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78
78화
“늑대발톱! 들어가자!”
연꽃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악어머리 족장은 돌아서서 움막으로 걷기 시작했다.
‘살짝 다리를 저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악어머리 부족을 유심히 살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기에 악어머리 족장이 다리를 미세하게 저는 것이 보였다.
‘그때도 절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리가 불편합니까?”
그때 늑대발톱이 악어머리 족장에게 물었다.
“하하하! 봤나? 늙으면 다 이렇다. 비가 오면 무릎이 쑤신다. 크게 아프지 않다.”
악어머리 족장은 중년처럼 보인다. 평균수명이 짧은 원시시대에서는 노인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열네 살쯤 되면 성인이니까 쉰 살이 넘었다면 원시인치고는 장수를 하고 있는 걸 거다.
‘아하, 무릎이 아프단 말이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졌다.
-미션 발동!
순간 뜬금없는 미션이 발동이 됐다.
-미션명 : 지긋지긋한 관절염을 치료하라
악어머리 족장은 지독한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다. 그대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악어머리 족장의 관절염을 치료해 주고 환심을 사서 더 많은 여자를 확보하라!
미션 난이도 : C
미션 클리어 조건 1 : 악어머리 족장이 만족 시 미션 클리어
미션 클리어 조건 2 : 만족에 대한 보상으로 다섯 명의 여자를 받아 낸다면 미션 클리어
할머니를 위해 만든 봉침이 제대로 힘이 될 것 같다.
‘잘됐네. 하하하!’
나는 악어머리 족장과 늑대발톱 그리고 큰바위가 들어간 움막을 봤다.
* * *
“나는 연꽃이라고 해.”
연꽃이 살짝 허리를 숙여 나를 봤기에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최대한 빨리 커야겠네.’
뼈를 갈아서 입에 털어 넣어서라도 칼슘을 어떻게든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내 상황이 꼬마 신랑 분위기다.
“나는 땅속에서일어서다.”
“부락을 구경시켜 줄게.”
“나중에.”
“나중에? 부락을 구경하고 싶다면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연꽃이 나를 봤다.
“한참 걸어왔더니 피곤해서 일단 앉아서 좀 쉬려고.”
늑대발톱에게 물물교환을 맡겼지만 그들의 근처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약에 물물교환이 우리에게 유익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한다.
“피곤해?”
딱 연꽃의 느낌은 명랑한 소녀였다.
“조금!”
“그럼 이거 먹을래?”
연꽃이 허리에 차고 있는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썰어 놓은 조각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상대방이 거래를 신청하였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뭔데?”
“이건 맵다야. 먹어 보렴. 이거 먹으면 힘이 생겨. 좀 맵기는 한데 이걸 계속 먹으면 주술사가 에이취에도 안 걸린대.”
연꽃이 나를 보며 웃었다.
‘착하네.’
여자는 모름지기 착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 본 사이인데 너무 친절한데…….’
과도한 친절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고마워!”
나는 연꽃이 내민 조각을 받았다.
-거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생강을 확보하였습니다.
믿어지지 않는 메시지가 떴다.
‘이, 이게 생강이라고?’
메시지를 듣고 나도 놀랐다.
그리고 바로 연꽃이 내민 생강 조각을 입에 넣었다.
“……매워.”
매워서 인상을 찡그렸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그리고 어이가 없어졌다.
‘제비꽃이 뭐를 찾느냐고 물어볼 때 말할걸…….’
연꽃이 알고 있다면 제비꽃도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호두가 딱딱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역시 모르면 누구에게도 물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는 순간이다.
“호호호! 원래 매워. 안 말린 것은 더 매워!”
“하하하! 정말 맵네.”
“왜 그렇게 웃어?”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생강을 캐기 위해 연꽃의 손을 잡고 생강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고 싶다.
하지만 늑대발톱이 진행하고 있는 물물교환이 더 중요했다.
‘생강은 나중에 캐면 되니까.’
정말 운수 대통이다.
“연꽃, 너 복덩이네. 오늘 제대로 운수 대통이다. 하하하!”
이제야 초보 주술사의 임무 미션 클리어의 가장 기본 요소가 충족이 됐다.
“뭐? 운수 대통? 그게 무슨 말이야?”
방금처럼 내가 가끔씩 사자성어를 사용할 때마다 원시인들은 그 뜻을 알지 못해 갸웃거린다.
“고맙다는 거지. 너, 착하구나? 하하하!”
착하다는 말에 연꽃이 나를 봤다.
“그건 그렇고 내 짝인데 키가 빨리 커야겠다.”
역시 악어머리 부족에서 연꽃이 내 짝으로 지정된 모양이다.
악어머리 족장이 내게 한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악어머리 족장은 부족으로 돌아와서 연꽃에게 나에 대해 말했다는 것이고, 그 사실은 부족에도 소문이 나 있었다.
‘원시시대에 중매결혼을 할 판이네. 그건 그렇고 뭐가 좋을까?’
-미션 발동!
오늘 미션 발동 풍년이다.
-미션명 : 제가(齊家)의 초석
연꽃은 그대의 짝이 될 여자다. 그러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제가의 초석을 다져라.
미션 난이도 : -C
미션 클리어 조건 : 그녀가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을 해서 환심을 살 것
오늘 정말 미션 풍년이다. 하지만 나쁠 것은 없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레벨 업을 위한 경험치가 오르고, 명성 수치도 상승을 한다.
나는 연꽃을 봤다.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이라고?’
여자는 기본적으로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 수중에는 반짝이는 것이 없다.
‘조개껍데기라도 주워 줘야 하나? 쩝!’
원시인들이 조개껍데기를 화폐처럼 썼다는 것이 떠올랐다.
물론 나는 조개껍데기도 없다.
‘조개껍질을 묶어 그녀의 목에 걸 수도 없으니…….’
하지만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뭔가를 줘야 한다.
그리고 족장의 딸이니 부족함 없이 자랐을 것 같다.
그러니 웬만한 것으로는 눈에 차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선물을 받았으니 뭔가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션까지 떴다.
‘머리가 아주 기네.’
연꽃의 긴 머리카락을 보며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저게 좋겠네!’
놀면 뭐하겠나?
이럴 때는 손재수 스킬의 숙련도 높이는 것이 최고다.
그리고 미션도 클리어를 하면 금상첨화다.
‘다들 머리를 풀고 있네.’
악어머리 부족 여자들은 하나같이 장신구가 없었다. 물론 할머니도 장신구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말이다.
‘좋았어! 그걸 만들어 주면 좋아할 것 같네.’
나는 초막 옆에 뒹굴고 있는 나무토막 하나를 집어 들고 초막 앞에 털썩 앉았다.
“그런데 나무토막은 뭐 하게?”
연꽃은 마치 제비꽃처럼 호기심이 넘치는지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궁금함을 품었다.
“선물을 받았으니 선물을 주려고.”
“그 나무토막을 나한테 주겠다고?”
연꽃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살짝 실망한 것 같다.
“아니, 준다는 게 아니라 이게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봐.”
“에이~ 나무토막은 그냥 나무토막이네요. 아버지는 네가 왜 대단하다고 하시는지 모르겠네.”
살짝 무시하는 말투로 말하는 연꽃이었다.
‘미션이 왜 떴는지 알겠다.’
마누라는 초장에 잡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바가지를 긁히지 않는 법이다. 물론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살 거다. 하여튼 둘 중 하나가 꽉 잡고 살아야 제가가 제대로 된다.
“옆에 앉아.”
내 짝이다. 내 짝이니 잘해 주고 싶다. 아니, 잘해 줘야 한다. 연꽃의 뒤에는 막강한 세력을 가진 처가가 있다.
“응.”
살짝 나를 무시하는 투로 말을 했지만 그래도 본성은 착한 것 같다.
“짝이 앉으라면 앉아야지. 그래도 내 짝이 한 말이니까. 호호호!”
착한 것이 말도 잘 듣는다. 가정교육이 아주 훌륭하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도 너무 내 말을 잘 듣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처가의 힘이 세면 여자는 기가 살아서 남자를 무시하거나 발밑에 두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할 정도로 고분고분했다. 제비꽃도 늑대발톱에게 순종적인 것이 떠올랐다.
아마도 부족 풍습이 그런 것 같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뭐, 이런 거 말이다.
‘천성이든 아니면 콘셉트다.’
내가 모르는 곳에 왔기에 뭐든지 의심해야 한다.
‘목공예 스킬!’
속으로 스킬을 발동시키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돌칼을 꺼내서 나무토막을 깎기 시작했다.
스스슥! 스스슥!
목공예 스킬 때문에 신들린 것처럼 내 손이 움직일 때마다 나무토막은 서걱서걱 깎였고, 빠르게 형태를 잡아 가고 있었다.
‘비녀를 만들어 줘야겠어.’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은 연꽃의 긴 생머리에 어울리는 비녀다. 그리고 비녀의 끝부분에 그녀의 이름처럼 연꽃을 새겨 볼 생각이다.
스스슥! 스스슥!
돌칼이 예리하기는 하지만 조각도가 아니라서 그런지 정교함이 떨어졌고, 자연스레 작업 속도가 느렸다. 아마 목공예 스킬이 없었다면 작업 속도는 더 느려졌을 것 같다.
“……뾰족하게 깎았네?”
나무토막이라고 말하던 연꽃도 내가 깎고 있는 비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응.”
“무기로 쓸 거야?”
연꽃은 호기심이 많은 여자가 분명했다.
이 역시 제비꽃과 비슷했다. 그리고 제비꽃이 왜 연꽃을 꼭 데리고 오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주 어렸을 적에 봤을 건데…….’
그러고 보니 연꽃은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다. 제비꽃이 내 엄마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너 주려고.”
“여자는 무기가 필요 없어. 강한 전사들이 우리를 지켜 주거든. 악어머리 전사들은 강해.”
“무기 아니거든요? 지켜보기나 하세요.”
뭐든 뾰족한 것은 무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원시인들이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아직 장신구나 공예품에 대한 개념이 없군.’
악어머리 족장의 움막 안에 들어선 늑대발톱은 악어머리 족장의 앞에서 담배통을 열고 시가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늑대발톱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시키는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건 뭐지?”
“이게 물물교환을 할 것입니다.”
“먹는 건가?”
“마시는 겁니다.”
“마셔?”
역시 악어머리 족장도 연기를 마시는 것과 먹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연기를 마십니다. 꽤 좋습니다.”
늑대발톱의 말에 악어머리 족장이 묘한 눈으로 늑대발톱을 봤다.
“연기를 마시면 목만 아프다.”
“이건 다릅니다.”
“다르다고? 뭐가 다르지?”
“마시면 걱정이 없어지더라고요. 마음도 편안해지고 하여튼 좋습니다.”
담배의 주성분은 니코틴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흥분시킨다. 그리고 중독성이 강하다.
“걱정이 없어진다고?”
“그렇습니다. 실례하지만 불 좀 쓰겠습니다.”
“써라!”
늑대발톱이 모닥불에 타고 있는 나무토막을 꺼내 시가에 불을 붙었다.
그리고 길게 연기를 빨아들이고는 유심히 자신을 보고 있는 악어머리 족장의 얼굴에 연기를 뿜어냈다.
휴우우우!
“쿠, 쿨럭! 쿨럭!”
땅속에서일어서의 예상대로 악어머리 족장은 바로 기침을 했다.
“뭐 하는…… 쿨럭! 쿨럭! 뭐 하는 거야? 쿨럭! 쿨럭!”
악어머리 족장의 표정이 찡그려지면서 늑대발톱을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