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58
58화
“강…… 헉헉! 강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숨을 몰아쉬던 네안데르탈인 전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저 망할 년이 계속 강을 따라서 내려가면…….”
“악어들이 득실거리는 곳이 나온다.”
그리고 그 악어들이 득실거리는 곳에는 악어머리 부족이 있다.
“거기 가면 다 죽는다. 저번에도 많이 죽었다.”
“젠장!”
“돌아가자.”
“이대로 돌아가면 와탕카가 우리를 죽일 거다.”
“그럼 어떻게 해?”
네안데르탈인 부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퍽퍽! 퍽퍽!
“누가 나한테 소리를 지르래?”
네안데르탈인 전사의 우두머리는 사이네가 도망친 것에 대해 분풀이를 하듯 자신에게 소리를 지른 놈을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으윽! 으윽!”
“쫓아야 간다.”
“헉헉헉! 더는 숨통이 터질 것 같아서 못 뛰겠다. 망할 년!”
“저년을 잡으면 엉덩이를 까서!”
네안데르탈인 전사 하나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뭐?”
“맛있을 것 같다.”
“그러다가 너 죽는다. 아니, 레드 님한테 우리가 다 죽는다.”
“쩝!”
본능적인 상상을 했다가 입맛만 다시는 네안데르탈인 전사였다.
“휴, 배고프다.”
사이네를 쫓기 위해 죽어라 뛰었던 네안데르탈인은 허기를 느꼈다.
“염소들도 다 도망쳤다.”
“망할 년!”
하지만 이 순간 허기를 느끼는 존재는 네안데르탈인만이 아니었다.
쿠어어엉!
순간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의 뒤에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위협적인 울음소리가 들렸고, 네안데르탈인은 본능적으로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저, 저건 부, 불곰이다!”
땅속에서일어서와 마주한 놈은 아니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들이 마주한 불곰도 다 자란 듯이 거대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고, 높은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불곰의 눈빛을 마주한 네안데르탈인은 호랑이를 마주한 토끼처럼 몸이 굳어 옴짝달싹 못 했다.
불곰은 마치 자신의 사냥을 방해한 네안데르탈인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살기 어린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 도…… 도망쳐어어어!”
네안데르탈인 하나가 두려움을 이겨 내지 못하고 빽 하니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불곰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뒷걸음질을 치는 네안데르탈인 전사 하나를 덮쳤다.
크아악!
퍼억!
거대한 불곰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네안데르탈인 전사를 후려쳤고 놈의 공격을 받은 네안데르탈인은 그대로 머리가 사라져 버렸다.
“도…… 도망쳐!”
그렇게 살아남은 네안데르탈인 전사 셋은 혼비백산을 해서 사이네가 도망친 강 쪽으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물론 거대한 불곰은 더는 네안데르탈인 전사를 쫓지 않았다. 자신의 발 앞에 먹을 것이 둘이나 있으니 쫓을 이유가 없었다.
* * *
“흥흥흥~ 흥흥흥~.”
소금을 발견했다는 것에 신이 나서 나도 모르게 작은 대나무 통에 소금을 넣고 차돌로 가루를 만들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족장!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으냐?”
할머니가 흐뭇하게 웃으시며 물으셨다.
“그러게요.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이렇게 신나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호호호!”
내가 콧노래까지 부르니 할머니와 제비꽃도 덩달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이게 소금이거든요.”
“소금?”
오래 살아온 할머니도 소금에 대해 모르시는 것 같다.
주술사는 일반 원시인보다 자연에 대해 더 많이 안다. 그리고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본 것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말은 적어도 강에 사는 원시인들은 소금에 대해 모른다는 소리였다.
다시 말하지만 소금은 무기가 된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소금이 뭔데?”
“아주 좋은 요리 재료죠. 이게 있으면 지금까지 먹은 것은 앞으로는 못 먹을 겁니다. 맛이 없어서.”
“정말?”
할머니가 놀라 내게 되물었다.
“물론이죠.”
“이게 그렇게 맛있는 거니?”
제비꽃이 소금을 찍어 입에 넣었다.
“앗! 무슨 말이 바닷물처럼 짜잖아.”
“짜니까 소금이죠. 잠깐!”
나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제비꽃을 봤다.
“바다를 아세요?”
“악어머리 부족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이틀 정도 더 내려가면 바다가 있어.”
늑대발톱에게 들었다. 여기서 악어머리 부족까지는 일주일에서 여드레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고.
그러니 넉넉잡고 열흘만 가면 바다가 있다는 뜻이다.
‘바다면…….’
여기보다 먹을 것이 더 많다.
물론 그래서 강한 부족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거기에는 강한 부족이 많겠죠?”
“많아.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바다 근처에서 사는 부족 중에 고래 부족하고 상어 부족이 제일 크대.”
“그럼 악어머리 부족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내 물음에 제비꽃이 나를 잠시 봤다.
“왜 그렇게 봐요?”
“강해지고 싶니?”
“예?”
“강한 부족의 족장이 되고 싶으냐고?”
놀랍다.
‘원시인들이 왜 이렇게 똑똑한 거야?’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늑대발톱이 똑똑한 것은 별종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계략을 쓰는 붉은개를 보고 놀랐고, 악어머리 족장을 보고 또 놀랐었다. 그리고 제비꽃을 보고 또 놀란다.
‘제일 똑똑한 것 같아.’
어떤 면에서는 늑대발톱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제비꽃 같다.
“강해져야죠. 그래야 가족을 지키죠.”
“강해지려면 많은 부족민이 있어야 해.”
당연한 소리다.
전사는 곧 힘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동력이다.
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족은 강해진다.
‘씨족 다음에는 부족, 그다음에는 부족 연맹체가 될 것이고, 그다음이 고대국가다.’
그리고 고대국가부터 역사에 기록이 될 것이다.
‘나는 하늘 씨족을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까?’
빠르게 성장해서 테크를 제대로 탄다면 내가 죽기 전에는 고대국가의 기틀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이전에 망할 놈의 신을 죽여야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해서는 신을 죽이기 힘든데…….’
헌터로서 성장이 너무 더딘 것 같다.
하지만 무조건 고다.
내 목표는 킬 더 갓이고 나머지는 부과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족장은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려면 여자가 많아야 해. 나중에 크면 악어머리 부족으로 가서 여자들을 데리고 와서 네 짝으로 삼아라.”
하나도 아니고 여자들이란다.
“그래야 강한 부족이 된다. 그리고 다른 부족들을 모아서 합치면 더 강해진다.”
“그러다가 붉은개 꼴이 된다.”
아무 말씀이 없으시던 할머니가 한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요.”
정말 다른 것은 몰라도 제비꽃은 내가 강한 족장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리고 제비꽃의 말에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악어머리 족장님께서 딸을 둘 주신다고 했다.”
그때 늑대발톱이 생각 없이 악어머리 족장이 한 말을 해 버렸다.
“아버지를 만났어요?”
제비꽃이 놀라 늑대발톱에게 되물었다.
“그, 그게…….”
“만났네요.”
왜 자기한테 말하지 않았냐는 눈빛이다.
“……네, 만났어요. 그리고 악어머리 족장은 제비꽃이 죽은 줄 알고 있어요.”
내 말에 제비꽃이 놀라 나를 봤다.
“왜 그렇게 말했니? 땅속에서일어서 족장한테 이유는 있겠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슬프겠니?”
“집을 알려 줄 수가 없어서요. 살아 있다고 하면 가자고 할 것 같아서요. 그럼 우리 집이 탄로가 나잖아요.”
내 말에 제비꽃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잘했다. 숨기는 것은 잘한 거다.”
놀라운 반응이었다.
“사실은…….”
나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계시는 할머니를 봤다.
“할 말이 있느냐?”
“……붉은개 부족이 다 죽었어요.”
이제는 말해도 될 것 같다.
“뭐?”
“다른 부족한테 공격을 당해서 다 죽었어요. 그리고 아이들하고 여자들은 모두 어디론가 끌려갔어요.”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놀라는 것을 넘어 쓰러질 수도 있으니 일부만 알려 줬다.
“천벌을 받은 거다.”
역시 여자의 한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요.”
“그럼 거기서 아버지를 만난 거니?”
“예.”
“다행이구나.”
제비꽃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뭐가요?”
“아버지가 공격한 것이 아니라서.”
“맞아요, 엄청나게 강한 부족이 있는 것 같아요.”
“뭐?”
할머니가 다시 놀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악어머리 족장은 놈들을 쫓아서 왔대요. 악어머리 부족도 그놈들이 공격을 했다가 반 이상 죽고 도망을 쳤대요.”
그렇게 해서 대략적으로 붉은개 부족이 멸족한 것에 대해 알려 줬다.
“그래서 악어머리 족장께서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에게 딸을 둘이나 주겠다고 했다고?”
할머니가 되물으셨다.
“예.”
“그럼 받아 와야지. 부족이 커지려면 전사가 많아야 하고, 전사가 많아지려면 여자가 많아야 한다.”
가장 단순하지만 진리가 분명했다.
“맞아요, 어머니!”
그리고 제비꽃이 나를 봤다.
“악어머리 부족에 가게 되면 연꽃이라고 있어.”
“예?”
“꼭 그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한다. 네 할…… 아니, 내 아버지께 말씀을 드려서 꼭 그렇게 해라.”
“왜요?”
“똑똑한 여자를 거느린 족장이 더 강해진다.”
“알았어요. 그리고…….”
“또 할 말이 있니?”
“캭이 조금만 더 크면 악어머리 부족에 가 보려고요.”
“그래, 빨리 데리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족장도 조금만 더 크면 짝짓기도 할 수 있을 거다.”
여자는 노동력이라는 것을 할머니께서는 누구보다 잘 아시는 것 같다.
“저 말고 아빠가 급한 것 같아서요.”
“뭐?”
“아빠한테도 짝이 필요하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내 말에 할머니가 잠시 큰바위를 측은한 눈빛으로 보셨다.
“가서 한 명 더 얻어 오려고요.”
“좋은 생각이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은 마음도 하늘처럼 넓구나. 암, 그래야 하늘 부족의 족장이지.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크면 이전의 하늘 부족보다 더 강한 부족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꼭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예, 할머니!”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어머니!”
제비꽃도 내게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미션 발동!
순간 미션이 떴다.
-미션명 : 짝짓기 원정대를 결성하라!
그대의 하늘 씨족은 여전히 약한 씨족이다. 강한 부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초석을 준비해야 한다.
부족민의 수를 늘리기 전에 혈족의 수를 늘려서 더욱 혈족의 단결력을 공고히 하라. 혈족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짝을 찾기 위해 떠나야 한다. 남은 부족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전사들에게 더 많은 짝을 주기 위해 원정을 떠나라.
미션 난이도 : B
미션 클리어 조건 1 : 열 명의 여자와 열 명의 전사가 될 재목을 확보해야 함.
미션 클리어 조건 2 : 짝짓기에 성공해야 함.
그리고 이번 미션은 내게 결혼 원정대를 강요하고 있었다.
마치 미션이 내가 성장할 길을 제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악어머리 부족으로 가야겠군.’
소금이 있으니 잘만 하면 미션 조건은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열 명의 여자면 내 아내가 열 명이 되어야 한다는 건가?’
나는 힐끗 큰바위와 늑대발톱을 봤다.
‘나눠 줘야지.’
혈족의 수가 늘어나고 그 혈족들이 아이를 낳는다면 부족은 커지게 된다.
문제는 겨울 동안 늘어난 혈족들을 어떻게 굶기지 않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