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그럼 이제 전투비행을 해볼까?”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이제부터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이 날개틀이다.
그러니 날개틀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나는 훈련밖에는 없다.
“상승!”
내 명령에 추진체로 쓰이는 공군들이 날개를 폈다. 그리고 빠르게 날갯짓을 해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지금까지는.’
수직 상승과 착륙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유자재로 날아야 하고 또 30마리의 묶은 줄이 엉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일이 아니군…….’
하늘을 나는 날개틀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환호했지만 해결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사실 착륙만 해도 쉽지 않았다. 또한, 추진체로 쓰이는 공군들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0개의 줄이 꼬이는 것을 신경을 쓰는 것보다 20개나 10개의 줄을 신경 쓰는 게 더 쉬운 일이니까.
펄럭! 펄럭!
“강 쪽으로 가자!”
내 외침에 날개틀이 화전을 하기 시작했고 이미 나무들은 아주 작게 보일 정도다.
전투비행 훈련도 할 겸 그리고 내 하늘 부족이 어디까지 이동을 했는지 확인도 할 겸 비행 방향을 강가로 잡았다.
펄럭! 펄럭!
그리고 아주 빠르게 비행을 시작했다.
쉬우우웅! 쉬우우웅!
내 얼굴에 차가운 바람이 느껴져서 짜릿했다.
이래서 날개도 없는 인류가 그렇게 하늘을 날고자 했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내가 지금 몇 년을 당긴 거지?’
하늘을 최초로 정복했다고 우기는 사람은 라이트 형제다. 하지만 나는 그 라이트 형제보다 최소 1만 년 빠르게 이미 하늘을 점령해 버렸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역사를 다시 써야겠네.’
어쩌면 나는 전설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을 따라서 쭉 내려가.”
까악!
공군 중에서 레벨이 제일 높은 놈이 크게 한 번 울었다. 그리고 빠르게 강을 따라 내려갔다.
쉬우웅!
휘청!
순간 날개틀이 바람의 영향을 받아서 휘청했다.
“간 떨어질 뻔했네.”
휘청하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정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절대 이 날개틀을 못 탈 것 같다.
바람을 계산해야겠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거지. 킥킥킥!”
나도 모르게 예전에 봤던 영화의 명대사가 떠올라 영화배우처럼 말하다가 킥킥거렸다. 그만큼 나는 지금 기분이 좋다.
하늘을 정복했으니까.
끼이이익!
그때 창공에서 요란한 괴성이 울려 퍼졌고 나는 소름이 돋아 괴성이 터진 쪽을 봤다.
“저 새끼 뭐야…….”
거대한 독수리다. 아니 그렇게 보였지만 내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놈은 독수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깃털이 형형색색으로 화려한 것을 보니 크기는 거대한 독수리처럼 보이지만 독수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졸라 빨라.’
놈의 눈깔은 번뜩이는 살기를 품고 있었고 아마도 내 공군 중 한 마리를 노리는 것 같다.
“젠장!”
쉬우웅!
놈은 빠르게 내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 모습을 본 공군들이 동요한 듯 날개를 퍼덕였다. 박자를 못 맞추고 날갯짓을 해서 그런지 한쪽으로 날개틀이 쏠렸다.
“야, 진정해, 이러다가 떨어져!”
까아악!
추진체의 우두머리가 크게 한 번 울었다. 그러나 공군들이 마구잡이로 날개를 퍼덕였기에 마치 파도에 흔들리는 배처럼 날개틀은 요동쳤다.
“젠장…….”
놈의 출현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 땅이 아니라 하늘이기에 살짝 무서웠다.
‘추락하면 골로 간다.’
최소한 지금 300미터 이상의 높이다. 아무리 내가 헌터라고 해도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는다.
내가 가진 모든 스킬들은 이 고도에서는 무용지물일 테니까.
-시조새
종족 : 몬스터
생명력 : 22,000/22,000
공격력 : 1,700
속력 : 15,000.
방어력 : 700
종족이 몬스터라는 것은 신의 농간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진정 망할 새끼다.’
내가 뭔가를 이룰 때마다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 이런 농간을 부리는 것 같다.
‘화살이 있었지.’
물론 화염병과 원시 수류탄 몇 발도 적재한 상태다. 문제는 불이 없다는 것이다. 부싯돌은 있다. 그리고 활도 있고.
나는 바로 날개틀 바닥에 놔둔 화살을 집어 들었다.
쉬우웅!
카야아아악!
거대 시조새가 빠르게 날아들어 밧줄에 묶여 퍼덕이고 있는 공군 하나를 발톱으로 낚아채서 잡아당겼고 그와 동시에 날개틀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으윽!”
한 마디로 졸라 빠르다.
끼이익!
놈의 발톱에 찍힌 공군은 그 자리에서 바로 즉사를 했다. 하지만 밧줄에 묶여 있기에 뜯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놈이 잡아당기고 있기에 공군들은 그 반대 방향으로 날갯짓을 했기에 밧줄은 팽팽하게 당겨졌다.
“망할 새끼!”
나는 바로 시위를 힘껏 당겼다.
쩌어억!
그리고 바로 놈의 대가리를 겨눈 후에 시위를 놨다.
슝!
퍼억!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놈의 대가리에 박혔다.
카아아악!
화살을 맞은 거대 시조새가 거친 비명을 질렀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모처럼 헌팅 메시지가 떴다.
“좋았어.”
나는 바로 두 개의 화살을 다시 시위에 걸고 바로 시위를 당겼다.
수슝!
두 발의 화살이 날아가 놈의 몸통에 박혔고 그 순간 놈은 나를 향해 날카로운 부리를 디밀며 쪼았다.
퍼억!
나는 바로 놈의 대가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고 그 순간 놈이 날개를 펄럭이며 뒤로 물러났다.
“넌 내가 잡는다.”
다시 화살을 시위에 걸렸다.
마침 나를 따라오던 70여 마리의 공군들이 일제히 빠르게 날아들어 거대 시조새를 향해 덤벼들었고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독수리에게 덤벼드는 까마귀의 모습 그 자체였다.
까악! 까아악!
비명이 난무했다. 그리고 작은 것들이 큰 것을 동시에 공격해 추락시키는 모습을 봤다.
‘공군들이 생각보다 성질이 더럽군.’
정말 장관이라면 장관이었고 새들의 공중전을 제대로 감상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조새를 끝장낸 것은 공군들이기에 내게 돌아오는 경험치는 미미했다. 그리고 사실 이제 레벨이 600대라서 저런 새 한 마리를 잡는다고 경험치가 많이 오를 수도 없다.
“다시 강가로 날아.”
까아악!
나는 밧줄에 묶인 상태로 대롱대롱 매달려 죽은 공군을 끌어올렸다.
“으음…….”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다.
“고생했다.”
나는 죽은 까마귀에 묶인 밧줄을 풀어줬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가자, 계속 강가로 내려가.”
까아악!
다시 비행이 시작했다.
‘마치 항공모함처럼…….’
공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제대로 파악이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날개틀 한 대를 비행할 때 최소한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군함처럼 공군 까마귀 몇 마리를 배속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밖에는 못 갔군.”
30분 정도 비행을 했을 때 이주대형의 후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대한 물체라 이동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고 아마 저런 속도라면 평상시 일주일 정도의 거리지만 아마도 2주 정도는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오늘은 여기서 쉰다.”
늑대발톱이 백색 늑대 한 마리를 타고 선두에서 소리치며 멈췄다.
“여기서 오늘은 쉰다!”
“모두 정지!”
경계병의 역할을 부여받은 악어머리 출신 전사들이 여기저기서 소리쳤다.
“정지.”
하늘 위에서 보니 정말 혼란스러운 순간이고 대이동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닥불을 피워라, 경계를 서라.”
빛의 앙칼진 목소리도 들렸다.
“알겠습니다.”
전사 하나가 빛에게 대답했고 씨족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모닥불을 피우며 쉬기 시작했다.
“어, 어 저게 뭐지?”
그때 지진 씨족 아이 하나가 하늘을 보다가 땅속에서일어서가 탄 날개틀을 발견했다.
“저거 새인가요?”
옆에 있던 엄마를 보며 말했고 그 아이의 엄마 역시 하늘을 봤다.
“크, 크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봤지만, 여자는 하늘에서 날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커서 놀라 중얼거렸다.
“하늘에 뭔가 있어요!”
여자는 바로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들은 늑대발톱과 빛이 여자를 봤다.
“하늘에 뭔가 있어요. 새예요. 새! 엄청 큰 새예요.”
날개틀을 새라고 소리치는 여자였다.
“저, 저건 뭐지?”
늑대발톱도 아주 높게 떠 있는 날개틀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모르겠습니다.”
“전투준비를 해라.”
늑대발톱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전투준비를 외쳤다.
“아주 큰 새가 있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새는 사람을 낚아채어 간다고 한다.”
아마도 익룡이나 시조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늑대발톱인 모양이다.
“전투준비, 잠깐!”
빛이 궁수들에게 전투준비를 외치다가 늑대발톱을 봤다.
“왜?”
“저기 큰 것 위에 있는 것은 까마귀들 아닌가요?”
“잘 보이지 않는데.”
“까마귀예요.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은…….”
거대한 바구니가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빛이 당황한 눈빛으로 변했다.
“저, 저건…….”
“과일바구니다.”
늑대발톱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아무 일 없는 거지!”
그때 하늘 위에서 우렁차게 땅속에서일어서가 외쳤고 그 외침에 쉬고 있던 하늘 부족 사람들이 넋이 나간 상태로 하늘을 날고 있는 땅속에서일어서를 우러러 봤다.
“족, 족장님이시다.”
“할, 할머니!”
그때 연꽃이 날개틀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할머니를 불렀다.
“눈이 침침해서 뭔지 모르겠구나.”
“어, 족, 족장님이세요.”
연꽃이 할머니에게 말했고 그제야 할머니도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땅속에서일어서가 보였다.
“역, 역시…….”
“왜요? 어머니.”
“땅속에서일어서는 하늘님이 보내신 분이시다. 아니 하늘님이시다. 우리가 이렇게 편히 하늘님을 맞이해서는 안 된다.”
할머니의 말에 제비꽃이 놀라 땅속에서일어서를 다시 올려 봤다.
‘내, 내 아들이 하늘님이라니…….’
자신의 아들이 하늘을 날고 있기에 제비꽃 역시 감격해 온몸을 떨었다. 물론 연꽃 역시 다를 것이 없었다.
“하늘님이라고 주술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수레 가까이 있던 남자 하나가 소리쳤다.
“하늘님?”
“하늘님이시다.”
졸지에 땅속에서일어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늘님이 됐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땅속에서일어서의 숙적인 레드는 스스로 인간이 되고자 했지만 땅속에서일어서는 신처럼 보이고자 했다.
* * *
“족, 족장님이 하늘을 날고 계시다.”
내 쪽에서도 부족 사람들의 외침이 귀에 들렸다.
“천천히 내려가, 쪽팔리지 않게.”
이번 착륙은 최대한 폼 나게 내려가고 싶었다.
까아악!
추진체의 우두머리가 크게 한 번 울었고 날개틀은 천천히 하강을 시작했다.
“족장님이시다. 아니 하늘님이시다. 우리 족장님은 원래 하늘님이셨다.”
“맞다. 하늘님이셨다.”
누군가 내가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하늘님이라고 외쳤다.
“하늘님?”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니지.’
하늘을 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현생인류의 관점에서는 하늘을 날고 있는 내가 신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은…….’
부락민들의 시선으로는 어쩌면 하늘님이라는 신이 강림하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씨족 사람이 누구의 지시도 없이 나를 향해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그 동굴처럼 하늘을 보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하늘님이시다.”
“족장님은 하늘님이시다.”
“하늘님이 우리에게로 내려오고 계신다.”
의도치 않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습 때문에 저들이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 타임!’
저들이 나를 신이라고 부른다면 나는 당분간 신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을 구심점으로 수십 개의 씨족을 하나로 뭉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