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요. 어떻게 합니까요?
배트맨이 소리쳤다.
‘물러날 때군.’
저들이 이곳으로 달려오는 것은 캭을 봤다는 것이다. 물론 캭은 빠르게 달렸으니 캭의 등에 탄 나까지는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굳이 나를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캭!”
캬옹!
캭은 함부로 포효하지 말라는 내 말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나를 보며 울었다.
“저쪽으로 달려가서 크게 한 번 울부짖고 다시 와!”
캬옹?
캭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
“말 그대로 한번 뛰어가서 울고 다시 오라고.”
캬옹!
캭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이지만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캬아악!
그리고 마치 봉인이 풀린 듯 벌떡 일어나 크게 한 번 울고 빠르게 절벽을 가로질러서 내려가 달렸다. 그리고 검은얼굴 전사들이 자신들을 공격할 듯이 달려드는 캭을 보고 아주 잠깐이지만 멈칫한 게 보였다. 하지만 금세 정신 차리고 다시 캭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빨호랑이다!”
“사거리가 안 됩니다.”
“더 접근해서 쏴라!”
그러고 보니 저들은 활을 들고 있었다.
‘으음, 좁은 협로에서 활을 쓰면…….’
이곳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탐스러운 옥수수들이 탐이 났다.
캬아악!
사거리가 닿았는지 저들이 활을 쏘기 시작했고, 캭은 화살을 피해 다시 한 번 크게 울부짖다가 뒤돌아서 내게 뛰어왔다.
“이빨호랑이가 도망칩니다!”
“어서 놈을 쫓아라!”
이 협로를 이용해 적이 뚫고 들어오는 것도 어렵지만 저들이 이 가파른 절벽 길을 올라오는 것도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캬옹!
캭이 내게로 돌아와서 시키는 그대로 했다며 나를 봤다.
“잘했다, 가자.”
나는 나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 뒤로 물러났다가 캭의 등에 탔다.
“이제 돌아간다!”
-예, 알겠습니다요.
배트맨이 대답했고 날개를 펄럭이며 날았다.
‘그렇지, 하늘은 모두가 길이지!’
나는 순간 공군들을 떠올렸다.
저들은 활이 가장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할 최고의 수단이다. 그렇다면 화살이 닿지 않는 높이에서 폭격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피를 말려주마.’
다다닥! 다다닥!
캭은 나를 등에 태우고 비호처럼 협로를 달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협로를 막는 놈들의 모습이 보였다.
‘젠장! 미리 길을 막고 있었다니!’
이 상태로 달리면 저들은 캭의 등에 탄 나를 알아볼 것이 분명했다.
‘놈들에게 나를 발각되는 것은 좋지 않은데…….’
나를 들키지 않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내 존재가 들켰다 해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이로써 저 거대한 성 말고도 검은얼굴들이 이 협로를 지키기 위해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저걸 발견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군.’
만약 저들의 존재를 모르고 막무가내로 진격해서 절벽 위에 섰다면 우리 부족의 전사들이 앞뒤로 고립되는 상황에 놓일 수가 있었다.
검은얼굴들은 앞뒤로 입구를 막고 버티면 침입자인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굶어 죽거나 무리한 공격을 감행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전멸을 의미했다.
“캭, 좀 더 빠르게 달려!”
캬아악!
캭이 다시 한 번 포효하고 더 빠르게 달렸다.
“이, 이빨호랑이다.”
“활을 쏴라!”
“어서 입구를 막아라!”
협로를 막던 검은얼굴들이 난리가 났다.
‘그런데 다들 여자네?’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저들에게 최대한 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마상 기술 중 하나인 옆구리에 붙어서 달리는 기술처럼 캭의 옆구리에 바짝 붙었다.
“활을 쏴라!”
슈슈슈!
캬아악!
캭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었다.
“무시하고 그냥 달려!”
죽이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다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돌파가 우선이다.
‘아마 다른 곳에도…….’
협로를 막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다다닥! 다다닥!
쉬웅!
캭은 화살을 피하며 힘껏 점프를 감행했다.
‘제, 제기랄, 졸라 무섭네!’
아래를 보니 천 길 낭떠러지다. 캭이 착지를 잘못하면 나와 캭은 저 아래로 떨어져 죽을 것 같다.
턱!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캭이 탁월한 균형 감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캭은 입구를 봉쇄하는 검은얼굴을 뛰어넘어 협로 바닥에 착지하고 다시 하늘 부족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나는 세 곳에서 입구를 막는 놈들을 간신히 뚫고 부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벌써 밤이 되었군.’
내가 돌아오자마자 늑대발톱과 제비꽃 그리고 연꽃이 나를 맞이했다.
캬옹!
캭은 봉쇄를 뚫는 과정에서 화살 몇 대를 맞았다.
“족장님, 캭의 몸에…….”
늑대발톱이 캭의 몸에 화살이 박힌 것을 보고 놀라 말을 더듬었다.
“족장은 괜찮은 겁니까?”
“저는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제비꽃이 물었다.
“치료부터 해야겠습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는 캭을 봤다.
“캭!”
캬옹~!
많은 사람이 보고 있기에 캭이 엄살을 부리는 듯 울었다.
“좀 아플 거다.”
박힌 화살부터 뽑아내야 했다.
캬옹!
마치 캭은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 같은 눈빛을 보였다.
“하여튼 네가 고생 많았다.”
나는 캭에게 그렇게 말하고 화살을 뽑았다.
캬아아악!
캭이 따끔했는지 크게 울부짖었다. 아마 캭의 비명을 듣고 잠든 사람들이 모두 깨어났을지도 모른다.
“치유의 손길!”
그 순간 내 손에서 빛이 뿜어졌다.
“하, 하늘 부족 족장님의 손에서 빛이 나옵니다!”
노숙하던 올빼미 씨족 사람들이 캭의 울부짖음과 내 손에서 뿜어지는 빛을 보고 말을 더듬었다.
“정, 정말 대단하신 분이신 것 같아요.”
“그래, 족장님만 따라다니면 된다.”
“직접 치료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엄청난 힘을 가지신 분이야.”
이 상황이 수많은 씨족에게 나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순간이 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치료를 끝낸 후에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검은얼굴들의 터전에 다녀왔습니다.”
“그, 그렇다면 검은얼굴 놈들도…….”
“네, 활을 쓰네요.”
물론 아르메를 생포할 때부터 알게 된 사실이다.
“하여튼 예정대로 내일 날이 밝으면 강 아래로 이동하세요.”
“족장님께서는…….”
늑대발톱이 내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되물었다.
“도둑질 좀 해야겠어요.”
그리고 또 하나, 공군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 야크 수레도 더 만들어야 한다.
‘정말 끝도 없이 할 일이 많군.’
* * *
“모든 출발 준비가 끝났습니다.”
제일 선두에 섰던 늑대발톱이 내게 달려와 보고했다. 그리고 그는 저 멀리서 피어오르고 있는 연기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나갈 길을 재촉하기 위해서는 돌아올 곳이 없어야 한다.
나는 큰바위가 애써 만들어놓은 대나무 목책과 움막들을 모두 태웠다. 그리고 그 연기를 보며 씨족 사람들 역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연기와 나를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다.
‘저길 그냥 두면 남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돌아갈 길을 끊어야 새롭게 전진할 수 있는 법이다.
우린 날이 밝자마자 모든 것들을 챙겨서 텅 빈 야크 목장이 있는 강가로 집결했다.
“정말 장관이라면 장관이네요.”
“예?”
“아주 대단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하늘 부족의 터전이었던 대나무 밭을 떠나 악어머리 부족이 점령했던 강 하류 그리고 바닷가로 이동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거대한 행렬은 거의 3,000명에 육박했다.
중간에 빛이 선두와 후미를 통제할 수 있게 자리를 잡은 후에 내게로 뛰어왔고 제비꽃과 연꽃 그리고 할머니는 부드러운 가죽이 깔린 수레에 타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 잠시 남겠다고 한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출발하면 됩니다.”
빛이 내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이 강가 옆에는 100마리의 공군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심히 이동하시면 됩니다.”
“앞뒤로, 옆에도 전사들을 배치했습니다.”
200여 명의 악어머리 부족 출신 전사들과 내 전사들이 저들을 호위하는 경계병 역할을 수행할 것이니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
“부락으로 가시면 이빨과 잘 협조해서 부락을 장악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언제 오시는 겁니까?”
“저 수레를 다 채우고 가겠습니다.”
나는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10대의 짐수레를 더 만들기 위해 낑낑거려야 했고 나를 따라서 단단히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는 일을 끝낸 지금 수레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메와 4명의 여자는 여전히 묶인 상태로 수레에 태워져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군.’
죽일 수도 없고 또 풀어줄 수도 없기에 끌고 가야 했다.
“무슨 일을 하시려는지…….”
늑대발톱은 도통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단단히나 수레에 태워서 좀 재우세요.”
“알겠습니다. 참 충성심 하나는 대단합니다.”
늑대발톱도 단단히의 충성심을 인정했다.
“며칠 안 걸릴 겁니다.”
이제는 최종 통보만 남았다.
“가시죠.”
나는 늑대발톱과 빛과 함께 대형을 이루고 있는 씨족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다.”
아주 큰 목소리로 2,000여 명의 씨족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너희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
내 말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씨족 사람들이 서로를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해라, 족장님이 말씀하고 계신다.”
늑대발톱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른 후에서야 조용해졌다.
“우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갈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를 따르기 싫은 씨족이 있다면 떠나도 좋다.”
씨족 사람들은 늑대발톱이 조용히 하라고 했기에 웅성거리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만 봤다.
“할 말이 있으면 나서서 해라.”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그때 다람쥐 씨족장이 조심히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바다에는 먹을 것이 넘쳐 나고 겨울에도 굶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간다.”
“그렇다면 따라가겠습니다. 저희는 이제 하늘 부족입니다.”
첫 시작이 좋다.
군중 심리라는 것이 있으니 이제 아마도 이곳에 남겠다는 씨족은 없을 것이다.
“올빼미 씨족도 하늘 부족입니다.”
“모두 족장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와와와! 와와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땅으로 가자!”
함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소리쳤다.
“그럼 이제부터는 모두가 하늘 부족이다. 출발이다.”
“모두 출발한다.”
그때 늑대발톱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른 후에 나를 봤다.
“무사하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땅속에서일어서입니다.”
여전히 나를 걱정하는 늑대발톱에게 미소를 보였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내 아버지인 늑대발톱이 내게 머리를 숙여 목례를 했다.
“아버지도 조심하시고요.”
아주 작게 속삭였고 내 말에 늑대발톱이 미소를 보였다.
“오냐!”
그렇게 거대한 행렬은 이동을 시작했다.
‘이것이 하늘 부족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터닝 포인트다.’
거대한 이주를 보며 나 역시 심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 일을 해야 한다.
“모두 가자!”
내 외침에 나무에 내려앉은 100마리의 까마귀들이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먹을 것부터 빼앗고 성까지 가진다.’
나오기 싫다면 나오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