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저, 저희는 두려웠습니다!”
그때 짐승처럼 묶여 있는 한 포로가 레드에게 소리쳤다.
“두려웠다고?”
“예, 두려웠습니다. 폐하께서 안 계셔서 무서웠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하얀말처럼 폐하를 위해 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변명은 필요 없다!”
레드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죽, 죽여주십시오. 흑흑흑!”
레드의 부하들이 눈물을 흘렸고 그 순간 레드가 검을 힘껏 들어 올렸다.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땅속에서일어서는 레드가 제발 부하들을 죽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인간이라서 그랬겠지!”
레드의 검이 허공에 번뜩였다.
“흑흑흑!”
“인간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죽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던 거다!”
레드가 소리를 질렀다.
“흑흑흑!”
“네놈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이다.”
레드가 전사들을 죽이지 않고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자 땅속에서일어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저희는…….”
“내가 다시는 너희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나를 배신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서걱!
레드가 뽑았던 검으로 묶여 있는 전사들의 밧줄을 벴다.
“너희들은 내 전사들이다.”
레드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자신을 측은히 바라보고 있는 땅속에서일어서에게 걸어갔다.
* * *
“용서하는 건가?”
“나도 두려웠다. 여와와 여명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려웠다. 나도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레드가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용서할 줄 아는 존재가 진정한 휴먼이지.”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살려둔 것도 있다. 기회를 준 거다.”
“어떻게 되었던 좋은 선택이었다.”
툭툭!
나는 레드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아직 전투가 남았다.’
그리고 나는 도망친 곤의 전사들을 떠올렸다.
“네 부하에게 저 시체 속에서 곤을 찾으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미 도망을 쳤다고 했다.”
“뒤에서 따라오는 놈들과 합류해서 다시 공격하겠지?”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병력은…….’
큰어금니가 이끌고 온 동굴 사람들과 흑수말갈이 이끌고 온 고래 부족 출신 전사들까지 더한다면, 내 병력의 수도 꽤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적들의 3분의 1 정도겠지. 하지만 싸워볼 만하다.’
곤의 전사들은 급조된 부대라 자신들이 밀리는 순간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전사들은 다르다.
나를 위해서, 또 이 조선 왕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것이고 내 명령 없이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을 테니까.
‘전에 없이 처절하고 치열한 원시 전투가 되겠어.’
나는 이제 헌터가 아니니까.
* * *
“젠장, 젠장!”
곤은 자신의 전사와 허겁지겁 도망쳐서 후발 부대에 도착했다.
“그렇게 강한 놈들은 처음 봤다.”
곤은 인상을 찡그렸다.
“거대한 화염 때문에 겁을 먹은 겁니다.”
“우리 편이 된 망할 놈의 전사들이 갑자기 도망쳐서 그렇게 된 것이다. 다시 공격할 것이다.”
“예, 준비하겠습니다.”
“다시 공격할 때는…… 투, 투석기는 어디에 있어?”
곤은 투석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그, 그게…….”
“그게 뭐?”
“야크를 끌고 온 놈들이 모두 불태우고 도망쳤습니다.”
“그 망할 놈이 그놈이었구나!”
바드득!
곤이 분노에 사로잡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곤 님께서는 전사가 많습니다. 저희가 패했던 곳은 많은 전사가 싸우기에는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한 전사가 패배의 원인을 찾았다는 듯 곤에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불덩이와 거대한 폭발 때문에 당했다.”
“예, 넓은 곳에서 싸우셔야 합니다.”
“우리가 놈들을 유인해서 싸우자고?”
“예, 그렇습니다. 이곳이라면 이 엄청난 전사들이 에워싼 뒤 죽이면 됩니다.”
전사의 말에 곤이 주변을 둘러 봤다.
“그런데 놈들이 이곳까지 올까?”
“올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 여기서 싸운다.”
다시 곤의 전사들은 전형을 정비했다.
* * *
곤이 내 성을 공격한 지도 이틀이 지났다. 곤은 후발 부대와 합류해 이틀 거리에 진을 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내가 가서 봤는데 병력이 3만 정도였다.”
레드가 내게 말했다.
“아직도 3만이라고?”
“그렇다. 애들과 여자를 제외한 전사들만 2만 정도다.”
우리가 보유한 전사의 수는 5천이었다.
‘3분의 1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4분의 1이군.’
수적인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것이 야크 전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결판을 내야겠지?”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협이 되는 적을 그대로 둘 수 없으니까.”
“전차가 있으니 해볼 만하다.”
절벽 고을에서 아르메가 노예 출신 전사와 궁수들을 이끌고 와준다면 완벽하게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메에게도 연락을 했었지?”
나는 금치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아르메가 배신했을지도 모른다.
‘다 봤을 테니까.’
설인들이 에티로 변하는 모습을, 그리고 날개틀이 더는 날지 못하고 추락하는 모습을 다 봤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다른 마음을 먹고 다시 입구를 막고 버티면…….’
이제는 아르메의 절벽 고을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
‘젠장…… 하지만 모든 인간은 다 배신할 수 있다. 뭐, 어쩔 수 없겠지.’
“폐하!”
그때 내 통나무집 밖에서 한 전사가 급하게 들어서서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무슨 일이냐?”
“아르메 군장이 왔습니다.”
“아르메가 왔다고!”
나도 모르게 너무나 반가워 소리쳤다.
“예, 엄청나게 많은 전사를 이끌고 왔습니다. 쉬지도 않고 달려온 모양입니다. 기진맥진한 상태입니다.”
“고맙고 또 고맙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고, 헐떡거리며 겨우 서 있는 아르메를 봤다.
“너무, 너무 늦게 왔습니다.”
아르메가 내게 무릎을 꿇었다.
“잘 와줬다. 아직 전투가 남았다.”
아르메가 이끌고 온 전사들이 기력을 회복하면 곤과 마지막 일전을 펼칠 수 있다.
* * *
‘놈들도 쉽게 공격하지 못하는군.’
아르메가 이끌고 온 전사들이 체력을 회복하자마자 우린 곤이 대형을 펼치고 있는 평야로 진격했다.
‘마지막 일전이다.’
그리고 이곳은 내게 익숙한 지형이다.
‘이곳에서 붉은 사자를 죽였었지.’
이 원시시대에 와서 했던 모든 일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저놈들을 싹 쓸어버리자.”
내 말에 레드가 나를 봤다.
“투항하는 자들은?”
“투항하는 자들은 살려줘야지.”
나는 레드와 함께, 잡은 포로들을 심문했고 곤의 대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됐다.
‘모래알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우선 승기를 잡으려면 곤과 곤이 처음 이끌었던 전사를 죽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 * *
“놈들이 왔어. 정말 왔어. 하하하!”
곤이 땅속에서일어서가 대형을 갖추는 모습을 보고 크게 웃었다.
“전사의 수가 우리보다 확실히 적다.”
“투석기라는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땅속에서일어서는 평야에 드문드문 있는 동산 뒤에 투석기를 숨겨 놨다.
“야크가 끄는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엔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야크들 역시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동산 뒤에서 나와 공격하려고, 투석기와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싸울 준비를 해라. 처음처럼 싸운다.”
이제 곧 이 원시시대에 기록되지 않을 웅장한 마지막 전투가 펼쳐지기 직전이었다.
“놈들이 겁을 먹게 함성을 질러라.”
와와와! 와와와!
* * *
와와와! 와와와!
곤의 진형에서 함성이 울렸고 내 전사들이 바짝 긴장한 눈빛을 보였다.
‘이제 전투다.’
나는 늑대발톱에게서 받은 불개미 갑옷을 입고 있었다. 레드 역시 불개미 갑옷을 입고 있었다.
“나의 전사들이여!”
나는 1만여 명의 전사들에게 소리쳤고 내 휘하에 있는 모든 군장이 반드시 싸워서 이기겠다는 각오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싸워서 이길 것이고, 그대들의 조선 왕국은 번창할 것이다!”
나의 조선 왕국이라고 하지 않고 그대들의 조선 왕국이라고 말하자 군장과 전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우리는 저놈들을 모두 죽여서 승리할 것이다.”
와와와! 와와와!
“적이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한 군장이 소리쳤다.
“궁수들부터 준비를 시켜!”
활쏘기에 능한 아르메의 여전사들이 원거리 전투에서 꽤 큰 피해를 줄 것이다.
“야크들을 이용해서 숨겨놓은 투석기를 끌고 와라.”
흑수말갈이 바로 야크를 타고 뛰었다.
“우리도 천천히 진격한다!”
거대한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등에 나무 방패를 단단히 묶어 놨지?”
“예, 그렇습니다.”
내 전사들은 투창 공격에 대비해 엄청난 두께의 나무 방패를 등에 멨다. 적들의 창이 날아들면 바짝 엎드려서 큰 피해를 보지 않게 준비한 것이다.
“거북이 같군.”
레드가 진격하는 내 전사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몇 번의 투창 공격만 막으면 된다.”
“정말 너와 싸워서 이길 자는 없겠군.”
“너!”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 사돈이니까.”
나는 레드의 말에 피식 웃었다.
“진격이다! 공격하라!”
그때 내 군장들의 우렁찬 함성이 전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 *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곤은 부하의 보고를 듣고 자신을 향해 천천히 진격하고 있는 땅속에서일어서와 레드를 노려봤다.
“좋아 다 죽인다!”
“예, 알겠습니다. 우리도 천천히 진격해서 마지막에 한 번에 쓸어버린다.”
치열한 백병전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곤이었다. 하지만 땅속에서일어서는 원거리 전투를 생각하고 있었다.
* * *
“적들이 사거리 안에 근접했습니다.”
“빛! 놈들의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빛이 대답하고 돌아섰다.
“전원 시위 당겨!”
쩌어억!
아르메와 빛이 이끄는 궁수들은 일제히 시위를 당겼다.
‘투석기가 오고 있군.’
투석기를 이곳까지 끌고 오기 위해 모든 야크를 동원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투석기를 본 곤의 전사들이 잠시 멈칫하다 다시 진격했다.
* * *
“저게 투석기라는 겁니다.”
한 전사가 곤에게 소리쳤다.
“쥐새끼 같은 놈!”
곤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또, 또 저번처럼 불덩이를 쏠, 쏠까요?”
“겁먹을 필요 없다. 이곳을 다 태울 수는 없으니. 투창하라!”
곤은 지난번과 똑같은 전투 방식을 고집했다. 아니 투창 공격밖에는 잘하는 것이 없었다.
“예, 창을 던져라!”
그 순간 2,000개 정도의 창이 땅속에서일어서의 전사들을 향해 날았다.
“창이 날아온다!”
“창이다! 모두 엎드려라!”
창이 날아드는 모습을 제일 먼저 발견한 군장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땅속에서일어서의 전사들은 마치 거북이가 목을 등껍질 안에 넣고 웅크리는 것처럼 바닥에 엎드렸다.
슈우우우웅! 슈슈슝!
퍼퍼퍽! 퍼퍽!
수천 개의 창이 꽂혔지만, 누구 하나 비명 지르는 전사는 없었다.
* * *
“하하하, 엄청나게 쓰러졌다.”
곤은 창 박힌 채로 쓰러져 있는 땅속에서일어서 전사들의 모습을 보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쓰러졌던 땅속에서일어서의 전사들이 다시 벌떡 일어났다.
* * *
“활을 쏴라!”
내 명령에 자리에서 일어난 궁수들이 적들을 향해 일제히 활을 쐈다. 동시에 야크들이 끄는 투석기가 빠르게 접근했다.
“투석기를 쏴라!”
흑수말갈의 우렁찬 함성이 내 귀에 울렸다.
수우우웅!
적들을 향해 화살과 통나무가 동시에 날았다.
콰콰쾅! 콰쾅!
슈슈슈! 슈슈슈!
“하늘에서 또 날아옵니다.”
“이런 젠장! 왜 갑자기 죽은 놈들이 일어난 거야!”
“잘, 잘 모르겠습니다.”
“저 공격을 피하기려면 돌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 돌격해라!”
곤의 2만여 명의 전사들이 일제히 돌격을 감행했다.
* * *
“놈들이 돌격해 옵니다.”
나는 적의 돌격에 대비해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장창을 준비해라.”
원래 장창 대형은 적의 기마대를 상대하기 위해 보병이 펼치는 전술이다.
두두두! 두두두!
2만여 명이 몰려오는 소리가 지축을 울린다.
“방패를 굳건히 들어야 한다.”
묵직한 방패는 장창을 든 전사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완벽한 방어진이 만들어졌다.
“활은 계속 쏴라!”
두두두! 두두두!
미친 듯이 돌진해 온 곤의 전사들이 사정권에 들어왔다.
“지금이다! 쏴!”
빛의 앙칼지 목소리가 들렸고, 500발의 화살이 곤의 전사들을 향해 날았다.
슈슈슈! 슈슈슈!
* * *
“달려라! 놈들이 화살을 쏘지 못하게 궁수에게 붙어라!”
곤의 전사 조장이 절규하는 소리가 내 귀에 생생히 들릴만큼 가까이 왔다.
“창을 들어라!”
4미터가 넘는 창이 달려드는 적을 향해 겨눠졌다.
수욱! 수욱!
“으아악!”
곤의 전사들은 달려온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창에 박혔다.
“조준사격을 해라!”
그때 아르메가 지시했고, 아르메의 여전사들이 바로 달려드는 적을 하나하나 사격해서 적의 수를 줄였다.
“버텨라! 버텨야 한다!”
“예, 폐하!”
두두두! 두두두!
하지만 놈들은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쿵쾅! 쾅쾅쾅!
“으악! 으악!”
“창으로 찔러라!”
길고 단단한 창이 적을 찔렀다. 그렇게 우리는 곤의 1차 돌격을 막아냈다.
“방패 들어!”
이제는 우리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패 대형으로 놈들을 밀어붙일 생각이다.
쿵쾅! 쿵쾅!
방패로 밀치고, 쓰러진 적을 검으로 죽였다. 궁수들은 여전히 조준사격으로 적을 죽여 나갔다.
그렇게 아침부터 시작한 전투는 저녁까지 이어졌고, 평야에 비명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놈들을 죽여라!”
내 우렁찬 외침과 함께 전사들은 사기가 꺾인 곤의 전사들에게 거대한 폭풍처럼 쏟아졌다.
“적을 죽여라!”
“곤을 찾아라!”
곤을 찾아 죽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 죽여라!”
겁을 잔뜩 집어먹고 살기 위해 아무렇게나 창을 찌르던 적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금치가 소리쳤다.
한편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레드의 공격 역시, 곤의 전사들을 거침없이 죽였다.
* * *
“왜, 왜 이렇게 된, 된 거야.”
곤은 자신들이 몇 배나 많은 수임에도 불구하고, 처참하게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공황에 빠진 듯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사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투에 임하는 전사들의 마음가짐이다.
만약 곤이 점령과 복속을 거듭하면서 땅속에서일어서처럼 차근차근 부하들의 충성심을 끌어냈다면, 지금 패해서 도망쳐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땅속에서일어서였을지도 몰랐다.
“미친놈들! 모두 죽여! 모두 죽이란 말이닷!”
곤이 소리쳤지만 이미 승기를 잡은 것은 땅속에서일어서였다.
“안 되겠어. 내가 직접 놈의 숨통을 끊어놓겠다!”
곤이 정신을 수습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 * *
“저놈이 곤이다!”
그때 곤을 알아본 레드의 전사들이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나와 레드는 곤의 얼굴을 확인하고 달려갔다.
“곤을 죽여야 한다!”
곤을 죽이면 이 처절한 전투는 끝이 날 것이다.
“네놈들은 내가 반드시 죽여주마!”
곤의 눈빛이 싸늘해져 있었다.
“안 됩니다. 이 상태라면 전멸합니다.”
그때 곤의 전사가 곤을 막았다.
“또 어디로 도망치라는 거냐?”
“피하셔야 합니다!”
“네놈은 도망칠 곳이 없다!”
그때 레드가 곤의 퇴로를 막고 소리쳤고 나는 곤의 앞에 당당히 섰다. 곤에게 피하라고 말했던 전사들이 나와 레드에게 덤벼들었지만 나와 레드는 손쉽게 제압했다.
“으악!”
비록 헌터가 아니지만, 몸에 익은 검술과 전투 경험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 어떻게 내, 내 전사가…….”
곤이 기겁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죽어라, 이 망할 놈아!”
나는 힘껏 뛰어올라 곤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수우욱!
“크아아악!”
곤은 거친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신, 신이 내, 내가 강하다고 했는데…….”
푹!
곤은 신을 말하며 죽었다.
‘신이?’
나는 왜 갑작스럽게 곤이 나타났는지 알게 됐다.
신이 나와 레드에게 준 마지막 시련이 바로 곤이었다.
그렇게 나와 레드는 곤을 죽이고 전투에 승리했다. 더불어 엄청난 수의 포로를 잡았다.
“우리가 이겼다!”
내 전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와와! 와와와!
“땅속에서일어서 폐하 만세!”
“폐하 만세!”
내 전사들이 대부분이기에 나를 칭송하며 만세를 불렀고, 저 멀리서 레드가 이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였다.
‘사돈, 맘 상하겠네.’
나는 내 옆에 있는 금치와 퉁가를 보고 말했다.
“레드 폐하 만세라고 외쳐.”
“예?”
금치가 영문을 몰라서 내게 되물었다.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면 좋잖아.”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금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드 폐하 만세!”
“레드 폐하 만세!”
금치가 소리를 지르자 흥분한 내 전사들과 레드의 전사들이 레드를 칭송하기 위해 함성을 질렀다. 그 함성에 레드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거지.’
나도 레드를 보며 미소를 보였다.
이제 드디어 모든 위기와 고난이 끝났다. 앞으로 평화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그 평화는 레드와 함께, 신에게 의지하지 않는 강건한 인간의 의지로 지켜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