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6
36화
‘벌로 죽인다.’
어떤 것이든 전 어비스에 비하면 기본적으로 2배 이상 큰 원시시대다.
그런 원시시대의 벌도 일반적인 벌에 비해 3~4배 정도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엄청난 독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리고 모닥불이 핀 것을 보고 나는 바로 돌아섰다.
다다닥! 다다닥!
어리다고 아무것도 못 할 거라고 나약하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헌터라는 것을 잊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육체보다 정신이, 그리고 의지가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붉은개, 오늘 꼭 너를 죽인다!’
그렇게 의지를 불태우며 강가까지 뛰어간 나는 바로 강으로 뛰어들었다.
다다닥! 다다닥!
빠르게 내 앞으로 다가온 강가 진창이 보였다.
풍덩!
그리고 천천히 온몸을 어기적거리며 기어 다녀서 내 온몸에 진흙을 발랐다.
벌이 쏘지 못하도록, 그리고 누구도 나를 보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또 발랐다.
‘야습의 원칙은 위장이니까.’
그렇게 나는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벌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비록 내 몸은 여전히 빈약하지만 정신만큼은 그 누구도 뒤지지 않는 전사로 거듭날 생각이다.
항상 그랬다.
내가 잡을 수 있는 몬스터보다 더 강한 몬스터를 목숨을 걸고 헌팅을 했다.
그때마다 죽을 고비를 넘겼고 또 그때마다 나는 강해졌다. 그런데 이곳으로 와서 그 깡다구를 다 잊어버리고 안일한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나는 이제 없다.
“아직 타고 있네.”
거의 꺼져 가는 모닥불은 불씨만을 조금 반짝이고 남아 있었다. 나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불씨를 훅훅 불어 다시 살렸고, 꽤 크게 활활 태웠다. 그리고 그 위에 젖은 대나무 잎을 올렸다.
불 위에 젖은 나무나 나뭇잎을 올리면 연기가 엄청나게 난다. 벌들은 이 연기로 인해 힘을 못 쓸 거다.
‘이제 흔들어서 벌통을 떨어트리고 튀면 된다.’
어느새 벌통 주변에는 매캐한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복수는 의지다.”
나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 의지를 다잡았다. 그리고 거대한 장죽을 올려다보며 흔들었다.
처음에는 타고 올라갈 생각도 했지만 너무 높았다.
내 근력으로는 저 위까지 오를 수가 없을 것 같다. 몇 번이고 흔들었지만 벌통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벌통이 떨어질 때까지 장죽을 흔들어야 한다.
휙! 휘리릭!
투둑! 투툭!
제법 오랫동안 장죽을 흔드니 꿀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죽 위의 벌통이 떨어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나는 바로 다른 쪽에 연기가 뿜어지도록 피워 놓은 모닥불 쪽으로 뛰어가 엎드렸다.
퍼어억!
그리고 결국, 벌통이 떨어졌다.
부우웅! 부우웅!
성난 벌들이 벌통에서 나왔지만 매운 연기 때문에 맥을 못 추고 비실거렸다.
“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떨어진 벌통에 다가갔다. 진흙을 두껍게 발라서 그런지 벌들이 나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귓가를 스치듯 울리는 벌의 날갯짓 소리와 눈앞을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벌들을 보자 몸이 저절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의지로, 복수심으로 두려움을 꾹 눌러 참았다. 그리고 바로 떨어진 충격으로 쪼개진 벌통을 대나무 통에 넣고, 그 입구를 젖은 대나무 잎으로 막았다.
‘미션 클리어를 한다면…….’
아마 보상으로 레벨과 +스텟 수치가 오르게 될 것이다.
“나 대신에 그 망할 새끼를 죽여 줘!”
나는 바로 벌통이 들어 있는 대나무 통의 입구를 꾹 막고 붉은개가 있는 부족으로 뛰었다.
* * *
건너편 강가에는 많은 수의 전사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저기 봐라, 연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인다.”
보름달이 떠 있다고 해도 밤에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시력이 좋다는 의미다.
“연기?”
“강 건너다. 저쪽에 연기가 보인다.”
“나도 봤다. 하지만 강 건너에는 누런 것들이 산다.”
“거기서 나는 연기 같다.”
놀라운 것은 강가 으슥한 곳에 모여 있는 전사들은 현생인류와는 확연하게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하얀 머리에 붉은 머리칼, 머리가 크고 털이 온몸에 나 있었다. 또한 모두 거대한 짐승의 뒷다리 뼈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묵직한 몽둥이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리고 또 어떤 놈은 목에 사람의 귀를 잘라 목걸이처럼 걸고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이었다.
그리고 수도 많았다. 대충 봐도 그 수가 쉰이 넘었다.
몽둥이를 든 네안데르탈인 사냥꾼이 쉰이라는 것은 오늘 밤에 인간 사냥을 나왔다는 의미였다.
“연기가 나는 쪽으로 간다. 강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고 내려간다.”
두목인 듯한, 개중 가장 덩치가 가장 커다란 놈이 말했다.
“알았다.”
“어서 가자! 배고프다! 흐흐흐! 여기까지 오느라 고기는 맛도 못 봤다.”
두목의 말에 나머지 놈들도 군침을 흘렸다.
“맞다, 맞다. 우린 고기를 먹고 싶다.”
“수컷 놈들은 먹고, 수컷 새끼의 목은 잘라서 가지고 가고, 암컷은 끌고 간다.”
“알았다.”
“누런 것의 암컷들은 밤에 쓸 거니까 죽이지 마라. 히히히!”
놈들은 인간 사냥꾼이었다. 강 반대편 쪽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사는 놈들로,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물론 이놈들은 연기를 보기 전까지는 강 아래로 더 내려갈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겪은 경험으로 그들은 강 상류보다는 하류에 더 많은 부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땅속에서일어서가 피운 연기를 본 그들은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이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붉은개 씨족의 부락이 있었다.
주술사가 받은 신탁의 예언이 점점 더 현실이 되고 있었다.
* * *
해가 지고 어둠이 하늘을 장악한 늦은 밤, 붉은개 씨족의 부락은 고요했다.
모두가 잠든 것 같았다.
붕붕! 붕붕!
연기가 사라지니 벌들이 정신을 차리고 한두 마리씩 밖으로 빠져나왔다. 어떤 놈은 나오자마자 나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대부분 벌통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젠장!’
팔뚝에 몇 방이나 쏘인 것 같다. 그래도 진흙을 두껍게 발라서 제대로 쏘인 것은 별로 없었다.
‘그래! 정신을 차려라! 이제 제대로 힘을 써야 할 때다.’
나는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붉은개의 움막 쪽으로 숨어들었다.
“하암…….”
그때 하품을 하면서 부족민 하나가 오줌이라도 싸려는 듯 밖으로 나왔다. 다행스럽게 나를 보지 못한 듯 엉기적거리며 내 옆을 지나갔고, 나는 바로 움막 뒤에서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숨어 놈을 노려봤다.
‘땅강아지, 개새끼다.’
위생 개념이 없기에 땅강아지는 움막 바로 옆에서 엉거주춤하게 서서 오줌을 싸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비몽사몽인 것 같다.
‘저 새끼부터?’
나도 모르게 허리에 차고 있는 돌칼에 손이 갔다.
하지만 저 새끼를 죽인다고 해도 그건 소탐대실일 것이다.
내 목표는 붉은개니까.
‘너는 나중에.’
저놈도 언젠가는 꼭 내 손으로 죽일 생각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벌이 담겨 있는 대나무 통에서 벌이 빠져나왔고, 오줌 냄새를 맡은 벌이 땅강아지에게 날아갔다.
“악!”
벌이 목 부위를 쏜 것 같다.
“컥! 컥!”
벌에 쏘인 땅강아지는 목을 부여잡고 컥컥거렸다.
강한 독성을 가진 벌에게 목 부위를 쏘이면 목 부분이 부어서 기도를 막는다. 그게 아니면 원래부터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지 오줌을 싸던 땅강아지가 컥컥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기회다!’
이런 기회는 또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컥켁! 케에엑!”
나는 조심히 대나무 통을 놓고 허리에 차고 있는 돌칼을 꺼내 살금살금 놈을 향해 고양이처럼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뛰었다.
“컥, 커억……. 사, 살려…… 너, 너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다가 내 얼굴을 보고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컥, 컥어억! 너…… 너는…… 켁, 케엑!”
“내가 널 죽인다고 했지?”
“켁, 케에…….”
놈이 발버둥을 쳤다.
“죽을죄를 지었으니까 죽어!”
나는 바로 한 손으로 쓰러진 놈의 입을 막고, 높이 치켜든 돌칼로 놈의 목젖을 찍듯 찔렀다.
숙!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어억…….”
입을 막고 있기에 땅강아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파르르 떨기만 했다.
푹푹! 숙숙!
그리고 확인 사살로 몇 번이고 놈의 목을 찌르고 또 찔렀다.
몇 번이나 찔렀을까. 마침내 놈의 몸이 축 늘어졌다.
첫 번째 살인이었다. 피가 묻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다짐했던 작은 복수는 결국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붉은개다.
-레벨 업!
순간 레벨 업 메시지가 떠서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이, 이건…….’
나는 저번 어비스에서 헌터를 병신까지 만든 적은 몇 번 있지만 죽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사람을 죽이고 레벨 업 메시지가 떴다. 나는 바로 오픈해 놓은 홀로그램 창을 봤다.
-땅속에서일어서
종족 : 헌터(현생인류)
특성 : 군림하는 자
레벨 : 6
생명력 : 400
근력 : 6(+7)
민첩 : 6(+3)
마력 : 12
지혜 : 108(+3)
명성 : 228
모든 수치가 상승했다. 그런데 명성 수치만 하락했다. 그리고 레벨 1이 오를 때마다 생명력이 50 상승을 하는 것도 똑같다.
‘사람을 죽여도…….’
레벨 업이 가능했다.
내 몸을 휘도는 이상한 감각에 떨리는 몸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것은 악마의 유혹과 다름이 없다.
강해지려는 욕망 때문에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람을 노리는 살인마로 변할지도 모르니까.
‘그러고 보니 폭주하는 헌터들이 있었지.’
지난 어비스에서 헌터들에게 달려드는 헌터들이 있었다.
어쩌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폭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분위기는 인간의 적은 인간이 아니라 수많은 몬스터들이었으니까. 아니면 단 한 번도 헌터를 죽여 본 적이 없기에 나만 모르고 있었던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어비스의 세계에서는 사람을 죽여도 전투 경험치가 오른다는 거다.
‘진정하자. 언제까지 공황에 빠져 있을 수는 없지.’
복수하기 위해서 왔다. 대상이 붉은개라는 것은 상관없다. 사람을 죽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마음을 추스린 나는 주변을 살피며 벌통이 들어 있는 대나무 통을 들고 붉은개의 움막 안으로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윽…… 크으윽!”
그리고 신음 소리도 들렸다. 살이 썩는 고통 때문에 잠을 자면서도 신음하는 것 같다.
그리고 코를 고는 놈은 아마도 나를 보며 저열하게 웃던 팔뚝털일 것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아비 잘못 만난 죄로 놈도 죽어야 한다.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추후에 복수를 하겠다고 나와 내 가족을 노릴 수도 있다.
‘……복수할 때는 감상적이면 안 된다.’
복수는 그저 복수다.
깨끗하고 고결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나는 해낼 것이다. 완벽하게 또 잔인하게.
마음을 굳힌 나는 조심히 대나무 통을 막은 젖은 대나무 잎을 떼어 냈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붉은개의 움막 안으로 던졌다.
퍼억!
부우웅! 부우웅!
“어, 어어? 아악! 악! 끄아악!”
대나무 통 안에 들어 있던 벌집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벌 특유의 날갯짓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벌의 습격을 받은 움막 안은 난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