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내가 원시시대의 홍길동이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니 말이다.
“화만 내시지 말고 우선 앉으세요. 굉장히 맛있습니다.”
“이게 로스구이라는 거다. 너희들은 이런 거 머리털 나고도 못 먹어 봤을 거다.”
큰바위가 자랑을 하듯 말했다.
“로스구이?”
“이렇게 먹으면 아주 맛있습니다.”
누가 보면 그냥 평범한 아침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부족 전체가 이달투에게 여자들을 빼앗겨서 밤처럼 차갑기만 한데 아침을 먹겠다는 거지?”
악어머리 족장이 못마땅한 눈빛으로 말했다.
“먹어야 힘이 생겨서 잘 싸우죠.”
“차, 찾았다는 거냐?”
“찾았을까요?”
“너랑 웃음소리 할 기분이 아니다.”
웃음소리는 농담을 의미했다.
“말해! 찾았냐?”
악어머리 족장이 나를 노려봤다.
“찾았어요. 못 찾았으면…….”
“그래도 돌아왔겠지.”
“……도망치려고 했어요.”
“또 웃음소리를 하는군. 정말 찾은 거냐?”
“찾았어요. 아주 찾기 힘든 곳에 있더군요. 바위틈에 있어서 겨우 찾았네요.”
“우리 전사들이 2백 명이 넘게 싶은 산을 헤맸었다. 그런데도 못 찾았는데 그런데 지금 그 깊은 밤에 놈들의 거처를 찾았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냐?”
최소한 악어머리 부족 전사의 수가 2백이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음…… 부락을 지키는 전사도 있었을 테니까.’
모든 전사를 합치면 아마도 3백 이상일 것이다.
“뭐, 눈뜬장님이었나 보죠.”
“눈뜬장님?”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찾았어요.”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악어머리 족장은 내 말을 믿는지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하지만 족장의 뒤에 있던 이빨은 여전히 못 믿겠는지 따지듯 물었다.
“이거면 됩니까?”
나는 대나무 통에 넣어둔 이달투의 머리를 끄집어내 악어머리 족장과 그의 신복인 이빨의 앞에 던졌다.
그리고 이달투의 머리를 확인한 악어머리 전사들이 경악을 하듯 앓는 소리를 냈다.
“장대에 거세요. 됐습니까?”
“정…… 정말 찾은 것이냐?”
“예, 그러니까 우선 식사부터 하시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뭐?”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턱이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지나가다가 멈춰 선 여자를 봤다.
‘백인 여자가 부족에 있었네?’
미끈한 다리에 큰 가슴 그리고 조막만 한 얼굴의 여자가 우리 움막을 지나치다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파르르 눈동자를 떨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아하, 큰눈이 좋아하는 여자가 저 여자군.’
백인 미녀의 황금빛 머리카락에는 물소의 뿔을 받고 큰눈에게 넘긴 비녀가 꽂혀 있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와…… 엄청난 미녀이기는 하네.’
남자라면 누가 봐도 흑심이 생길 수 있는 외모다.
만약 저기서 귀가 뾰족하게 솟아올랐다면 이전 어비스에서 봤던 엘프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를 저렇게 보는 거지?’
잠시 ‘혹시 고기가 먹고 싶었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돌판을 보고 있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나에게 고정되었던 그녀는 주위를 의식한 듯 고개를 돌렸고,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리고 악어머리 족장의 뒤에 서 있던 큰눈이 백인 여자를 보고 똥 마려운 강아지의 눈빛을 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나서 백인 여자를 따라갔다.
“좋다, 먹자! 내가 준 고기군!”
“예, 드시죠.”
악어머리 족장은 손으로 아직 핏기가 가시지 않은 뼈가 붙어 있는 갈빗살을 집어 들었다.
“고기에 칼질을 했군.”
“이러면 더 부드러워지죠.”
“고기는 그냥 고기다. 따지는 것이 많군. 먹으라고 하니 먹는다.”
“잠깐만요.”
“왜?”
“먹기 전에 이걸 뿌리시면 더 맛있을 겁니다.”
나는 악어머리 족장이 집어 들고 있는 고기에 소금을 살짝 뿌렸다.
물물교환을 위한 미끼를 던진 거다.
소금의 맛을 보면 악어머리 족장은 놀랄 수밖에 없다. 그가 담배의 노예가 된 것처럼 곧 소금의 노예까지 될 것이다.
‘흥분이 가라앉으면 떠나게 해 주겠지.’
악어머리 부족에는 잡아 온 여자가 많다. 그러니 열 명의 여자쯤은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다. 지금이야 전사들 때문에 악어머리 족장이 이러는 것뿐이다.
“그건 뭐냐?”
“소금이요.”
“소금?”
“예, 백 번 말해 봐야 이해하지 못하실 거니까 그냥 드셔 보세요. 드시고 나서 말씀하시죠.”
“……가끔 너는 좀 이상하다.”
“그러게요.”
웃어 보였다. 물론 악어머리 족장의 뒤에 있는 전사들은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다.
“어…… 어떻게!”
밑간을 하고 생강을 다진 즙을 바른 갈빗살에 다시 소금을 뿌린 고기를 먹자마자 악어머리 족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경악을 한 듯, 입을 쩍 벌렸다가 다시 허겁지겁 갈빗살을 뜯기 시작했다.
“어때요, 맛있죠?”
“어떻게 고기에서 이런 맛이 나지?”
“알려 드리면 저희들을 그냥 보내 주실 건가요?”
“뭐?”
내 농담에 악어머리 족장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묘한 눈빛을 보였다.
마치 자신이 같이 앉아 있다고는 하지만 나를 둘러싼 채 적의를 보이는 열 명의 악어머리 전사들이 사이에서 이런 농담을 한 것에 놀란 눈빛이었다.
‘이럴수록 허세는 위세가 되지.’
운신의 폭이 좁을 때일수록 어깨를 더 쫙 펴고 당당하게 굴어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적의를 품었던 놈들이 다시는 나를 깔보지 못할 테니까.
“땅속에서일어서가 웃음소리를 못하게 죽을 만큼 매질을 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이달투의 머리는 어디서 주워 왔을 겁니다.”
“땅속에서일어서를 매질해야 합니다!”
뒤에 있는 전사들이 흥분한 것 같다.
역시 악어머리 전사들은 내게 적의를 품고 있다. 마치 누가 시킨 것처럼 말이다.
‘뭐, 보나마나 큰눈이겠지.’
짐작이지만 그럴 것 같다.
“뭐, 웃음소리였습니다.”
살짝 물러날 때다. 물론 보내 준다고 해도 그냥 갈 마음은 없다.
‘평생 미네랄을 캐는…….’
나는 이달투의 동굴에서 더 대단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가라고 해도 이제는 갈 마음이 없다.
“조용히 해라!”
“예, 족장님!”
“땅속에서일어서 족장! 나는 분명 그럴 기분 아니라고 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부족민을 아끼시는 족장님의 마음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니 우선 고기부터 드시죠. 뭐라도 먹어야 싸울 힘을 낼 수 있죠. 드시면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나무뿌리는 왜 굽고 있는 거냐?”
원시인들에게 더덕은 그냥 나무뿌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 이후에는 악어머리 부족은 더덕을 캐기 위해 산을 헤매게 될 것이다.
“먹는 겁니다.”
“먹어? 나무뿌리는 못 먹는다.”
겨울 빼고 나머지 계절에는 먹을 것이 지천으로 깔려 있기에 지금까지 나무뿌리까지는 캐서 먹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거참, 의심도 많네, 일단 먹어 봐요. 어서 드셔 보세요. 캬~ 고놈, 참 잘 익었네.”
나는 젓가락으로 잘 익은 더덕을 집어 악어머리 족장에게 내밀었다.
“손에 들고 있는 그건 뭐냐?”
“젓가락입니다.”
“손이 있는데 왜 그런 것으로 먹지?”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부족은 원래 이렇게 먹습니다.”
내 말에 늑대발톱도 큰바위도 젓가락을 악어머리 족장에게 들어 보였다. 그리고 악어머리 족장은 젓가락이 신선한 충격인 모양이다.
손으로 집어 먹는 것보다는 우아하게 보일 테니 말이다.
“드세요.”
내 말에 악어머리 족장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더덕구이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몇 번 씹더니 눈동자를 부릅떴다.
‘동공 터지시겠네.’
그의 등 뒤에서 지복이니 미미니 하는 글자가 보이는 듯했다.
고기는 고기고, 더덕은 더덕이다. 그 둘의 맛은 확연히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맛있다는 것!
여기에 도토리 국수라도 삶아 주면 난리가 날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나는 왜 아직까지 못 먹었던 거지?”
“뭔지 모르시잖아요.”
“……너는 뭔가 특별하구나. 그리고 그 가루도 아주 특별한 것이고.”
“예, 아주 특별하죠. 우선 그냥 식사나 하시죠. 배가 불러야 사나움도 누그러들잖습니까.”
“알았다. 이빨!”
“예, 족장님!”
“여기 앉아라! 같이 먹자!”
악어머리 족장은 좋은 것이 있으면 이빨이라는 전사와 나누는 것 같다.
“예.”
이빨은 터벅터벅 걸어와 털썩 하고 자리에 앉았다.
“먹어라. 머리에 털이 나고 이렇게 맛있는 고기와 나무뿌리는 처음 먹어 본다. 내가 이런 큰 부락의 족장인데 내가 못 먹어 본 것이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 정도로 맛있는 겁니까?”
“말로 해서 뭐하겠냐? 어서 먹어 봐라.”
“예, 족장님! 감사히 먹겠습니다.”
고기는 내가 구웠는데 이빨은 악어머리 족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고…… 고기가 씹지도 않았는데……!”
눈동자가 커졌다.
“입안에서 얼음처럼 살살 녹죠? 자, 이번에는 소금을 뿌려서 먹어 봐요. 셋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입니다.”
나는 이빨의 앞에 있는 고기에 소금을 뿌려 줬다.
그리고 바로 이빨이 고기를 빼서 집었고, 탈탈 턴 후에 먹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나를 빤히 봤다.
“죽는다고? 독이냐?”
이빨이 나를 째려봤다.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어이가 없는 순간이다.
“독은 무슨 독이겠습니다? 독이면 제가 먹겠습니까? 그만큼 맛있다는 겁니다. 어서 드세요. 제가 뿌려 드리죠.”
솔솔! 솔솔!
나는 이빨이 집어 든 고기에 소금을 살짝 뿌려 줬다.
“그게 소금이라고 했냐?”
“네, 소금입니다.”
“그건 어디서 구하지?”
“나중에 다시 웃을 수 있으면 그때 물물교환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오늘은 맛보기입니다.”
이빨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뒤에 서 있는 전사들을 봤다.
입에 침이 고인 표정이다. 하지만 전사들까지 먹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를 매질을 해야 한다고 한 놈들이고, 나를 죽이라고 한 놈들이니 말이다.
“……아주 맛있군. 허허, 아주 맛있어.”
악어머리 족장이 고기를 먹을 때마다 감탄했다.
‘참 분위기 애매모호하네.’
내가 비녀를 만들어서 물물교환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명랑한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목적한 그대로 연꽃과 여자들을 얻고, 또 물소의 뿔과 고아들까지 확보해서 내 부족으로 돌아갔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꼬였다.
“이달투들이 사는 동굴을 찾았지만 바로 공격할 수는 없어요.”
“정말 찾았다는 거지?”
악어머리 족장이 고기를 씹으며 내게 되물었다.
“예.”
“어디냐?”
“산속 깊은 곳에 있죠.”
“이빨!”
“예, 족장님! 전사들을 준비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고기를 먹던 이빨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그리 급해요? 먹던 것은 마저 먹어야죠. 급할 것 없잖아요.”
“급할 것이 없다? 하늘 부족은 그렇겠지. 하지만 악어머리 부족은 다르다. 우리를 공격한 놈들을 그냥 두면 다른 놈들도 우리를 무시하고 공격을 한다.”
여자를 빼앗긴 것에 분노한 것도 있지만 다른 어떤 존재가 자신들을 공격했다는 것에 더 흥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