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팽창하는 광역필드를 막아야 하는 레드에게 보낼 군수물자는 야크 수레 50대 분량이다.
대부분 고래 기름과 거대습지 거머리의 피로 짠 기름이 담겨 있는 통, 완성품이라고 할 수 있는 원시 화염병이다.
군수물자를 담은 야크 수레를 끌고 보름 이상 이동해 레드의 용성 앞에 섰다.
“정말 거대하군요.”
레드가 만들어낸 용성을 보고 전사 200명을 끌고 온 금치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내가 만들려고 했던 성만큼 크지.”
금치가 그렇다고 했고 그 옆에 선 연꽃은 왕검을 품에 꼭 안고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만 보였다.
“제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왕비님!”
빛이 연꽃을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예.”
그렇게 우린 지원할 물자를 기다리고 있는 레드의 용성으로 들어섰다.
“왔군.”
레드가 성문 앞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레드의 아내는 연꽃과 똑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딸을 꼭 안고 있었다.
“약속한 그대로 가지고 왔다.”
레드는 내가 가지고 온 것들을 보고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그건 그렇고 내 아내가 지낼 곳은?”
“이곳이다.”
레드는 고개를 돌려 벽돌로 지은 집을 가리켰다.
“땅속에서일어서, 네가 나와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너도 마찬가지다. 내 아내와 아들을 부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지금 레드가 마음만 먹는다면…….’
나와 내 혈족을 모두 죽일 수 있다. 어떻게 되었든 나와 내 아내 그리고 아들 왕검이 용성 안에 있으니까.
‘금치가 바짝 긴장하고 있군.’
데리고 온 200명의 전사는 내가 가진 전사 중 오랜 전투를 통해 단련된 최정예 전사다.
‘공룡의 뼈로 만든 무기로 무장도 했으니까.’
레드의 변심으로 전투가 펼쳐진다면 바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빛은 연꽃과 왕검을 피신시키면 되는 것이다.
“가지고 와라.”
그때 레드가 자신의 뒤에 있는 하얀말에게 지시를 했다.
하얀말의 전사들이 묵직한 무기들을 가지고 와서 내 앞에 내려놨다.
“이, 이것은…….”
마력 무기다.
“받았으면 나도 줘야겠지.”
레드는 담담히 내게 말했다.
“마력 검이다. 여왕과 싸울 때 필요할 것이다.”
“고맙다.”
나는 바닥에 놔둔 마력 무기를 살폈다.
‘대부분 D급 이상이군.’
내가 가진 공룡의 뼈로 만든 무기보다 좋은 무기가 분명했다.
“금치! 레드가 준 무기로 무장해라.”
금치는 레드가 준 무기로 바로 무장하고 연꽃 옆에 섰다.
“잠시의 평화를 위해서.”
레드는 나를 애써 믿고 싶은 모양이다. 물론 나 역시 레드를 믿고 싶다.
“엄마, 엄마!”
그때 왕검이 엄마를 불렀다. 며칠 전부터 말을 할 뿐만 아니라 이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왜? 왕검아.”
“내려 줘, 내려 줘!”
왕검은 품에 안겨 있는 것을 싫어한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걸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여긴 위험해.”
“아아앙!”
안 된다는 투로 말하면 저렇게 울어 버린다.
“아아앙!”
“내려 줘라.”
내 말에 연꽃이 품에 안은 왕검을 땅에 내려놨다.
땅에 두 발로 선 왕검이 레드 쪽으로 걸어간다.
‘애라서 아무것도 모르지.’
레드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왕검을 보고 있었다. 왕검은 그대로 레드를 지나쳐서 바닥에 쪼그려 앉아 흙장난을 하고 있는 여명 앞에 섰다.
“개미집 가지고 장난친다.”
왕검과 여명은 금세 친구가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들이니까 가능하다.
‘레드가 웃고 있다.’
나는 왕검과 여명을 보면서 아빠 미소 짓는 레드를 봤다.
‘왕검과 여명이 우리의 평화를 유지할 열쇠일지도 모르겠군.’
“여와야.”
그때 레드가 자신의 아내를 조용히 불렀다.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 있어라.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르겠구나.”
레드의 말에 여와는 왕검과 함께 흙장난 하는 여명을 품에 안았다.
“싫어, 싫어, 싫어, 놀 거야!”
여명은 여와의 품에 안겨 왕검과 더 놀겠다는 듯 칭얼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떠날 때다.
“잘 부탁한다.”
그때 레드가 내게 말했다.
“나 역시!”
드디어 인질이 교환되는 순간이다.
“거산! 가서 여와 왕비와 여명 공주를 모셔라.”
거산이 다가가 여명을 품에 안은 여와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타실 수레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았다.”
여와는 애써 당당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리고 용 부족 전사 100명과 함께 여와와 여명은 나를 따라 조선 왕국의 임시 수도성으로 왔다.
* * *
“편히 모셔라.”
안주인이 없는 내 통나무집에 여와와 여명을 살게 할 참이다.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다.
“백 명의 전사들은 어떻게 합니까?”
거산이 힐끗 여와의 옆에 서 있는 전사들을 보며 내게 물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라.”
레드의 전사들은 벌써 통나무집을 호위하듯 에워쌌다.
거산이 내게 대답한 후에 뒤로 물러났고 제비꽃과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와 여와의 앞에 섰다.
“어찌 되었든 잘 왔어요.”
할머니가 여와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신세를 지겠습니다.”
할머니는 또 한 명의 절대자인 레드의 아내에게 예의를 다했다.
“딸이 아주 예쁘네요.”
상냥하게 대하는 할머니와 어머니 덕분에 여와가 이곳에서 지내기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추우니 들어갑시다.”
이렇게 몇 달간은 이곳에서 여와와 여명이 살고 레드의 용성에선 연꽃과 왕검이 살 것이다.
‘이제 검은얼굴과 전쟁 시작이다.’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 *
또 다른 통나무집.
“모두 모였습니다.”
모든 군장을 불러 모은 늑대발톱이 내게 말했다.
검은얼굴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배트맨에게 레벨 업 중인 공군들을 모두 소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손오공과 그의 부하들에게는 날개틀의 줄을 타고 내려가는 훈련을 명령하였다.
“내일부터 검은얼굴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는 대로 바로 공격할 것이다.”
내 말에 아르메는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다른 군장들은 이미 예상하던 일이기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거산! 야크의 수가 얼마나 되지?”
“1,000마리 정도입니다.”
“너는 늑대발톱과 함께 야크를 백색 늑대들처럼 탈 수 있게 전사들을 훈련해라.”
“야크를 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야크를 타고 전투에 나갈 것이다.”
기마대 아닌 전차 형태로 탈 것이다.
전차는 적재할 공간이 있다. 그곳에 원시 수류탄과 화염병을 싣고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해 볼 참이다. 그렇게 광역필드의 중심부로 밀고 들어가면서 보스 몬스터를 소멸시킬 참이다.
‘결국 보스는…….’
레드와 내가 합심해 쓰러트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단단히. 전차는 만들고 있지?”
“예, 알려주신 그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두 마리의 야크가 끄는 전차 수레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이제이 형태로 공략하면 된다.’
광역필드에는 꽤 많은 몬스터가 있다.
야크 전차 500기에 전사 1,000명을 태우고 레드의 전사들과 함께 공략할 생각이다.
그리고 몬스터들을 잡을 때마다 테이밍을 해서 광역필드의 보스가 있는 곳까지 진격해 나갈 것이다.
“전차 수레를 500개 만들어야 한다.”
500개의 수레라는 말에 군장들이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광역필드를 공격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시간은 한 달 준다.”
이제 광역필드를 클리어하기 위해 집중해서 움직여야 할 것이다.
까아악! 까아악!
그때 통나무집 밖에서 요란한 까마귀들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왔군.’
레벨 업을 마친 내 공군들이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레벨이 꽤 올랐겠지.’
검은얼굴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날개틀이 필요했다. 전사들이 입구를 틀어막고 버티면서 날개틀을 이용해 공격할 생각이다.
“날개틀 바구니는?”
“50개까지 만들었습니다.”
단단히가 힘차게 말했다.
“수고했다. 그럼 날이 밝는 그대로 투석기를 만든 후에 검은얼굴을 향해 출정할 것이다.”
“투석기가 뭡니까?”
단단히에게 투석기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돌과 화염병을 쏘아 올릴 도구다.”
우리가 공격할 곳은 레드의 용성만큼 견고한 성이다. 그러니 투석이나 화염병 공격이 날개틀에서 투하하는 화염병 공격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다.
“내가 만들어줄 테니까 그리 알면 된다.”
“알겠습니다. 폐하! 이달투드워프들을 모두 소집하겠습니다.”
단단히는 내가 또 엄청난 것을 만들 거라고 짐작하듯 말했다.
“모두가 지시한 그대로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르메.”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차분하게 앉아 있는 아르메를 불렀다.
“네가 이번 공격에 선봉이 될 것이다.”
“선봉이 무슨 뜻인지…….”
“여왕을 죽이고 그곳을 점령하면 앞으로 조선 왕국의 농사를 책임지는 군장으로 명할 것이다.”
아르메를 앞세워야 명분이 선다. 여왕이 이 세계로 소환되기 전에 아르메의 혈족들이 검은얼굴의 족장이었다.
“네가 제일 앞에서 싸워야 한다. 원래 네 혈족의 부족이니 네 부족이나 마찬가지다. 너의 부족을 되찾아라!”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너 역시 활을 다룰 줄 아니 궁수 100명을 준다.”
아르메가 주먹을 꽉 쥐었다.
“내일부터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레드는 이 순간에도 팽창하는 광역 필드를 막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용성엔 내 아내와 내 아들 왕검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