에 통발을 놓고 그 통발 중앙을 죽창으로 고정시켰다.
이렇게 해 놓으면 물에 떠내려가지도 않을 거고, 어디에다가 통발을 설치했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강에 물고기가 얼마나 많이 있냐는 건데…….’
강의 유속은 크기에 비해 그리 빠르지 않았고, 수풀까지 있으니 물고기는 제법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 했다!”
큰바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고생하셨어요.”
“이러면 끝나는 거냐?”
“물고기가 잡힐 때까지 기다려야죠.”
새벽에 나와서 통발을 설치했고, 설치가 다 끝났을 때는 아침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할머니와 제비꽃은 여전히 굶고 계실 것이다.
‘제발 많이 잡혀라!’
망할 놈의 붉은개는 잡은 물고기 중에서 반을 우리에게 준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많이 잡을 생각은 없다.
‘쫓겨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으니까.’
붉은개는 우리를 쫓아낼 구실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가요.”
“어디를?”
“놀면 뭐해요? 하던 일 해야지.”
“뭐?”
내가 하던 거라고는 죽도로 장죽을 두드리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늑대발톱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두드리는 것은 나중에 하고.’
굶고 있는 할머니의 허기부터 해결해 드려야 할 것 같다. 손자의 도리를 떠나 그게 인간의 도리다.
‘그때 본 닭처럼 생긴 새끼, 아직 있겠지?’
이제는 닭 사냥을 해야 했다.
* * *
그 시각, 붉은개는 자신의 움막에서 자신의 부하 전사들을 불러 놓고 잡은 산돼지를 구워서 뜯어 먹고 있었다.
“늑대발톱은 뭘 하고 있지?”
“처음 보는 이상한 것을 잔뜩 들고 강으로 가더니 겁도 없이 강에 들어가 그걸 넣고 나왔습니다.”
누런개가 붉은개의 질문에 게걸스럽게 돼지기름이 잔뜩 묻은 얼굴로 대답하고는 돼지고기를 다시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뭐? 강에 들어갔다고? 겁도 없이?”
“예,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입니다. 이빨물고기가 가득한 곳에 들어가다니 정말 겁도 없는 놈들입니다.”
“강에 무엇인가를 넣고 나왔다는 거지?”
“예, 족장님! 강에 넣고 대나무로 박은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걸로 물고기를 잡으려는 거겠지.”
“에이, 형님!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십니다. 그걸로 물고기를 잡는다고요?”
“그래, 가서 다 강물에 흘려보내.”
“저…… 저보고 강에 들어가라는 말씀이십니까?”
누런개가 인상을 찡그렸다.
“들어가라.”
하기 싫다는 기색이 역력한 누런개를 노려보며 붉은개가 매섭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누런개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해가 질 때까지 땅속에서일어서가 아무것도 못 잡으면 매질을 할 거다.”
“그럼 놈들이 반항하지 않을까요?”
“누가?”
“저쪽 놈들 말입니다. 그래도 전사의 수가 다섯입니다.”
누런개의 말에 붉은개가 인상을 찡그리며 다리의 상처를 쓰다듬었다. 아마 상처 부분이 쑤시는 모양이다.
그리고 누런개도 붉은개의 상처를 잠시 묘한 눈으로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상처 부분은 어제보다 살짝 더 부어 있었다.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은 데다가 돼지고기를 구울 때 돼지기름이 튀어 상처가 덧난 것이 분명했다.
“혹시 전사들이 놈들에게 산돼지 고기를 나눠 주더냐?”
붉은개가 다른 전사에게 물었다.
“나눠 주지 않았습니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나눠 가지고 움막으로 갔습니다.”
“그렇지. 후후, 그럼 아무도 안 덤빈다.”
“족장 형님!”
누런개가 다시 붉은개를 불렀다.
“왜?”
“그건 그렇고 괜찮습니까?”
“뭐가?”
붉은개가 짜증을 부리듯 되물었다.
“다리 말입니다.”
“퉵! 이 정도는 침만 발라도 새살이 난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네, 알겠습니다. 많이 드십시오.”
누런개는 자신의 표정을 숨기기 어려웠는지 알겠다는 척하면서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그럼 이제 매질을 하고 쫓아내면 되는 거군요.”
“그렇지. 우리끼리 사는 거다. 하하하! 제비꽃도 내 다리 아래에 엎드리게 될 거다. 흐흐흐!”
부족 내에서 유일한 악어머리 부족에서 온 제비꽃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 같다.
“어서 가서 놈들이 강에 넣은 것을 다 흘려보내!”
“……예.”
누런개가 마지못해 다시 대답했다.
“가자!”
그리고 전사들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