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48
48화
“내 아들이다.”
그때 가만히 있던 늑대발톱이 악어가죽 전사에게 담담히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늑대발톱이 했던 말이 묘하게 느껴졌다.
마치 꼭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 같다.
‘저 눈빛은 뭐야? 내가 자기 조카지, 왜 아들이래?’
하지만 늑대발톱의 말은 이상할 정도로 내게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악어가죽 전사도 묘한 눈으로 나를 봤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저들의 눈빛들이 이상했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아들이라고?”
“그렇다.”
그제야 악어가죽 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새끼 때부터 키우면 사람의 말을 들을까?”
악어가죽 전사가 내게 물었다.
“보통을 들어요.”
“그럼 악어는 어떨까?”
“아마 걔네들은 절대 사람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장담을 하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악어는 이빨호랑이보다 더 강하니까요.”
이 원시시대의 악어가 어느 정도로 큰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캭이 아닌 평범한 이빨호랑이보다는 강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악어는 강하다. 강한 것은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약한 것들만 머리를 숙이지.”
내게 그렇게 말하다가 악어가죽 전사는 불타버린 부락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그렇고 여기도 이 꼴이군.”
악어가죽 전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 굳어진 표정으로 늑대발톱을 원망하는 눈빛을 뿜어내는 것이 느껴졌다.
“뭐 하고 있어!”
악어가죽 전사가 옆에 있는 전사들에게 역정을 내듯 소리를 질렀다.
“예?”
“제비꽃을 찾지 않고!”
“네!”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옆에 있던 전사들이 한숨과 함께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어서 제비꽃을 찾아라!”
“꼭 찾아라! 시체라도 데리고 가야 할 것이다!”
목소리가 먹먹한 것 같다.
“네, 족장님!”
그리고 악어머리 부족의 전사들이 시체들 속에서 제비꽃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 제비꽃은 악어머리 부족 족장의 딸이라 했다. 하지만 늑대발톱은 제비꽃이 살아 있다는 말을 해 주지 않았다.
‘역시 똑똑하다니까.’
제비꽃이 살아 있다고 저들에게 말해 주면 안 된다. 그럼 생사 여부를 확인하려고 들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우리 부락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꼴이 된다.
아무리 악어머리 부족과 늑대발톱이 우호적인 관계라 해도 악어머리 부족은 외부 부족이다.
외부인에게 가족의 은신처를 알려 준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지는 것과 다름없다.
‘믿을 수는 없다.’
아니,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내 혈족과 앞으로 나와 등을 맞대고 싸울 동지뿐이다.
‘제비꽃의 혈족이라면…….’
저 중년의 전사는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에게 족장님이라 불렸다.
중년의 전사는 핏발이 선 눈빛으로 물끄러미 참혹한 현장을 둘러봤고, 나는 바로 늑대발톱의 등을 툭툭 치고는 작은 목소리로 늑대발톱에게 속삭였다.
“절대 말하면 안 돼요.”
다행스럽게 중년의 전사는 내 속삭임을 못 들은 것 같다.
그리고 늑대발톱은 내가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 알겠다는 눈빛으로 조용히 고개만을 끄덕였다.
“악어머리 족장! 다른 작은 부족도 이렇다는 거야?”
그리고 잠시 후, 수색이 끝났는지 악어머리 족장 앞에 전사들이 모이자 늑대발톱이 그를 불렀다.
역시다.
장인과 사위가 참 애매한 순간에 마주하고 있었다.
“강을 따라서 올라왔는데 거의 다 이렇다.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 망할 놈들!”
악어머리 족장은 망할 놈이라고 말하며 눈동자만을 살짝 돌려 늑대발톱을 봤다.
“누가 그런 건지 아나? 늑대발톱!”
“처음 본 놈들이었다.”
악어머리 부족은 아마 이곳을 습격한 네안데르탈인과 전투를 치른 것 같다.
‘쉰 명 이상이다.’
처음 우리에게 달려온 악어머리 부족의 전사들 수는 열 명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에 이어 추가로 전사들이 합류했고, 수색을 끝낸 그들의 숫자는 어림짐작으로 쉰은 되어 보였다.
다시 말해 네안데르탈인들이 악어머리 부족을 습격했고, 악어머리 부족은 자기 부족을 습격했던 네안데르탈인을 쫓아서 여기까지 왔다는 의미다.
그게 아니면 제비꽃의 안위가 걱정되어 여기까지 왔든가.
“처음 보는 놈들이라고?”
“머리가 크고 털이 빨간 것들이었다.”
내게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악어머리 부족에게 말했다.
“똑같은 놈들이군. 사실 우리까지 공격했지만 죽고 반 이상이 도망쳤다. 그래서 부족을 수습하고 여기까지 쫓아왔다. 망할, 같은 놈들이었군.”
“으음…….”
“이런 놈들인 줄 알았다면 그때 다 죽였어야 했는데…….”
싸웠다면 시체가 있을 것 같다.
“시체가 있나요?”
“머리는 있다.”
내 물음에 악어머리 족장이 고개를 돌려 전사를 봤다.
“가지고 와라.”
“네, 족장님!”
전사 하나가 허리께에 차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머리를 가지고 와서 잘린 네안데르탈인의 머리를 내게 보였다.
‘으윽, 흉측하네.’
애들에게 그냥 보여 줄 건 아닌 것 같다.
슬슬 썩어 들어가는 머리는 혀를 쭉 내밀고 목뼈까지 보였다.
‘네안데르탈인이 이렇게 생겼군.’
나 역시 망할 놈의 신에게 소환되기 전에는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 봤던 것이 전부였다.
‘조금 이상하네.’
뭐라고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혀를 쭉 빼고 대가리를 보고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친숙함도 묘하게 느껴졌다. 그 친숙함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이런 놈은 처음이다.”
악어머리 족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도 아직까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교류나 접촉은 없었던 모양이다.
“이놈들은 사람을 먹는다.”
늑대발톱의 말에 악어머리 족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참혹하게 변한 부락을 둘러봤다. 마치 자신이 찾는 제비꽃은 시체 중에 없기를 바라는 것 같다.
시체가 없다는 것은 잡혀갔거나 도망쳤다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없을 것이다. 아마 제비꽃은 대나무 숲 동굴에서 지금 국수를 만들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처음 국수를 만든 이후로 우리 부족의 주식은 국수가 됐다. 육수를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 줬으니 오늘은 다리새 뼈를 우려낸 육수로 끓인 도토리 국수를 먹을 것 같다.
“그것도 배부르기 위해 먹는다. 장난삼아 먹는 게 아니야.”
“그러니 다 죽여야 한다. 그래서 쫓고 있다. 정말 여기도 크게 울어야겠군. 울어 줄 사람이 너와 저 아이뿐지만.”
악어머리 족장이 참혹한 부락의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묻을 수 있게 도와줘.”
늑대발톱이 정중하게 부탁했고 악어머리 족장이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묻는다면 도와준다.”
아마 늑대발톱은 동굴로 가서 묻어 줄 생각이었을 것 같다.
부족민들은 자신을 버렸지만 족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멀리까지 시체를 옮겨 줄 수는 없다고 말하는 악어머리 족장이었다.
“……고맙다.”
“다 죽은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살았지?”
악어머리 족장은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늑대발톱에게 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추궁하는 것 같았다.
“하늘 부족과 함께 살고 있던 붉은개 씨족의 붉은개에게 쫓겨났다.”
“그럼 제비꽃은 어디에 있냐?”
악어머리 족장의 눈빛이 밝아졌다.
“제비꽃은…… 부족에 남았다.”
“왜? 네 짝이면 네가 데리고 내게로 왔어야지!”
악어머리 족장의 소리를 질렀고 악어머리 족장 옆에 있던 전사들이 늑대발톱을 노려봤다.
늑대발톱과 악어머리 족장 사이의 분위기가 흉흉하게 변했다.
저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둘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붉은개는…… 내 혈족만 쫓아냈다. 제비꽃은 따라오겠다고 했지만…….”
“했지만?”
“만약 제비꽃이 우리를 따랐으면 악어머리 족장을 두려워하는 붉은개가 우리 모두를 죽였을 거다. 그래서 제비꽃은 부락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남았다는 거냐?”
“맞다. 스스로 남았다.”
“그런데 왜 나한테 바로 오지 않았지?”
정말 추궁이다. 여차하면 우리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봐라!”
쫘아악!
늑대발톱은 자기 손으로 삼베옷을 찢더니 악어머리 족장에게 자신의 등을 보였다.
“어, 어떻게 된 거냐?”
“죽을 뻔했다.”
“망할 놈의 붉은개!”
죽은 붉은개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악어머리 족장이었다.
“족장의 자리를 빼앗긴 거냐?”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의 도끼가 부족했다.”
“으음…… 미안하다.”
“괜찮다. 힘을 키워서 찾아가려고 했는데 늦은 것 같다. 내가 미안하다. 악어머리 족장이 잘 돌봐 달라고 했는데…….”
“족장!”
그때 전사가 악어머리 족장 앞에 섰다.
“찾, 찾았나?”
“시체 중에는 없습니다.”
“으음…….”
악어머리 족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다.
“도망쳤거나 잡혀간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강을 넘으면 보지 못한 곳입니다.”
전사가 악어머리 족장에게 물었다.
“아버지, 쫓아갑시다. 제비꽃을 찾아와야 합니다. 찾으려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너는 가만히 있어.”
악어머리 족장이 자신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젊은 전사를 질책하듯 말했다.
“……네.”
“그리고 족장님이라고 불러라.”
“죄송합니다. 족장님!”
“그리고 전사와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마라. 겨우 창이 된 주제에 어디에 끼어들어? 너는 아직 창도 아니다.”
“네.”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그의 아들이 수치스러운 듯 입술을 깨물었다.
‘훈육이 엄격하군.’
그만큼 악어머리 족장이 아들을 무척이나 아낀다는 의미다. 그 마음을 아들이 알 턱이 없지만 말이다.
“너는 시체들이나 묻어라.”
“네, 족장님!”
젊은 전사가 돌아섰다.
‘족장의 권위가 엄청나다.’
그렇다면 악어머리 부족은 계급 체계가 명확하게 잡혀 있다는 의미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지?”
“강을 건널지 말지를 결정하셔야 합니다.”
“으음…….”
악어머리 족장이 앓는 소리를 토해 냈고, 옆에 서 있는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중년의 전사가 고개를 저었다.
* * *
레드의 초막에서 와탕카가 레드의 앞에 잡아 온 원시인 여자들을 일렬로 세웠다.
“다 데리고 왔습니다.”
여전히 와탕카는 레드를 두려워하는 눈빛을 보였다.
“내가 묻는다.”
잡아 온 원시인 여자들에게 말하는 레드의 어투는 근엄 그 자체였다.
“사실대로 말하면 살려 주마.”
“…….”
잡혀 온 여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봤다. 그저 이 순간이 두려운 것 같다.
“수컷 아이 중에 쫓겨났거나 떠난 것이 있나?”
“…….”
“말하지 않으면 와탕카에게 먹이로 줄 것이다.”
레드의 말에 파르르 여자들이 떨었다.
“저…… 저기…….”
그때 여자 하나가 말을 더듬으면서 레드를 봤다. 그 여자는 다른 원시인 여자보다 키가 컸고 살결도 하얬다.
“말해라.”
“아이를 포함한 일족 하나가 저희 부족에서 쫓겨났어요.”
여자의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갔지?”
“강 아래쪽으로 간다고 했어요. 아마 악어머리 부족으로 갔을 거예요.”
“그놈이군.”
“…….”
“이리 와라!”
레드가 여자를 가까이 오라고 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천천히 나갔다.
“이름이 뭐지?”
“키가크다입니다.”
“너는 앞으로 내 시중을 들게 될 것이다. 나머지는 데리고 나가.”
“네, 레드 님!”
와탕카가 바로 대답을 했고 바로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 여자들을 끌고 나갔다.
“와탕카!”
“네, 레드 님!”
와탕카가 바로 레드의 앞에 엎드렸다.
“저것들을 하얀 얼굴 전사들에게 나눠 줘라.”
노예 개념이 존재했다.
“저, 저희는…….”
그 순간 레드의 눈에 살기가 뿜어졌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강 아래쪽에는 어땠지?”
“그, 그곳에는 큰 부족이 여럿 있었습니다. 전사가 서른 명이나 싸우다가 죽었습니다.”
“멍청한 것!”
“살…… 살려 주십시오!”
와탕카가 납작 엎드렸다.
“당분간 더 힘을 키워야겠군. 물러가라.”
“네, 레드 님!”
와탕카가 일어나려고 했을 때, 레드가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개처럼 기어가라.”
“……네, 레드 님!”
레드의 말에 개처럼 바닥에서 기어가는 와탕카를 보고 키가크다는 레드가 압도적인 존재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윽고 초막 안에서 번쩍이는 것들을 본 키가크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것들이 뭔지 궁금하냐?”
“아…… 아니요.”
“저것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다.”
레드는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