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88
88화
끼오오옥!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자 어느새 어두운 산으로 갔던 끼옥이 날카롭게 울며 빠르게 내게로 날아왔다. 끼옥의 두 날카로운 발톱에는 박쥐 두 마리가 미약하게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잘했다.”
끼오옥!
나는 바로 끼옥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잡고 있는 박쥐 한 마리를 손으로 움켜쥐고 박쥐를 노려봤다.
-동굴 박쥐
종족 : 몬스터
생명력 : 200/400
공격력 : 5
방어력 : 8
끼옥의 발톱에 채여서 그런지 생명력이 절반밖에 없었다.
“내 피가 좀 아깝기는 하지만…… 쩝!”
동굴 박쥐를 이용하는 것이 동굴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숲 속에 사는 박쥐는 나뭇잎 잎에서 자는 경우가 많지만 산에 사는 박쥐는 대부분이 동굴에서 산다. 그러니 이들을 테이밍을 한다면 동굴을 단번에 알아낼 수도 있다.
“너, 가만히 있어라.”
끽끽! 끽끽!
내 손에 잡힌 박쥐가 발버둥을 쳤다.
“힘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나는 박쥐를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딱밤을 때리기 전 힘 조절을 했다.
남아 있는 생명력이 반밖에 안 되니 조금만 힘 조절에 실패하도 바로 즉사할 것 같다.
딱!
끽!
-0/400
“젠장!”
딱밤 한 대에 박쥐가 바로 생명력이 다 깎여 죽었다. 물론 끼옥의 날카로운 발톱에 낚아채였기 때문에 생명력이 절반이 줄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확실히 동굴 박쥐는 약한 생명체였다.
“아, 힘 조절!”
툭!
나는 바로 죽은 박쥐를 바닥에 휙 던지고는 나머지 한 마리를 움켜쥐었다.
“힘 조절 잘하자…….”
데미지를 주면서도 죽이면 안 된다.
이것이 테이밍 몬스터의 핵심이다. 물론 탈탈 터는 방법 말고도 야수들이나 몬스터를 테이밍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먹이를 주면서 친해지는 방법이다.
하지만 시간도 없고 적성에도 안 맞다.
따지고 본다면 캭을 테이밍을 했을 때가 먹이를 주면서 친밀감을 유지하며 테이밍을 했던 때인 것 같다.
며칠을 굶은 캭에게 내 피를 먹이면서 기력을 회복시켰으니 말이다.
“……힘 조절!”
주문을 걸듯 다시 한 번 뇌까렸다.
-130/410
틱!
최대한 힘을 빼서 톡 건드리듯이 딱밤을 날렸다.
-5/410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테이밍 온!”
그리고 바로 나무칼로 손가락을 찔러서 박쥐에게 피를 먹였다.
-테이밍 몬스터의 스킬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테이밍 몬스터의 스킬이 업그레이드되어 테이밍한 몬스터의 특성을 강탈할 수 있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불행이 닥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동굴 박쥐를 테이밍했지만, 천운이 도왔는지 테이밍 스킬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그 결과로 나는 초음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몬스터를 테이밍할 때마다 몬스터의 특성을 흡수하여 사용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테이밍 몬스터의 효과인 특성 추출 덕분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 하나의 히든 피스다.
비유로 표현하자면 레벨 업을 통한 성장은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라 볼 수 있다. 그리고 테이밍한 몬스터들의 특성을 흡수하는 것은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라 할 수 있다.
자동차 내부에 오디오 옵션을 달고 에어백 옵션을 넣는 것처럼, 나는 인간이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을 새로 얻게 된 것이다.
“히든 피스가 떴다!”
정말 운이 좋았다.
테이밍 몬스터 스킬은 숙련도를 올려 업그레이드하는 스킬이 아니다.
시쳇말로 운빨 스킬인데, 스킬을 사용하다 보면 업그레이드가 되는 게 아니라 정말 희박한 확률로, 랜덤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스킬이다.
전 어비스에서도 테이밍 몬스터를 주로 사용하는 헌터가 업그레이드를 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단 한 번 사용했는데 업그레이드된 헌터도 있었다.
그러니 히든 피스인 것이다.
-테이밍한 펫의 이름을 지정하십시오.
“박쥐!”
-땅속에서일어서의 박쥐
종족 : 몬스터(박쥐의 조상)
레벨 : 1
생명력 : 500/500
근력 : 5
민첩 : 3,134
지혜 : 11
명성 : 1
공격력 : 5
방어력 : 5
테이밍한 박쥐의 이름을 간단하게 지은 것은 박쥐가 가진 능력을 강탈하고 테이밍을 해제하기 위함이다.
“끼옥.”
끼옥!
“가서 박쥐 몇 마리 더 잡아 와.”
이능이 강탈당한 박쥐는 내게 빼앗긴 이능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박쥐의 이능인 초음파를 강탈해도 이 박쥐와는 더는 초음파로 소통할 수가 없다.
‘좀 잔인하지만…….’
끼오옥-!
끼옥이 알았다는 듯 크게 한 번 울고 다시 산을 향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갔다.
-강탈할 이능을 지정해 주십시오.
‘초음파!’
-박쥐의 이능이 강탈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뜨는 순간 박쥐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테이밍 해제.”
잔인해도 어쩔 수 없다.
찍! 찍!
그 순간 박쥐가 찍찍거리며 발버둥을 쳤다.
“미안하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박쥐를 힘껏 하늘로 던졌고, 내 손아귀에서 풀려난 박쥐는 힘껏 날갯짓을 했지만 초음파를 사용하지 못해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벽에 부딪치듯 나무에 부딪혀서 땅에 떨어졌고, 그때 마침 지나가던 살쾡이처럼 생긴 야생동물이 웬 떡이냐는 눈빛으로 떨어진 박쥐를 덮쳐 물고 쏜살처럼 사라졌다.
“미안하다, 내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저 인상만 찡그려지는 순간이다.
* * *
-테이밍한 펫의 이름을 지정하십시오.
“……너는 배트맨으로 하자.”
-땅속에서일어서의 배트맨
종족 : 몬스터(박쥐의 조상)
레벨 : 1
생명력 : 500/500
근력 : 5
민첩 : 3,134
지혜 : 11
명성 : 1
공격력 : 5
방어력 : 5
작은 날짐승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볼품없는 스텟을 가졌지만 민첩 수치만은 상당히 높았다.
물론 끼옥에 비한다면 형편없는 민첩 수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 * *
‘네가 사는 동굴로 나를 안내해.’
정신을 집중해서 내 펫인 배트맨과 소통을 시도했다.
‘또 실패인가?’
사실 인간의 몸으로는 초음파를 내지 못한다. 내가 돌고래도 아니고 어떻게 초음파를 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사용 방법을 알기 위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봤다.
어떤 것이든 처음이 제일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테이밍한 모든 펫과 초음파로 소통할 수는 없다. 박쥐를 테이밍해서 이능을 강탈해서 초음파 능력을 얻은 것이니 초음파를 사용할 줄 아는 펫하고만 소통이 가능하다.
‘네가 사는 동굴로 나를 안내해!’
그렇게 계속해서 배트맨을 붙잡고 정신을 집중해서 수십, 수백 번을 소통을 시도했고, 드디어 배트맨의 붉은 눈동자가 껌뻑였다.
-알. 았. 다.
드디어 소통에 성공했다.
‘아니지, 그냥 막무가내로 들어갈 수는 없지.’
박쥐가 사는 곳은 동굴이지만 그 동굴에 이달투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아예 없다. 사람이 동굴에 살면 자연스럽게 불을 피우기 마련이고 그러면 박쥐는 지금까지 살던 집을 잃고 다른 동굴로 떠나거나 죽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어둡고 거대한 산을 봤다.
아니, 산이 아니라 산맥처럼 보인다.
‘배트맨, 이달투들이 사는 동굴을 알아?’
다시 소통을 시작했지만 배트맨은 눈만 껌뻑였다.
‘……쉽지 않네.’
인상이 찡그려졌다. 분명 대답을 한 것으로 봐 내 뜻은 전달되었지만 이달투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 대답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처럼 생긴 사람이 사는 동굴을 아나?’
이달투는 키가 작다고 했다. 나도 키가 작으니 배트맨이 충분히 이해를 할 것 같다.
-안. 다.
배트맨이 떠듬떠듬 초음파로 소통했다.
-저. 쪽. 동. 굴. 에 많다. 우. 리를 잡아, 먹는다.
배트맨은 아이가 말문이 트이듯 어느 순간부터 떠듬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많다고?’
이달투가 많으면 공격하기 어렵겠지만 내게 발동한 연결 미션을 클리어하려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일 놈은 죽이고 테이밍할 놈은 테이밍하면 되니까.’
‘확실히 많은 거지?’
-아주 많다. 아주 못된 놈들이다. 우리를 잡아서 불에 구워서 먹고 날개를 찢어서 그냥 먹는다. 나쁜 놈들이다. 죽이고 싶다.
배트맨은 수다쟁인지 그 이후로도 조잘조잘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인간의 귀는 초음파를 들을 수 없지만 능력을 얻어서인지 초음파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뇌를 울렸다.
‘아가리 닥쳐라! 귀가 멍멍하다.’
-……알았다.
‘나를 네가 사는 동굴로 안내를 해.’
다시 소통을 했지만 내 협박 때문인지 배트맨은 초음파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가자!”
나는 손에 올려놓은 배트맨을 힘껏 날렸다.
끼옥! 끼오오옥!
“끼옥, 혹시 모르니까 배트맨을 보호해!”
밤의 숲은 부엉이나 올빼미 같은 야행성 맹금류가 활개를 친다. 그리고 박쥐는 올빼미의 먹잇감이다.
끼오옥!
끼옥이 천천히 날고 있는 배트맨을 호위를 하듯 날았고 나는 배트맨이 날아가는 방향을 향해 뛰었다.
‘배트맨의 위치는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밤눈이 밝아진 것은 아니지만 초음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인지 익숙하진 않지만 대충 사물의 구별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망할 놈의 이달투들이 서식하는 동굴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어둡고 거대한 산맥에 내 몸을 던지듯 뛰었다.
‘대단하군.’
박쥐의 초음파가 인간의 그 어떤 감각이나 인간이 만든 기기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반사되는 초음파를 통해 눈으로 보지 않고도 앞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 대략적으로 눈앞에 그려진다.
이건 다시 말해 내 뒤에 어떤 것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는 의미고, 이렇게 되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 등 뒤에서 나를 공격하는 놈들에 대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게임에서 피아를 구분하는 상황판 하나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져 있고, 모니터를 통해 상황판을 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다다닥! 다다닥!
배트맨과 배트맨을 호위하는 끼옥을 따라 힘차게 달리면서도 내 몸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채 멀쩡했다.
-저기다.
배트맨이 내게 초음파로 말했다.
‘야, 근데 너는 왜 나한테 반말을 찍찍 하냐?’
물론 박쥐인 배트맨이 존댓말의 개념을 알고 있거나 구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뭐?
‘말 까지 마라.’
-……예.
‘안 보이는데…….’
잠시 가만히 있었다. 눈으로는 어두운 밤하늘 속 가까운 나무의 형태만이 보인다.
하지만 초음파를 쏘아보니 확실히 저기에 뭔가가 있다는 것이 보인다. 아니, 초음파니까 들린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동굴 벽에 부딪쳐 반사된 초음파가 내게 돌아오면 자연스레 저기에 무엇이 있는지 3D 홀로그램 영상을 보듯이 전개된다.
아직 익숙지 않아 혼란스럽지만 마치 날아다니는 이동식 정밀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다.
‘저기 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