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첫 전투가 끝난 3일 동안 나는 쉬지 않고 화력전을 감행했다. 여왕은 내가 가진 펫들 때문에 노예 전사들만 밖으로 내보내 싸우게 했다. 전사들 대부분 죽임을 당하거나 우리에게 투항했다.
‘노예라는 것이 다 그렇지.’
목숨을 걸고 싸울 이유가 없는 존재들이 바로 노예들이다. 그러니 포기도, 투항도 빨랐다.
나는 진영 중앙에 천막을 치고 군장들을 소집했다.
검은얼굴 여왕인 심장 강탈자 오초희를 성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식량부터 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량 창고의 위치는?’
[돌을 날리는 투석기보다 멀리 있습니다요.]‘어딘지는 확인한 거지?’
[예, 그렇습니다요.]약탈과 파괴를 동시에 해야 한다. 따라서 추가로 공군을 증편했고 손오공의 부하들 모두 이곳으로 불렀다.
‘초조하게 만들어야지.’
이번 전쟁의 핵심은 오초희가 얼마나 조바심을 내냐에 달렸다. 또 하나의 기대는 노예 전사들의 내분이 발생하는 것이다.
‘충분히 동요했어.’
오초희를 위해 싸운 노예 전사들이었지만 오초희는 나를 죽이려고 노예 전사에게 활을 쐈고 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그들을 구하려고 했다.
“손오공!”
끼끼! 끼끼!
내 옆에 앉은 손오공은 군장들을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도 사람 다되어 가네.’
캭처럼 변하고 있는 손오공이었다.
“부하는 얼마나 데리고 왔어?”
끼끼! 끼끼!
[1,000마리도 넘습니다요.]손오공이 천적들을 대부분 제거한 덕분에 원숭이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너에게 임무를 주마.”
손오공이 나를 봤다.
“식량 창고에서 옥수수를 훔쳐 와.”
끼끼! 끼끼!
손오공이 그건 어렵지 않다는 듯 한 번 소리 내고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신입 공군들에게도 전해.’
이제 위아래 가릴 것 없이 모두 약탈한다.
나는 배트맨의 이야기를 듣고 군장이 아닌 신분으로 온 여자를 봤다.
작전이 변경됐기 때문에 나는 많은 여자를 데리고 왔다.
한 마디로 군속이 생긴 것이다.
“원숭이 바구니는 얼마나 만들었지?”
“50개쯤 만들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원숭이 바구니를 만들어라.”
누가 뭐라고 해도 원숭이들은 날렵하다.
처음에는 쥐를 테이밍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쥐가 물고 오는 옥수수를 먹으면 전염병이 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손오공과 그의 부하들을 이용해 약탈 1조를 만들었다.
“꼼지락이라고 했지?”
늑대발톱과 거산이 이곳에 없기에 나는 원시인 중에서 그래도 머리가 좀 돌아가는 전사들을 옆에 두고 있다. 물론 흑수말갈이 전사들 대부분에게 내 명령을 전한다.
“공군들의 먹이를 소홀히 하지 마라.”
원숭이 1,000마리. 그리고 까마귀 500마리.
이것들만 해도 엄청난 약탈조가 될 것이다.
“손오공! 배트맨과 같이 가서 털어와라.”
지금은 밤이다. 나는 3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투석 공격을 해서 전사들과 노예 전사를 지치게 하였다. 그러니 경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손오공이 내게 대답하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바구니에 다섯 개씩은 담아 올 수 있으니까.’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서 검은얼굴들의 식량 창고 하나씩 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장하게 만들어 주지.’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약탈조들이 약탈해온 옥수수를 이용해 화염병의 재료를 더 만들 참이다. 물론 일부분은 식량으로 쓸 참이고.
* * *
심장 강탈자 오초희의 궁전.
지친 기색이 역력한 전사들이 오초희만 보고 있었고 오초희 역시 지친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3일째 끝도 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 큰 것을 성벽까지 날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사 하나의 말에 오초희는 인상을 찡그렸다.
‘나도 투석기를 만들어놨어야 했어.’
천혜의 요새이기에 방어무기를 개발하는 데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
“노예 전사가 300명 이상 죽었습니다.”
“하찮은 것들은 죽으면 다시 채우면 그만이야.”
오초희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자신 말고 모두가 하찮은 존재였다. 그냥 소모품에 불과했다.
오초희는 땅속에서일어서가 헌터라는 점과 자신이 가지지 못한 테이밍 몬스터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짜증스러울 뿐이다.
‘1 대 1 전투면 내가 바로 끝내버릴 수 있는데…….’
하지만 땅속에서일어서 옆에 버티는 설인 20여 마리와 백색 늑대들 때문에 성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오초희였다.
‘헌터 최강욱이니까…….’
오초희는 땅속에서일어서가 지난 어비스 최강의 헌터라는 것을 기억했다.
‘망했다.’
오초희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노예 전사 수를 더 늘려.”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노예들의 눈빛이 조금 이상해진 것 같습니다.”
“이상해?”
“예, 몸을 사리는 눈빛입니다. 명령해도 쉽게 공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럼 매질을 하고 목을 베서 겁을 주란 말이야.”
오초희가 바로 짜증을 부렸다.
“그러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나 때문에 수컷들 밑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살았으면 능력을 보이란 말이야.”
이제 막말을 쏟아내는 오초희였다.
전사들은 대답만 할 뿐이다. 노예 전사들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상위급 전사들도 심적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초희만큼 강한 땅속에서일어서를 보고 놀랐고 그를 동경하는 전사들이 많이 생겼다.
강한 남자를 보면 그 남자를 추앙하는 원시 본능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친 듯이 공격을 해야 하는데……. 오호, 그렇지 그게 있었지.”
순간 오초희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랄 풀에서 얻은 고약을 먹어야겠다.”
오초희의 말에 전사들이 놀란 눈빛을 보였다.
“그것을 먹이면…….”
“흥분해서 짐승이 되지.”
오초희와 여전사들의 성적 쾌락을 위해 잠자리 시중을 드는 남자 노예들에게 지랄 풀이라고 부르는 풀을 먹였다.
지랄 풀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아편이었다.
“이제 밤이지? 500명한테 지랄 풀을 먹여. 그리고 바로 공격하라고 해. 아마 미쳐서 날뛰게 될 테니까.”
“그런데 여왕 폐하!”
그때 젊은 전사가 오초희를 묘한 눈빛으로 보며 불렀다.
“왜?”
“여왕 폐하는 이 세상 누구보다 강하다고 하셨습니다.”
젊은 여전사의 말에 오초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물론이지, 나는 강해.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해.”
“그러니 여왕 폐하께서 직접 공격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냥하시듯 달려나가신다면 저희가 용맹이 싸울 것입니다.”
“호호호, 그렇지. 하지만 내가 이러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땅속에서일어서의 펫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오초희였다.
“추운 겨울은 계속되고 아직 식량은 넉넉하지만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신께 제물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면 노예의 수를 줄일 방법이 없지.”
오초희의 말에 전사들은 기겁한 눈빛으로 서로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식량만 갉아먹는 쥐새끼 같은 노예들의 수를 줄일 아주 좋은 기회다. 다음 봄이 오기 전까지 말이야.”
오초희의 말에 여전사들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봄이 온 후에 씨를 뿌리고 노예는 다시 잡아들이면 그만이니까. 호호호! 그래서 내가 지켜만 보는 것이다.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나는 오늘 노예 전사들이 얼마나 흥분해서 잘 싸우는지 구경해야겠다.”
오초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지랄 풀을 먹어라.”
* * *
오초희의 지시 그대로 전사 조장은 야간 습격할 노예 전사들에게 아편을 먹였다.
“으으으!”
그 순간 이성이 마비된 노예 전사들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눈빛으로 전사 조장을 봤다.
“모두 성문 쪽으로 이동해라.”
반쯤 눈이 풀렸다. 아편을 복용하면 한순간의 힘이 늘어나고 두려움이 사라지지만, 중독되고 뇌가 손상되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성이 마비되는 것이다.
“여왕 폐하! 모든 준비가 끝이 났습니다.”
투석기의 사거리 너머에 망루가 세워졌다. 그 망루 위에서는 오초희가 마치 경기를 관람하듯 앉아 있었다.
‘어떻게든 펫의 수를 줄여야 해.’
오초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 * *
오초희와 전사 조장은 남쪽을 지키는 전사들 대부분 적의 본진이 설치된 성벽으로 보낸 상태였다.
땅속에서일어서는 이곳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공격하지 않았다.
이번 약탈 작전에 성공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포석을 깔았던 것이다.
몇 마리의 원숭이들이 경계가 소홀한 남쪽 성벽을 타고 올랐다. 원숭이들의 어깨에는 가늘지만 질긴 삼베 줄이 묶여 있었다.
스르륵!
성벽에 올라선 손오공과 원숭이들이 삼베로 된 줄을 성벽 아래로 내렸고 줄을 타고 작은 바구니를 든 원숭이들이 빠르게 성벽을 올랐다.
끼끼! 끼끼!
손오공이 아주 작게 소리 냈고 성벽을 오르는 원숭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리고 원숭이들은 배트맨이 알려준 식량 창고를 향해 지붕을 오르고 나무를 타며 달렸다.
[저기다, 꼬맹이!]길잡이 노릇을 하는 배트맨은 손오공이 알아차릴 수 있게 식량 창고 위에서 원을 그리며 날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음파 소통을 시도했다.
[꼬맹이 아니거든!]그때 놀랍게도 손오공이 초음파로 배트맨에게 말했다.
[뭐, 뭐여? 어떻게 내 말을 알아먹어?] [레벨이 오르면 다 돼. 쥐새끼야!]손오공의 말에 배트맨이 기겁해 다시 손오공을 노려봤다.
이 순간 견원지간이 아닌 새로운 앙숙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럼 폐하께는 왜 대답하지 않았어?] [거기까지는 안 되니까.]손오공이 한심하다는 듯 배트맨을 봤다.
끼끼! 끼끼!
손오공이 배트맨을 한 번 보고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자기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원숭이들이 일제히 식량 창고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식량 창고를 지키는 경계병이 없었다.
식량 창고에 도착한 원숭이들은 문 열고 들어가 원숭이 바구니에 옥수수를 담았다.
끼끼이이!
그때 전사들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감시 원숭이가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원숭이들은 숨소리를 죽였다.
[정말 제대로 된 도둑놈들이네.]하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배트맨은 감탄할 뿐이었다. 그렇게 땅속에서일어서의 작전은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물론 약탈조 투입은 이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