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산으로 가자! 산으로 가자!”
나와 함께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산으로 가는 큰바위는 사냥을 나가는 줄 알고 들뜬 것 같다.
꽉 막힌 것 같은 이 대나무 숲에서 거의 한 달 넘게 말뚝만 박고 있으니 저렇게 들뜨는 것도 당연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산에는 위험한 것들이 많으니.”
늑대발톱이 조심하라고 내게 말했다.
“특히 불곰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쳐.”
이미 만났다고 하면 기겁할 것 같아서 고개만 끄덕였다.
“족장! 어서 가자.”
캬옹!
큰바위는 빨리 산으로 가자고 보챘다. 그리고 캭은 자신의 등에 걸쳐진 대나무 통이 못마땅한지 오만상을 짓고 있었다.
검치호가 사람처럼 저렇게 다채로운 표정을 지어 보일 수가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저건 짐승이 아니라 반쯤 사람이라니까.’
저러다가 레벨 1,000이 되면 사람으로 바뀌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곰도 사람이 됐다는 신화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곰이 사람이 된 것을 웅녀라고 불렀다. 저놈은 수컷이니 만약 사람이 되면 차후 미래의 역사서에서는 호남이라고 불리지 않을까.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가요.”
늑대발톱이 아니라 큰바위를 데리고 가는 것은 그가 가진 엄청난 힘 때문이다.
큰바위의 힘을 생각해 본다면 대나무 들통을 양손에 들고, 또 대나무 지게를 이용해 지게막대기에 앞뒤로 소금이 담긴 묵직한 대나무 통을 2개 정도는 가뿐히 달고 올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캭은 최소한 10개 이상의 소금이 든 대나무 통을 메고 산에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며칠만 움직이면 소금 부자가 된다.
“하늘 부족의 큰도끼인 나, 큰바위가 오늘 제대로 사냥을 한다.”
사냥하러 가는 것이 아닌데 큰바위는 들떠 있었다.
* * *
소금 바위가 보이는 바위 위에 올라서서 나는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거대 불곰의 사냥터다. 그리고 오늘은 그때 본 산양도 없다. 운이 나쁘다면 저번에 본 그놈을 다시 볼 수도 있고, 내가 사냥감이 된다는 뜻이니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캭이 거대 불곰과 싸우면…….’
아직은 못 이길 것 같다.
“캭! 확인해.”
캬악!
거대 불곰한테 한 번 제대로 당할 뻔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아마 거대 불곰은 이곳에서 손쉽게 사냥을 해 왔을 것 같다.
누가 곰처럼 미련한 놈이라고 했는가?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곰은 절대 미련하지 않다. 사냥감을 쫓지 않고 이곳에서 오기를 기다릴 줄 아는 만큼 머리가 좋은 동물이 곰이다.
캬아옹!
후각과 청각을 집중해서 거대 불곰의 흔적을 확인하던 캭이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네.’
거대 불곰이 없을 때 소금을 채취해서 가면 된다.
“그럼 이제 소금을 채취하죠.”
“소금이 어디에 있는데?”
“저게 다 소금이에요.”
“엥? 아니다. 저건 바위다. 족장이 말한 소금은 가루였다. 저런 바위가 아니다.”
맞는 말이다.
소금 바위다. 그리고 대부분 소금은 저런 석염이다.
“저게 소금이거든요.”
나는 큰바위에게 말하고 조심스럽게 바위 아래로 내려갔다.
캬악!
그때 캭이 나를 보며 한 번 울었다. 그리고 캭이 본 것을 나도 봤다.
“……이건 뭐야?”
그리고 큰바위도 봤다.
“시체 머리예요. 거대 불곰한테 당한 것 같아요.”
내 말에 큰바위가 주변을 살폈다.
“걱정마라! 족장은 내 아들! 큰바위가 지킨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내 가슴에는 지금 섬뜩함이 가득 찼다.
‘어, 어? 이 대가리는……!’
절대 잊을 수가 없는 머리다.
거대 불곰에게 당한 듯 얼굴에는 커다란 발톱 자국이 있었는데, 딱딱한 머리통은 먹기 힘들어 버렸는지 몸통이 없는 머리만이 남아 있었다.
문제는 하얀색 피부, 그리고 타는 듯 붉은 머리카락. 그 머리는 악어머리 전사가 내게 보여 줬던 네안데르탈인 전사의 머리와 똑같았다.
‘혹시…….’
이 머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들이 영역을 확장했다고 유추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럼 언젠가는 싸울 수밖에 없다.
‘끄응, 놈들이 세력을 확장했다면 문제인데…….’
사람을 먹는 놈들이기에 절대 이웃이 될 수 없다.
“이건 뭐야?”
더 심각한 것을 발견했다.
‘화, 화살촉이다!’
심지어 뒤통수에는 흔한 돌을 떼어 만든 돌화살도 아닌 흑요석으로 만든 화살이 박혀 있었다.
다시 보니 거대 불곰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화살촉에 먼저 당한 것 같다.
그리고 죽은 놈을 거대 불곰이 붙잡고 물어뜯다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됐고, 몸통은 거대 불곰이 물고 갔을 것 같다.
‘활을 사용하는 놈들이 있다.’
이 산 너머에는 검은얼굴들이 산다고 들었다.
그럼 다시 말해 검은얼굴들은 이미 활을 만들어 쓰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럼 나도 더 늦기 전에 활을 만들어야겠지.’
네안데르탈인처럼 검은얼굴이라는 놈들도 사람을 먹는다고 했다.
그 말은 근처에 온통 식인종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것 같다.
‘활이야, 활!’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인류가 만드는 무기는 적이 강할수록 새로운 무기가 만들어진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이 가지고 있는 무기보다 더 좋은 무기를 만드는 형태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대나무로 만든 활을 쓰는 걸까?’
이 거대한 숲 어딘가에 또 다른 대나무밭이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만약 놈들이 대나무 활을 쓰고, 그 근처에 대나무밭이 없다면 놈들은 대나무를 구하기 위해 우리의 터전인 대나무 숲까지 내려올 수 있고, 우연처럼 서로 맞서게 될 수도 있다.
‘두 달 가까이 있었지만…….’
검은 얼굴을 한 놈들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놈들은 대나무가 아닌 다른 재료로 활을 만든다는 말이다. 아마도 물푸레나무같이 탄성이 있는 나무로 장궁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대나무로 만든 활보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장궁이 사거리가 더 길다는 거였다.
‘젠장! 물푸레나무로 만든 장궁보다 더 좋은 활을 만들어야 해.’
일이 많아질 것 같다. 그리고 머리가 아파질 것 같다.
“뭘 그렇게 생각해?”
“아니에요.”
“우리 족장 아들은 가끔 그렇게 멍해진다.”
“빨리 소금이나 캐서 내려가야겠네요.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렇다. 오늘은 영 아닌 것 같다.”
동굴을 나설 때만 해도 사냥을 나왔다고 좋아했던 큰바위였지만 몸통 없는 대가리를 보니 들뜬 마음이 싹 사라진 모양이다.
나는 바로 화살촉을 챙기고 소금 바위에서 소금을 뜯어내어 대나무 통에 담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검은얼굴 놈들이 나타날 수 있고, 거대 불곰도 나타날 수 있으니 말이다.
‘캭만으로는 경계가 안 될 것 같네.’
정찰에 최적화된 옵저버 몬스터를 테이밍해야 할 것 같다.
“어서, 어서 서둘러요.”
“알았다, 빨리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보채나? 족장은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다.”
“여기는 위험한 놈들이 많아요.”
“알고 있다. 이렇게 대가리만 남기고 씹어 먹는 놈은 대가리가 아주 큰 불곰이다.”
큰바위도 시체를 뜯어 먹은 놈이 어떤 놈인지 아는 듯 내게 말했다.
“그러니까 빨리 챙겨서 가자고요.”
빠르게 움직여 가지고 온 대나무 통들에 소금을 가득 채웠다.
‘당분간 산에는 오지 말아야겠어.’
여기 말고도 헌팅을 할 곳은 많다.
그리고 최우선 목표인 소금도 충분히 확보했다. 아마 이곳을 내 영역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대 불곰을 죽여야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함정과 덫도 설치해야 할 것이다.
‘소금은 평생 먹어야 하니까.’
하지만 아직 내 본진인 대나무 목책 부락도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정말 원시시대이다 보니 할 일이 너무 많다.
‘노예라도 잡아야겠다.’
우리 혈족끼리 이것저것을 다 하려는 바람에 너무 발전이 더딘 것 같다.
* * *
큰바위와 늑대발톱은 내 지시를 받아서 대나무 절구에 소금 덩이를 넣고 빻았다.
“오늘은 무엇을 만드는 거냐?”
내가 튼튼한 대나무를 쪼개는 모습을 보고 늑대발톱이 궁금한 듯 물었다.
“활요.”
이제야 활을 만든다. 사는 것이 빡빡해서 이제야 제대로 된 무기를 만들고 있다. 물론 위기의식을 느껴서 만드는 거다.
“활? 그게 뭔데?”
“다 만들면 보여 드릴게요.”
설명을 시작하면 끝도 없다. 늑대발톱은 모든 것에 호기심이 충만하고 끝도 없이 질문을 한다. 그러니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 주는 것이 시간이 절약이 된다.
“알았다. 그럼 우리는 소금이나 빻을게. 땅속에서일어서 족장, 너는 계속 만들어.”
오늘은 여기에 앉아서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어야겠다. 적이 될 수 있는 놈들이 활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먼저 나는 대나무로 활을 만들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대나무를 통째로 휘어서 죽궁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대나무는 너무나 강인하여 잘 휘어지지도 않았고 탄력도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달리해 이렇게 대나무를 쪼개어 덧대고 있다.
나는 길이 1미터에서 1.5미터인 참대나무를 쪼갠 후에 3개를 겹치는 방식으로 활을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대나무 마디와 마디 사이를 삼베 줄로 묶을 생각이다.
그럼 대나무 마디와 묶은 삼베 줄 때문에 대나무 활의 궁신이 잘 부러지지도 않고 탄력도 상승한다.
원래 대나무와 물소의 뿔을 이용해서 활을 만들 생각이었다. 대나무 마디와 물소의 뿔을 물고기 뼈로 아교를 만들어 붙이고 물소 힘줄로 감아서 고정할 생각이었다. 그럼 검은얼굴들이 가진 활보다 몇 배는 강한 활이 탄생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강하고 사거리가 긴 각궁을 보유하는 것보다 빠르게 활을 보유하고 무장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각궁을 만들려면 이것저것 많은 재료가 필요하기에 당장은 만들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제 양 끝에…….”
나는 용이 뼈로 만든 뼈칼로 대나무 끝에 홈을 팠다. 그리고 삼베 줄로 활이 튼튼하면서도 팽팽해지게 묶었다.
아주 간단하게 대나무 활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중급 무기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그래도 단궁이네.’
단궁은 크기가 작아 어깨에 메고 다니기 편하다.
‘역시!’
활의 최초 제작자라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그럼 내가 짐작하고 있는 그대로 깊은 산에 산다는 검은얼굴들은 이전부터 활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대나무로 만든 활(중급)
공격력 : 10
살상반경 : 50m
최대사거리 : 100m
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떴다.
이 정보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살상반경과 최대사거리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활을 최대한 멀리 쏜다면 날아가는 거리는 백 미터지만 적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최대 거리는 50미터 안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백 미터까지는 적을 맞힐 수는 있지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활 자체로는 공격력이 높지 않다.
당연한 말이다.
활은 화살을 날리는 도구지, 칼이나 창처럼 활 자체로 직접 공격한다면 몽둥이 수준도 아닌 회초리 정도의 타격을 입힐 뿐이다.
하지만 화살의 공격력은 상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