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65
65화
“내일 저녁은 꼬오오옥~ 고기를 드셨으면 좋겠어요.”
입이 툭 튀어나온 큰바위에게 웃어 보였다.
“진짜 나쁘다!”
“호호호! 정말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은 나빠요, 나빠! 호호호!”
“하지만 웃는 제비꽃이 더 나쁘다!”
“하하하!”
그때, 묵묵히 죽순을 먹던 늑대발톱이 빵 하고 터졌는지 호탕하게 웃었다.
“죽순을 먹는데 뭐가 좋다고 웃어?”
“하하하! 하하하!”
한번 웃음보가 터진 사람이 쉽게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늑대발톱은 배를 움켜쥐고는 꺽꺽거리며 웃었다.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어디를 가게?”
“하늘님이 할머니를 위해서 구해오라는 것이 있어서요.”
물론 거짓말이다.
나는 망할 놈의 신과 친하지 않다. 오히려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증오한다.
“하늘님께서?”
할머니가 놀라신 표정으로 내게 물으셨다.
“네, 하늘님의 고리를 돌봐야 한다고 하네요. 다녀올게요.”
이러면 누구도 나를 말리지 못한다.
“조심해서 다녀와라. 멀리 가지 말고.”
제비꽃이 돌 막대기로 도토리를 갈다가 내게 조심하라고 말했다.
마치 엄마가 밖에 나가는 아들한테 차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예.”
제비꽃에게 웃으며 대답했고, 제비꽃도 한층 더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동굴에서 생활한 후 제일 표정이 좋아진 것은 제비꽃이다.
그리고 나는 말벌 집이 매달려 있는 곳으로 왔다.
나는 뭔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바로 해 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쿨럭! 쿨럭!”
불을 피웠고 연기가 자욱할 정도로 크게 피어올라 하늘로 치솟았다.
붕붕~ 붕붕붕!
내가 피운 연기에 놀란 말벌들이 소 대가리보다 큰 말벌 집에서 나왔다가 연기를 들이켜고는 비실거리며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말벌과 꿀을 따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다. 아마 말벌들의 입장에서도 연기를 이용해서 꿀을 빼앗는 원시인은 내가 처음일 것이고, 말벌들은 난생처음 맡아 보는 매캐한 연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내게 당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헛날갯짓만 하고, 날지는 못하는 말벌의 배를 대나무 조각으로 꾹 눌러 독침이 나오게 만들고는 대나무 칼로 독침을 잘라냈다.
-말벌의 독침을 획득하였습니다.
-말벌의 독침을 획득하였습니다.
-활력 회복제의 재료 중 하나를 획득하였습니다.
우연히 꿀을 맛봤을 때 떴던 메시지가 다시 떴다.
이 원시시대의 말벌은 현대의 꿀벌처럼 꿀을 따는 놈들이라 어떤 면에서 내게는 1석2조가 분명했다.
꿀도 따고 말벌침도 뽑고.
“……하여튼 꿀과 말벌의 독이 활력 회복제의 재료 중 하나란 말이지?”
이렇게 재료를 모으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활력 회복제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채취한 말벌의 독침 중 가장 기다랗고 상태가 멀쩡한 10개를 주머니에 넣고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곧 비가 올 것 같네.”
요즘 흐린 날이 많다. 날씨도 꿉꿉한 게 조만간 장마철이 될 것 같다.
* * *
나는 바로 동굴로 돌아와서 획득한 말벌의 독침을 물에 담갔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지났다.
‘역시 큰바위만 한 사람이 없지, 제일 튼튼하니까.’
할머니에게 봉침을 쏘기 전에 독성을 중화시키고 큰바위에게 먼저 시험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크게 지장이 없으면 할머니의 무릎에 놔 드리면 된다.
“따, 땅속에서일어서 족장, 뭐, 뭐 하려고?”
큰바위는 살짝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마치 엄마 손을 잡고 병원에 온 아이가 커다란 주삿바늘을 본 것처럼 말이다.
“할머니 안 아프게 해 드리려고요.”
“그, 그런데 왜…….”
왜 자기한테 손가락 마디만 한 말벌침을 들고 있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묻고 있다.
“하늘님이 먼저 아빠한테 해보래요.”
요즘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달고 산다.
“저, 정말이지?”
“물론이죠. 가만히 계세요. 따끔할 겁니다.”
독침을 바른 화살촉의 유효 시간은 1시간이다. 물론 그 유효 시간은 전신 마비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니 무릎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시술 목적일 때는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하, 하지만 무섭다. 벌에 물리면 아프다.”
“엄살 부리지 마세요.”
꾹!
“앗, 따가워!”
이제 지켜보면 된다.
“아파요?”
“아파! 무릎이 얼얼하다.”
나름 봉침을 쏘고 5분 정도를 기다렸다.
“자, 이제 육포나 드시고 계세요.”
헌혈하면 우유와 빵을 주는 것처럼 나는 큰바위의 입에 육포를 물렸다.
“히히히! 좋다, 이건 언제 먹어도 맛있다.”
큰바위가 육포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은근슬쩍 꼬집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지만 다른 신체 부위는 움직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 보이는 큰바위였다.
-현생인류 최초로 봉침 시술에 성공하였습니다.
-봉침의 효과는 6시간 지속됩니다. 지속적인 시술 시 통증을 70% 이상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봉침 시술을 발명으로 명성 수치가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떴다. 나는 이 봉침이 마취제로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곪은 살을 째야 할 때 쓰면 유용할 것 같다.
“다른 곳은 아픈 데가 없죠?”
“없다. 다리만 얼얼하다.”
됐다. 진짜 성공이다.
“할머니!”
“왜? 족장아!”
“제가 이제 무릎 아프지 않게 해 드릴게요.”
“정말이냐?”
“물론이죠. 하하하!”
“고맙구나. 비가 오려는지 평소보다 무릎이 더 아팠는데 족장이 아프지 않게 해준다니 오늘은 편히 자겠구나.”
“예, 할머니!”
나는 물에 희석시킨 봉침을 할머니의 무릎에 쐈고, 할머니는 큰바위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무릎 통증이 사라진 것을 느꼈는지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역시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은 하늘님이 내려 준 족장이다! 어떻게 말끔하게 안 아플 수가 있냐?”
“괜찮으세요? 이제 편히 주무세요.”
“오냐! 아프기 전에 자야 할 것 같다.”
할머니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침대로 가셔서 잠을 청하셨고, 통증이 사라지셔서 그런지 밝은 표정으로 바로 잠이 드셨다.
* * *
투두두둑.
그때 동굴 밖에서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흐응, 봄비네.’
살짝 야릇한 감상에 빠졌다.
‘밤 사냥을 나가려고 했는데…….’
빗줄기 굵은 것을 보니 잠시 내리는 것은 아닐 것 같았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냥은 내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모닥불에 장작을 더 넣어야겠네요.”
“내가 가지고 오마.”
늑대발톱이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서서 장작이 든 동굴 창고로 걸어가 모닥불에 넣을 장작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장작을 든 늑대발톱은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족장, 언제 저렇게 많이 장작을 만들어 놨어?”
나를 보고 물었다.
“훈련할 겸 좀 만들었죠.”
나는 하나의 행동으로 두세 가지의 결과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용의 뼈로 만든 칼로 사선 베기 수련을 하면서 장작을 팼다. 한참 몰두해서 수련을 하다 보니 장작이 보관된 동굴의 4분의 1 정도를 채울 수 있었다.
아마 이 정도면 우리 혈족이 겨울 내내 쓸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내 수련은 계속될 것이고, 장작의 양도 더 늘어날 것이다.
식량과 땔감!
겨울나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니까.
“흐음, 오늘은 비가 오니 활쏘기 훈련은 하지 못하겠네요.”
“그러네……. 죽순은 싫은데…….”
큰바위가 눈치를 보듯 자꾸 내 쪽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맞아, 비가 오면 아무것도 못 해. 족장, 오늘은 쉬는 건가?”
늑대발톱도 큰바위처럼 뭔가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날 봤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은 원시인의 발상이다.
나는 다르다.
“두 분 모두 이쪽으로 와 보세요. 캭! 너도 이쪽으로 와!”
캬옹?
캭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왜?”
“오늘은 훈련 대신 교육을 받으실 거예요. 나중에 큰놈을 사냥할 때 어떻게 할지 설명해 드릴게요.”
내 말에 모두가 나를 봤다.
“오세요. 쉽게 설명해 드릴 테니까.”
나는 바로 모닥불에서 타고 있는 나무토막을 꺼냈다. 그리고 빠르게 몇 번 휘둘러서 나무토막에 붙은 불을 껐다.
이렇게 하면 임시로 목탄이 된다.
“그림으로 그려 가면서 설명해 드릴 테니까 잘 보세요.”
“알았다.”
늑대발톱이 내가 서 있는 벽 쪽으로 왔다.
“일단 여기를 강가라 할게요, 그리고 강가에는 물소가 있죠?”
나는 들고 있는 목탄으로 벽에 대고 구불구불 흔들어 제법 그럴싸한 강을 그렸다. 그리고 강가 옆에 동그라미를 그려 물소 떼라고 말했고, 물소 떼에서 떨어져 있는 물소 한 마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게 물소예요.”
내가 보기에도 물소를 잘 그린 것 같다. 역시 나다. 그림 솜씨까지 있다니.
“물소다, 물소!”
큰바위도 내가 그린 물소 그림을 보고 물소라고 말했다.
“잘 그렸죠?”
“응, 족장은 뭐든 잘한다. 하하하!”
“그러게요. 이렇게 뿔까지 그리면 물소가 완성되죠.”
-미술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공예품 제작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미술 스킬이 생성이 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런 스킬도 있었네?’
원시시대에 그림을 잘 그린다고 먹을 것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스킬이 생기니 그럭저럭 기분이 상큼했다. 뭐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좋으니까.
-라스코 동굴벽화의 시초가 되는 동굴벽화 제작을 시작하였습니다.
-동굴벽화 최초 제작자로 명성이 120 상승했습니다.
연속으로 2개의 메시지가 떴다.
‘라스코 동굴벽화의 시초?’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메시지가 신경 쓰여 나는 내가 그린 물소를 뚫어지게 봤다.
“그래서?”
내가 아무 말도 없이 동굴 벽에 그린 그림만 보자 늑대발톱이 내게 다음은 뭐냐고 물었다.
“정말 잘 그렸죠?”
“응, 잘 그렸다. 그래서 어떻게 잡을 건데?”
“물소…… 먹고 싶다. 하하하!”
“저도요.”
먹는 일에 빠지지 않는 큰바위다. 대충 큰바위의 말에 맞춰 주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캭이 몰이를 하는 거죠. 따로 떨어져 있는 물소 있죠? 캭이 물소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요즘 캭의 주요 임무는 사냥감 몰이다. 그리고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린 이쯤에 숨어 있고, 캭이 우리가 숨은 곳까지 몰아오는 겁니다.”
“그래, 숨어야지.”
“이쯤에 갈대숲이 있다고 치면 우린 그 갈대숲에 숨어 있는 거죠.”
갈대까지 그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갈대숲은 동굴 벽에 그리지 않았다.
“숨어 있다가?”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물소가 캭을 보고 놀라 한 마리가 떨어지면 캭은 우리 쪽으로 몰아오고, 우리는 물소를 향해 활을 쏘는 거죠.”
“활로 물소를 죽일 수 있을까?”
“충분히 죽일 수 있죠. 그리고 못 죽인다 해도 포위를 해서 돌창을 던지고 잡으면 돼요. 참 쉽죠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