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43
43화
“젓가락을?”
이 시대에는 없는 물건이었고, 젓가락을 만들고 젓가락이라 칭하자 가족 사이에서는 이 물건의 이름이 젓가락이라 정해졌다. 그리고 바로 또 명성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예.”
젓가락을 만들어 그중 몇 개는 뾰쪽하게 갈 생각이다.
닭의 털도 있으니까 아마존 원시 부족들이 사용하는 독침을 날리는 대롱인 바람총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그럼 난!”
“아빠는 대나무를 잘라요.”
“또 대나무?”
또 대나무라고 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쓸 수 있는 재료는 대나무 말고는 없다.
“예.”
“뭐 하게?”
“대나무로 침대를 만들게.”
“왜?”
큰바위의 지적 수준은 보통 열한 살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왜?’라고 할 때는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다섯 살 정도인 것 같고.
“침대가 뭔데?”
“거기서 자면 땅에서 차가운 것이 안 올라오거든요.”
“형, 만들어. 족장이 만들라면 만들어.”
“응. 나는 만든다! 대나무를 자른다!”
큰바위가 대나무를 자르고 나는 그 대나무를 이용해서 생활필수품을 만들 계획이었다. 대나무 침대를 만들면 중급 이상 생필품 제작에 성공한 셈이겠지.
그리고 3주가 지났다.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대나무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물론 틈틈이 장죽 치기 수련도 하고 있다.
‘모든 재료 준비가 끝났네.’
재료라고 할 것도 없다. 대나무와 덩굴이 전부니까.
우선 나는 대나무와 덩굴을 이용해서 가로로 엮은 대나무 판을 만들었다.
쉽게 그 모양을 설명하면 아주 묵직한 대나무 돗자리 정도로 만든 것 같다. 그리고 세로로 대나무를 엮어서 고정시켰다.
다리만 있으면 평상처럼 보일 것 같다. 그리고 똑같은 방법으로 가로로 대나무 판을 붙였고, 이렇게 하나 땅에서 30센티미터 정도 떨어지는 내 나름의 대나무 침대가 완성됐다.
물론 내 눈에 그럴싸한 침대처럼은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초급 생필품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하였습니다.
-손재주 스킬이 업그레이드되어 7성이 되었습니다.
연속적으로 메시지가 떴다.
‘……초급?’
원시인 중에 침대를 만든 사람은 없을 것인데 초급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다시 말해 내가 만든 대나무 침대는 침대 축에 못 낄 정도로 정말 조악한 물건이라는 의미였다.
-대나무 깔개(초급)
깔고 잘 수 있는 생필품.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아 준다.
심지어 침대도 아니고 깔개란다. 그러니 초급일 수밖에 없다.
‘……아니지, 초급이면 어때? 땅속에서 올라오는 한기만 막으면 그만이지.’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물론 내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내가 만든 물건의 용도가 적합하기도 했지만 무기 제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기를 제작하거나 조합을 할 때 하급과 초급은 분명 차이가 있고, 초급과 중급은 또 엄청난 성능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나무 침대는 그냥 깔고 자는 거니 특별할 것이 없다.
“짜잔! 대나무 침대 완성입니다.”
역시 대나무는 생존에 꼭 필요한 만능 아이템이다.
나는 대나무와 덩굴을 이용해 대나무 침대를 뚝딱 만들어 냈다.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손재수 스킬이 6성까지 향상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침대냐?”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이제 4개만 더 만들면 돼. 각자 하나씩! 우선 이건 할머니 쓰실 침대고. 하하하!”
나는 바로 대나무 침대에 벗겨 둔 캭의 어미의 가죽을 깔았다. 이러면 대나무 자체의 차가운 기운도 막을 수 있다.
“털가죽이 더 많아야 할 것 같다.”
물론 나도 큰바위의 말에 동의한다.
“나는 이제 다 나았다.”
꿀차를 만들어 먹은 날로부터 3주가 지났다. 할머니의 감기도 떨어졌고 늑대발톱의 상처는 거의 다 아물었다.
다행스럽게 내 마력이 +수치까지 해서 32라 응급처치 스킬을 하루에 세 번 사용할 수 있었고, 꼬박꼬박 치료를 해 주어서인지 상처는 남았지만 덧나지 않고 거의 아물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큰바위의 상처도 이제 흉터만 남은 정도였다.
“사냥 가자!”
지금까지 자기가 한 일이라고는 대나무를 자르고 말뚝을 박는 일이 전부였다 보니 큰바위도 몸이 근질근질했나 보다.
“사냥을 가서 산돼지라도 잡아오자. 내가 잡아줄게.”
큰바위가 애처럼 내게 보챘다.
‘가고 싶기는 하지만.’
모두가 사냥을 나가면 동굴 안에는 할머니와 제비꽃만 남는다. 그러니 아직은 사냥을 나갈 때가 아니다.
“아직은 안 돼요.”
“다리새는 이제 맛이 없다.”
큰바위가 볼멘소리를 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라고 해도 매일 먹으면 물리는 법이니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주식은 다리새와 지네 그리고 삶은 죽순이 전부다.
그리고 사실 다리새 고기는 퍽퍽하고 또 질긴 부분이 많아서 씹다보면 턱이 아플 정도다.
* * *
“사냥 가서 산돼지를 잡자아아아!”
“큰바위!”
할머니가 엄한 목소리로 큰바위를 불렀다.
“……응.”
“족장이 안 된다고 했으면 하면 안 된다.”
재미삼아 나를 족장으로 삼아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으응, 나는 대나무나 자를게.”
큰바위의 시무룩해져 어깨를 축 내리는 모습은 저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웠다.
“다음에 같이 가요.”
나는 피식 웃으며 큰바위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말했다.
“다음에?”
“예, 꼭 산돼지를 잡아주셔야 해요.”
“알았다. 꼭 잡아 준다. 하하하!”
“그럼 이제 대나무를 많이 자르세요.”
“알았다. 족장……”
큰바위가 풀이 죽은 것 같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거다.
목책이 다 완성될 때까지는 할머니와 제비꽃을 동굴에 두고 늑대발톱과 큰바위를 이끌고 어디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이제 이들의 족장이다.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내 부족민의 안전이 우선이니까.
그래서 내 레벨은 여전히 11이다. 의도적으로 레벨 업을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매일 대나무만 미친 듯이 두드리고 있다 보니 레벨 업을 하지 못한 것이다.
-땅속에서일어서
종족 : 헌터(현생인류)
특성 : 군림하는 자
직업 : 하늘 씨족의 우두머리
레벨 : 11
생명력 : 650
근력 : 11(+37)
민첩 : 11(+23)
마력 : 22(+10)
지혜 : 113(+19)
명성 : 430(+10)
공격력: 35(+45+12(5)+124)
방어력 : 3
이게 3주 동안 미친 듯이 수련하여 얻어 낸 성과였다.
그리고 생활용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지혜 스텟도 +수치가 올랐다.
그리고 돌칼과 함께 대나무 칼, 바람총 같은 무기를 만들어서 착용하고 있기에 공격력은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바람총의 공격력은 대나무로 만든 칼이나 돌을 갈아 만든 칼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독을 바르지 않아도 이 정도니 아마 진짜 맹독을 구해서 독침에 바른다면 공격력은 몇십 배 더 상승할 것 같다.
그리고 착용하고 있는 무기들의 공격력이 각각 표시된다.
‘그런데 생강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물론 이렇게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생강을 찾기 위해 대나무 숲 곳곳에 수백 개가 넘는 구덩이를 팠지만 생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소금도 못 찾았다. 그건 내 활동 범위가 이 울창한 대나무 숲에 한정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리고 고양이만 하던 캭이 이제는 웬만한 진돗개보다 커졌다. 아마 한 달 정도만 더 지나면 도사견보다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이 먹을 테고.
요즘 캭 먹이를 구하는 데만도 등골이 빠질 지경이었다.
-땅속에서일어서의 캭
종족 : 몬스터(검치호)
특성 : 절대 복종
레벨 : 24
생명력 : 1,820
근력 : 350
민첩 : 650
지혜 : 43
명성 : 10
공격력 : 120
방어력 : 100
진짜 어이가 없는 것은 내 앞에서는 고양이처럼 애교를 떠는 캭이 나의 기본 능력치 수치보다 몇 배는 높다는 거였다.
이건 이빨호랑이가 원래부터 강한 존재이기 때문일 거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알고 있는 한 이빨호랑이야말로 신석기의 최고의 포식자일 테니까.
캭은 몸이 커진 만큼 먹는 양도 엄청나게 늘어났고, 내가 주는 먹이가 부실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대나무 숲을 어슬렁거리며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 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입 주변이 피범벅이 된 것으로 보아 어디선가 잡아 온 동물 외에도 사냥해서 먹은 것이 틀림없다.
다시 말하자면 슬쩍 나가서 스스로 사냥을 터득하고 레벨 업을 한 것이다.
‘아씨, 대박 어이없네…….’
지금 당장 나랑 붙으면 내가 질 것이다. 기본적인 수치상으로는 캭이 더 높으니까.
‘그나저나 오늘은 또 뭐를 먹냐?’
하루하루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전 그러면 먹을 것을 구해 가지고 올게요.”
“땅속에서일어서 족장!”
그때 제비꽃이 나를 불렀다.
“나도 따라가면 안 되니? 나도 너 따라다니면서 도토리라도 줍게.”
“뭐, 그러세요.”
대나무를 베어 오는 것은 큰바위고, 자잘한 물건을 만드는 것은 늑대발톱이다.
동굴 안에는 주술사 할머니와 제비꽃밖에 없다 보니 제비꽃은 뭘 할 때마다 돕겠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할머니와 같이 지낼 수밖에 없고, 심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할머니는 늑대발톱과 큰바위가 지키면 되니까.’
내가 된다고 하니 제비꽃이 대나무 통 하나를 챙기고 나를 따라나섰다.
‘그럼 도토리나 주우러 가자.’
오늘 저녁은 특식으로 준비해 드려야 할 것 같다.
* * *
하얀 머리를 가진 설산이 위용을 드러내는 산맥 앞에는 작은 동산들이 꽤 있다.
그리고 그 동산들은 내가 있는 대나무 숲에서 보자면 지금은 절멸한 붉은개 부족 부락이 있는 강가 반대편이다.
‘원시인 다 됐네. 채집 활동을 하고.’
제비꽃과 나는 지금 도토리를 줍고 있다.
“여기 엄청 많아. 호호호!”
들고 온 대나무 통의 반 정도가 벌써 도토리로 채워졌다.
캭! 캭!
그리고 캭도 주둥이로 도토리를 물고 와서 대나무 통에 넣었다.
“정말 많네요.”
오늘은 정말 제대로 특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도토리면…… 하하하!’
대나무 통에 반 이상 찬 도토리를 보며 미소가 머금어졌다.
‘내가 원시시대의 요리사~.’
* * *
퍽퍽! 퍽퍽!
이제 내 활동 범위는 대나무 숲을 살짝 벗어나는 정도로 커졌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을 발견한 강가 쪽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 반대편인 산 쪽이고, 산 쪽이라 해도 산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산의 초입 부분에서 열매 같은 것을 채집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서는 제비꽃이 나를 도와 도토리를 줍고 있다.
“여기도 도토리가 엄청 많아.”
“많이 주우세요. 제가 오늘 특식을 만들어 드릴게요.”
“특식? 특식이 뭔데?”
항상 소통에 문제가 있다.
“아주 맛있는 거요. 주운 도토리하고 이거면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힘들지 않아?”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네요.”
“뭐?”
“도토리나 주우세요.”
“알았다.”
도토리를 줍는 제비꽃이 나를 흐뭇한 표정으로 봤다. 마치 훌륭한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처럼 느껴졌다.
퍽퍽!
지금 나는 썩은 나무를 돌도끼로 찍고 있다.
나무 자체가 썩어서 도끼질을 할 때마다 잘 박혔고, 쉽게 쉽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