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우리는 통발을 다 설치하고 대나무 숲으로 왔다.
언제 봐도 대나무 숲은 울창해 보였다. 쭉쭉 뻗어 있는 장죽이 수도 없이 빽빽이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푸른 장막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무거운 마음 때문일까? 푸르디푸른 장죽 밭이 서늘하게까지 느껴지고 있다.
‘……아냐,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
강가에 통발을 20개나 설치해 놨으니 스무 마리는 너끈히 채우고 남을 것이다.
강가에 물고기가 아예 없다면 한 마리도 못 잡을 수도 있겠지만, 이 원시시대에서 강의 물고기가 씨가 마를 턱이 없다.
‘꼴이 말이 아니시네.’
나는 강에 들어가지 않아서 멀쩡했지만 늑대발톱과 큰바위의 온몸에는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또 대나무를 때리려고?”
늑대발톱은 그걸 왜 하느냐는 투로 물었다.
아무리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도 원시인,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하는 행동이 이상해 보일 것이다. 대나무를 때린다고 먹을 것이 나오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심지어 헌터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설명하기도 어렵고…….’
설명할 방법도 없다. 하늘님이 내게 장죽을 치라고 했다고 하기에도 뭣하다.
“그냥! 심심해서.”
“그럼 또 두드릴 거야?”
“네, 근데 그전에…….”
나는 대나무밭을 둘러봤다.
‘있었지.’
통발에 물고기가 들어가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산닭을 잡으려고 왔다.
“산닭을 잡아야겠어요.”
“산닭? 날아다니는 놈을 어떻게 잡아?”
내 말에 늑대발톱이 바로 못 잡는다고 단언하듯 말했다.
‘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내가 본 닭 비슷하게 생긴 놈은 몸집에 비해 날개가 부실해서 날개를 퍼덕이더라도 도약하는 것이지, 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늑대발톱을 날기 때문에 못 잡는다고 말했다.
‘이상하네…….’
사실 타조도 날 필요가 없기에 뛰기 편하게 다리를 중심으로 진화한 것처럼 내가 본 산닭처럼 생긴 새도 그럴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내가 본 놈이 산닭이 아닐 수도 있다.
‘설마 그때만 똑똑했었나?’
나는 늑대발톱이 무척이나 똑똑한 원시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원시인들에 비해 똑똑한 편이지만 역시 가끔은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똑똑함은 언제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거겠지만 말이다.
“잠깐!”
그때 늑대발톱이 대나무밭을 둘러봤다.
“왜요?”
그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큰바위가 되물었다.
“여기면 잘하면 잡을 수도 있겠다. 대나무 때문에 멀리는 못 날겠어.”
이곳은 대나무가 빽빽이 자란 만큼 늑대발톱은 산닭처럼 생긴 놈이 만약 날아오른다고 해도 쉽게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런데 그놈이 정말 날아다녀요?”
“우리가 못 잡을 만큼은 난다.”
그게 핵심이었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지는 못해도 퍼덕거리기는 한다는 의미였다.
“하여튼 너, 똑똑하구나.”
늑대발톱이 또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이럴 때마다 기분 묘하다니까.’
정말 애가 된 기분이 든다.
“저걸 잡아서 먹으면 되겠어요.”
나는 지난번 봤던 새를 보고 늑대발톱에게 말했지만 늑대발톱은 내가 보고 있는 새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왜 저래?’
눈앞에 먹을 것이 보이는데 저런 표정으로 변하는 것이 이상했다.
“저거? 저건 산닭이 아니다.”
역시 아닌가 보다.
‘그럼 뭔데?’
내가 보기에는 산닭이든 저것이든 잡기만 하며 먹을 수 있는 건데 왜 저런 표정인지 모르겠다.
“그럼요?”
“저건 다리새다.”
늑대발톱이 다리새라고 말하며 저 멀리서 우리를 째려보다가 다시 관심 없다는 듯 벌레를 잡아먹고 있는 놈을 봤다.
“다리새라고요?”
“그래, 저건 엄청나게 빠르다. 거의 날지 않는데 가끔 난다. 그래서 잡기 쉽지 않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늑대발톱이 인상을 찡그렸다.
“꼭 잡을 겁니다. 꼭!”
못 잡는다고 말하니 오기가 생겼다.
“꼭 잡아서 통닭으로 구워 먹을 겁니다.”
다리새라 불린 놈은 우리로부터 15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 유유히 걸어 다니며 바닥을 쪼고 있었다. 놈을 한 마리만 잡아도 우리 식구들 모두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꼭 잡아야겠다.
“잡기 쉽지 않은데…….”
늑대발톱은 말꼬리를 흐렸지만 나와 함께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다리새 쪽으로 다가갔다.
‘내가 하는 말이면 뭐든 따라주는군.’
원시인이지만 이럴 때는 정말 자상한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늑대발톱이었다.
물론 삼촌이지만 말이다.
끼익! 끼익!
다다닥! 다다닥!
다리새는 우리가 접근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바짝 들더니 후다닥 도망쳤다.
-헌팅에 실패하였습니다.
‘시바, 왜 다리새인지 이제 알겠네.’
놈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타조처럼 빨랐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자면 번개처럼 빠르게 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새 새끼는 타조의 시조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푸드득!
그리고 가끔 난다고 했던 말처럼 짧은 날개를 푸다닥거리더니 10미터 정도 도약해 우리와의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한 채 다시 바닥을 쪼기 시작했다.
‘저게 헌터를 깔끔하게 무시하네.’
아예 멀리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딱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잡기 쉽지 않다.”
“꼭 잡을 거예요.”
마치 약 올리듯 바닥을 쪼다가 이쪽을 한번 보고는 다시 유유자적하게 바닥을 쪼는 놈을 보자 오기가 생겼다.
“나도 잡았으면 좋겠다.”
“잡아! 어서 잡아!”
그때 거동이 불편한 큰바위가 잡으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에 다시 고개를 쳐든 다리새가 우리 쪽으로 고개를 한번 돌아보더니 다시 뭔가를 쪼아 먹었다.
‘망할 새끼!’
완벽하게 우리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저거 잡으면 엄마랑 모두가 배 터지게 먹겠다. 하하하! 어서 잡아!”
“이쪽으로 몰아요. 몰라고요!”
끼익!
“좀 잡혀라! 이얍!”
늑대발톱이 힘껏 뛰어 놈을 온몸으로 덮쳤다. 하지만 놈은 유유하게 늑대발톱의 날렵한 덮치기를 피했고, 내 쪽으로 뛰어왔다. 나 역시 놈을 향해 몸을 날렸지만 나를 비웃듯 내가 덮치는 것을 보고 크게 점프를 하더니 날개를 퍼덕이며 도약했다.
심지어 내 머리 위를 넘어갈 때 내 머리 위에 똥까지 싸지르고 거리를 벌리고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다리새 헌팅에 실패하였습니다.
-오염 물질에 미약하게 오염되었습니다.
-오염 물질에 오염되었지만 생명력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어이가 없는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도 헌팅이라면 헌팅인데, 실패를 했다는 거다.
“이씨! 아후우우우!”
최강의 헌터였던 내 꼴이 정말 말이 아니다.
“다리새, 네 머리에 똥 쌌다. 히히히!”
나는 화가 나 죽겠는데 큰바위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껄껄거리며 웃었다.
“저거, 오늘 꼭 잡자.”
늑대발톱도 오기가 발동한 것 같다.
* * *
우리는 3시간째 다리새를 쫓고 있다.
대나무 숲을 뒤진 지 20분 정도 만에 다리새를 발견했지만 어이가 없게도 그놈을 3시간째 대나무 숲을 뺑뺑이를 돌며 쫓고 있다.
잘 걷지도 못하는 큰바위는 도움이 안 됐고, 나 역시 크게 도움이 될 수가 없었다.
그냥 늑대발톱만 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를 놀리듯 도망치고 있는 놈을 쫓고 있다.
‘망할 새끼! 미친 듯이 빠르네…….’
역시 원시시대라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빽빽한 대나무 때문에 쉽게 날아서 도망치지는 못했지만 다리새는 뛰는 것만으로도 장난 아니게 빨랐다.
저 새 새끼의 이름이 왜 다리새인지 정말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순간이다.
다다닥! 다다닥!
푸드득! 푸드득!
한번 크게 도약하더니 자신의 근처에 내려앉은 다리새를 향해 늑대발톱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놈은 그런 늑대발톱을 놀리듯 홱 소리가 나게 빠른 속도로 회피하더니 다시 달리다가 대나무 가지 위로 날아올랐다.
“저 망할 새끼가!”
정말 욕만 나오는 순간이다.
부우웅! 부우웅!
그때 내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 소리의 시작점을 찾았다.
“자, 잠깐! 움직이지 마세요!”
저 소리를 내는 것은 딱 하나다.
벌!
어딘가에 벌집이 있을 것 같다. 벌들은 먼저 공격하는 게 드물지만 자극받으면 바로 공격을 한다. 뛰지 못하는 큰바위가 있기에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그때 내 콧잔등에 걸쭉한 뭔가가 떨어졌다.
뚝!
코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났다.
떨어진 것은 꿀이었다. 나는 꿀 냄새를 맡은 벌 떼가 내게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손으로 그 걸쭉한 것을 찍어 입에 넣었다.
-활력 회복제 재료인 꿀을 한 방울 섭취하였습니다.
꿀이 활력 회복제를 만드는 재료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어비스의 생명 포션 같은 효과가 나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고, 활력 회복제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달달하네. 쩝!”
그리고 바로 고개를 들어 위를 봤다. 내 머리 위에는 소 대가리보다 더 커 보이는 벌통이 대나무 꼭대기에 위태롭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생긴 것은 말벌집처럼 생겼는데 꿀이 들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도 이 시대까지는 말벌과 꿀벌이 나뉘지 않은 시대인 모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벌들이 꽤 커 보인다는 것이다.
‘마, 만약에 바람이 불어서 떨어진다면!’
아마 벌에 쏘여서 우린 다 죽을 것 같다.
“왜?”
겨우 쫓아온 큰바위가 내게 물었다.
“벌통이 있어요.”
“벌통?”
큰바위는 바로 입맛을 다셨다.
“벌통이 떨어지면…….”
그에 반해 늑대발톱은 내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아는 것 같다.
“쏘여서 죽을 수도 있다.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 돌아가자.”
늑대발톱이 내 손목을 잡고 나를 끌어당겼다. 그런데 이 순간, 붉은개가 떠올랐다.
‘그렇지, 이거다!’
드디어 붉은개를 죽일 방법이 떠올랐다.
내 눈에 머드팩을 한 것처럼 여전히 진흙투성이인 큰바위와 늑대발톱이 보였다.
‘밤에 몰래……!’
저 벌통만 딸 수 있다면 붉은개는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살이 덧나고 있었지…….’
거기에 벌 독을 더하면 붉은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중상만 입어도 붉은개 무리에게 내분이 생길 수도 있다.
‘누런개 눈깔이 이상했으니까.’
아마 붉은개는 우리를 죽이거나 쫓아내도 얍삽한 누런개에게 언젠가는 당할 것 같다.
‘따는 것만 해도 힘들어 보이는데 저걸 어떻게 옮기지…….’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예, 돌아가요.”
우선은 다리새를 잡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뭔가를 포기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번만큼은 포기해야만 했다.
뛰는 원시인 위에 나는 다리새가 있었다.
‘덫을 놔야겠어.’
덫이 아니고는 바로 잡을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다리새는? 오늘 다리새를 먹는 거 아니었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큰바위가 어수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중에 잡아 줄게요.”
“네가 다리새를 잡을 수 있다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던 큰바위의 표정이 바로 밝아졌다.
“있어요.”
“어떻게?”
“올무를 놓으면 돼요.”
내 말에 늑대발톱이 나를 잠시 빤히 봤다.
“올무? 그건 뭐지? 통발 같은 건가?”
그것도 방법일 것 같다. 좀 크게 만들고, 그 안에 먹을 것을 넣어 두면 다리새가 통발에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하게 될 테니까.
“그것도 방법이네요.”
꼬르륵! 꼬르륵!
그때 큰바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덩치가 크니 더 많이 배가 고플 거다.
“배고파요?”
“괜찮아.”
큰바위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다리새를 잡는 것은 죽 쒔으니 또 죽순이나 먹어야겠네.’
또 어쩔 수 없이 죽순을 캐야 했다.
‘완전 죽돌이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