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bie Life of a Former Ranker RAW novel - Chapter (268)
전직 랭커의 뉴비 생활-268화(26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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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이 하겠단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계획은 빠르게 진행됐다.
가장 먼저 오영식은 테레사부터 끌어들이기로 했다.
‘도진 씨로 이미 어그로는 끝장나게 끌 수 있어. 다음은 얼마나 재밌는 그림을 뽑느냐인데…….’
우승자와 1회전 탈락자를 한 자리에 앉혀 두면 그것만으로도 일단 웃음 한 번은 뽑고 들어갈 수 있다.
‘레사 씨가 이런 일로 기분 나빠할 사람도 아니고.’
테레사는 콘텐츠를 제안하면 좋아하고, 일이 들어오면 더 좋아해서 같이 일할 맛이 나는 크리에이터였다.
오영식은 바로 테레사에게 연락해 의사를 물었다.
[“와… 이 타이밍에 도진이랑요? 팀장님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저 지금 엄청 우울하거든요?”]장난 섞인 엄살을 부렸지만, 테레사는 바로 이렇게 말했다.
[“근데 저랑 도진이만 해요? 결승전에서 싸운 건 탄토인데. 우리끼리만 하면 섭섭해하겠다. 제가 불러 볼까요?”]테레사의 말에 오영식은 귀가 번쩍 뜨였다.
오영식도 탄토를 리뷰 콘텐츠에 합류시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쪽은 당장 우승을 놓쳐 기분이 나쁠 수도 있어서 건드리기가 좀 그랬다.
다른 사람 같으면 눈 딱 감고 제안을 질러 보겠지만, 도진의 지인이기도 해서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테레사가 총대를 매준다고 하니 반가울 수밖에.
“그래 주시겠어요? 그쪽까지 합류하면 금상첨화죠.”
[“제가 물어볼게요. 아마 저랑 도진이가 하는 거라고 하면 할 거예요.”]가장 큰 산이었던 도진을 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테레사가 탄토를 물어왔고, 가장 중요한 출연자 셋이 완성됐다.
나머지를 셋업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 * *
리뷰 방송 공지는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다.
-꺄아아아악!
-흡!
└이젠 사족도 없이 숨부터 참네 ㅋㅋ
-도진 님에 탄토 님, 거기다 테레사 언니의 합동 리뷰 방송이요……? 저 여기 누울게요.
-라엘 일 진짜 잘한다.
└아이돌 판에서도 일 잘한다고 소문 자자함 ㅋㅋ
└업계 진입한 지 별로 되지도 않았는데 일하는 거 보면 그냥 1티어 넘어서 0티어임.
└괜히 다른 회사 아이돌 팬덤들이 자기네 아이돌 그룹째로 받아 주면 안 되겠냐고 푸념하겠냐? ㅋㅋ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공지된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약속한 날이 됐다.
“안녕하세요. 콜로세움 L에서 캐스터로 인사드렸었죠. 오늘은 가벼운 잡담 방송의 MC로 인사드립니다. 한미연입니다.”
세트장은 가상현실에 꾸며졌다.
배경 장소는 한적한 카페.
방송 시작과 동시에 MC 한미연이 잔뜩 몰려든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캬~ MC 선정까지 갓벽하네
-그렇지. 뜬금없는 사람보다는 대회 같이 본 사람이 하는 게 좋지.
-미연 누나, 오늘도 예뻐요!
한미연은 본격적인 방송에 앞서 시청자들에게 오늘 방송에 대해 전했다.
“오늘은 실시간 소통보다는 출연자끼리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될 거예요. 대신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만한 것들은 제가 최대한 열심히 물어보도록 할게요.”
아무래도 좋으니 빨리 시작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시청자들.
그런 와중에 카페 입구로 테레사가 들어왔다.
그녀 또한 실제 모습과 동일한 아바타로 가상현실에 접속한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제가 제일 일찍 왔나 보네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착석한 테레사는 한미연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서 카페로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꺅!”
다른 데 신경을 쓰다 인기척에 돌아본 한미연이 비명을 질렀다.
“푸웁!”
살 찔 걱정 없는 가상현실의 음료를 열심히 마시던 테레사도 입에 머금고 있던 걸 뿜었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그만…….”
테레사와 한미연 두 사람을 놀라게 만든 건 공룡이었다.
정확히는 공룡 머리를 한 사람.
“아,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아바타 설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티라노사우르스의 머리를 달고 나타난 건 탄토였다.
살아 있는 것 같은 티라노 머리통이 말을 하는 모습은 가상현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보기에도 기괴한 것이었다.
“탄토야, 너 그게 무슨 꼴이야……?”
“타, 탄토 님이세요?”
티라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하게 걸어와서 자리를 찾아 앉는 공룡 탄토.
“…….”
“…….”
이상한 사람 보듯 보는 두 사람의 눈초리에 탄토가 어색하게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ㅋㅋㅋ 저게 뭐얔ㅋㅋㅋㅋ
-탄토 탄토야…….
-패배의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이건 도진이가 잘못했다.
-아닠ㅋㅋㅋㅋ 탄토 너 이런 이미지 아니었잖앜ㅋㅋㅋ
탄토의 충격적인 모습에 시청자들도 난리가 났다.
채팅창 반응만 보면 다들 웃다가 죽을 기세였다.
“…지금이라도 바꿔서 올까요?”
탄토가 그렇게 말하며 엉거주춤 일어나려 할 때 도진이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오다 멈칫했다.
-ㅋㅋㅋ 도진이 놀란 거 좀 봐
-카페 들어왔는데 공룡이 쳐다보면 놀라지 당연히!
-그냥 공룡도 아님. 머리만 공룡인 공룡인간임 ㅋㅋㅋ
시청자들 말대로 도진은 탄토를 보고 놀란 거였다.
“오늘 가면이… 좀 특이하네.”
그렇게 말하며 도진은 자리에 앉았다.
그러는 내내 티라노 탄토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음, 음! 탄토 님의 충격적인 모습에 잠시 소란이 있었네요. 그래도 제대로 된 진행을 하는 게 프로겠죠. 안녕하세요, 도진 님, 탄토 님, 테레사 님.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분위기를 정돈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는 한미연.
세 사람도 MC인 그녀에게 다시 인사를 했다.
제대로 된 방송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잠시 스몰 토크가 이어졌다.
그런 뒤 적절한 타이밍에 한미연이 테레사를 보며 질문했다.
“이런 질문을 드리기가 조금 조심스럽지만, 많은 분들이 출연자 명단을 보고 걱정을 해 주셨어요. 테레사 님이 상처 받을 자리가 아닌가 하고요.”
장난 가득한 미소를 짓고 묻는 질문에 테레사는 코를 찡긋거렸다.
그러면서 눈매를 축 늘어뜨린다.
“상처요? 당연히 받았죠. 전 시작부터 탈락했는데 1등, 2등이랑 같이 앉혀 놓다니…….”
“정말이요. 방송이 뭐라고.”
가증스럽게 나지도 않는 눈물을 훔치는 테레사와 죽을 맞춰 주는 MC.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미연은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 그래도 할 건 해야겠죠. 첫 번째 리뷰 영상은 테레사 님의 대크라우스전 영상입니다!”
“잔인해…….”
테레사의 투덜거림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허공에 스크린이 뜨고,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테레사가 크라우스를 상대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그걸 본 도진이 말했다.
“그런데 사실 레사 누나 거는 리뷰할 게 딱히 없긴 해요.”
“왜?”
MC인 한미연이 말할 새도 없이 테레사가 반응했다.
도진은 스크린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상성이 말이 안 되게 불리하잖아. 이건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겨.”
도진의 말에 테레사의 콧대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녀가 정면을 보며 시청자들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봤죠? ‘게임 더럽게 못 하네’라고 댓글 달았던 분. 님이 틀렸어요.”
도진은 테레사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설명을 계속했다.
“레사 누나 입장에서 크라우스 님은 뚫는 게 거의 불가능한 방패를 들고 있는데, 내 방패는 충분히 뚫을 창까지 들고 있는 상대예요. 이 정도 상성 차이가 나면 사실상 극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그럼 결승전에서처럼 장비 등급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대결을 한다면요?”
“그 정도로도 소용없고, 크라우스 님이 저처럼 해도 안 됐을 거예요.”
“도진 님처럼이면, 훨씬 더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를 쓴다는 뜻이죠?”
“네. 아… 그런데 이 경우에는 크라우스 님 쪽이 공격하다 지칠 수도 있으니까 이 경우는 해 보지 않으면 모르겠네요.”
마지막 지점에서 도진의 분석은 여지를 남겼다.
옆에 앉은 티라노사우르스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낮은 등급 장비를 착용해도 그 정도라니. 역시 상성이란 극복하기 힘든 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벽을 가장 크게 느낀 건 테레사 님 본인이실 텐데, 당시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음… 말 그대로 벽이 있는 거 같았어요. 아무리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벽을 두드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시작하자마자 ‘아, 졌구나’ 싶었죠.”
“그런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신 거죠?”
“전 포기를 모르는 여자거든요.”
테레사가 코를 쓱 훔치며 말했다.
“그래서인 거죠? 패배 이후에 화면에 잡힌 표정이 전혀 후회가 없는 얼굴이었잖아요.”
질문을 들은 테레사는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이유도 있고… 진 게 살짝 아쉽긴 해도 어차피 이겼어도 거기가 끝이라고 생각한 것도 컸어요.”
그렇게 말하며 테레사는 도진을 봤다.
“이겨도 만나는 사람이 도진이인데… 대진표 나왔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었죠.”
“아…….”
한미연도 도진을 보며 탄식을 뱉었다.
‘이겨도 만날 사람이 도진.’.
모든 게 이해되는 한마디였다.
티라노는 고개를 끄덕였고, 도진은 어색하게 음료만 마셨다.
다음 차례는 ‘도진vs크라우스’였다.
하지만 이미 테레사 영상 분석에서 크라우스에 대한 도진의 감상이 많이 나온 상태여서, 중요 장면을 도진이 직접 해설하는 선에서 리뷰가 마무리됐다.
“드디어 이 시간이 왔네요. 방금 리뷰한 경기가 화려한 힘싸움의 끝이었다면, 이번에 볼 경기 영상은 숨 막히는 심리전의 끝판왕이었죠. 대회 이후 가장 많은 분석 영상을 쏟아낸 경기이기도 하고요.”
사실상 오늘 모임의 본편.
오늘 자리는 이걸 위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승전 경기의 주인공 두 분이 직접 리뷰할 순서입니다.”
와아아. 짝짝짝. 신이 난 한미연의 모습과 함께 영상이 재생됐다.
시작 직후 영상이 정지됐다.
탄토가 은신에 들어가고, 그를 찾기 위해 도진이 불을 흩뿌리는 장면이었다.
“여기! 여기서부터 시작이죠. 은신에 들어간 탄토 님은 은신에 들어가고, 도진 님은 그런 탄토 님을 찾기 위해서 마법을 쓰셨어요. 여기까지는 어떻게 보면 정석에 가까웠는데… 이 직후 정말 놀랐거든요.”
다시 재생된 영상 속에서 도진을 향해 단검과 도끼가 경기장 양쪽 끝부분에서 날아갔다.
“탄토 님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한 거고, 도진 님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알고 피한 건가요?”
한미연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 탄토는 곤란해하는 눈으로 대답했다.
“이게 그래도 제 비장의 카드 같은 거라…….”
“아… 그렇죠. 맛집 비밀 소스는 역시 비밀인가요…….”
“근데 저도 도진이가 이때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반응했는지는 궁금하네요.”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도진에게 모였다.
도진은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때, 단검 날아오는 거 보였죠?”
0.1배속으로 재생되는 영상을 보며 도진이 말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도진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여기서 불씨 반대편에서 꺼지는 거 보이죠?”
“네?”
“어디?”
-???
-무슨 소리야?
도진이 답답해하며 영상 재생 속도를 더 늦췄다.
그러면서 화면을 확대해 영상을 뒤로 돌렸다.
그러자 불씨 한두 개가 사라지는 게 겨우 보였다.
“단검이 날아온 반대편에서 불씨가 뭐에 부딪쳐서 꺼지더라고요. 그걸 보고 눈치챘죠. 아, 저기에도 뭐가 있구나 하고.”
“저걸 보셨다고요……? 단검이 날아오는 상황에요? 그냥 감각적으로 반응하신 게 아니라요?”
당황해 묻는 한미연에게 도진이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테레사는 쪼옥 음료를 빨아먹고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그랬죠? 어차피 전 이겼어도 끝장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