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96
96화
큰눈의 움막.
“뭐? 강한주먹이 당했다고?”
“……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도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강한주먹이 그 망할 놈에게 당하는 것을 똑똑히 봤답니다. 그리고 주술사님도 좀 더 맞았다면 죽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젠장! 어린놈의 새끼가 어떻게 강한주먹을 그렇게 만들어?”
“그게…….”
“그게 뭐?”
“그래도 반쪽은 악어이잖습니까? 제비꽃의 아들이니…….”
“제비꽃 고모는 죽었다. 그러니 두 번 다시 그딴 소리 하지 마.”
“예.”
“……그렇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손자지.”
큰눈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달투 원정대라고 했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놈을 죽여야겠다.”
큰눈의 말에 전사들이 기겁했다.
“큰…… 큰눈 님!”
“아버지께 용의 뼈로 만든 검을 받은 놈이다. 그리고!”
큰눈이 인상을 찡그렸다.
“예.”
“아버지의 손자도 다음 족장이 될 자격이 있다. 그러니 놈의 옆에 다른 악어들이 달라붙기 전에 죽여야겠다.”
“예.”
“다리가길다!”
그러고 보니 큰눈과 이야기를 하는 두 전사는 모두 허리에 용의 뼈로 만든 검을 차고 있었다. 즉 족장에게 인정을 받은 실력 있는 전사란 뜻이었다.
“예, 큰눈 님!”
“동굴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놈이 만든 횃불이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어두울 테니 기회를 봐서 놈을 죽여라.”
큰눈과 땅속에서일어서의 감정이 악화 일로로 치닫는 순간이었다.
“하, 하지만 그러다가 족장님이 아시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두운데 어떻게 알아? 죽은 놈은 말이 없다. 이달투들의 돌에 맞아 죽었다고 하면 그만이다.”
“예, 알겠습니다, 큰눈 님!”
다리가길다라고 불린 악어머리 전사가 대답을 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 *
소나무밭에서 송진을 따고 내려온 사람들 모두가 초막 앞에서 횃불을 만들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자, 이렇게 하면 완성이죠.”
-송진 횃불을 제작하였습니다.
채취한 송진 덩어리를 삼베로 칭칭 감아 놓고, 나무 막대기의 위에 올려놓고 삼베로 다시 묶었다. 그리고 삼베 천 부분에 돼지기름까지 잔뜩 바르자마자 메시지가 떴다.
-횃불(중급)
송진이 발린 횃불.
연소 시간 : 8시간
‘8시간이면 짧은 시간은 아니지.’
연소 시간이 이 정도로 길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했다.
“이게 횃불이라고?”
늑대발톱이 내게 물었다.
“예, 이렇게 송진하고 돼지기름을 발라 놓으면 불이 더 밝고, 오래 타죠.”
“역시 족장은 대단하다.”
이제 동굴 속에서도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횃불은 차후에도 악어머리 부족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런데 나무는 잘라 오셨어요?”
“다 잘랐다.”
큰바위가 비지땀을 흘리며 지름 50센티미터 정도의 통나무를 들고 왔다.
‘이걸로는 방패를 만들어야겠지.’
횃불이 있다 해도 동굴 안은 어두울 테고, 혹시 모르는 미연을 방지하기 위해 무기와 방어구 제작에 박차를 가해 볼 참이다.
무기와 방어구까지 준비한다는 것은 악어머리 부족을 더 강한 부족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 될 것이다.
‘적이 될 수도 있지만…….’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했다. 나도 내가 숨겨 둔 목적에 의해 이달투 원정대에 참가할 생각이다. 그러니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 같다.
횃불이 있다고 해도 동굴은 원정대보다 이달투 놈들에게 더 익숙한 지형이다. 최소한의 방어구도 없이 그냥 들어가면 초음파를 쓸 수 있는 나 빼고 다 죽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하지만 이달투 놈들에게 포위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끄응, 톱이 필요한데…….’
악어머리 족장에게 달라고 할 참이다. 물론 지금 이 모든 준비가 차후에 나를 압박하게 될 수도 있지만 우선은 이달투 원정대만 준비할 생각이다.
“잠시 악어머리 족장에게 다녀올게요.”
“왜?”
“받아 올 것이 있어서요.”
“그래? 나도 같이 가.”
연꽃이 일어섰다.
“흐음…… 그러지, 뭐.”
나는 일어선 연꽃의 손을 꼭 잡았다.
“왜 손을 잡아?”
“네가 좋아서. 앞으로는 손을 꼭 잡고 다니자. 하하하!”
* * *
“뭐? 용의 뼈로 만든 검을 하나 더 달라고?”
악어머리 족장은 내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예, 있으시면 저 하나만 더 주세요.”
“그 검은 흔한 것이 아니다.”
악어머리 족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알고 있어요. 대신 제가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을 강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방패와 갑옷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방패? 갑옷? 그게 뭐야?”
원시인들이 무기를 만든 것은 안전한 사냥을 위해서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약하다. 맨몸으로는 30㎏을 넘어서는 짐승은 대부분 이길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 강한 짐승을 사냥하기 위해 인류는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제일 처음으로 주먹도끼를 만들고 그 다음으로 돌도끼와 돌창을 만들었다.
활이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는 활이라는 무기가 큰 동물을 사냥할 때 쓰는 것보다 사람을 죽일 때나 전쟁을 할 때 더 유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물소나 매머드를 사냥할 때 화살보다는 투창을 이용해 사냥을 하는 것이 사냥감에게 더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사냥이 아니라 전쟁을 하는 것이다.
이달투도 따지고 보면 사람이니 말이다.
“악어머리 부족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흠…… 모두 나가 있어라.”
그때 악어머리 족장이 내 뒤에 있는 전사들과 자신 옆에 있는 전사들에게 모두 나가라고 말했다.
“저도 나가겠습니다.”
이빨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악어머리 족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모두가 나간 다음 악어머리 족장이 나를 다시 봤다.
“왜지?”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너도 한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다. 그리고 나는 네가 아주 똑똑한 족장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악어머리 부족이 강해진다면 너한테도 좋은 일은 결코 아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서로 도끼를 들고 노려볼 수도 있다.”
악어머리 족장은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 그리고 ‘왜지?’라고 물었을 때 찰나지만 악어머리 족장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악어머리 족장이 앉은 자리 옆에는 뼈로 만든 검이 놓여 있었다.
‘나를 죽일 생각을 했을까?’
나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악어머리 족장은 내가 성장하면 자신의 아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큰눈이 족장이 된 후에 제가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그래, 그런 생각도 했었다.”
“그렇다면 저를 죽일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겠군요.”
내 물음에 악어머리 족장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제 부족으로 돌아가는 길을 걱정해야 합니까?”
“나는 왜냐고 물었다.”
“내일 해가 뜨는 일은 내일 해가 뜰 때 걱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오늘만 생각합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동굴로 들어가면 다 죽습니다. 동굴 안에서 우리는 앞이 잘 안 보입니다. 하지만 이달투들은 잘 볼 겁니다. 아무리 강한 전사도 눈이 보이지 않으면 아이한테도 돌창에 찔려 죽죠.”
“오늘만 생각한다고?”
“예, 저는 오늘만 생각하고 삽니다.”
“그게 전부냐?”
“그리고!”
나는 말을 하다가 멈추고 악어머리 족장을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저는 연꽃이 마음에 듭니다. 족장님이 말했던 것처럼 저는, 하늘 부족은 강해질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연꽃이 좋습니다. 연꽃이 살았던 부족을 제가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서로 강해지자는 겁니다. 저는 강해지면 산 위로 올라가서 산을 가지고, 산을 넘어 강을 건널 겁니다. 큰눈이 족장이 되면 강 아래로 내려가서 더 큰 부족이 되면 됩니다.”
지금은 그렇다는 것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가 되면 서로 돕자는 겁니다.”
악어머리 족장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또 원하는 것이 있군.”
“있죠.”
“뭐냐?”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네가 그렇게 말했지만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죠. 하지만 큰눈이 저를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면 저도 큰눈과 어깨동무를 하며 살 겁니다.”
“그 말을 믿어도 되냐?”
“연꽃을 제게 주신 이유가 그거 아닙니까?”
혈족을 다른 부족에게 내어 준다는 것은 근친상간을 피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동맹의 의미가 가깝다.
“땅속에서일어서야!”
그때 악어머리 족장의 목소리가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변했다.
“예.”
“……부탁한다. 큰눈에게 힘이 되어 다오. 너도 제비꽃의 아들이니 내 피를 이어받았다. 그러니 너도 악어고, 우리 혈족이다.”
이 움막에서 모두를 내보냈던 것은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을 것 같다.
“악어머리 부족의 다음 족장은 큰눈입니다. 그리고 저는 하늘 부족의 족장입니다. 우리는 연꽃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게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알았다. 받아라!”
악어머리 족장은 자신의 옆에 있던 용의 뼈로 만든 검을 잡고 잠시 바라보더니 내게 내밀었다.
처음 내게 줬던 용의 뼈로 만든 골검은 전 어비스에서 보던 장검과 비슷한 정도의 폭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 내게 내민 골검은 그 폭이 2배 이상 넓었다.
아마 저 골검은 악어머리 족장이 사용하던 칼일지도 모른다.
나도 악어머리 족장처럼 골검을 잠시 보고는 받아 들었다.
‘날을 날카롭게 잘라 낸 조각은 화살촉으로 쓸 수 있겠다.’
“잘 쓰겠습니다.”
“이달투 원정대 출발 준비는 언제 끝나겠냐?”
“방패와 갑옷을 만든 후에 바로 출발할 생각입니다.”
“알았다. 나가 봐라.”
“예, 장인어른!”
“장인어른?”
“연꽃의 아버지이시니 앞으로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이 독대를 통해 악어머리 족장의 본심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시 한 번 원시인들의 머리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상상 이상으로 똑똑해.’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족장이기 때문에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고민한다. 족장은 무엇이 자신에게, 부족에게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마 내가 악어머리 족장과의 독대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명성 수치 때문일 것이다. 명성 수치는 부족민을 통솔할 때도 도움이 되지만 이런 담판이나 신뢰감을 심어 줄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만 생각하자.’
악어머리 족장이 나를 믿는다면 최소한 그가 살아 있을 때에는 악어머리 부족과 내 하늘 부족은 적대적 관계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큰눈이 족장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아니, 지금 당장에라도 악어머리 족장이 마음을 바꾼다면 큰눈보다 더 위험하다.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해서 모진 훈육을 하는 아버지니까.
하지만 당장은 적대적인 관계는 아니다.
그럼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 준 방어구로 악어머리 부족이 강해지는 것은 내게, 그리고 하늘 부족에게 절대 이롭지 않은 일이다. 이 원시시대의 부족들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다른 부족을 습격하고 빼앗는 것이 일상이니까.
그리고 만약 큰눈이 나를 족장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자라고 생각한다면 악어머리 족장이 죽기 전에 내게 손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내 모든 준비는 또 호구 짓을 하는 게 분명했다.
‘호구 짓이기는 하지만…….’
대나무 숲으로 돌아가서 더 강한 무기를 만들면 된다.
‘생각해 둔 것이 있지.’
대나무 갑옷의 재료도 결국 나무고, 방패도 나무로 만든다.
나무를 활활 태울 것을 만들면 된다.
‘부족 전체가 강해져야 해.’
하지만 내 하늘 부족은 아직 부족이라고 할 것도 없다.
전사 셋에 할머니와 제비꽃이 부족민의 전부이니 말이다.
‘고아들을 꼭 데리고 가야 한다.’
부족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부족민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악어머리 족장에게 원하는 것은 고아들이다.
‘주는 것만큼 받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