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83
83화
“그런데 악어머리 족장이 주기로 했던 고기는?”
“지금 가지고 오고 있다.”
부락 중심부에서 전사 하나가 물소의 갈비뼈 부위를 어깨에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
“저기 온다.”
전사가 그렇게 말하고 바닥에 깔려 있는 나무 비녀와 상아 비녀를 봤다.
‘관심이 있는 모양이네.’
여자는 내가 만든 공예품을 장신구로 생각하고, 전사들은 무기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건 무엇을 주면 내게 주나?”
전사가 늑대발톱에게 물었다.
“맵다를 가지고 와라.”
“맵다?”
전사가 맵다로 불리는 흔한 생강과 무기를 바꾼다고 황당해하는 눈빛이다.
“그래, 맵다를 많이 가지고 오면 바꾼다.”
늑대발톱의 말에 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맵다는 됐고요.”
내가 나설 차례다.
‘집에 돌아갈 때 각궁을 가지고 간다.’
목표가 변했다. 이 악어머리 부족에 며칠 더 머물 생각이다.
비록 네안데르탈인이 신경이 쓰이지만 캭과 캥, 그리고 멍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은 많고 그 많은 시간에 각궁의 재료를 모아 만들어 볼 참이다.
“뭐? 그럼 뭘 가져와야 하지?”
“큰 물고기 열 마리.”
전사가 늑대발톱에게 반말을 하기에 나도 반말을 했고, 전사는 나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악어머리 족장의 딸과 짝짓기를 할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맵다가 아니라 물고기라고?”
전사가 나를 보며 물었다.
“물고기!”
어이가 없게도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전사였다.
“알았다. 물고기 열 마리를 가지고 오겠다. 이것과 바꿀 거다.”
상아의 끝부분에 악어의 머리를 새긴 비녀를 들어 보이며 전사가 말했다.
‘악어머리 부족이라 악어 조각이 인기가 있네.’
무엇을 더 만들어야 할지 정해지는 순간이다.
“그래, 물고기를 가지고 오면 네 것이다.”
내 말에 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레를 확보한 거지. 하하하!’
강에는 피라냐 같은 물고기가 돌아다닌다. 그러니 위험을 무릅쓰고 통발을 놓는 것보다 이들과 물물교환을 하는 것이 빠르고 쉽게 부레를 확보할 수 있다.
악어머리 전사들이 준 물고기 부레로 아교를 만들고, 물소만 사냥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각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여자들이 하나둘 모여 들기 시작했다.
‘아주 대박이 나겠네. 하하하!’
역시 기술 가진 놈이 장땡이다.
서걱! 서걱! 서걱!
나는 큰바위가 구해 온 넓고 평평한 돌판과 물소의 갈비뼈를 물로 깨끗하게 씻어 내고, 돌판 위에 물소의 갈비뼈를 놓고 발골 작업에 집중했다.
아마 오늘 악어머리 부족은 모두가 내가 내놓은 고기 때문에 입이 쩍 벌어질 것 같다.
‘내가 원시인들에게 소갈비를 다 먹이네…….’
물소의 갈비뼈에서 발골한 갈빗살에 칼집을 내고 있다. 이렇게 칼집을 내면 고기는 더 연해진다.
“밑간도 좀 하고.”
나는 허리에 차고 있는 소금 주머니에서 소금을 꺼내 칼집을 낸 고기에 팍팍 뿌렸다. 그리고 나무토막으로 탁탁 내려쳐서 다졌다.
“다됐어요?”
나는 큰바위에게 물었다.
“이제 즙을 냈다.”
이제 큰바위도 즙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
큰바위는 수북하게 쌓인 생강 더미에서 생강을 하나하나 꺼내 돌 위에 놓고 다지고 있다.
나는 다진 생강즙에 물을 타서 갈빗살에 바를 생각이다.
그럼 물소 고기의 냄새가 사라진다.
원시시대 최고의 요리가 탄생 직전이다.
‘이 정도면 입에서 살살 녹을 거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소금을 팔아먹기 위함이다.
“저…… 더 없어요?”
만들어 놓은 비녀가 다 팔린 모양이다.
“없어.”
“우리는 못 가졌어요.”
악어머리 부족의 여자들이 내가 만든 비녀를 가지기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오늘은 끝이다. 내일 와라.”
“내일이라고요?”
“그래, 내일이다. 그리고 내일은 맵다를 더 많이 가지고 와야 이거랑 바꾼다.”
비녀의 가격은 우리가 정한다.
“알았어요.”
비녀를 구하지 못한 여자들이 아쉬워하며 자신들의 움막으로 돌아갔다.
“맵다와 다 바꿨다.”
좌판 앞에 생강이 수북하게 쌓였다.
“모두 주머니에 담아 둬요.”
“알았다.”
“즙을 다 냈다.”
큰바위가 다진 생강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나는 큰바위가 가져온 생강즙을 물을 타 희석시키고 갈빗살에 발랐다. 이제 이대로 두어 숙성시키면 준비는 끝난다.
“요리 준비 끝! 하하하!”
“땅속에서일어서, 이제 해가 지면 짝짓기 잔치가 시작된다.”
늑대발톱의 나를 묘한 눈으로 봤다.
“네,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봐요?”
“땅속에서일어서야! 짝짓기를 어떻게 하는지 아냐?”
어이가 없게도 늑대발톱이 내게 성교육을 할 모양이다.
‘이거, 대답하기 애매하네.’
이럴 때는 모르는 척을 하면 된다.
“몰라요.”
“하하하! 족장도 모르는 것이 있다.”
큰바위는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고, 큰바위의 말에 우리의 뒤에 있던 아홉 명의 여자들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큰바위를 봤다.
“쉬! 형, 그건 비밀이야.”
늑대발톱은 황급한 목소리로 큰바위를 다그쳤다.
“……알았다.”
큰바위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고, 혹시 누가 들었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린 늑대발톱이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움막에 연꽃과 같이 들어가면 옷을 벗겨라.”
“옷을요? 그리고요?”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모르는 척하고 듣다 보니 기분이 살짝 묘해졌다.
하여튼 그렇게 늑대발톱의 성교육은 계속됐고, 우리 부족이 된 아홉 명의 여자들은 어린 내가 남자 구실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눈빛을 지으며 킥킥거리고 있었다.
‘완전 무시하네.’
살짝 기분이 나쁘다.
나는 밤에 무척이나 강한 남자였는데 몸이 애라서 정말 애 취급을 받으니 기분이 요상했다.
“어떻게 하는지 알겠지?”
“네, 알 것 같아요.”
“그러면 해 보자.”
“……예?”
황당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현대 사회를 살던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는 말이 나온 것이다.
“여자는 많다.”
역시 원시인들은 단순하다.
그리고 명확했다.
“예?”
“저들 중에 하나를 골라라.”
늑대발톱이 내게 말했고 나는 여자들을 봤다.
“아빠랑 삼촌이 먼저 골라요. 찬물도 위아래가 있으니까.”
“내가 먼저?”
“예.”
내 대답에 늑대발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먼저.”
“아니다. 늑대발톱 먼저.”
여자를 고르는 일에도 서로 양보를 하는 우애 깊은 형제다.
“형이 먼저 골라. 나는…….”
늑대발톱은 제비꽃이 있다는 말을 하려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아니다, 늑대발톱이 먼저다.”
“형이 먼저!”
“알았다.”
큰바위가 여자들을 봤다.
아홉 명의 여자들의 눈빛은 늑대발톱보다는 큰바위의 간택을 받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이곳에선 덩치 큰 전사가 신랑감 1순위네.’
덩치가 크다는 것은 힘이 세다는 것이고, 힘이 세면 그만큼 식량을 가져올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나는 저 여자로 한다.”
큰바위가 자신의 짝을 골랐고 내 예상대로 엉덩이가 제일 큰 여자가 선택되었다.
그 여자는 엉덩이뿐만 아니라 가슴도, 그리고 허벅지도, 모든 부위가 가장 큰 여자였다.
드디어 큰바위에게도 짝이 생기는 순간이다.
그리고 늑대발톱도 제비꽃이 떠오르는지 계속해서 머뭇거리다가 계속되는 큰바위의 재촉에 마지못해 여자를 한 명 선택했다.
“나는 움막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
큰바위가 무엇을 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안 돼, 형, 땅속에서일어서가 먼저 연습을 해야 한다.”
늑대발톱의 말에 큰바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차, 그렇다.”
“골라라.”
애매한 순간이다.
“아빠랑 삼촌이랑 더 가져요.”
“뭐?”
“얘들은 내 취향이 아니거든요.”
“……취향?”
둘은 취향이라는 말을 모르고 있다.
항상 생각을 하지만 설명하려면 입에 단내가 난다.
게다가 이들은 이들의 미인상이 있다. 이들에게 현대인의 미인상에 대해 설파할 생각은 없었다.
“그 말은 모르셔도 되고요, 하여튼 저는 연꽃이면 돼요.”
아무리 원시시대에 왔다고 해도 벌건 대낮에 가족들이 밖에 있는 상황에서 관계를 맺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어떻게 방음도 안 되는 곳에서 한단 말인가.
“하지만 연습해야 한다.”
“그건 둘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맞다! 나도 연습하지 않고 했다.”
큰바위가 호탕하게 웃었다.
“……알았다.”
늑대발톱이 짝짓기 연습을 시키려는 것을 포기한 것 같다.
“그럼 난 들어간다.”
큰바위는 아까 골랐던 여자를 데리고 옆의 움막으로 들어갔다. 큰바위의 선택을 받은 여자는 좋다는 듯 깔깔 교성 어린 목소리로 웃으며 따라갔다.
그리고 한참 후에, 큰바위와 여자가 들어간 움막에서 여자의 비명과 교성이 메아리쳤다.
“저게 짝짓기다.”
늑대발톱은 덤덤히 말했지만 여자의 교성을 들자 내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여자가 저렇게 울어야 좋은 짝짓기다.”
마치 스포츠 중계 해설을 하듯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늑대발톱 때문에 무심코 크게 웃을 뻔했지만 웃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대답했다.
“예.”
그리고 강가로 비녀를 꽂은 자신의 모습을 보러간 연꽃이 떠올랐다.
‘오늘 내가 어른이 되는 날이네.’
물론 정신연령은 이미 어른이지만.
‘그런데 연꽃은 왜 아직도 안 오지?’
* * *
강가에 도착한 연꽃은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도 미소를 보였다.
“엄청 예뻐!”
연꽃이 새겨져 있는 비녀와 난생처음 보는 머리 모양이 정말 예뻐 보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예쁜 비녀를 선물한 땅속에서일어서가 더 마음에 들었다.
“연꽃!”
그때 여자들이 가죽 주머니를 들고 강가로 와서 연꽃을 불렀다.
“어? 어디 가요?”
“네 짝이 도리 꼬마가 맵다를 가지고 오면 네가 가진 것을 준다고 했어.”
여자 하나가 땅속에서일어서를 꼬마라고 말하자 연꽃이 바로 여자를 흘겨봤다.
“꼬마 아니거든요? 내 짝이에요.”
“하지만 키가 작은걸? 꼬마 맞잖아.”
“키는 금방 커요.”
“호호호! 짝이 되었다고 편을 드는 거야?”
“어머, 얘, 어서 가자. 난 빨리 연꽃이 가진 것을 가지고 싶어.”
“기집애가 성급하긴, 알았어. 어서 가자.”
“지금 맵다를 캐러 가겠다고요?”
“응, 우리도 네가 머리에 꽂고 있는 것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맵다가 있는 곳은 산 밑이잖아요.”
“응, 거기에 맵다가 있잖아.”
“그 산에는 이달투들이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놈들은 산 밑까지는 안 내려와.”
“아빠가 전사들 없이 산으로 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도 맵다만 캐고 금방 올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여자들은 연꽃이 가진 비녀를 자신도 가지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계속해서 산에 오르자고 부추겼고, 연꽃은 말릴 틈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연꽃은 따라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제 큰얼굴들을 만났던 것이 떠올라 홀로 악어머리 부족으로 돌아왔다.
“에이, 걱정도 많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지만 항상 설마가 누군가들의 발목을 잡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