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부족에 남는 것들은 이제 모두가 붉은개 씨족이다. 이제 하늘 부족은…… 없다!”
우리는 그렇게 부족에서 쫓겨났고, 만신창이가 된 늑대발톱 때문에 멀리 가지는 못하고 대나무 숲으로 왔다.
‘복수를 해야 하니까.’
그리고 내 복수는 이 밤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미션에 실패하면…….’
레벨이 다운된다.
물론 고작 미션 때문에 붉은개를 죽이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붉은개에게 당한 울분과 한이 내 마음속에 쌓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나를 친족으로 대한 늑대발톱과 주술사 할머니, 큰바위의 정(情), 남은 제비꽃이 겪어야 할 일, 그리고 늑대발톱을 배신한 하늘 부족의 하늘 씨족, 아니, 이제는 붉은개 씨족이 된 그들에 대한 증오심이 뒤섞여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승화하고 있었다.
‘반드시 내 손으로 모조리 죽인다. 모조리!’
* * *
“으으윽!”
대나무밭에 와서야 모진 매질을 견뎌냈던 늑대발톱이 고통을 토해냈다.
하지만 대나무밭은 붉은개 부족과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의 신음은 우리 이외에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는 명예를 잃지 않은 것이다.
“엎드려서 눕혀요!”
매질을 당한 등 쪽의 살이 여기저기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바로 치료를 해야 했지만 내가 가진 응급처치 스킬이나 붕대 감기 스킬의 효과는 미미했다. 내가 가진 스킬만으로는 늑대발톱의 상처를 치료할 수 없었고, 상처에 도움이 되는 약초라도 캐야 했다.
“어떡하지? 늑대발톱이 죽는다! 늑대발톱이 죽으면 나는 슬프다. 흑흑흑!”
큰바위는 울먹이는 것 같다.
“아빠는 울지 말고 불을 피워요!”
“늑대발톱이 죽는데 불을 피워서는 뭐해?”
“운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니까. 어서 불이나 피워요!”
늑대발톱이 나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었으니 이제는 내가 소년 가장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우리의 안위를 책임져야 했다.
“으으윽! 땅속에서일, 일어서!”
신음소리를 토해 내던 늑대발톱이 나를 불렀다.
“……네.”
모든 것은 나 때문에 벌어졌다.
내가 무덤에서 깨어나면서 모든 일이 수틀리기 시작한 거였다. 나만 아니었어도 그는 여전히 강한 족장이었을 것이다.
“……나, 나는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 모든 것은 내가 힘이 없어서 당한 거다. 그러니 모두 내 잘못이다.”
늑대발톱은 내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말하는 것 같다.
“괜찮아질 겁니다. 제가 꼭 치료해 드릴게요.”
입술이 꼭 깨물어졌다.
“상처가 깊다. 그런데도 치료할 수 있겠느냐, 땅속에서일어서야?”
할머니가 내게 애원을 하듯 말씀을 하셨다.
“물론이죠. 아빠도 제가 살렸어요.”
“맞다, 맞아!”
“여기서 며칠 머물면서 치료를 하고, 늑대발톱의 상처가 나으면 강 아래쪽으로 떠날 겁니다.”
물론 그전에 복수를 할 생각이다. 생각해 놓은 것도 있고.
지금까지 나는 모든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복수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로 하는 거였다. 지금까지 힘이 없다고 망설였다가 이 꼴이 났다. 모든 것을 갖추고 힘을 가졌을 때에는 늦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끄, 끄응, 그, 금방 나을 거다. 걱정 안 해도 된다.”
“네.”
나는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큰바위를 봤다.
“아빠는 어서어서 불부터 피워요.”
“응! 알, 알았다.”
큰바위는 화들짝 놀란 것처럼 허둥지둥 불을 피우기 시작했고, 나는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지네를 잡아서…….’
낮에 했던 그대로 통발로 다리새를 잡을 생각이다.
부족에서 쫓겨난 이상 당장 먹을 음식을 구해야 했고, 이 대나무밭에는 지네가 많다. 그리고 나는 잠시 동안에 지네를 서른 마리 정도 잡았다.
“저는 잠시 통발 좀 보고 올게요. 약초도 뜯어야 하고요.”
간절하게 바란다.
통발에 다리새가 잡혀 있기를, 그리고 또 늑대발톱을 치료할 약초도 캐야 했다.
“조심해라!”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씀을 하셨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나는 자리를 이탈했고 조심스럽게 대나무 숲을 헤맸다.
“있다!”
끼익! 끼익!
다행스럽게 통발에 다리새가 잡혀 있었다. 이거면 오늘 먹을 식량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바로 통발을 통째로 들고 대나무 숲을 헤맸다.
푸드륵! 푸드륵!
통발 안에서는 다리새가 미친 듯 날갯짓을 했고, 그때마다 무게감이 느껴졌다.
‘젠장, 이렇게 빈약하다니…….’
내 약한 육체 때문에 이제 화가 치밀 정도다. 아니, 내 모든 능력을 리셋시킨 망할 놈의 신이 떠올라 미칠 것 같다.
아마 놈은 지금 이 순간 나를 지켜보면서 낄낄대며 즐거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두고 봐라, 지금은 미약하지만 내가 꼭 너를 소멸시킨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푸드덕거리는 다리새도 버겁기만 한 것이 현실이었다.
“젠장…….”
* * *
“엄청나게 넓네.”
밤에 보는 대나무 숲은 다른 느낌이었다. 원시시대라 그런지 대나무 숲은 무척이나 울창했고, 더욱 어둡고 위협적이었다.
‘보통 이런 대나무밭에는…….’
문뜩 좋지 않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인도에서는 이런 대나무밭에 호랑이가 산다.
이 지역의 정확한 위치와 서식하는 생물들의 특성은 잘 모르지만 혹시 이곳에 이빨호랑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이빨호랑이가 있다면 지금까지 나는 운이 좋았던 거다.
일주일 넘게 무사히 이 대나무밭에서 수련하는 동안 마주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빨호랑이가 무섭다고 약초를 찾지 않을 수는 없다.
“저기 있다.”
엉겅퀴다. 그리고 쑥도 찾았다. 저걸 즙을 내서 붙이면 늑대발톱의 상처는 아물 거다. 그리고 내 응급처치 스킬과 붕대 감기 스킬도 한몫할 것이다. 물론 6시간에 한 번밖에는 못 쓰지만 말이다.
“됐다.”
캭! 캭! 캭!
그때 아주 작지만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뭐, 뭐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어둠 때문에 못 봤던 동굴을 발견했다.
그리고 대나무 숲에 가려진 달빛 사이로 빛 한 점 없는, 음산하기까지 한 어두운 동굴 속을 본 나는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그때, 뭔가가 내 발을 꽉 깨물었다.
“앗!”
아픈 것보다 놀랐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발길질했다.
캭!
마치 발작하듯 휘두른 내 발길질에 무엇인가가 걸렸다.
그리고 허공을 가른 그것은 굵직한 대나무에 부딪히고는 땅에 떨어졌다.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그리고 메시지가 떴고, 놈의 정체를 확인한 나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대나무에 부딪힌 놈이 나를 향해 덩치에 맞지 않은 거대한 엄니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빨호랑이 새끼다!”
역시 있었다.
검치호가 이 대나무밭의 주인이었던 거다.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아마도 저 동굴 안에는 검치호가 웅크리고 있을 거다.
‘왜지?’
새끼가 밖에 나와 있는데 그 주위에 어미의 모습이 없었다.
그 어떤 잔인하고 난폭한 육식동물도 새끼일 때의 자기 자식은 끔찍하게 돌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미 검치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검치호라면 후각이 엄청나게 발달했으니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텐데 주변에는 그 어떤 것이라도 근접하는 놈들이 없었다.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다시 메시지가 떴다.
이전 어비스에서는 이 메시지가 떴을 때 자신의 피를 먹이면 몬스터를 테이밍할 수 있고, 테이밍된 몬스터들은 종속된 헌터에게 죽을 때까지 절대 충성을 한다.
꺅! 꺅!
검치호 새끼는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고 있지만 눈이 횅했다. 그냥 봐도 며칠은 굶은 것 같다.
‘새끼가 저런 거면…….’
어미 검치호는 죽었을 가능성이 컸다.
“혹시 동굴 속에…….”
다리새를 쫓아다니면서도 못 찾아낸 동굴이다. 이 동굴의 주변에는 유난히도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있었고, 마치 장막처럼 가려져 있었기에 밝은 대낮에도 못 찾았던 것 같다.
‘어떻게 하지?’
어미 검치호가 살아 있다면 복수가 나발이고 없다.
미친 듯이 도망쳐도 살길을 도모하기 힘들다.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다시 메시지가 떴다.
이런 메시지는 딱 세 번만 울린다.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즉시 허리춤에서 돌칼을 꺼내 내 손가락 끝 부분을 베어 내고는 새끼 검치호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테이밍 온!”
-테이밍 몬스터에 성공하였습니다.
-펫에게 이름이 필요합니다.
이 순간 내 손에 죽은 레드 드래곤이 떠올랐다.
그때 그놈에게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했어야 했다. 그게 내 인생에 가장 큰 실수였다.
‘혹시 이 시련은……!’
망할 놈의 신이 조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캭! 캭!
하지만 생각을 계속 이을 수가 없었다. 새끼 검치호가 어미의 젖을 찾듯이 내 손가락을 계속 빨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나처럼 말이다.
“먹어라! 그리고 앞으로 네 이름은 캭이다.”
캭!
-땅속에서일어서의 캭
종족 : 몬스터(검치호)
특성 : 절대 복종
레벨 : 1
생명력 : 20
근력 : 0.01
민첩 : 0.01
지혜 : 1
명성 : 0
테이밍을 당한 펫의 홀로그램 상태 창도 헌터의 상태 창과 똑같다. 단지 헌터와는 다르게 마력이 없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놈은 새끼라서 그런지 스텟까지 형편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른 것이 있다면 레벨 1 때부터 생명력이 보인다는 거다.
아마 성체였다면 근력과 민첩은 수백이 넘을 거다. 아니, 수천일 수도 있다.
검치호는 이 시대에서는 인간을 뛰어넘는 최강의 사냥꾼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다른 검치호와는 다른 삶과 성장 과정을 걷게 될 것이다.
주인이 강해지는 만큼 펫도 강력해지니까.
“……그건 그렇고 자꾸 저 동굴 안에 들어가 보고 싶네.”
흔한 클리셰로 공포 영화에서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제일 먼저 죽는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 저 동굴에 주인이 없다면 늑대발톱이 회복될 때까지, 힘을 기를 동안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아지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 아래쪽이나 북쪽 산맥으로 가면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니 불확실함보다는 확실함을 추구하기로 했다.
저벅! 저벅!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동굴 쪽으로 다가갔다.
‘……없을 거야.’
있다면 벌써 튀어나왔어야 했다.
품에 캭을 안고 동굴 입구를 기웃거렸다.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쿵쿵쿵.
심장 소리가 귓가에까지 울렸다.
캭! 캭!
캭은 내 심장 소리와 박자를 맞추는 듯 캭! 캭! 울었다.
캭!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내 심장 소리와 캭의 울음소리뿐이었다.
상당히 깊은 곳까지 왔지만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없다는 의미다.
그게 아니면 사냥을 나갔거나.
‘……젠장!’
그 생각을 하자마자 등에 식은땀이 주륵 하고 흘렀다.
캭의 퀭한 눈가만을 보고 어미가 죽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생각을 왜 못했지?’
내가 오판을 한 것이라면 오늘을 넘기지도 못하고 나는 황천길을 건널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설 수도 없다.
인간을 죽이기도 하지만 발전시키는 것도 이 호기심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