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하얀빛을 따라 빙룡 안타라고스가 사는 깊숙한 동굴로 들어섰다. 이제 이 레어 던전에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레드뿐이다. 그리고 지금 레드는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이다.
‘드래곤이 드래곤을 박살 내기 위한 헌팅을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레드도 잘 알고 있다. 빙룡 안타라고스를 소멸시키지 못한다면, 이 세계의 봄은 없다는 사실을.
“바짝 긴장하자.”
“긴장이라, 지난 어비스에서도 긴장을 했었나?”
레드는 내가 자신의 던전을 공격했을 때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당연하지.”
“어떤 생각이었지?”
“그때는…….”
“나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신의 꼭두각시가 되어 시키는 그대로 움직였다.
팀을 이루고 레드의 던전을 공격했지만, 동료들의 안전보다 어떻게든 레드를 죽이고 귀환하겠다는 일념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 모두를 위해 싸운다.”
나도 모르게 의지가 솟아났다.
레드는 이 순간에도 덤덤했다.
캬오오오오!
순간 갑작스러운 괴성이 들렸다.
소리가 난 좁은 동굴 길을 따라 들어가니 넓은 공터가 나왔다. 그곳에서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수십 마리의 거대한 샤벨 타이거가 우리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시뻘겋게 빛나는 눈에서는 살기가 진득하게 흘렀다.
“안타라고스의 애완용 샤벨 타이거다.”
“놈이 우리의 체력을 고갈시키려는군.”
“그럼 놈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네?”
레드는 대답 대신 검을 고쳐 잡았다.
크아아앙!
샤벨 타이거 두 마리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체력을 빼겠다? 그럼 나는 역이용해 주지.’
“테이밍 할 거야. 안타라고스의 뜻대로 놀아날 수 없지. 어떤 놈들이 더 있을지 모르니까.”
내가 가진 스킬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다.
“테이밍? 그래서?”
“딸피를 만들어야지.”
“딸피?”
레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이다.
“두들겨 패서 에티를 설인으로 만든 것처럼 할 거야.”
“아, 그것도 방법이겠군.”
레드가 달려드는 샤벨 타이거를 향해 달려나갔고 나 역시 천부의 검을 거꾸로 잡고 그 뒤를 쫓았다.
크아아앙!
내 눈에 샤벨 타이거의 날카롭게 빛나는 어금니가 보이는 순간, 칼등으로 샤벨 타이거의 갈비뼈 부분을 후려쳤다.
카아아악!
샤벨 타이거가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다.
퍼어억!
레드 역시 샤벨 타이거를 단칼에 죽이지 않고 내 계획대로 생명력만 감소시키고 있었다.
-안타라고스의 펫을 테이밍 하시겠습니까?
그때 익숙한 메시지가 떴다.
“물론이지.”
-샤벨 타이거의 테이밍을 시도합니다.
샤벨 타이거의 머리 위에 땅속에서일어서의 펫이라는 문구가 바로 떴다.
“이제부터는 놈들을 조져!”
내게 테이밍 당한 샤벨 타이거가 내 명령을 수행하려고 돌아섰다. 우리에게 보인 날카로운 송곳니는 자신의 동료를 향했다.
크아아악!
우린 계속 샤벨 타이거를 테이밍 하려고 조지고 또 팼다.
동굴에 거친 포효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타라고스의 펫을 테이밍 하시겠습니까?
벌써 30마리째다. 이제 안타라고스의 샤벨 타이거보다 내 펫이 더 많아졌다. 놈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앞으로 진격하라!”
크아아악!
나와 레드는 샤벨 타이거가 득실거리는 넓은 동굴을 점령하고 다시 나아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레드는 김을 뿜으며 말했다.
“졸라 춥네. 이제 거의 다 온 건가?”
나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
* * *
곤의 임시 주둔지.
“이틀 거리입니다.”
“이틀?”
“예, 그렇습니다. 그곳은 엄청나게 높은 벽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강한 부족이겠군.”
“예. 이 일대 아니 지금까지 본 부족 중에서 가장 큽니다.”
“그럼 신이 말한 그곳에 거의 다 왔구나. 흐흐흐!”
“예?”
“이제부터는 쉬지 않고 그 돌로 쌓은 성벽 앞까지 간다.”
“예, 바로 명하겠습니다.”
“가자. 모두 내 발아래에 엎드리게 할 것이다!”
곤의 외침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 *
안타라고스의 레어.
“내 귀염둥이들을 테이밍 했군.”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을 한 안타라고스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대단해. 흐흐흐!”
빙룡 안타라고스는 자신이 레드와 땅속에서일어서에게 패해 소멸할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신께서는 왜 나를 이곳에 가둔 것인가? 당장 나가 얼려버리고 싶은데!”
빙룡 안타라고스가 인상을 찡그렸다가 얼음 거울에 보이는 레드와 땅속에서일어서를 노려봤다.
“와라. 와! 네놈들을 소멸시키면 이 세계를 얼리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흐흐흐!”
* * *
안타라고스의 레어 던전 앞.
500대의 전차가 레어 던전에 들어간 레드와 땅속에서일어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쉬우웅!
거친 바람이 레어 던전 동굴에서 휘몰아쳐 나왔다.
“이대로 있어도 될까?”
이달투드워프 하나가 땅속에서일어서를 걱정하며 동료에게 말했다.
“여기서 대기하라고 하셨잖아.”
“그래도…….”
그때 빛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전차에서 내렸다.
“빛 님, 어디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안으로 들어가야겠어요.”
“폐하께서…….”
“그럼 이렇게 초조하게 지켜보고만 있을 거예요?”
“…….”
그때 이달투드워프 하나가 전차에서 내렸다.
“어쩌려고?”
“불개미 던전 때 생각 안 나? 그때도 대기를 명하셨지만, 결국 우리가 폐하를 구해 드렸어. 이번에도 안으로 들어가서 폐하를 돕자.”
“맞아. 목숨을 걸고 폐하를 지켜드리자.”
“화염병을 최대한 들어!”
“횃불도 챙겨!”
“그렇지. 방패도 챙겨야 해!”
20명의 이달투드워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준비 다 됐습니다. 빛 님!”
“가자.”
빛이 과감하게 땅속에서일어서의 명령을 어기고 안타라고스의 레어 던전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20명의 이달투드워프와 100명의 전사가 자신이 들 수 있는 최대한의 화염병을 들고 빛을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 * *
“저건 또 뭐야?”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몸체.
갑옷에서 피어나오는 새카만 무형의 기운이 서늘할 정도다. 손에 든 거대한 대검은 엄청난 한기를 뿜어내고 있다.
춥다.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빙룡 안타라고스의 기운을 받은 놈들이다.”
우리 앞을 막고 당당하게 서 있는 놈들은 모두 열 기다.
‘주눅이 들게 하는군.’
백색 투구 속으로 보이는 붉은 안광은 소름 돋을 만큼 강렬한 살기를 뿜어냈다. 지난 어비스를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보스급 몬스터에 가까울 정도로 강해 보였다.
으르렁! 으르렁!
내게 테이밍 당한 샤벨 타이거들이 털을 곤두서고 으르렁댔다.
뒷걸음질 치고 있지는 않지만 무척 두려워 보였다.
“안타라고스의 나이트들이군. 가디언이라고도 하지.”
레드가 내게 담담히 말했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놈들이다.
‘이놈들만 넘으면 안타라고스를 만날 수 있다.’
지난 어비스에서 레드를 만나기 바로 전에 저놈들과 비슷한 놈들을 상대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모두 붉은 갑옷을 입고 있었지.’
레드가 화룡이어서 붉은 갑옷을 입고 있었던 거였다. 그러니 백색 갑옷을 입은 저놈들은 빙룡 안타라고스의 가디언일 것이다.
‘얼마나 강할까…….’
녀석들의 실력을 가늠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한꺼번에 공격해!”
나는 으르렁거리고 있는 샤벨 타이거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내 가디언들을 소멸시켜야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찮은 휴먼들이여!
그때 빙룡 안타라고스의 전음이 내 머릿속에 울려 퍼졌고 나도 모르게 레드를 봤다. 레드 역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내가 하찮아졌군.”
레드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휴먼은 절대 하찮지 않아.”
“나도 알고 있다. 드래곤이 가지지 못한 것을 휴먼은 가졌으니까.”
“뭐?”
“불굴의 의지, 그리고 또 하나…….”
위기의 순간에도 레드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말보다는 행동이다.”
레드가 안타라고스의 가디언들을 노려봤다.
카아악!
그때 20마리의 샤벨 타이거가 안타라고스의 가디언들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수우웅! 서어억!
솨아앙!
가디언들이 휘두른 거대한 대검에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20마리의 샤벨 타이거는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 보지 않고 바로 얼어붙었다.
“저, 저…….”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다.
‘저 바람을 직격으로 맞으면…….’
그 어떤 존재도 얼어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라고스의 가디언들의 공격은 한기를 발산해서 적을 얼려버리는 거였다.
바자작! 바자작!
가디언들이 얼어붙은 샤벨 타이거들을 얼음 깨듯 부쉈다.
“저 한기를 그대로 맞으면 다 얼어붙는다.”
내 말에 마력 검을 든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공할 위력이군.”
“조심해야겠다.”
터벅, 터벅.
나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나가 가디언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놈들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대검에서 일어나는 바람이 모든 것을 얼린다.’
이것은 검기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땅속에서일어서!”
“왜?”
위기의 순간 나를 부른 레드를 힐끗 봤다.
“휴먼이 가진 마지막 힘이 뭔 줄 아나?”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뭐라고?”
내가 되묻기도 전에 레드는 안타라고스의 가디언들을 향해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