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ignore the joint again! RAW novel - Chapter 152
152. 공동파 대제자 이정문.
“학위사, 강찬.”
자신을 부르는 말에 정문이 돌아선다. 그리고 마주하게 되는 한 인물. 자신이 몸을 차지했던, 진짜 공동파 대제자 이정문의 모습이, 강찬을 반겼다.
“이정문···?”
자신의 내면이나 무의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허나, 강찬의 강한 본능이. 저건 진짜 이정문이라, 크게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바로 알아봐 주네. 고마운걸.”
다정하다. 자신이 쓰던 어투와는 다른 어투.
진명과 명화, 그리고 묵환이 기억하는 이정문의 모습은 저런 것이었으리라. 정문은 그렇게 생각했다.
“갑자기···, 왜···?”
“왜라. 글쎄. 너도 궁금할 게 많을 거 같은데···? 아닌가?”
“······.”
“잠시 걷지. 나눌 말이 많잖아.”
옅은 미소를 남긴 이정문은 가볍게 웃으며 강찬을 지나쳐 걸어 나갔다. 몇 걸음 걷더니 이내 멈춰서 고개를 돌리는 이정문.
얼른 따라오라는 그의 무언이었다.
“······.”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따라나서는 정문.
그간 의문으로 남은 것들을 이제는 알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정문이 진짜 이정문을 따라나섰다.
* * *
정문의 신형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허나,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무림맹의 고수들.
자정부터 운양, 충산, 고암, 당천정, 남궁걸 등. 한 명의 이름만으로도 사파인들이라면 온몸을 벌벌 떨 걸출한 무인들이 절벽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번 전쟁을 끝낸, 그리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정도 무림의 영웅을, 구하려는 이들이다.
많은 이들이 뛰어들어서일까, 정문의 몸은 이내 누군가의 손에 잡히고 만다. 화산의 운양이. 적당한 높이에서 정문의 몸을 받아내었다.
“잡았네!”
“운양 도장! 이쪽으로!”
연달아 운양, 당천정, 남궁걸까지 이어지는 인의 고리. 서로가 절벽에 매달려 서로를 잡는 풍경 아래에서, 정문의 낙하는 멈출 수 있었다.
이들이 협곡으로 내려온다. 서둘러 정문을 바닥에 내려두는 무인들. 생각보다 깊이 박힌 검에, 의식을 잃은 무정검이 바닥에 누웠다.
“정문아!”
“무정검!”
정문을 둘러싸는 무림맹의 무인들. 그런 무인들을 헤집고, 당천정이 자리를 차지한다.
“모두 나오시오! 내가 보겠소! 내가!”
당문은 독(毒) 외에도 의술로 유명한 곳이다. 당문의 가주인 당천정 역시 마찬가지. 당천정은 서둘러 기력을 두른 손으로 정문의 혈도를 누르며 그의 안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정문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는 당천정. 이미 혈도를 눌러 지혈을 해두었음에도 한 줄기의 핏물이 솟구친다.
당천정의 옷이, 온통 정문의 피로 가득했다.
“어, 어떻소, 당가주?”
“말 시키지 마시오! 내 어떻게든 해볼 터이니!”
당천정의 눈매가 사납게 올라간다. 정문의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금창약! 그리고 단약! 가지고 올 수 있는 건 모두 끌어 오거라! 얼른!”
– 슉! 슉슉슉! 슉!
단청전은 빠르게 정문의 혈도를 제압하며 출혈을 잡는다. 그리고 뿌려지는 금창약과 입으로 향하는 여러 단약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이 정도 조치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젠장···! 무슨 내력이···!”
이리도 흘러넘칠까. 당천정은 단약을 모조리 때려 박아도 회복력이 오르지 않는 정문의 몸을 보며 식은땀을 주륵 흘렸다.
“······.”
“······.”
주변이 숙연해진다. 어쩌면, 무정검이라는 걸출한 무인이. 이번 전쟁을 끝낸 영웅이. 정말 전설처럼 이 자리에서 산화하는 걸까. 다들 그런 걱정을 앞세우는 것이다.
“안 죽소! 안 죽어! 다들 초상집 분위기 띄우지들 마시오. 차사(差使)가 오면 독살해 보낼 것이오. 염왕부에 들었다면 염라도 독살하면 그만. 내 반드시 살릴 것이니···!”
당천정은 계속해서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여전히 무정검의 회복력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내력이나 기력을 소진한 문제가 아닌, 몸 자체의 회복력의 문제.
큰 싸움이 끝나고 또 많은 기운을 소모한 정문의 몸에,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진기가 약해진 탓이다.
“당독단(唐毒丹)···, 그 정도 되는 영약만 있었어도···!”
영약은 내력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몸속의 진기도 보충해주는 것들이다. 당장에 큰 상처에는 약으로 쓰이기도 하는 것들이고.
“혹···, 자소단이나 대환단, 태청단··· 그런 거 가지신 분 없소이까?”
당천정은 고개를 들어 신단을 수배한다. 정문 정도의 내력을 지닌 무인을 살리려면, 그 정도의 신단은 필요할 것이다.
“···당가주, 전장의 한복판이었습니다. 누가 그런 신단을···”
“···이런 젠자앙-!”
– 쾅! 쾅! 쾅!
답답한 듯 땅을 치는 당천정.
당장에 강한 기운을 불어 넣어 진기를 채우지 못하면, 살리겠다는 당천정의 말이 허언이 될 지도 모른다.
몰려드는 주변의 무인들.
저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무정검과 당천정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이들 중에는, 정문의 의동생이자, 이번 전장에서 멋들어진 활약을 펼친 개방의 육결개, 홍구 역시 있었다.
“고, 공동의 단약이 검상에 아주 잘 듣던데, 그건 없습니까?”
홍구는 일전에 금의위에 칼을 맞고 공동산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런 그에게 공동파 도사들이 내밀었던 것이 바로 천선단.
홍구는 칼 맞은 사람답지 않게 무서운 회복력으로 몸을 회복했고, 이내 내력까지 늘어났다. 자신의 회복력이 일반적이지 않았음을 아는 홍구는 서둘러 그때의 단약을 떠올렸다.
“마, 맞아요! 사형께서 당문의 은거 기인께 배운 단약이라 했어요! 혹여··· 신단의 효과가 있지는 않을지···!”
홍구의 말을 받으며 서둘러 품을 뒤지는 명화. 명화는 공동파 도사라면 누구나 지닌 천선단을 품에서 꺼내 당천정에게 가져갔다.
“사형께서는···, 일전에 이 단약을 복용하고도 아무런 내력의 증진이 없으셨습니다. 혹···, 상처에도 효과가 없진 않을지···”
중간에 선 진명이 이전에 있었던 일을 말하며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괜찮네. 영약은 한 번 먹기만 하면 차후 다시 복용해도 내력을 늘려주지 않지. 허나, 상처의 회복은 다르네. 분명 효과가 있을 걸세.”
이를 일축하는 의원, 당천정의 말.
“그, 그럼!”
진명과 명화는 표정을 밝게 피며 얼른 천선단을 내밀었다.
허나.
“······.”
이를 받아든 당천정의 표정이 좋지 않다.
“왜 그러십니까?”
“당가주! 서둘러야!”
“이건···, 쓸 수 없소. 아쉽지만···.”
!!!
“어, 어째서?”
“분명 좋은 신단이오···. 허나, 너무 좋다는 게···, 오히려 문제인 것 같소.”
“그게 무슨···?”
“상했다는 말이오. 중원의 날씨는 서역의 날씨와 다르오···. 신단이나 되는 좋은 영약은···, 이런 기후의 영향을 필히 받는 법이외다···”
“아···”
“그런···!”
모두의 입에서 한숨이 터진다.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
“이런 젠장-!”
사풍은 화가 나는 듯 바닥을 발로 차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문을 둘러싼 진명과 명화, 그리고 묵환. 늘 함께했던 이들을 사풍이 찬찬히 바라봤다.
서역의 뜨거운 햇빛은 눈치도 없이 나려 이들을 비춘다. 사풍이 그런 햇빛에 슬쩍 눈을 찡그리려 할 때.
!!!!
사풍의 눈이. 진명의 허리춤에 닿는다. 잘 꾸며진 양검. 조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잘 버려진 양검이 사풍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 비키시오!”
사풍은 서둘러 진명을 밀어내고 정문의 몸에 달라붙었다. 당천정까지 옆으로 밀어 둔 채 정문의 품을 뒤지는 사풍. 사풍의 손이, 무언가를 찾는 것 같다.
‘있다!’
사풍은 잠시 정문을 더듬더니 이내 정문의 품에서 작은 술병을 하나 꺼내 올린다. 한기(寒氣)를 가득 품은, 작은 술병을.
“사풍, 왜 그러느냐?”
“이, 이거! 이거 기억나지 않으시오?”
사풍은 진명을 잡고는 술병을 보여준다. 일전에 무위에서 지하 분묘를 발견했을 때 정문이 가져갔던, 그 술병이다.
“분명 한기를 품은 술병이었소! 이거라면! 이거라면!”
사풍은 잘 봉인된 술병의 입구를 열고 이를 털어낸다. 그리고 떨어지는 작은 단약들. 자신들이 익히 아는 그 모양이다.
“음···! 이거라면 충분하겠네! 기운을 전혀 잃지 않았어!”
당천정 역시 사풍이 털어낸 단약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이를 으깨 정문의 입으로 밀어 넣는 당천정. 정문이 이를 삼키는 걸 보고 나서야, 당천정이 그의 혈도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살아야 하네! 살아야 해!”
당천정의 외침이, 협곡에 울렸다.
* * *
“···그렇게 된 건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서로의 바로 앞만 겨우 보이는 공간을 두 명의 젊은 사내들이 걸어간다.
그들의 모습이, 똑같이 생겼다.
“역시 특위사였군. 거기에···, 날 죽인···, 아니. 죽이려 했던 특위사라니.”
정문은 진짜 이정문을 통해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전해 들었다. 이제야 그가 정문의 의식 속에 나타난 이유까지 전부.
원래 이정문은 태상장로와 자정의 갈등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공동파 일대제자의 현실에 낙담했었다. 그렇게 사문을 자주 비우며 청유하러 다니던 그는 취병봉의 한 동혈에서 흑요석 목걸이를 주웠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 목걸이가.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혼원구(魂原球)라 불리는 공동의 오래된 신물이라는 목걸이. 그 목걸이는 혼원구라는 이름 그대로 내부에 혼을 봉인할 수 있는 목걸이라, 이정문은 말을 전했다.
“내가···, 머리를 박은 게 그 구슬이었다는 말이군.”
“사고였지.”
“······.”
흑요석 구슬은 강찬의 머리에 부딪혀 조그만 조각이 생겼다. 그리고 그 조그만 조각이 난 틈으로, 정문의 혼이 빨려 들어갔던 것이다.
“혼원구는 하나의 혼만을 채울 수 있거든. 하나가 나가면···, 하나가 들어와야 하고, 반대로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는 나가야 하는 법이지.”
“내가 들어갈 때 나간 건 그럼···?”
“머리로 전이된 내 기억. 황궁에 닿기 전까지···, 내가 봉인해뒀던, 그 기억들이지.”
“···돌고 돌아 다시 이 몸으로 돌아온 거군. 그 기억들이.”
“반대로 내가 가지고 있던 2년의 기억은 돌아가지 못했지만.”
“그럼 지금 혼원구에 든 게···?”
“곧 돌아갈 거야. 또···, 깨져버렸으니까.”
– 씨익.
설명은 전부 들었다. 어째서 이정문이 황궁으로 갔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정문은 우연히 청유를 나서던 중 조숭의 명으로 감숙에서 공작하던 특위사와 마주쳤다. 그와 부딪혔고 겨우 그를 제압한 이정문은 조숭이 안왕과 무림을 엮어 감숙을 쑥대밭으로 만들려던 계획을 가장 먼저 알아챘다.
이를 더 알아내기 위해 그는 특위사로 잠입했고, 이를 위해 자신의 기억과 내력, 그리고 무공의 일부를 혼원구에 봉인했었다.
자신도 모르게 기억이 과하게 봉인되어 자아마저 잃었던 기간이었지만, 강찬이라는 학위사가 이를 조각 내준 덕에 이정문은 잠시간 원래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감행했던 것이 황궁의 탈출.
그 과정에서 여러 특위사의 합공을 받아 그도 절명에 이르고 말았지만, 혼원구에 흘러들었던 강찬의 영혼이, 다시금 그의 몸에 들어가 이렇게 무정검 이정문으로 탄생한 것이다.
“돌아온다는 말은···, 기억뿐인가?”
정문의 질문이 의미심장하다. 기분 나쁘지 않게 슬쩍 웃어 보이는 진짜 이정문.
“영혼도 돌아갈까···, 겁나나 보네.”
!
“아니···, 뭐. 내 몸도 아니니까···.”
“걱정 마. 혼원구는···, 한 번 봉인한 걸 두 번씩 돌려주진 않거든. 아쉽게도 기억들이지만 한 번 봉인했던 나는 원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해. 그게 혼원구의 신력이고···, 또 저주지.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마지막 영혼을 끌어 모은 거고.”
“···왜인지 미안해지는데.”
“미안할 건 없어. 잘해줬잖아.”
“···원망은 없는 건가? 원래라면···. 네 자리잖아.”
자신을 원망하지 않냐는 물음이 정문의 입을 탄다.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은 모두 원래 이정문의 이름으로 이룬 것들이니까.
하지만, 원래 이정문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며, 이를 부정했다.
“나였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야. 네가 이룬 것들은···, 모두 네 능력으로 이룬 거니까. 사문을 바로 잡았고, 엇나갔던 사제도 품었지. 이제는 공동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없고. 잘해줬어. 진심이야, 이건.”
따스한 눈빛이 정문을 감싼다. 누구보다 공동을 사랑했던, 원래 이정문의, 눈빛이.
원래 이정문 역시 공동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다. 안왕을 엮어 감숙을 뒤엎으려는 조숭의 계략을 알고 자신의 몸을 던져 이를 막으려 했던 사람. 허나, 이를 아는 사람은, 지금의 정문이 전부일 것이다.
“······.”
“······.”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이들은 아니다. 그저 침묵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둘. 둘 중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한 것이 아니고, 둘 중 누구도 이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었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는 눈빛만이 둘 사이를 오갈 때.
– 살아야 하네! 살아야 해!
– 사형! 대사형!
– 무정검!
멀리서 정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들이 부르는 이가 누구인지,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제···, 가야 할 거 같네. 혼원구도 모두 흩어졌고, 영혼도 더는 버티질 못해.”
“성불(成佛)인가?”
“도가에서는 귀천(歸天)이라고 부르지.”
“도사는 아니어서···.”
정문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무슨 말을 전할지 떠올렸다.
“이제부터는 도사로 살아야 해. 이제부터는···.”
지금까지는 아니었어도, 이제부터는 그래야 한다. 둘 사이를 미묘하게 감싸던 어색함을 지우는 말이, 원래 이정문의 입에서 나왔다.
“네가 진짜 이정문이니까.”
정문의 표정이 오묘해진다.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아쉬움을 담는 정문의 표정. 몇 걸음 앞에서 멈춰 선 원래 이정문이 몸을 돌려 정문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원래 이정문의 몸이 점점 흐려진다. 밝게 웃으며 떠나는 원래 이정문의 모습. 그의 모습이, 정말 헌헌한 명문 정파의 대제자다운 모습이었다.
“···고맙···”
슬쩍 손을 들어 올리는 정문. 원래 이정문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색한 감사만이 허공에 남았다.
– 대사혀어엉!
정문을 부르는 소리가 커져간다. 어둡던 공간이 깨어지고, 정문은 다시금 의식을 잃었다.
* * *
“제바알-!”
– 슈우우웅! 슝!
땀에 잔뜩 절은 모습으로 당천정이 손에 힘을 준다. 그의 손끝이 닿은 곳에는, 정신을 잃은 공동의 대제자, 이정문이 좌선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문의 혈도를 잡아 진기를 도인 하는 당천정. 정문의 내력이 예사가 아니기에, 다른 무인들 역시 주변에 붙어 당천정을 돕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공동의 사제들.
“사형···, 대사형, 제발요!”
“히, 힘내십시오! 사, 사형!”
모두가 한마음으로, 무정검이 정신을 차리길 바라고 있다.
점점 지쳐가는 당천정과 다른 무인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수고에 보답이라도 하듯, 정문의 몸에는 혈색이 돌기 시작하며 이내 미세한 기력이 정문의 몸에서 뿜어지기 시작했다.
“와, 왔다!”
“조금만 더!”
“충산-! 기력 풀면 안 됩니다!”
“늙은 거지는 힘이 드네!”
고수들의 표정이 굳어갈수록 점점 펴지는 정문의 몸. 정문의 몸이 크게 한 번 떨리더니 이내, 이들의 기운을 그대로 흡수하기 시작한다.
– 수우우우웅!
크게 울리는 기력 돌아가는 소리. 진기가 모두 채워져, 스스로 단전을 돌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나는 소리일 것이다.
“마, 마지막!”
당천정이 한마디를 뱉자, 이내 다른 이들이 모두 물러선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 손에 기력을 집중하는 당천정. 내력을 실은 당천정의 점혈이 정문의 기혈을 타통했다.
– 푹! 푹! 푹!
– 푸우욱!
거칠게 정문의 혈도를 누르는 손. 그의 손이 마지막 혈도를 지나 허공에 흩뿌리자.
“쿨럭-!”
정문이 한줄기 선혈을 토해내며 이내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
“사, 살았나?”
“컥! 컥! 컥!”
계속해서 몸속의 탁혈(濁血)을 토해내는 정문. 몇 번의 기침을 더 뱉고 난 정문이. 드디어 스스로 허리에 힘을 주며, 앉은 상체를 그대로 일으켰다.
“사혀엉!”
“무정검!”
“정문아!”
몰려드는 사제들과 무림맹의 무인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사이로.
“···주, 죽을 뻔했네···.”
– 씨익.
밝게 웃는, 가벼운 모습의 무인이 목소리를 뽐낸다.
– 와아아아아아아!
– 와아아아아아아!
– 무정검이 살았다!
일시에 터지는 무림맹 무사들의 환호. 전쟁을 끝낸 영웅이 죽지 않고 살아난 것에, 모두가 거친 환호를 토해냈다.
진정한 종전(終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