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46
346화
“어디까지 준비를 해놨소?”
금치가 늑대발톱에게 물었다.
“목책 앞에 구덩이를 파서 기름통을 묻어놨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함정을 파놨습니다.”
“엄청난 수의 전사들이니 함정을 더 많이 파야 할 거요.”
“예, 그리 하겠소.”
땅속에서일어서의 임시 수도성은 곤의 대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늑대발톱과 금치는 레드의 용성이 점령당했다는 사실에 표정이 한없이 어둡기만 했다.
“폐하께서 오시기 전까지 어떻게든 버텨 볼 겁니다.”
* * *
두두두! 두두두!
500대의 전차가 들판을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쉴 새 없이 달리는 만큼 나와 레드는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워워워!”
선두에 선 나는 여기저기 수많은 모닥불이 피워진 곳을 발견하고 야크 전차를 세웠다.
“모닥불의 수가 엄청나!”
나무토막이 잿더미가 되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의 모닥불이라면…….”
레드의 표정도 더없이 어두워졌다.
“최소 이동하는 놈들의 수가 4만 이상인 것 같은데…….”
아주 넓은 공터에 여러 흔적이 있었고 인분 냄새가 진동했다.
“모닥불 하나에 열 명 잡아도 엄청나군.”
“아까 말한 것처럼 강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다 따라잡은 것 같군. 이제 어떻게 하지?”
레드가 내게 전략을 물었다.
“그러니까…….”
“투석기부터 제거해야 해.”
“그렇겠지.”
나는 고개를 돌려 거산을 봤다.
“화염병이 얼마나 남았지?”
“전차당 다섯 병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기름통은?”
“한 통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네가 준 설계도대로 만든 투석기 20대가 사라졌다.”
“그럼 20대를 끌고 가고 있다는 말인데…….”
“일단 돌진해서 투석기에 불을 지르고 전격전을 펼쳐야 해.”
“그러다가 포위되면 끝장이다.”
“투석기가 너의 목책을 공격해도 끝장난다.”
레드가 정면돌파하자고 내게 말했다.
“어떻게든 투석기는 제거해야 해.”
“알겠다. 네 말대로 하자.”
결심이 섰다.
500대의 전차가 투석기부터 부수고, 4만 대부대의 허를 찌르는 치고 빠지기를 할 것이다.
“쏜살같이 공격하고 재빨리 빠져야 한다.”
“물론이지. 놈들의 투창 실력은 뛰어나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이제 우리도 창에 맞으면 즉사할 수 있다.”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심해야겠군.”
“우린 평범한 인간이니까.”
하지만 평범해진 만큼 간절해졌다. 지켜내야 한다는 간절함.
“가자!”
두두두! 두두두!
예전엔 배트맨이 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줬지만, 지금은 없으므로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해야 했다.
“정찰은 내가 나간다.”
나는 레드에게 말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햐! 햐!”
* * *
흑수말갈과 아르메가 보낸 여전사가 각자의 고을로 돌아간 지도 10일이 지났다. 늑대발톱과 금치는 자신을 향하는 거대한 병력과 싸울 준비를 거듭하고 있었다.
“화살을 더 많이 만들어라.”
“예, 알겠어요.”
늑대발톱은 화살과 투창용 창을 더 만들라고 왕국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단단히!”
“예, 늑대발톱 님.”
단단히 역시 펫의 속박에서 풀렸지만 지금까지의 일들을 모두 기억했다. 특히 땅속에서일어서가 누구보다 자신들에게 잘해줬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곳에 왕국에 남았다.
“투석기를 더 만들 수 있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뭐?”
단단히의 말에 늑대발톱은 난감했다. 예전의 영민함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 중에 물건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은 너다. 부탁하마.”
“예, 폐하께서 만들어놓은 것을 보고 어떻게든 더 만들어 보겠습니다.”
“고맙다. 그런데 이달투드워프2는 어디에 있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그게…….”
단단히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도망쳤습니다.”
그때 이달투드워프15가 늑대발톱에게 다가와 어눌한 어투로 말했다.
“도망을 쳐?”
“예, 도망쳤습니다.”
“왜?”
“일만 했다고 폐하, 폐하를 욕하다가 산으로 갔습니다.”
“산으로 가?”
“예, 거기는…….”
“지점장이 있지.”
사실 땅속에서일어서의 왕국에 남아 있는 이달투드워프는 단단히와 이달투드워프15 밖에 없었다. 수로 공사를 하던 이달투드워프2와 나머지 8명은 펫의 속박이 풀리자마자 지점장인 큰어금니를 찾아간 것이다.
늑대발톱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로를 건설하는 동굴 사람의 수는 2,000명이 넘었다. 만약 그들을 이끄는 큰어금니가 땅속에서일어서를 배신한다면 이는 또 한 번의 위기가 분명했다.
“요즘 기분이 이상합니다.”
이달투드워프15가 늑대발톱에게 말했다.
“뭐가 이상한데?”
“자꾸 서운하고, 왜 제가 이곳에서 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달투드워프15의 말에 단단히도 인상을 찡그렸고 늑대발톱은 그 둘의 눈치를 봤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예요. 애들 먹여 살리려고 일한 거지.”
그때 이달투드워프15의 짝인 예쁜코가 이달투드워프15에게 말했다.
“알고 있어.”
“당신도 저랑 우리 아이들을 버리고 산으로 가고 싶은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고…….”
“페하께서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기억 안 나요?”
“나지. 기억나.”
이달투드워프15는 예쁜코의 바가지에 머리를 긁었다.
“나는 당신 없으면 못 산다고요!”
“알아. 알고 있어.”
단단히와 이달투드워프15가 큰어금니를 찾아 산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가족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잡생각 하지 말아요. 적이 온다잖아요. 적이!”
“그래, 이달투드워프15! 단단히와 너는 우리의 혈족이다.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혈족은 어려울수록 힘을 합쳐야 한다.”
“예, 물론입니다.”
단단히가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우리 집!’
단단히는 얼마 전에 태어난 자기 새끼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구덩이를 더 파서 기름통을 묻어야겠습니다. 불로 공격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단단히는 불개미 던전에서 싸웠던 때를 떠올리며 늑대발톱에게 말했다.
* * *
“젠장 왜 이렇게 이동 속도가 느린 거야!”
투석기의 이동 속도가 답답하기만 한 곤이었다.
“어서, 어서 속도를 내라. 느려, 너무 느려!”
곤은 이상할 정도로 짜증을 내고 있었다.
“강을 따라가면 땅속에서일어서라는 놈의 부족이 나오는 게 확실하지?”
“예, 부족이 아니라 왕국입니다.”
“왕국은 또 뭐야?”
곤이 눈이찢어져에게 짜증을 부렸다.
“죄송합니다.”
곤의 짜증스러운 표정에 눈이찢어져는 덜컥 겁이 났다.
“언제 도착하지?”
“이제 한 이틀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어떤 놈인지 빨리 보고 싶군. 어서 서둘러라.”
“투석기 때문에 더는 속도를 내기 힘듭니다.”
그때 돌멩이로 만들어진 전사가 곤에게 말했다.
사실 투석기를 끌고 가지 않았다면 벌써 땅속에서일어서의 왕국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럼 투석기는 뒤에 오고 우리는 먼저 가자. 전사를 나눈다.”
그렇게 곤은 자신의 부대를 둘로 나눴다. 돌멩이로 만든 전사 2,000명 중 1,000명과 굴복시킨 다른 부족의 전사 1만 명을 데리고 선발대를 꾸렸다. 나머지 병력은 투석기를 끌고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선발 병력의 이동 속도는 빨랐고 그만큼 땅속에서일어서 왕국의 위기는 점점 더 빠르게 닥치고 있었다.
* * *
지점장이었던 큰어금니는 펫의 속박에서 풀리자마자 나무로 만든 삽을 팽개치고 자신의 동굴로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곱씹고 있었다.
‘땅속에서일어서…….’
땅속에서일어서와의 첫 기억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엄청난 수의 동굴 사람을 가차 없이 죽이며 이 동굴 끝까지 밀고 왔던 모습이 떠올라 온몸을 부르르 떨렸다.
“불이 꺼지는 것도 모르고 무엇을 그리 생각해?”
그때 큰어금니의 어미가 다가와 큰어금니에게 물었다.
“오랜 잠을 잔 것 같습니다.”
“꿈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구나.”
“예, 꿈이라고도 하죠.”
“며칠 전부터 네가 달라진 것 같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왜 갑자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꾸 이상한 마음이 듭니다.”
“땅속에서일어서 폐하가 싫어진 것이냐?”
“예, 싫어졌습니다.”
자신들이 큰 사람이라고 불리는 현생인류들에게 부림을 당한 게 싫은 큰어금니였다.
“우린 이제 먹을 것을 걱정 안 해도 된다. 애들은 살이 통통하게 졌고, 사냥을 나가서 늑대들한테 잡아먹힐 필요도 없다. 그게 다 폐하께서 도와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를 엄청나게 죽였습니다.”
“나쁜 기억은 조금씩, 조금씩 희미해진다.”
어미의 말에 큰어금니가 고개를 끄떡였다.
‘싸워서 이길 수는 없겠지.’
하지만 땅속에서일어서를 생각만 하면 여전히 소름이 돋는 큰어금니였다.
“변하지 않았을 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큰 사람들은 강하고 폐하는 그 사람들보다 더 강하다. 토끼를 키우면 굶지 않는다는 것도 알려줬고 우리가 따뜻하게 살 수 있게 저 검은 돌도 우리에게 주셨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갑갑하기만 한 큰어금니였다.
그때 이달투드워프2가 큰어금니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와 앉았다.
“저기, 큰어금니…….”
“왜?”
큰어금니는 과거 자신을 모질게 구타하던 이달투드워프2가 떠올라 노려봤다.
“엄청난 수의 적이 오고 있답니다.”
“그래서 도망쳐 온 거냐?”
“저도 기분이 이상해서 이리로 온 겁니다.”
“나를 죽도록 패던 너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
큰어금니의 말에 이달투드워프2는 큰어금니의 눈치를 봤다.
“그때는 땅속에서일어서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엄청나게 많은 큰 사람끼리 싸우면 서로 죽이게 됩니다. 그때 공격하면 땅속에서일어서가 가진 식량들은 전부 우리가 차지할 수 있습니다.”
배신의 시작이다.
“이길 자신 있나?”
“우리 동굴 사람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달투드워프2가 큰어금니를 보며 비굴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큰 사람들과 싸워서 이긴 동굴 사람들은 없다.’
큰어금니는 동굴 사람들과 현생인류의 혼혈이기에 다른 동굴 사람보다 영리했고, 또 땅속에서일어서의 펫일 때의 기억들 때문에 더욱 똑똑했다.
‘이달투드워프, 저게 화근이 될 수 있겠어.’
자신도 불만이 많지만 싸울 생각까지는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달투드워프2가 다른 동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상을 찡그렸다.
“생각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