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37
337화
“젠장, 얼음 때문에 불이 더 크게 번지지는 않는군.”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기름을 부어라.”
쫘아악! 쫘아악!
내 명령에 100기의 날개틀에서 얼음성벽 아래로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거센 바람 때문에 기름은 똑바로 떨어지지 않고 옆으로 날렸다.
“젠장! 기름통, 통째로 던져!”
거의 절규하듯 소리쳤다.
우가바아아-!
그때 에티들이 포효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에티들은 500대의 전차를 향해서 돌격하고 있었다.
‘젠장!’
500대의 전차와 100마리의 에티가 격돌하는 순간이다.
‘내가 없으면 전멸한다.’
나도 모르게 어금니가 꽉 깨물어졌다.
쾅쾅! 쾅쾅!
화화화! 화화화!
기름통을 통째로 던지니 그제야 얼음성벽이 타올랐다.
‘기름이 다 탈 때까지는 저 상태를 유지하겠지.’
고통에 울부짖는 다크엘프들의 절규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슈웅! 슈웅!
“으악!”
“아아악!”
까아악!
하지만 다크엘프들은 그냥 당하지 않겠다는 듯 하늘에 떠 있는 날개틀을 향해 활을 쐈다.
“설인들이 공격해 온다.”
거산이 외쳤다.
“모두 전투 준비를 해라.”
쿵쾅! 쿵쾅!
아우우우-!
아우우-!
백색 늑대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까지 들렸다.
“레드!”
“둘로 나눠야겠군.”
레드도 내 생각을 읽었다.
“얼음성벽의 화염은 금방 사라질 것이다.”
“알고 있어.”
“이곳 전투를 부탁한다.”
“죽지 마라.”
레드가 내게 말했다.
“너 역시.”
나는 날개틀에 준비해 놓은 밧줄을 밖으로 던졌다.
“옆으로 이동해서 착륙해라.”
아무리 내가 헌터라지만 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까아악!
내 명령을 받은 공군이 바로 얼음성벽 위를 벗어나 빠르게 내려갔다.
“이얍!”
나는 날개틀이 어느 정도 하강하자마자 힘껏 뛰어내렸다.
* * *
우가바아-!
100마리의 에티들이 돌격해 온다.
척!
나는 날개틀에서 뛰어내려 놈들 앞에 당당히 섰다.
“폐하!”
빛이 놀라 나를 불렀고 그 뒤에는 500여 명의 궁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궁수 준비!”
내 명령에 빛의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당겼다.
‘화살로는 에티들을 죽일 수 없으니 생명력을 깎자.’
“모두 시위를 당겨라!”
빛의 명령이 앙칼지게 들렸다.
쿵쾅! 쿵쾅! 아우우우!
다다닥! 다다닥!
충성스러운 이달투드워프들이 사각 방패를 들고 나를 보호하겠다는 듯 에워쌌고 그 옆을 백색 늑대들이 지켰다.
“잘 들어. 예전에 하던 거 기억나지? 테이밍이다.”
내 말에 백색 늑대들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달투드워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나를 쳐다봤다.
나는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며 돌격해 오는 에티들을 노려봤다.
“쫄 거 없다. 너희들 앞에는 나, 땅속에서일어서가 있다!”
-진격의 포효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전투원들의 사기가 극대화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진격의 포효 스킬부터 발동을 시켰다.
왼손엔 악령이 깃든 방패, 오른손엔 천부의 검을 힘껏 쥐고 나를 조롱하듯 천천히 다가오는 100마리 예티를 노려봤다.
“우가바!”
그때 예티들의 우두머리가 포효했고, 놈들이 다시 진격을 시작했다.
쿵쿵! 쿵쿵!
놈들의 진격 소리에 지축이 울린다.
“쏴라!”
내 명령에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놨다. 500발의 화살이 100마리의 에티에게 날아갔다.
슈슈슝! 슈슈슝!
날아간 화살은 에티의 몸통에 보기 좋게 박혔다. 하지만 워낙 방어력이 높아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우가바아아!
화살 공격을 받은 에티들은 눈에 더욱더 살기를 담아 번뜩였다.
‘좀 더 다가와라. 좀 더!’
이것은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다.
팍팍! 팍팍!
나는 바로 주머니에서 활력 회복제를 하나 더 꺼내 대나무 통을 부쉈다. 역시 지난번처럼 언 활력 회복제를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그리고 진격해 오는 예티들을 노려보며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예전처럼 딸피를 만들어주마.’
으르렁! 으르렁!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는 백색 늑대들이 제일 먼저 으르렁거렸다.
“타임 브레이크!”
나는 우렁차게 포효하듯 외치며 진격해 오는 예티들에게 방패를 뻗었다.
-타임 브레이크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생명력이 30퍼센트 하락합니다.
동시에 머릿속에 메시지가 떴고, 기력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타임 브레이크 스킬 사용으로 인해 명성 수치가 500포인트 하락합니다.
악령이 깃든 방패에 장착된 두 스킬은 생명력만 충분하다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무적의 스킬이지만 명성 수치가 하락하는 페널티가 존재했다.
지이잉.
정적. 돌진하던 예티들이 얼음처럼 굳었다. 개중에는 공중에 떠 있는 적도 있었다.
‘명성 수치 하락 페널티만 없다면 마음껏…….’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모두 시작이다. 딸피를 만들어라!”
컹!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 백색 늑대들이 먼저 앞으로 달려나갔고 나 역시 뛰어나갔다.
“나를 따라라. 죽을 만큼만 두들겨 패!”
이달투드워프들도 내 명령에 따라 돌격했다.
‘놈들을 테이밍해서 반격한다.’
우리를 죽이려고 보낸 에티들로 저 얼음성벽을 칠 것이다.
“죽기 전까지 두드려 패! 다 덤벼! 시간이 없다! 빨리빨리 물고 늘어져!”
나는 소리치면서 손에 쥔 활력 회복제를 마저 씹어 삼켰다.
-생명력이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커어엉!
‘나는 천하무적이다! 1분간.’
이젠 속전속결이다.
서걱! 서서걱!
천부의 검이 춤을 췄다. 굳어 버린 예티들을 향해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400/30,000
내 눈에 보이는 예티의 생명력이 400까지 떨어졌다.
“테이밍!”
내 외침에 죽어가던 예티의 생명력이 다시 차오르면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해 어리둥절해 했지만 나를 노려보던 눈동자는 한없이 온순했다. 그리고 내 명령을 기다리듯 멀뚱히 서서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다른 에티들을 두드려 패!”
우가바아-!
내 펫이 된 에티가 옆에 멈춘 에티를 거대한 몽둥이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타임 브레이크 스킬 한 번으로 20마리의 에티들을 내 펫으로 만들었다.
또 한 번의 타임 브레이크 스킬을 사용했다. 두 번째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50마리의 에티들을 테이밍했다.
‘이제 타임 브레이크는 필요 없지.’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하게 됐다. 70마리의 설인들이 아직 에티인 몬스터들을 포위한 후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끝내 모든 에티들을 테이밍했다.
“성벽으로 진격한다!”
내 외침에 이제 설인이 된 에티들이 돌아섰다.
우가바아아!
쿵쾅! 쿵쾅!
“저, 저게 어떻게 된 거야?”
다크엘프 전사 하나가 에티들이 돌아서서 성벽으로 달려드는 것을 보고 기겁한 듯 소리쳤다.
“모르겠습니다.”
화화화! 화화화!
여전히 얼음성벽은 불타고 있었다.
“이대로는 더는 못 막습…… 커억!”
그때 성벽에 뛰어내린 레드가 소리치는 다크엘프의 목을 베었다.
기선을 잡은 것이다.
이제 몰아치면 된다.
“레, 레드입니다. 레드!”
다크엘프 전사의 외침에 타키온이 바로 시위를 당겼다.
쩌어억!
슝!
화살은 레드를 향해 날아갔다.
다다닥! 다다닥!
팅!
레드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화살을 퉁겨 내고 타키온을 향해 질주했다.
“젠, 젠장…….”
서걱!
타키온은 뒷걸음질 치다가 레드의 바람보다 더 빠른 발검술에 속절없이 목이 베여 쓰러졌다. 레드는 반항하는 다크엘프 전사들을 계속 척살해 나갔다.
* * *
우리 앞을 막은 거대한 얼음성벽은 화염 때문에 빠르게 녹아내렸다. 우리를 죽이려 들던 언데드 몬스터들 역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진격한다.”
내 전사들이 다시 전차에 올라탔고 성벽에 있던 레드 역시 뛰어 내려와 전차에 탔다.
“바로 밀어붙이자.”
“물론이지.”
“가장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야 한다.”
레드가 내게 말했다. 사실 어딘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그게 어딜까?”
“얼음들이 물러나는 곳이겠지.”
레드가 간단하게 말했다.
두두두! 두두두!
그렇게 나와 레드 그리고 500대의 전차와 100기의 날개틀이 바로 진격했다.
* * *
안타라고스의 레어.
“타키온이 죽었다고?”
살아서 후퇴한 다크엘프 전사의 보고에 빙룡 안타라고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사옵니다. 곧 레어로 진입할 듯 보이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들!”
안타라고스의 거대한 아가리가 보고한 다크엘프 전사를 아작아작 씹어 삼켰다.
“흐흐흐, 끝내 이곳까지 왔군. 하지만 레어가 곧 던전이지.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 보자.”
* * *
거대한 동굴 앞.
“아마도 저곳이 빙룡 안타라고스의 레어일 것 같다.”
전차에서 내린 레드가 내게 말했다.
“우리 둘만 들어가야겠지.”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충성스러운 이달투드워프들이 레어를 같이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대기한다.”
“하오나 폐하!”
“방해만 되니까 남아.”
“……예.”
“불개미 던전처럼 명령을 어기면 혼날 줄 알아.”
나와 이달투드워프들의 대화를 듣던 레드가 피식 웃었다.
“레드, 들어가자.”
나는 성큼 앞으로 나섰다.
‘놈의 레어도 던전일지 몰라.’
순간 나도 모르게 얄팍한 생각이 들었다.
던전이라면 최초 발견자는 추가 경험치를 얻는다. 그래서 나는 레드보다 먼저 빙룡 안타라고스의 레어로 들어섰다.
-빙룡 안타라고스 레어 던전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추가적인 경험치를 획득하기 됩니다.
역시다. 나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내 옆에 선 레드가 나를 물끄러미 봤다.
“추가 경험치를 받으니 좋은가?”
“그게…….”
“역시 휴먼은 휴먼이군.”
레드는 그저 피식 웃어 버렸다.
“하여튼 들어가자.”
“바짝 긴장해야 할 거다.”
“물론이지.”
나는 천부의 검을 고쳐 잡았다.
* * *
안타라고스 레어 던전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지난 어비스에서 레드의 레어를 공격했을 때가 떠올랐다.
‘수많은 몬스터가 있었지.’
이곳 역시 그때와 똑같이 수많은 몬스터들이 우리를 막아서고 있다.
크아아악!
지금은 거대한 트롤이 우리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피이잉-!
레드가 마력 검을 휘두르자 바람을 찢는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붉은 기운의 투사체가 허공을 갈랐다.
푸슉-
크아아아- 쿵-!
레드의 검에 머리를 궤 뚫린 트롤은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야얍!”
나 역시 천부의 검을 휘둘러서 달려드는 트롤을 제거했다.
[트롤을 제거했습니다. 5,000포인트의 전투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전투 경험치를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바로 떴다.
‘레드도 떴겠지.’
우리는 꽤 많은 트롤을 죽이며 전진했다.
“헉헉헉, 하찮은 휴먼의 몸은 왜 이리도 빨리 지치는가.”
레드가 거친 호흡을 몰아쉬었다.
“이거!”
나는 레드에게 활력 회복제를 내밀었다.
“뭐지?”
“포션이라고 해 두자.”
“이 세계에서 포션까지 만들었나?”
레드가 놀라운 눈빛을 보였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고맙군.”
레드는 내게 받은 대나무 통을 부수고 나처럼 얼어버린 활력 회복제를 아작아작 씹어 삼켰다.
“비리군.”
“효과는 탁월해. 그럼 이제 속도를 좀 더 내보자.”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고르고 쓰러진 트롤을 향해 다가갔고 그 순간 트롤의 시체는 회색빛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안으로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할까?”
내 물음에 레드는 아주 작은 빛이 보이는 동굴 깊숙한 곳을 노려봤다.
“가보면 알겠지.”
저벅! 저벅!
레드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