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90
90화
드르렁! 드르렁!
땅속에서일어서가 혼자 산으로 떠났을 때에는 한없이 걱정하던 큰바위는 갈대로 만든 초막 안에 들어가자마자 꾸벅꾸벅 졸더니 푹 하고 뒤로 엎어져 코까지 골며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꽃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큰바위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저 늑대발톱만이 시가만 피우며 초막 입구에 앉아 아무 말도 없이 땅속에서일어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거 좀 안 먹으면 안 돼요?”
연꽃은 담배 연기 때문에 목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늑대발톱은 이렇게 인류 최초로 남에게 간접흡연의 피해를 준 흡연충이 되어 있었다.
“……걱정이 돼서.”
“큰바위는 저렇게 편하게 자는데요?”
“원래 형은 그래. 마치…… 아이 같은 사람이지.”
덤덤히 말했지만 늑대발톱은 힐끔 돌아보며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큰바위를 측은한 눈빛으로 잠시 내려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초막의 문 밖을 봤다.
그 후로 둘의 대화는 없었고, 초막 안에는 큰바위의 코 고는 소리만이 울렸다.
한참 후, 마치 정적을 깨듯 늑대발톱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왜 그랬니?”
“뭐가요?”
“여기는 누가 봐도 죽을 자리인데 왜 들어왔냐고.”
“땅속에서일어서가 도망이라도 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연꽃의 물음에 늑대발톱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족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왜 아직 작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족장이 됐죠? 강해야 족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강해. 네 짝은!”
“아직 어려요.”
“어리지만 우리보다 훨씬 강해. 그리고 이게 아주 단단하지.”
늑대발톱은 상체만 돌려 연꽃을 보더니 주먹을 쥐고 자신의 심장 부분을 두 번 쳤다.
“예?”
“의지가 단단하다고.”
“의지가 뭔데요?”
“꼭 하겠다는 마음.”
“정말 돌아올까요? 이달투의 동굴을 못 찾으면 도망치지는 않을까요?”
“걱정이 되는 거냐?”
늑대발톱의 말에 연꽃이 그를 뚫어지게 봤다.
“……네 언니와는 같으면서도 또 다르구나.”
“제비꽃 언니의 짝이셨죠?”
“땅속에서일어서를 믿을 수 없다면 지금 나가라. 설마 악어머리 족장이 딸인 너를 죽이겠냐?”
“……아뇨, 죽일 거예요.”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고?”
“짝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돌아올까요?”
“무엇을 걱정하는 거냐?”
“동굴을 못 찾고 멍청하게 돌아올 것 같아서요.”
“너는 땅속에서일어서와 좋은 짝이 될 것 같구나. ……나도 그게 걱정이다.”
“그러니까요. 키도 작으면서 멍청하게 너무 큰 척을 한다니까요.”
“누가 멍청한데?”
땅속에서일어서의 목소리에 늑대발톱과 연꽃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찾았어?”
“물론이지. 나는 하늘 부족의 족장이다.”
“정말? 이 밤에 놈들의 동굴을 찾은 거야?”
연꽃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낮에도 많은 전사들이 찾았지만 찾지 못했는데?”
“나는 달라.”
“땅속에서일어서야! 정말 찾고 돌아온 거냐?”
늑대발톱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 거죠?”
“네가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돌아왔을 것 같아서 묻는 거다.”
“찾았네요.”
“정말 찾았어?”
“왜 이렇게 짝의 말을 못 믿어? 이래도 못 믿겠어?”
“꺄아아악!”
나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배낭에서 이달투의 머리를 끄집어냈고, 흉측한 몰골로 죽어 있는 이달투의 머리를 본 연꽃은 비명을 질렀다.
“정…… 정말 찾았네?”
“정말 이달투의 동굴을 찾았구나.”
“예, 그런데 아빠는 그냥 주무시네요.”
물론 이제 내 생부가 늑대발톱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도 큰바위를 아빠라고 부를 참이다.
큰바위가 만약 내가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한없이 슬퍼할 것이니 말할 수가 없었다.
“네가 이해해라. 너도 알다시피…….”
“네, 알아요. 제일 똑똑하신 분이죠. 걱정만 하면서 밤을 새는 것은 아무런 아무 도움도 안 되니까요.”
“그런데 손에 들고 있는 그건 또 뭐야? 무슨 냄새가 그렇게 고약해?”
연꽃이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더덕 특유의 향이 나서 주변을 살폈는데, 보기 좋게 더덕밭을 찾았다. 산을 거의 빠져나왔기도 하고, 초음파로 주변에 다가오는 적을 감지할 수 있는데다가 끼옥과 배트맨이 있어 유혹을 참지 못하고 캐 왔다.
물론 내가 더덕을 캘 동안 동굴 박쥐인 배트맨과 끼옥을 시켜 주위를 살피라 했다.
더덕은 정말 뿌리치고 그냥 내려올 수 없는 유혹이었다.
나는 더덕을 구워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아니까.
‘이야, 도대체 몇 년산이야? 분명 더덕인데 크기가 무보다 더 크네!’
원시시대라서 그런지 뭐든 크다. 아니, 더덕을 캐서 먹는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마 산삼도 캐기만 하면 이 정도는 될 것 같다.
“더덕.”
“더덕이 뭔데?”
“고기랑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는 거. 우리 짝짓기 잔치에서 손님들 대접하려고.”
걱정하는 연꽃에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여자들을 구해야 잔치를 할 수 있을 거야.”
“당연히 여자들을 구해야지.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구해야지.”
* * *
악어머리 족장의 움막 안, 전사의 보고를 받은 악어머리 족장이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뭐, 뭐라, 그게 사실이냐? 땅속에서일어서가 정말 돌아왔다고?”
“예.”
“정말로 그 아이가 이달투의 동굴을 찾았다는 거냐?”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굴을 찾지 못하면 죽는 것을 아는데 돌아왔겠습니까?”
전사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찾았든 못 찾았든 땅속에서일어서가 돌아왔단 말이지…….”
그리고 바로 아무 말도 없이 여전히 못마땅한 눈빛을 짓고 있는 큰눈을 봤다.
“큰눈!”
“예, 족장님!”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
“예?”
“네가 땅속에서일어서, 아니, 하늘 부족의 족장이라면 어떻게 했겠냐고 묻는 거다. 너도 하늘 부족 족장처럼 돌아오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올 수 있겠냐?”
“물론 저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돌아왔을 겁니다.”
큰눈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대답했다.
“우선 생각부터 하고 말해라.”
훈육이다.
“으음…… 저였다면 전사들을 데리고 왔을 겁니다.”
“만약 전사들을 데리고 올 수 없을 정도로 부족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아침까지 전사들을 데리고 올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거냐?”
마치 도망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강요하고 있는 악어머리 족장이었고, 이빨이 그런 악어머리 족장을 힐끗 보고 큰눈이 어떤 대답을 할지 지켜보고 있었다.
“저는…….”
“그래, 너는? 내가 항상 말했듯이 족장의 마음은 얼음처럼 차가워야 한다.”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큰눈이 악어머리 족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눈동자를 굴렸다.
“그래도 전사들을 데리러 부족으로 갔을 겁니다.”
“왜지?”
“같이 죽는 것보다 살아남아야 복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큰눈의 대답에 이빨이 찰나지만 인상을 찡그리며 악어머리 족장의 표정을 살폈다.
“맞다, 땅속에서일어서의 행동은 멍청한 생각이다.”
“예, 족장님!”
하지만 악어머리 족장이 큰눈에게 원한 답은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족장님! 땅속에서일어서가 움막 앞에서 보란 듯 고기를 구워 먹고 있습니다.”
“……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고기를 굽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사들이 눈빛이 사납습니다.”
당연한 일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악어머리 전사들은 땅속에서일어서 때문에 여자들이 납치를 당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본인은 태평하게 고기나 구워 먹고 있으니 곱게 보일 수가 없다.
“……똑똑할 때는 똑똑한데 멍청할 때는 거북이 대가리 같구나.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군.”
악어머리 족장이 마치 다른 전사들이 보라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입도 크고 어깨도 넓은 놈이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땅속에서일어서의 배포에 놀라고 있는 악어머리 족장이었다.
‘……큰눈의 대답이 맞는 대답이지만 서운하군.’
그리고 마음속으로 내린 큰눈과 땅속에서일어서에 대한 평가는 계속해서 대조되었다.
“아빠!”
한참 악어머리 족장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연꽃이 움막 앞에서 악어머리 족장을 불렀다.
“저 들어가요.”
연꽃이 움막 안으로 들어와서는 악어머리 족장에게 머리를 숙였다.
“새삼스럽게 들어온다는 말을 하고 들어오고, 또 머리는 왜 숙이는 거냐?”
“헤헤, 저는 이제 하늘 부족 사람이잖아요.”
이래서 딸 키워 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으음…….”
악어머리 족장은 연꽃에게 살짝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연꽃도 자기 아빠가 땅속에서일어서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죽였을 거라는 것을 짐작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그런데 왜 왔지?”
“땅속에서일어서가 아빠를 보고 싶다고 해서요.”
“나를?”
“예, 아침이나 같이 먹자고 말하라고 해서 왔어요.”
“지금 아침이라고 했나? 지금 부족 전체가 아침을 먹을 기분이 아닌 것 같은데! 아침이라고오!”
악어머리 부족이 과하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연꽃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었다.
“하지만 땅속에서일어서가 아침을 먹어야 힘을 내서 싸울 수 있다고 말하라고 했어요. 안 가신다고 말할까요?”
“……아니, 가겠다. 왜 그러고 있는지 한번 물어봐야겠다. 목을 칠 일이 있으면 치기도 해야 하니까.”
악어머리 족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뭐?”
“땅속에서일어서의 목을 칠 일은 없을 것 같다고요.”
“동굴을 찾았다는 거냐?”
“직접 가서 보세요.”
“알았다.”
그렇게 연꽃을 따라 악어머리 족장이 초막 밖으로 나왔고, 초막 밖에 선 채로 대기하고 있던 전사들이 악어머리 족장의 뒤를 따라 땅속에서일어서가 있는 움막으로 향했다.
* * *
우리에게 배정된 초막 앞에서는 큰바위가 구해 온 돌판의 중앙에는 밑간을 한 물소의 갈빗살이 지글지글 익고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소기름을 골고루 바른 더덕이 길게 찢긴 채로 노릇하게 잘 구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은 그저 먹고 싶은 눈빛으로 군침만 삼키는 놈도 있었고, 여전히 우리에게 살기를 뿜어내는 놈들도 있었다.
“지금 돌판 위에 고기를 구워? 목이 날아가기 전에 배불리 먹겠다는 거냐?”
악어머리 족장이 다가와서 호통을 쳤지만 눈빛은 달랐다. 자기는 왜 이렇게 돌판에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눈빛이다.
이게 발견이라는 것이다.
원래 발명이 아닌 발견은 아주 간단한 것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 간단한 것을 발견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러면서 부족 전체가 나 때문에 초상집 부위기인데 남 일처럼 이러고 있는 내가 못마땅한 눈치기도 했다.
“이렇게 구우면 맛있죠.”
“땅속에서일어서! 정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저도 하늘 부족 족장입니다.”
“족장도 죽으면 움직이지 않는 고깃덩어리와 똑같지.”
“뭐, 그렇기는 하네요.”
“나는 제비꽃의 아들의 머리를 장대에 걸고 싶지 않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때 고기를 먹던 큰바위가 입안에 가득 고기를 넣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형은 고기나 먹어.”
“왜?”
“먹어. 형이 나설 때가 아니다.”
“알았다. 네가 잘 말해라.”
“응.”
고기나 먹고 있으라는 말에 큰바위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휴우…… 들킬 뻔했네.’
참 내 입장 애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