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휴우…….”
하얀말은 목책을 나오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괜찮으십니까?”
“강하다, 아주 강해! 레드 황제 폐하에게서 느낀 기운들이 느껴진다. 땅속에서일어서는 폐하만큼 강해.”
하얀말이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그럴리…….”
“아니 그는 강하다. 가자, 서둘러 돌아가야겠다.”
그렇게 한숨 돌린 하얀말은 용성으로의 귀환을 서둘렀다.
* * *
“어떻게 하실 건가요?”
빛이 조심히 내게 물었고 신하들은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어딘지 알지?”
“예, 알아요.”
빛뿐만 아니라 배트맨도 레드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알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스러운 순간이다. 하얀말이 내게 했던 말이 맴돌고 있다.
‘레드가 막고 있다고 했어.’
하얀말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얼음계곡은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 광역필드고 살아 있는 것처럼 팽창하고 있었다. 겨울이 긴 이유였다.
‘싸우다 지치면…….’
조금 비겁하지만 레드가 팽창하는 광역필드와 함께 이동하는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해서 힘이 빠진 레드의 뒤를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찬가지로 레드가 이런 점을 노릴지 모른다.
까르륵! 까르륵!
그 때 왕검이 내가 깎아준 나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크게 웃었다.
‘저 녀석에게 물려줄 왕국인데…….’
광역필드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하게 되면 왕검이 다스리는 조선 왕국의 내일도 암담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넌 아무것도 모르지.’
왕검을 위해 내일을 준비해야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레드와 힘을 합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아니 레드가 내 정체를 알고도 힘을 합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지잉, 지잉!
왕검이 목각 자동차를 굴리기 시작했다.
‘발육이 참 빠르다니까.’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난 사촌들보다 1년 이상 빠르다. 마치 만화영화 속 무림고수가 태어나면서부터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외친 것처럼.
“빛. 하얀말의 말이 사실이라면 레드와 손잡아야겠다.”
빛이 놀란 얼굴로 날 봤다.
“하지만 레드는 폐하를…….”
“아직 나를 모르지. 방법이 있을 거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늑대발톱이 그제야 내게 물었다.
“북쪽 끝에 우리만큼 강한 부족 아니 왕국이 있습니다.”
레드도 왕국을 건설했을 것이다.
“그 왕국과 힘을 합쳐야 할 것 같습니다.”
“빛의 말에 따르면 적인 듯합니다. 그런데 힘을 합친다는 말씀이십니까?”
늑대발톱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적보다 더 위협적인 것이 나타났으니 힘을 합쳐야죠.”
어떤 면에서 중국 근대사의 국공합작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 났지만 더 나쁜 놈인 일본이 나타나서 힘을 합친 것과 같은 상황이니까.
“전사들을 수집할까요?”
금치가 내게 물었다.
‘광역필드의 팽창은 최종 보스 몬스터의 힘이 세지는 거겠지.’
핵심을 공격해야 한다. 그곳으로 진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레드는 내 적이니 그것부터 풀어야 한다. 우선 나 혼자 움직인다.”
“폐하께서 혼자 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늑대발톱이 놀라 목소리가 커졌다.
“그게 빠르니까.”
“이번만큼은 안 됩니다. 강하다면서요. 놈들의 마음이 변하면 창을 겨눌 수 있습니다.”
“전랑대과 함께 움직일 거다. 그리고 놈들의 마음이 변해서 나를 공격하면 날개틀을 타고 피하면 된다.”
“그래도…….”
“내가 직접 풀어야 할 일이니 더는 말하지 말라. 바로 전랑대를 소집하라.”
통나무집 입구 쪽에 서 있던 전사 조장이 바로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순간 한기가 휘몰아쳐 들어왔다.
‘혹한이 몰아쳤다가 풀렸다가 반복하는 것은 레드의 전투 때문이겠지.’
정말 레드가 얼음 계곡이라고 불리는 광역필드의 팽창을 막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단단히! 흡착기로 거대 거머리의 기름을 더 많이 짜라. 고래 고을의 군장에게 말해서 고래 기름도 더 많이 확보하라고 해라.”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금치가 내게 말했다.
팽창하는 광역필드의 핵심 몬스터는 언데드다. 그들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염 공격뿐이다.
“연꽃, 토기 만드는 방법을 배웠지?”
“배웠어요.”
다시 빛과 함께 움직여야 하므로 빛에게 더 많은 호리병을 만들라고 지시할 수는 없었다.
“살이 터질 정도로 추운 날씨기는 해도 호리병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해.”
“여자들과 함께 더 많이 만들겠어요.”
“그리고 설인에게 말해서 장작을 더 많이 구하라고 해라.”
설인과 함께 움직이는 벌목 조장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저 녀석 그런데 왜 아까부터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거지?’
“폐하! 저…….”
“할 말이 있으면 해라.”
“제가 벌목한 장작을 일꾼들과 옮기면서 이상한 것을 주웠습니다.”
벌목 조장이 조심히 내 쪽으로 기어와 가죽 주머니에 들고 있는 것을 내밀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산에 있는 동굴에서 주웠습니다.”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알아냈나?”
“예, 그렇습니다. 이걸 불에 넣으니 불이 더 활활 탔습니다.”
이게 내 손 안에 들어오다니. 이제 망할 놈의 신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 같다.
“네 이름이 뭐냐?”
“바루입니다.”
“너는 이제부터 석바루다.”
“예?”
바루가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에겐 고래 고을에서 고래를 잡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일 것이다.
“이 귀한 돌을 주운 너에게 성을 내린 거다. 너는 이제 석 씨다. 네 후손도 석 씨가 될 것이다.”
내가 한 말을 모두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자신도 거산이나 사초, 흑수말갈처럼 성을 가졌다는 것에 감격한 눈빛이었다.
‘때마침 내 손에 석탄이 쥐어지는군.’
석탄으로 용광로의 온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그게 뭡니까? 폐하!”
대석이 내게 물었다.
“활활 타는 거다.”
“그럼 이름이 활활이죠?”
“그래, 활활! 하하하, 활활 타니 활활이다.”
이 모든 게 설마 신의 은총?
내가 필요할 때마다 내 앞에 딱 나타난다.
‘신이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닌가?’
망망대해에서 신이 내게 마지막 남긴 음성이 떠올랐다.
‘내가 신의 마지막 피조물이라고 했어…….’
* * *
용벽 밖은 불바다에 가까웠다. 레드가 또 한 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레벨이 빠르게 오르는군.’
전투를 거듭할 때마다 자신의 레벨이 빠르게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는 레드였다. 하지만 전투에서 승리할 때마다 용 부족 전사들의 희생도 뒤따르고 있었다.
“주워 오라고 하신 것은 모두 주워 왔습니다.”
하얀말이 부족들을 이끌고 오기 위해 떠났기에 다른 전사 조장이 레드를 보좌하고 있었다.
“얼마나 되느냐?”
“큰 바구니가 두 개 한가득합니다.”
“이런 것도 주는군.”
“반짝이는 것이 무척 예쁩니다.”
“옮겨 놔라.”
레드는 레벨만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언데드 몬스터에게 나오는 마석도 꽤 많이 확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석을 이용해 전사들에게 지급할 무기를 조합하고 있었다.
“다 탈 때까지 지켜보라.”
레드는 그렇게 지시를 하고 활활 불타는 용벽 밖을 잠시 물끄러미 보다가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고 여와와 딸 여명이 레드를 반갑게 맞이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폐하.”
여와는 레드에게 담담히 말했다. 역시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었다.
“빠빠빠, 빠빠빠!”
왕검이 다른 아기들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는 것처럼 레드의 딸인 여명도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오냐, 하하하! 너를 보니 즐겁구나.”
언데드와 모진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레드지만 여명을 보고 미소 지었다.
“가지고 와라.”
여와가 짧게 대답하고 작은 바구니에 들어 있는 마석을 가지고 와서 레드의 앞에 놨다. 레드의 앞에 꽤 많은 무기가 놓여 있었다.
‘거의 50퍼센트의 확률로 조합에 성공하고 있다.’
이미 200여 명에게 마력무기를 지급한 레드였다.
“정말 이렇게 반짝이는 돌은 처음 봐요.”
“아름다우냐?”
“예, 반짝이는 것이 참 예쁩니다.”
여와의 대답에 레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마석 하나를 손에 놓고 여와를 봤다.
“귀에 차고 있는 귀걸이를 다오.”
여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귀에 찬 뼈로 된 귀걸이를 레드에게 내밀었고 레드는 바로 마석과 귀걸이를 조합했다.
지이잉!
마석에서 뿜어낸 강력한 빛이 귀걸이와 조합이 됐고 뼈로 만든 귀걸이는 묘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축복의 귀걸이]-D등급 마석으로 조합된 장신구.
-축복 +2
-매력 +1
“제법 쓸만한 것이 만들어졌구나.”
레드가 들고 있던 축복의 귀걸이를 여와에게 내밀었다.
“선물이다.”
“감사합니다. 폐하! 무척 마음에 듭니다.”
여와는 감격스러운 눈으로 레드를 바라봤다.
“여명을 낳아준 보답이라고 하자.”
레드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마석과 뼈로 만든 무기들이나 금속으로 만든 무기들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 옆에선 여명이 엉금엉금 기며 놀고 있었다.
‘너를 위해서라도 광역필드를 반드시 클리어할 것이다.’
이 순간 땅속에서일어서와 레드는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완벽한 인간으로 거듭난 레드였다.
* * *
내 앞에 20기의 전랑대가 대기하고 있다. 신하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말이 다녀간 지 딱 하루가 지난 지금 나는 레드를 만나기 위해 떠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저기 보이는 설산 너머다. 몹시 춥다. 그러니 털옷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여자들이 옷을 만들고 있어요.”
연꽃이 대답했다. 오늘은 레드 때문인지 불고 있는 바람에서 아주 미약하지만 봄의 기운이 느껴졌다.
‘활활 태우려면 더 많은 화염병이 필요하지.’
그리고 화염병을 가장 빠르게 효과적으로 만들 방법은 검은 얼굴의 식량 창고를 털어서 옥수수를 증류해야 한다.
결국 내가 레드와 뜻을 합치기 위해 첫 공격을 감행할 대상은 당연히 검은얼굴이 될 것이다.
‘이이제이라고 치자.’
레드가 내 뜻을 따라준다면 말이다.
“내가 없는 동안 늑대발톱과 금치가 힘을 합쳐서 본진을 다스려야 한다.”
“예, 알겠나이다. 그런데 얼마쯤 후에 돌아오실 수 있습니까?”
늑대발톱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보름.”
“그럼 항상 말씀하신 그대로 하겠나이다.”
위급한 일이 생기면 하늘에 소리치라고 말했다. 그럼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배트맨이 끼옥에게 전달할 것이다. 끼옥은 비행 속도가 느린 배트맨을 태우고 내게 날아와 보고할 것이다.
“그럼 출발한다.”
그때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하늘님께서…….”
주술사이신 할머니가 다른 신하들의 눈치를 봤다.
“말씀하십시오.”
“하늘님께서 제게 말씀을 하시기를 아주 위험할 것이니 무슨 일이 생기든 꼭 안아주라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그리만 말씀하셨습니다.”
“음…… 예. 잊지 않고 안아주겠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나는 할머니를 보며 웃은 뒤 바로 돌아서 대기하고 있는 캭의 등에 탔다.
“빛이 선두다.”
레드의 용 부족의 위치를 아는 빛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출발한다.”
“성문을 열어라. 폐하께서 원정을 나가신다. 성문을 열어라!”
전사 조장 하나가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고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자마자 전랑대는 빠르게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