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온 신경은 고래에 집중됐고 내 주변에는 수증기를 분수처럼 여기저기서 뿜어내는 고래의 숨소리와 바짝 긴장한 전사들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현무는 고래들에게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묵직한 작살을 든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저들의 기대에 부응해야겠지.’
저들은 내가 완벽히 고래를 잡아낼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우러러보고 있다.
“가장 큰 놈을 잡는다.”
나도 모르게 다짐하듯 말했다.
바드득!
나는 지하 세계에서 잡은 공룡의 뼈를 갈아 만든 꽤 묵직한 작살을 움켜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현무함은 현무에 의해 고래의 측면으로 이동해 균형을 잡고 있다. 현무까지 숨을 죽이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원시시대의 고래잡이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명확했다.
통나무를 깎은 배를 타고 노를 저어 바다로 나와서 고래에 접근한 후 배 끝에 줄이 연결된 작살을 던져 명중시키면 끝이다. 작살에 맞은 고래가 도망가다가 혈우병으로 피가 멈추지 않아 끝내 지쳐서 죽게 된다. 그렇게 잡은 고래를 끌고 다시 육지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그런 방법과 다를 것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우린 노를 젓고 있기는 하지만 거대한 현무가 현무함을 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해군들이 현무를 대신해서 뗏목을 끌고 고래사냥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해군들이 끄는 뗏목은 전시에는 공격함이 될 것이고 평시에는 물자나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수송선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떠올린 이 방법은 사실 동해지방의 전통 고래잡이 방식이다.
‘전통?’
어쩌면 앞으로 모두에게 전통이라고 불리게 되는 것은 내가 시초가 될 것이다. 구전 또는 암벽 벽화로 남아 전설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꼴깍!
누군가 마른침을 삼켰다.
현무함에 탄 전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실 나도 긴장된다. 나 역시 해양 동물을 헌팅해 본 것은 처음이니까.
스르륵! 스르륵!
점점 더 고래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작살을 들고 있는 내 팔뚝에 힘이 들어갔다.
‘헌터니까.’
작살이 빗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내 투창 실력을 보고 전사들은 입이 쩍 벌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수우우웅! 푸우 우우.
다시 한 번 거대한 흰 수염고래가 숨통에서 고래 분수를 뿜어냈다.
“지금이다. 이야아압!”
나는 힘껏 기합을 지르며 오른손에 들고 있는 작살을 흰 수염고래를 향해 힘껏 던졌다.
쉬웅웅!
작살이 힘차게 날아갔다.
휘리릭!
밧줄이 풀렸다.
퍼어어억!
끼이이잉-!
고래의 비명이 처절할 정도로 내 귀에 울러 퍼졌다.
“명중이다.”
“폐하께서 창으로 고래를 잡으셨다.”
전사들이 소리쳤다.
“이제부터 버텨야 한다!”
현무가 있기에 도망치는 고래에게 쉽게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현무, 버텨!”
크으으윽.
사실 버틴다고 소리쳤지만, 버티는 것보다 따라다닌다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괜히 거대한 고래와 힘 대결을 해서 힘 뺄 필요는 없으니까. 만약 고래가 잠수한다면 그때는 정말 버텨야 한다.
바다 밑까지 끌려 들어가면 모두 다 수장되는 꼴이니까.
슈우우웅!
작살을 맞은 고래가 고통에 겨운지 부르르 떨다가 꼬리지느러미로 힘차게 수면을 쳤고, 그 순간 사방으로 물기둥이 뿜어지는 듯 뿌려졌다.
퍼어억!
철썩!
순간 물보라가 쳤다.
‘잠수만은 안 된다.’
어쩌면 나는 가장 위험한 순간에 놓인 것이다.
‘수온이 낮은 이 바다에 빠지면…….’
전부 30분 안에 몰살이다.
끼이익!
고래의 비명처럼 들리는 울음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작살을 맞은 고래의 몸에서 붉은 피가 뿜어졌다.
푸른 바다에 고래의 붉은 피 그리고 강렬한 햇살과 함께 팽팽하게 당겨지는 밧줄이 긴장감을 더했고, 고래의 움직임에 따라 현무도 버텨 내겠다는 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바다로 들어가지 않게만 하면 된다.”
내가 외치자 현무는 조금 힘을 풀었다.
‘덩치의 차이구나.’
내 펫도 따지고 보면 헌터다. 그런데 33미터짜리 흰 수염고래에게 힘으로 밀리는 현무였다.
“따라간다.”
수우우웅!
그와 동시에 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던진 작살은 갈고리 형태다. 그러니 절대 박힌 몸에서 빠져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끈질긴 자가 이기는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꽉 잡아!”
팅!
잠시 느슨해졌던 밧줄이 다시 팽팽해졌다. 현무와 현무함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너희도 창을 던져라.”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해야 했다.
“예, 알겠습니다.”
흑수말갈이 제일 먼저 소리쳤다.
“퉁가! 창을 던져라.”
검은고래 부족 출신 전사 퉁가가 힘껏 창을 던졌다.
슈우웅!
그리고 그 창은 보기 좋게 고래의 등에 박혔다. 사실 따지고 보면 빗나가는 게 더 이상하다. 빠르게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고래의 크기는 33미터나 되니까.
그리고 20명의 전사가 일제히 창을 던졌다.
푸우우우, 푸우우우.
작살에 박힌 고래는 고통스러운 듯 거친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고 주변에는 피가 더 빠르게 몸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젠장, 끈질기군.’
수우웅!
그때 고래가 잠수를 감행했다. 현무는 젖먹던 힘을 다해 최대한 버텼다.
그리고 고래에 박힌 작살과 연결된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물, 물속으로 빨려…….”
전사 하나가 기겁한 듯 소리쳤다.
“현무, 버텨라.”
크으으응!
이렇게 1시간 이상의 사투가 이어졌다.
마침내 고래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거의 다 됐다. 거의!’
티이잉!
스르륵, 스르륵.
작살이 박힌 고래는 마지막으로 몸부림쳤다.
팅!
그때 탱탱했던 가죽 밧줄이 끊어졌다.
철썩!
“으윽!”
끊어진 가죽 밧줄은 채찍이 되어 휘둘러지듯 내 가슴을 쳤다.
[치명적인 일격을 입었습니다.]순간 메시지가 떴고 내 생명력이 10분의 1이나 하락한 것을 확인했다. 다른 전사가 맞았다면 즉사를 했을 위력이다.
풍덩!
나는 선수에서 몸의 중심을 잃고 바다에 빠졌다.
“폐, 폐하!”
전사들이 기겁해 소리를 질렀다.
얼음 같은 수온에 뼛속까지 시렸다.
그때 검은고래 부족 퉁가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충성심을 보이는군.’
어떻게 하는지 볼 참이다. 물론 바닷속에 있기에 뼈가 시릴 정도로 춥지만 말이다.
풍덩! 풍덩!
전사들이 하나둘씩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를 구하려고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었군.’
흐뭇해졌다. 정말 충성심만은 높게 봐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내 할 일이 늘었다. 수영도 못하는 놈도 뛰어든 것 같다.
“어푸, 어푸! 살, 살려 줘!”
“살려 주십시오!”
나는 놈의 뒤로 헤엄을 쳐서 놈의 목을 팔뚝으로 휘어 감았다.
철퍼덕! 철퍼덕! 허우적!
내가 잡았는데도 바닷속으로 빨려들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렸다.
“가만히 있어!”
“살, 살려주십시오.”
물에 빠진 자체가 공포일 것이다. 저런 공포심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살, 살려…….”
“가만히 있으라고!”
퍽!
나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퉁가가 어느새 다가와 허우적거리는 놈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저 녀석 제법이군.’
고래 사냥 중에 쓸 만한 녀석 하나를 찾은 것 같다.
퍽!
퉁가는 이종격투기에서 백 마운틴을 잡은 선수처럼 전사의 등에 몸을 밀착시키고 주먹으로 귀 쪽을 후려갈겼다.
“으윽!”
순간 허우적거리던 놈이 기절했다. 퉁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기절한 놈을 현무함 위로 밀어 올렸다.
“이제 됐네.”
나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전사들을 모두 구해 내고 마지막으로 현무함 위로 올라섰다. 함께한 퉁가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있다.
“흑수말갈.”
“폐, 폐하! 괜찮으십니까?”
“털옷을 다오.”
현무함은 조용했다. 마침내 작살을 맞은 고래가 죽었다.
흑수말갈이 예비로 준비해 놓은 설인의 털로 만든 털옷을 내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퉁가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폐하.”
“입어라.”
그 순간 모든 전사가 놀랐다.
“폐, 폐하…….”
“나를 구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바다로 뛰어들었다. 내가 기억할 것이다.”
“감사하옵니다.”
퉁가는 떨리는 손으로 설인의 털옷을 입었다.
“퉁가가 하얀 옷을 받았다.”
와와와! 와와와!
전사들이 모두 함성을 질렀다.
‘좀 춥네.’
바다에 빠졌기에 내 털옷은 이미 젖은 상태다. 그때 흑수말갈이 자신이 입고 있던 가죽옷을 벗어 내게 내밀었다.
“털옷이 젖었습니다. 이거라도 입으십시오.”
“까딱없다.”
“하오나…….”
흑수말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죽은 고래나 끌고 돌아가자. 현무 방향을 틀어라. 육지로 돌아간다.”
첫 고래 사냥은 대성공을 거뒀다.
크으윽!
현무가 바로 방향을 틀었고 현무함도 육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작살에 연결된 고래 역시 둥둥 뜬 상태로 움직였다.
‘현무로는 안 되겠군.’
육지에서 바다로 나올 때보다 속도가 반감이 된 것 같다.
‘졸라 춥네.’
멋 부리다가 얼어 죽을 것 같다.
“뭐 하고 있어, 어서 노를 저어라. 어서!”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 버럭 질은 승리의 함성처럼 전사들에게 들리는 모양이다.
“노를 저어라.”
“고래를 잡았다. 노를 저어라.”
나는 전사들의 외침을 듣고 힘껏 노를 젓고 있는 퉁가를 봤다.
‘퉁가가 앞으로 고래잡이 대장이다.’
흑수말갈보다 고래를 더 잘 잡을 것 같다.
“노를 저어라!”
“고래다! 고래!”
전사 하나가 마치 타령을 하듯 노래들 부르듯 외쳤고 그것을 따라 다른 전사들도 외쳤다.
‘노동요의 탄생이군.’
전사들의 목소리에는 흥이 담겨 있었지만 나는 그냥 추울 뿐.
‘젠장, 감기 걸리겠네.’
하여튼 고래는 잡았다. 앞으로는 퉁가가 고래를 잡아 바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