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4
34화
“뭐, 뭐지?”
캭! 캭!
캭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아까와는 달리 안절부절못하며 캭캭 우는 소리를 냈다.
동굴 속 어둠이 익숙해진 내 눈에는 구석에 뭔가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사아악 하고 돋았다.
악취와 공포.
그리고 아는 것만큼 두려움에서 밀려드는 수많은 기억의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밀려들어 나도 모르게 나를 뒷걸음질을 치게 만들었다.
“이, 이 냄새는…….”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썩은 내가 진동한다.
“저, 저건…….”
다행스러웠다. 캭의 어미로 추정되는 거대한 검치호가 죽어 있었다. 새끼를 낳은 후 산후 처리가 잘못되어 죽었을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사냥을 나갔다가 상처를 입었거나, 새끼를 지키려고 동족과 싸우다 상처를 입은 채 돌아와 죽었을 수도 있다.
아가리를 벌린 상태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는 캭의 어미는 어쨌든 죽어 있었다.
“그럼 동굴은…….”
썩은 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동굴 속에서도 나는 크게 웃을 수 있었다.
동굴은 이제 내 차지다.
* * *
“그건 뭐야?”
캭을 안고 대나무밭으로 돌아오자마자 큰바위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검치호를 한 번도 못 본 건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하늘 부족 사람들이 검치호를 봤다면 부락 주변의 울타리를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캭과 죽은 그의 어미는 이 대나무 숲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늘 부족 아니 이제는 붉은개 씨족들에게는 천운이 따른 거였다. 만약 캭의 어미가 죽지 않고 이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다면 가장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사람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을 테니까.
“그, 그건……!”
주술사 할머니가 내 품에 안긴 캭을 보고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할머니는 아시는군.’
오래 산 만큼의 경험과 지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끼인 캭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고 계셨다.
“아직 새끼예요.”
“하, 하지만 이 주위에!”
할머니는 말까지 더듬었다.
“어, 어미가 있을 거다. 이빨호랑이는 절대 새끼를 죽인 놈을 가만두지 않는다.”
“없어요. 어미는 동굴에서 죽었더라고요.”
“정말이냐? 정말이지?”
할머니가 내게 다시 물으셨다.
“네. 확실히 죽은 것을 보고 왔어요.”
“휴우, 그럼 다행이구나.”
벌떡 일어나셨던 할머니가 그제야 다시 자리에 앉으셨다.
“고기! 먹으려고 가져온 거냐?”
캭을 보고 두려워하시는 할머니와 다르게 큰바위는 캭을 잡아먹자는 투로 내게 말했다.
‘이렇게 단순하구나.’
나는 다시 한 번 큰바위가 단순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잡아먹을 것이 아니라 키울 겁니다.”
“키워?”
무슨 말인지 모르시는 것 같다.
농경은커녕 아직까지 간석기를 만들지도 못한 원시인들은 아직 가축을 키워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네, 키울 거예요. 내 옆에 두고 먹이를 줄 거예요. 그럼 내 말을 잘 들어요.”
“하지만 그게 크면 송곳니 이빨이 네 팔보다 커진다. 언젠가는 너를 물어뜯을 거다.”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실제로도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다가 장난처럼 휘두른 앞발에 맞아 죽은 사람들도 있다.
‘캭은 다르지.’
하지만 테이밍 몬스터를 당한 펫은 주인에게 절대 충성한다.
또한 주인을 공격하는 모든 것에게 적대적으로 반응한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죽음을 무릅쓰고 덤벼든다.
인간은 배신해도 펫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지난 어비스에서도 테이밍 몬스터를 통해서 펫을 키우는 헌터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내가 캭을 만난 것은 어떤 면에서는 천우신조였다.
내가 성체가 되려면 적어도 5년은 더 걸리겠지만 캭은 아무리 오래 걸려야 2년이면 충분할 테니까.
‘내가 소년 가장이라면 캭은 곧 펫 가장이 되겠네.’
아마 성체가 되면 우리를 먹여 살릴 놈은 이 작은 캭일 거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그래도…….”
할머니는 여전히 새끼인 캭이 두려운 모양이시다. 아마 이런 두려움은 시간과 익숙함이 해결해 주리라.
“일단 치료부터 하죠.”
나는 캭을 바닥에 놓고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지만 고통에 신음을 흘리는 늑대발톱을 봤다.
“늑대발톱은 겨우 잠이 들었다.”
내가 늑대발톱을 보고 있자 주술사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치료해야 해요.”
치료를 마치고 모두가 잠들 때, 나는 복수를 향해 움직일 거다.
나는 큰바위 때와 똑같이 캐 온 약초들을 입에 넣고 씹어서 즙을 내고, 늑대발톱의 등에 난 상처에 붙였다.
“으으윽!”
늑대발톱은 상처 부위에 으깬 약초가 살짝만 스쳤는데도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잃었던 정신을 되찾고 깨어났다.
“쓰라릴 테지만 참아요.”
“으으윽!”
늑대발톱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급처치!’
마음속으로 응급처치 스킬을 발동시켰다.
약즙을 바른 후 응급처치 스킬을 사용했으니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응급처치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스킬은 쓸 때마다 상승한다.
응급처치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다는 메시지를 본 나는 조심스럽게 늑대발톱을 치료했고, 큰바위는 내가 잡아 온 다리새를 털도 뽑지 않고 모가지를 비튼 채로 굽기 시작했다.
* * *
“먹…… 아니, 늑대발톱부터.”
잘 익은 다리새의 다리를 뜯어서 내게 내밀었다가 늑대발톱에게 내미는 큰바위였다.
“괜…… 괜찮아. 우선 어머니부터 드려.”
“먹어! 내 아들이 말했다. 아픈 사람과 엄마부터 먼저 먹는다고. 제비꽃도 먼저 먹어야 하는데…….”
제비꽃은 어쩔 수 없이 부락에 남았다.
‘오늘 밤, 데리고 온다.’
붉은개를 죽이고 이 밤에 지나기 전에 제비꽃도 데리고 와야 험한 꼴을 안 당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약했던 마음을 먹었던 나를 반성한다.
‘아무리 육체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정신까지 나약해지다니…….’
놈을 죽이지 않고 이 밤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내가 붉은개를 죽이려고 하다가 죽더라도 이제는 나약해지지 않을 생각이다.
‘강한 정신이 강한 의지를 만든다.’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가 그것도 잠시, 여전히 먹지 않고 있는 늑대발톱을 봤다.
“드세요, 삼촌! 드셔야 건강해지고, 그래야 저희를 보호해 주실 수 있잖아요.”
내 말에 늑대발톱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고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고맙구나.”
그제야 늑대발톱은 다리새의 다리를 입에 넣었다.
캭!
캭도 배가 고픈지 캭캭거리며 울었고, 나는 내 몫의 고기에서 조금 뜯어 캭을 먹였다.
“많이 먹고 빨리 커라.”
“크면 잡아먹나?”
역시 큰바위는 머리가 나쁘다.
‘아니지, 원시인이니 저런 반응이 당연한 거지.’
내 기준대로 저들의 사고방식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내가 만난 현생인류들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악했다. 다만 전체적인 지식의 양이 부족할 뿐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에 이러는 것이다.
‘통발을 만드는 것도 몰랐으니까.’
그러니 저들을 대하는 내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오늘밤 내가 붉은개를 죽이고 나면 나는 저들을 이끌어야 할 것 같다.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강한 부족으로 거듭난다.’
이왕 망할 놈의 신 때문에 이 원시시대에 떨어졌으니 첫 어비스 때처럼 의욕 넘치게 움직여 볼 참이다.
“얘가 크면 우리 대신에 사냥꾼이 되어 줄 거예요.”
내 말에 큰바위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멀뚱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물론 주술사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수 있을까?”
늑대발톱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눈빛을 보이며 되물었다.
“그러지 않더라도 최소한 같이 사냥을 할 수는 있어요.”
“그럼 좋겠네. 이빨호랑이는 사납고 강해서 물소도 단번에 물어뜯을 수 있으니까.”
“물소가 있어요?”
“물소, 강 아래에 있다. 많다.”
퍽퍽하다 못해 질긴 다리새 가슴살을 우걱우걱 씹던 큰바위가 말했다.
“……있군요.”
이 순간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물소의 뿔이다.
‘물소의 뿔이 있다면 각궁도 만들 수 있다.’
단단한 물소 뿔은 잘 간다면 좋은 무기가 된다. 그리고 재료만 구한다면 활도 만들 수 있고.
“물소는 왜?”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그냥…… 먹어요, 먹어! 우선 동굴로 자리를 옮겨야 하니까 어서 먹고 그곳으로 가요.”
붉은개 때문에 부족에서 쫓겨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노숙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굴이 있으니 동굴에서 터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게다가 터를 잡으려면 캭의 어미의 시체를 치워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오늘 안에 복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촐한 식사는 끝이 났다.
* * *
“대나무를 자르라고?”
큰바위가 내게 물었다.
“예, 어서 자르세요.”
대나무는 사실 쓰임이 많다.
죽창 같은 무기도 만들 수 있고, 그릇이나 통발, 들것 등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으니까.
조난을 당해도 대나무만 있는 곳이라면 웬만한 도구는 다 만들 수 있다.
“알았다.”
그렇게 해서 큰바위가 잘라 온 대나무를 가지고 내 손재수 스킬을 이용해서 들것을 만들었다.
-손재주 스킬의 경험치가 향상되었습니다.
“조심히 엎드리세요.”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늑대발톱을 부축해 내가 만든 들것에 눕혔다.
물론 이 들것은 들 수 있는 들것이 아니라 큰바위가 한쪽을 들고 끌 수 있게 만든 들 것이다.
“이제 출발해요.”
“어디를 가는데?”
“저쪽에 동굴이 있어요. 우리가 당분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그 동굴은 죽은 검치호가 생활했을 것이다. 그리고 검치호의 냄새 때문에 이 대나무밭에 다른 야생 육식 동물이 얼씬도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에 이빨호랑이가 더 있지 않을까?”
주술사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캭을 보다가 내게 물었다.
“있었으면 우린 벌써 죽었을 거예요.”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검치호도 고양잇과 최대 맹수 중 하나인 사자처럼 무리 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다른 검치호가 있었더라면 캭의 어미가 죽고 캭을 돌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캭이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들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거나 그들 무리의 생존자가 캭과 그 어미밖에 없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알았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할머니는 내 말이라면 뭐든 믿고 싶으신 모양이다. 아니 어린 나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으신지도 모르겠다.
-가족 모두의 신뢰를 얻어 명성이 29 상승했습니다.
메시지가 뜨자마자 나는 오픈시켜 놓은 홀로그램 창을 봤다.
명성이 올랐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상승했다.
-땅속에서일어서
종족 : 헌터(현생인류)
특성 : 무
레벨 : 5
생명력 : 350
근력 : 5(+7)
민첩 : 5(+3)
마력 : 10
지혜 : 107(+3)
명성 : 231
‘그렇군, 명성 때문에 내 말에 더 귀를 기울인 거겠지…….’
내 말이 가족들에게 먹히는 이유가 명성 수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인 내 말을 듣는 것을 보면 명성의 수치를 최대한 많이 상승시킨다면 이 남존여비의 세상에서 만약 내가 여자라고 해도 내 말을 믿고 따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명성수치를 올리는 것에 신경을 써야겠네.’
지금은 혈족들이 내 말을 따르지만 명성수치가 높아질수록 다른 원시인들도 내 말을 믿고 따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