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여기에 왕성을 지을 것이다.”
내 공표에 사람들이 아주 넓은 평야를 바라봤다.
‘배산임수 그 이상이니까.’
산과 강을 넘어 바다까지 보이는 곳이고 강의 하류 부분이니 평야는 비옥할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검은얼굴들에게 강탈한 옥수수를 심으면 내년 가을부터는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모두가 내 명령에 우렁차게 대답했지만 저들의 눈빛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내가 어떻게 할지 다 알려 줄 테니까 내가 시키는 그대로만 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폐하! 하지만…….”
늑대발톱이 대답하면서 나를 봤다.
“왜?”
“올겨울에 먹을 식량은 어떻게 합니까?”
또 식량 타령이다.
“그건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악어머리 부락으로 돌아왔다.
* * *
“대나무는?”
이제부터는 식량 확보 전쟁이다.
“10개 단위로 묶어서 말씀하신 바다 쪽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단단히는 큰 소리로 대답하였다.
“수고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대나무는 어디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이빨이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죽방이라고 들어 봤나?”
“예? 죽방이라고 하셨습니까?”
“죽방, 그걸로 물고기를 잡는다. 가자!”
죽방이라는 것은 대나무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방법 중 하나다. 어떤 면에서는 인류 최초의 가두리 양식까지는 아니지만 가둬서 잡는 방식일 것이다.
‘어느 정도 식량이 되어 주겠지.’
바다로 가면 먹을 것이 많다. 물고기도 손쉽게 잡을 수 있다.
“수레를 다 끌고 갈 거니까 그렇게 준비해.”
“알겠습니다. 폐하!”
늑대발톱이 대답하고 야크가 끄는 수레 30대를 준비했다.
‘물개도 있고 미역도 있고 먹을 것은 넘친다.’
* * *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대나무 기둥을 촘촘히 박아.”
조수간만의 차이가 분명 있었다. 그것을 이용할 생각이다. 아직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는 곳까지 들어가서 이달투드워프12에게 지시를 했다.
이달투드워프12에게는 100명 정도의 일꾼을 붙여 줬다.
‘어이가 없게 현생인류의 아종이 현생인류를 감독하는 조장이 됐군.’
“옆으로 가는 대나무는 촘촘히 연결해야 한다.”
“목장보다 더 촘촘히 연결해야 합니까?”
“더 촘촘하게 해야 한다. 딱 요만큼의 간격으로 연결해.”
나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죽방의 간격을 알려 줬다.
“그럼 대나무가 아주 많이 들 것 같습니다.”
“물론이지.”
그 정도의 간격이라면 멸치까지는 잡지 못할 것 같다.
‘멸치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밀물일 때 고기들이 이곳까지 자유롭게 들어왔다가 썰물일 때 죽방에 길이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될 것이다. 그럼 우린 꺼내기만 하면 된다.
“20개 정도 만들어.”
“예, 알겠습니다.”
그저 내 지시를 듣고 있는 내 신하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냥 저기 널려 있는 것들을 사냥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빨이 내게 말했다.
“저것들도 잡아야지. 하지만 저것들도 이곳에서 가두어서 키운다.”
미역이나 죽방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토막을 내어서 먹이면 될 것 같다.
‘한 5,000마리가 넘는 것 같군.’
저 정도면 충분히 올겨울은 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당장 죽이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둬서 필요한 만큼 잡아먹으면 식량 문제는 해결된다.
‘그리고 내년 봄에 다시 바다로 보내면 또 돌아오겠지.’
물론 일부는 그대로 가둔 상태에서 키울 생각이다.
‘물개 하면 해구신이지.’
물개의 고기를 이용해 식량으로 삼을 생각하면서도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다. 물개의 고환을 잘라서 말리면 정력제로 알고 있는 해구신이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언제 이런 걸 만들어 보겠는가. 물론 물개도 잡아서 육포로 만들 수 있다면 육포로 만들 참이다.
거기다가 물개의 지방을 기름으로 쓸 수도 있다.
‘아낌없이 주는 물개가 되겠군.’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단단히!”
“예, 폐하!”
“로스구이를 먹을 생각이니까 돌판하고 장작을 구해 와.”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사냥할 필요는 없다. 나는 지금 물개 고기가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다. 모피 사용 반대자들이 들으면 기겁하겠지만 물개의 가죽은 우리 조선 왕국 백성들에게 따뜻한 겨울옷이 되어 줄 것이다.
* * *
“저기 폐하께서 말씀하신 물개라는 것들이 보입니다.”
물개를 잡으라는 명령을 받은 이빨은 물개를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단단히가 구해 온 돌판 앞에 앉아 여유를 부리고 있는 땅속에서일어서를 보며 그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정말 많군.”
“잡기도 아주 쉬울 것 같습니다. 다리도 없어 보입니다. 그냥 돌도끼로 찍어 죽이면 될 것 같습니다.”
전사가 이빨 앞에 돌도끼를 보이며 말했고 이빨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물개 사냥만큼 쉬운 것도 없을 것이다. 배를 깔고 누워 있는 물개에게 다가가서 돌도끼로 찍어 버리면 되는 거다.
땅속에서일어서가 살던 현대에서는 몽둥이로만 물개를 머리를 후려쳐서 잡았고 그건 사냥이 아니었기에 어떤 면에서는 학살이 분명했다.
이 원시시대에도 그와 같은 학살이 이뤄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수컷만 우선 잡으라고 하셨다.”
땅속에서일어서는 지금이 물개의 교배기라고 생각하였다. 암컷의 뱃속에는 새끼 물개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빨에게 수컷만 잡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해구신도 확보하고 싶은 욕심도 작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30마리만 잡는다. 시작해.”
이빨의 명령과 함께 전사들이 돌도끼를 들고 뛰어갔고 물개들은 전사들이 달리는 모습을 봤지만 도망칠 생각도 없는지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 * *
단단히가 구해 온 불판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좀 춥네.”
“제가 모닥불을 더 피우겠습니다.”
“그래라.”
바닷가라서 그런지 춥다. 그리고 곧 겨울이 올 것 같다.
‘하여튼 잡아오면 우선 해구신이다.’
그리고 고기는 잘라서 육포로 만든다.
화화화! 화화화!
단단히는 내가 춥지 않게 나를 중심으로 사방에 모닥불을 피웠다.
“죽방은 며칠이면 만들어질까?”
“이틀이 안 걸릴 겁니다.”
이달투드워프12와 함께 죽방을 건설하고 있는 300여 명의 사람들은 차디찬 물에 들어가 대나무를 박고 있었다.
“모닥불을 많이 피워라. 쟤들이 제일 추울 거야.”
추운 날에 물속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동상이 걸릴 수도 있다.
“시간은 많으니까 모닥불을 쬐면서 일하라고 해라. 내 명령이라고 해라.”
쉬라는 명령이 없으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이달투드워프였다.
물론 예외인 놈도 있다.
이달투드워프2가 딱 그런 놈이고 놈은 지금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이 따뜻한 곳에서 뼈칼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첨꾼이지만…….’
저런 놈 하나 정도는 필요할 것 같다.
“이달투드워프2!”
“예, 폐하!”
“전사들이 물개를 잡아오면 거기부터 잘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거기가 제일 맛있는 부분입니까?”
이달투드워프2가 아첨꾼이기는 하지만 궁금한 것도 많은 놈이다.
“먹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남자한테 참 좋단다.”
내 말의 뜻을 이해한 이달투드워프2의 눈이 반짝였다.
“흐흐흐, 그 말씀은…….”
이달투드워프2는 말꼬리를 흐렸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밤새도록 못 잘 정도입니까?”
“글쎄다.”
이런 대화도 나누고 참 여유로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 보면 알겠지.”
“제가 먹어 보겠습니다.”
어딜 가나 정력에 좋다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말려서 먹어야 하는 거로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말리면 너부터 주마.”
“감사합니다. 폐하!”
퍼어억!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물개의 대갈통을 돌도끼로 찍고 있는 전사가 보였고 그 잔인한 소리가 모닥불이 피워진 이곳까지 들렸다.
“시작됐군.”
나는 이빨에게 우선 30마리만 잡으라고 했다. 그 정도면 5,000여 명이 훌쩍 넘는 내 왕국 백성들이 한 끼는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제부터는 풍족하게는 먹이지 않을 참이고 육포도 만들 생각이다.
‘비축도 해야 하니까.’
정말 물개 사냥은 어렵지 않았다. 그냥 내가 이빨에게 알려준 그대로 배를 깔고 있는 물개에게 다가가서 머리통을 돌도끼로 찍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물개를 잡자마자 전사들이 내게로 죽은 물개를 끌고 왔다.
“가지고 왔습니다. 폐하!”
“해체조 해체해.”
우선 모피부터 얻을 참이다.
뼈칼을 든 전사들이 바로 죽은 물개에게 달려들었다.
“이달투드워프2! 아까 말한 곳을 도려내!”
죽은 물개에게서 제일 먼저 얻어 낼 것은 해구신이다. 나를 위한 해구신이며 전사를 위한 해구신이다.
아마 이것을 통해 나는 전사들에게 더 많은 충성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달투드워프2가 뼈칼을 들고 앞으로 나서서 해체를 시작하였다.
“불알까지 깊게 도려내야 좋지 않을까요?”
이달투드워프2가 내게 물었다.
“물론이지. 그래야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빨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폐하. 어디에 좋은 겁니까?”
“밤에 짝짓기할 때 좋다.”
“그렇습니까?”
이빨이 내 이야기를 듣고 이달투드워프2가 도려내고 있는 모습을 뚫어지게 봤다.
“이빨! 이거 받아라.”
나는 이빨에게 늑대발톱에게 줬던 정력제를 내밀었다. 몇 개 안 남은 거지만 나는 당분간 쓸 필요가 없기에 이빨에게 하나를 줬다.
“이건 무엇입니까?”
작은 대나무 통을 공손히 받은 이빨이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저것보다 더 좋은 거.”
나는 이달투드워프2가 도려내고 있는 해구신을 보며 말했다.
이빨의 눈이 커졌다.
“나중에 움막으로 돌아가서 먹어, 지금 먹으면 큰일 난다.”
“알겠습니다. 폐하, 감사합니다.”
이빨이 감격한 눈빛을 보였다.
-이빨의 충성심이 상승했습니다.
바로 메시지가 떴고 나는 원하는 것을 줄 때 충성심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에 잠은 다 잤다고 생각하면 되지,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