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흑수말갈의 고래 부족.
“엄청난 수의 적이 온다고 했습니까?”
고래 부족 출신 전사들이 기겁하며 흑수말갈에게 되물었다.
“레드의 용성도 빼앗겼다.”
“그럼 이제 어쩝니까?”
“전사들을 다 이끌고 폐하를 도우러 가야지.”
“그러다가 다 죽으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전사 조장이 흑수말갈과 다른 의견을 말했다.
“그래서?”
“그냥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요?”
“배신하자는 말이냐?”
“우리는 원래 검은고래 부족입니다. 저들은 악어머리 부족이고요. 우리가 놈들에게 당했던 일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전사 조장의 말에 흑수말갈은 옆에 놔둔 공룡의 뼈로 만든 검을 흘끗 봤다.
“나머지 조장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아예 틀린 말도 아닙니다. 흑수말갈 님이 우리의 대족장이 되시면 좋잖습니까.”
‘내가 아니라고 하면 바로 달려들 기세군.’
흑수말갈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지금의 폐하도 잔인한 악어머리 족장의 손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그때 퉁가가 급하게 일어나 들고 있던 공룡 뼈 검으로, 바로 전에 말한 전사를 벴다.
수우욱!
“크아악!”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었다.
“퉁가! 뭐 하는 것이냐?”
“흑수말갈 군장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이, 이 미친놈이!”
그때 처음 배신을 말한 전사 조장이 퉁가를 공격했고, 이를 본 흑수말갈이 빠르게 검을 집어 퉁가를 공격하려던 전사 조장의 목을 힘껏 찔렀다.
수욱!
쿠우웅!
“사악한 악어머리 부족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준 분은 폐하시다. 폐하를 배신하자고? 그런 놈이 있다면 내게 덤벼라!”
흑수말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아닙니다. 저희는 그, 그저…….”
“내일 전사들을 모두 이끌고 폐하를 돕기 위해 출발한다. 불만이 있거나 가기 싫은 놈은 따라나서지 않아도 된다.”
“…….”
“폐하는 강하시다. 나중에, 적을 다 죽이신 후에 이곳에 남은 놈들의 죄를 물으실 것이다.”
“아닙니다. 가겠습니다. 그냥 두려워서 그랬던 겁니다.”
“나도 두렵다. 레드는 폐하만큼 강하다고 늑대발톱 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레드의 전사들도 졌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검은고래 부족이 아닌 조선 왕국의 백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흑수말갈과 퉁가는 고래 고을의 분열을 정리하고 출정 준비를 서두를 수 있었다.
땅속에서일어서의 조선 왕국이 위기를 한 번 넘기는 순간이었다.
* * *
아르메의 절벽 고을.
“출정 준비는 끝냈나?”
아르메가 갑옷을 입고 성벽 안 공터 앞에 섰다. 돌창과 활을 든 전사들이 아르메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 아르메 군장!”
“폐하를 도우러 간다.”
이 순간 5,000명의 전사가 땅속에서일어서의 조선 왕국을 돕기 위해 출정을 서두르고 있었다.
사실 아르메 역시 고래 고을 부족 출신들처럼 고민했다. 하지만 이유 없이 공격해 오는 놈들에게 조선 왕국이 무너지면, 자신들도 무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땅속에서일어서의 보호 아래 사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자! 조선 왕국을 구하러 가자.”
와와와! 와와와!
성안에 거대한 함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 * *
나와 레드는 야크 전차를 타고 이틀을 더 달렸다. 마침내 대병력의 꼬리를 잡았다.
나는 놈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야산에 야크 전차를 숨기고, 전사 몇 명과 함께 도보로 이동하며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투석기 위에 기름통과 화염병이 실려 있어요.”
내가 본 것을 빛도 봤다.
“불로 태울 수 있겠다.”
놈은 아직 나처럼 수레나 전차를 만들지 못한 모양이다.
‘미개한 놈들인데…….’
저들이 레드의 용성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인해전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승산이 있겠어.’
나는 투석기를 끌고 가는 놈들을 보며 뒤로 물러났고, 빛과 나머지 전사들 나를 따랐다.
* * *
“지금 추격해서 공격하자고?”
나는 정찰을 끝낸 후 레드에게 바로 공격하자고 말했다.
“투석기를 불태우고 성으로 들어가서 싸우면 승산 있을 것 같다.”
“투석기 위에 기름통과 화염병이 실려 있어요.”
“멍청한 놈들이군.”
모처럼 레드도 미소를 보였다.
“적이 후방에서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딴 놈들에게 내 전사들이 당했단 말인가…….”
레드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전사가 많아서 어쩔 수 없었지.”
“그래, 좋다. 땅속에서일어서 네가 만든 전차로 공격하자.”
“불화살로 공격하면 투석기는 충분히 태울 수 있어요.”
나와 레드가 이끄는 병력의 수는 500대의 전차, 기수와 궁수 그리고 창병까지 합하면 1,500명이다.
‘고래 고을과 절벽 고을에서 놈들을 포위하고 공격한다면 승산 있다.’
“레드가 전차부대를 이끌고 왔으니 하루 거리다. 바로 공격하면 될 것 같다. 대신 절대 포위되면 안 된다.”
“물론이지.”
“투창 공격도 무시하지 말고.”
“요즘 네 잔소리가 늘었군.”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
“알았다. 출발하자.”
우리는 곤과의 첫 일전을 야크 전차를 타고 힘차게 달렸다.
* * *
놈들의 후미에 투석기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곤은 어떤 놈일까?”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장이 누구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적들이 혼란에 빠져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곤의 얼굴을 봤나?”
레드가 식량을 관리하던 자신의 부하에게 물었다.
“보기는 했습니다만…….”
이들은 곤의 후발 병력이라서 얼굴을 안다고 해도 여기 없을 것 같다.
‘보통은 중앙에 있을 테니까.’
“불은 피웠나?”
“대나무 통에 불을 피웠습니다.”
“그럼 공격이다!”
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햐! 햐!”
드디어 전투 시작이다.
두두두! 두두두!
500대의 야크 전차가 곤의 부대 후미에 다다랐다.
놈들이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장궁의 시위를 당겼다.
쩌어억!
팽팽해진 활시위가 내 볼에 걸렸다.
“내가 시위를 놓으면 정면돌파해서 투석기를 불태운다!”
“예, 알겠습니다!”
난 힘껏 쥐고 있던 시위를 놓았다.
쉬웅!
내가 쏜 화살은 바람을 타고 투석기를 향해 날아갔다. 만약 이대로 투석기에 박혀 불붙는다면, 저들은 빠르게 동요하며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이다.
“돌격이다!”
두두두! 두두두!
500기의 야크 전차에 탄 전사들의 우렁찬 함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달려라! 이랴!”
“모두 나를 따르라!”
내 뒤를 따르는 전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으니까.’
저들은 나를 믿는 것이다.
“가자!”
* * *
곤은 선발 병력과 함께 땅속에서일어서의 성에 거의 도착한 상태였고, 후발 병력은 처음 곤을 따르던 전사들이 이끌고 있었다.
“뒤, 뒤에서 이상한 것들이 달려들고 있습니다.”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야?”
후발 병력을 이끄는 전사 조장이 당황해 소리쳤다.
“적이다. 적을 막아라!”
“투창하라!”
그와 동시에 전사들이 창을 들고 뒤로 뛰어나왔다.
“화살입니다!”
곤의 전사 하나가 소리쳤다.
“우리도 창을 던져라!”
슈슈슈! 슈슈슝!
500여 발의 불화살이 투석기를 향해 날아갔다.
쉬우웅!
날아든 불화살은 보기 좋게 투석기에 박혔다.
퍽, 퍼퍼퍽!
쾅! 콰콰쾅!
화화화화! 화화화!
“아아악!”
적의 비명이 난무했고, 투석기들은 기름통과 화염병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성공이다. 이랴! 이랴!”
이제 남은 것은 정면 돌파다.
“이랴! 달려라!”
그렇게 500기의 야크 전차들은 적진을 돌파했다.
슈유유융!
그 순간 묵직한 창들이 날아들었다.
퍼억!
음모오오오!
날아오는 창에 맞은 야크들이 울부짖었고, 쓰러지면서 전차가 전복했다.
‘정말 엄청난 위력의 투창이다.’
레드의 용성이 저 투창 때문에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계속 돌파해라.”
두두두! 두두두!
콰콰쾅! 콰쾅!
“으악!”
우리의 앞을 막아서는 적들은 야크의 몸통에 치이고, 발굽에 밟혀 처참히 죽었다.
그렇지만 놈들의 대형을 돌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창으로 놈들을 막아라.”
적의 조장으로 보이는 놈이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장대처럼 보이는 창들이 빽빽하게 대형을 갖췄다.
‘전투를 아는 놈이다!’
원시인 전사들이 대형을 갖추는 모습이 놀랍기만 했다. 그동안 내가 다른 부족과 싸울 때 승리를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망할!”
내가 헌터였다면 바로 뛰어올라서 대형을 무너뜨리고 놈들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인간이므로 무모한 전투를 펼칠 수가 없었다.
쩌어억!
슈웅!
나는 지휘하는 놈을 포착하고 바로 시위를 당겨 화살을 날렸다.
“막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투석기가 불타고 있습니다.”
“젠장! 어떻게 끌고 온 투석기인데!”
“놈들이 투석기를 노리는 모양입니다.”
“왜?”
“저, 저…… 레드 폐하시다!”
레드의 부하였던 전사들이 기겁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레드 폐하시라고?”
“저기 제일 먼저 달려오는 전사는 땅속에서일어서다.”
“폐하가 오셨다.”
많은 전사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레드의 전사들은 레드를 배신했기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 우린 다 죽은 거야! 다!”
레드의 전사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슨 개소리를 하느…… 컥!”
내가 쏜 화살이 전투를 지휘하는 전사의 목에 박혔고, 곤의 부대는 혼란에 빠졌다.
이대로만 계속하면 승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측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돌격하자!”
그때 레드가 내게 소리쳤다.
“그건 안 된다. 우리는 계획대로 빠진다!”
“이길 수 있어.”
“투창이 너무 강하다.”
“젠장!”
“이랴! 이랴!”
“고립된 전차들이 돌파할 수 있게 활을 쏴라!”
나는 다시 한 번 절규하듯 소리쳤고, 야크 전차를 탄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당겼다.
수십 기의 야크 전차들이 고립된 채 사투를 펼치고 있었다.
“쏴라!”
슈슈슈! 슈슈슈!
퍼퍼퍽! 퍼퍽!
“으아악!”
창으로 야크 전차를 공격하던 곤의 전사들이 쓰러졌다. 그 틈을 타서 야크 전차들이 포위를 뚫었다.
결국, 우리는 레드의 용성에서 끌고 온 투석기를 모두 불태우고 전장을 무사히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