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03
102. 나이트 크롤러 4
용감한 브란드와 달리 병사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세상에. 사람만이 아니라 짐승 사체까지 나오고 있잖아?”
인간 시체들보다 먼저 마을에서 키우던 개들이 언데드화 되어서 걸어오고 있다.
이 언데드들을 다루는 흑마법 술사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로서 알 수 있었다.
“히익! 너, 너무 많아!”
병사들이 겁에 질려 하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은 지벡이 아자딘에게 물어보았다.
“단죄의 철퇴 마법을 쓰고 싶습니다만 매개로 쓸 철퇴 있습니까?”
“이건 어때요?”
지벡이 철퇴를 요구하자 아자딘이 안장에서 철퇴를 하나 빼서 살펴보다가 그중에 녹슬고 삭은 걸 찾느라 뒤적거렸다.
“………”
“마법 매개로 쓰는데 좋은 거 쓸 필요 없잖아요?”
“급합니다.”
“아 진짜! 요새 바빠서 정리를 좀 소홀히 했더니만!”
아자딘은 철퇴와 망치 중 상태가 좋은 걸 빼고 녹슬거나 이가 나가거나 흠집이 심한 것들을 골라서 지벡에게 건네주었다.
‘이 판국에 굳이 골라내는 것 자체가.’
지벡은 아자딘이 장비의 컨디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 하며 철퇴를 잡았다.
아자딘의 저장강박증 같은 모습에 질린 지벡이었지만 그도 녹슬고 상태 나쁜 것을 먼저 골라서 기원으로 마법을 걸었다.
“도리에 벗어난 것들을 잠재우소서. 왕화의 빛이여!”
-단죄의 철퇴!
지벡이 철퇴를 던지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철퇴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지면으로 급강하하더니 빛의 파문을 사방으로 퍼뜨리며 거기에 닿는 언데드들의 몸이 약간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카악!”
“키에엑!”
언데드들이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치다 쓰러진다. 그러자 저 멀리서 마법의 힘이 넘실거렸다. 흑마법사가 뭔가 주문을 시전한 것이다.
언데드들이 갑자기 하늘을 향해 짐승처럼 울부짖더니 방금 전의 느린 걸음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빠르기로 달려들었다. 수십 구의 언데드가 광포화해서 달려드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히익!?”
“으아!”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창을 들고 대열 유지!”
지벡은 자신의 말을 옆에 두고 스스로 창을 들고 병사들과 같이 섰다. 파도처럼 쇄도하는 언데드들을 상대로 대열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소수의 창병이 대열을 짠다.
그리고 파도가 습격해왔다.
“집중!”
병사들과 기사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지벡 경의 명령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창을 내밀어 자신들을 향해 무섭게 덤벼드는 언데드를 공격했다. 모두의 공격이 집결되자 언데드 하나가 창에 꿰인 채 퍼덕이며 덤벼들었다.
“히익!”
“아! 안 빠져!”
창이 언데드에 박혀 빠지지 않는다. 그사이에 다른 언데드들이 몰려온다.
“사! 살려줘!”
창을 버리고 도망치려는 병사들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벡이 말의 고삐를 잡고 몸을 틀자 말이 뒷발길질로 언데드를 뻥 걷어찼다. 거대한 전마의 뒷발길질에 언데드가 뒤로 날아가 버렸다.
“흡!”
지벡 경이 말을 향해 덮치던 언데드에 창을 찔렀다. 그 창을 비틀어 들어올리며 박혀 있던 창날을 가볍게 빼내고 다시 찌르기를 날려 직접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다시!”
지벡 경이 명령하자 병사들과 브란드가 창을 잡고 다시 전열을 정비했다. 그러고는 금세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조금 전에는 실패한 찌르기로 어렵지 않게 물리쳐냈다.
“흠, 대단하군.”
아자딘은 지벡이 병사들의 빈틈을 메워줘 그들이 창을 찔렀다 회수할 틈을 만들어주는 걸 보며 감탄했다.
지벡 경이 창을 휘두를 때마다 언데드들이 쓰러지는 게 역시 이 기사,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다. 그 지휘력 또한 놀라운 수준이다. 보통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겁이 나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언데드들의 습격을 앞에 두고도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 그 모든 것이 지벡이라는 인물이 보통의 성기사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뭐 지벡이야 성격이 스토익 하니까 실력이 있을 줄 알았지. 브란드 경이 의외인걸.’
노인인 브란드 경은 서기를 했다면서 이상하게 힘이 세다. 하기야 도적 소굴에서 탈출할 때 혼자서 묵직한 쇠지렛대를 휘둘러댔는데, 그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완력이 엄청나니 장창을 아주 수월하게 다루었다. 실력은 오히려 병사들보다 낫다. 아니, 병사들은 언데드 몸에서 창을 뽑지 못하고 허우적거릴 정도니.
“자, 이제 종사들이 잘해줘야 할 텐데.”
아자딘은 이스마일과 미디암에게 기대하며 대기했다. 과연 잠시 후 옆 수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디암이 마법으로 말을 걸어온 것이다.
[아자딘! 술자를 찾았어요. 그런데….]“그런데 뭐?”
[옆에 그 나가 여자 있죠?]“……?”
샤티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들었어.”
[데리고 와보실래요?]“그래 가지!”
아자딘은 지벡에게 뒤를 부탁하고 자신은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럼 샤티, 같이 갈까?”
“아니 잠깐. 여기 강령술사가 우리 나가야?”
미디암은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샤티가 듣는지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 같은데? 나가들은 무슨 생각이지? 살라스마 백작이 죽었는데도 여기를 자기 땅처럼 여기나?”
“나도 잘 몰라. 나는 그저 평민계급이라고.”
샤티는 그리 말하면서 눈을 굴렸다. 어떻게 도망쳐야 할지 궁리하는 모양이지만 그녀가 아자딘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따라와, 샤티.”
“젠장. 내가 치료도 해줬는데.”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아자딘은 샤티가 도망가지 않게 주의하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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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 신족들의 신화에 의하면 오크들의 신 카낙은 자신의 아이들, 오크들에게 다른 종족 모두를 지배하고 정점에 설 수 있도록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근육이 잘 붙는 강력한 신체, 뛰어난 지능, 강력한 야심과 마법 재능까지 안겨주고 엘프에 버금가는 긴 수명까지.
하지만 그런 선물들이 쌓이면서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오크들은 인간의 평균 수명을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카낙의 선물 중 근육이 문제였다. 너무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다 보니 오크들 대다수는 굶주림에 시달렸다. 몸의 연비가 너무 나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몸은 근육질인데 비해 지구력이 형편없었다. 근육이 너무 많아서 지구력이 떨어진다. 심장이 아무리 피를 보내주어도 근육이 혈액 속 산소와 영양분을 다 먹어치워서 오크들은 늘 심폐부전에 시달렸다. 결국 대부분이 심부전으로 4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고 만다.
지금 여기에 있는 오크 강령술사, 스콧 맥그린은 그런 오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이 휠체어에는 방부 처리된 근육들이 붙어 있어서 그의 의지대로 자동으로 움직여 숨만 쉬어도 근육이 붙는 오크의 체질에 대항해 최대한 몸을 안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먹고 살자니 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몸을 안 쓸 수가 없다.
“대체 뭘 하는 거야 오크?”
그의 고용주인 나가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고작 인간 성기사 따위에게 지금 시간을 끌고 있는 건가?”
“후방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고 말야.”
아무래도 휠체어에서 앉아만 있으면 고용주들이 불만을 품는다.
‘이 멍청한 종족차별주의자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성의를 보이고 있거늘 그저 가만히 있는 꼴을 못 보지?’
오크인 스콧이 보기에 이 나가들은 자신들 잘난 맛에 사는 차별주의자들이다. 쿠르트의 만신전, 쿠르트 신족들의 권속 중 자신들이 가장 위대하고 잘났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나가들에게 오크는 그저 쓸 만한 몇 가지 재주를 가진 하인들, 고용하기 좋은 하인에 지나지 않는다.
“밥은 산만큼 먹으면서 뭘 하는 거야? 얼른 신왕진서를 끌어내라!”
“너희들이 침입자를 처치하라고 성화를 부렸잖아! 아니 어떤 놈은 침입자를 처치하라고 하고, 어떤 놈은 신왕진서를 끌어내라고 하는데 나는 대체 어느 놈 장단에 춤을 춰야 하냐?”
스콧은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신왕진서 사본을 현현시키기 위해 이곳 주민들을 언데드로 만들고 란타릭 백작의 군대조차 언데드로 휩쓸어 버렸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성과인데 나가들은 마음이 급한지 계속 상충되는 명령을 내렸다.
“밥은 산만큼 처먹는 오크 놈이 감히 고용주에게 불만을?”
“됐고, 일단 신왕진서부터 끄집어내!”
“아니 침입자를 처치해야 한다! 침입자 놈들이 신왕진서를 노리고 왔을지도 모르잖아?”
대체 신왕진서를 현현시키는 게 먼저인지 아니면 침입자를 처치하는 게 먼저인지 어느 쪽이건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스콧은 최대한 휠체어에 기대어 몸에 근육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호흡도 가다듬었다.
‘숨 많이 쉬면 장기에 근육 찐다. 그럼 수명이 줄어.’
최대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스콧은 정신을 집중했다. 휠체어가 사령술로 스스로 움직인다.
“빡치게 하네, 이 뱀대가리 놈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지 말고 하나 골라라. 응? 애당초 너희 지휘체계가 개판이니까 이 사달이 나는 거 아니냐?”
“아니 근데 이놈이 고용주님에게 말하는 본새 봐라?”
“오늘 밥은 굶고 싶냐?”
“…치사하게. 알겠어. 침입자부터 잡으면 되지?”
스콧이 침입자 처치를 우선하자 그것을 주장했던 나가는는 으스대지만 다른 나가는 스콧을 흘겨보았다. 자신의 명령을 무시하고 다른 나가의 명령을 들은 것에 대해 앙심을 품었음이 분명했다.
‘젠장. 서럽군. 잘났다 나가 놈들아. 고용주라고 너무 한 거 아냐? 이런 놈들보다는 차라리 메제리 사도들이랑 함께 하는 게 나았을까?’
스콧은 한숨을 내쉬고 주문을 시전해 언데드들을 강화하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래, 그럼 이제 끝났나? 적당히 침략자를 처리했으면 얼른 신왕진서 현현에 힘쓰자고.”
나가들은 침략자의 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언데드들로 공격하면 곧 끝날 것이라 믿고 스콧을 보챘다. 그런데 스콧이 눈을 크게 떴다.
“잠깐! 이거 너무 잘 싸우는데?”
“뭐?”
“그게… 침입자들이 언데드들을 너무 잘 상대한다.”
“무슨 소리야? 이 많은 언데드들을 꼴아박았는데도 살아 있다고?”
“왕의 교회의 성기사인 것 같은데. 언데드와 상극이야.”
“그래? 요즘 성기사들 다 허접하던데.”
“이건 진짜배기 같다구! 아무래도 여러분들이 나서주셔야겠는데? 잘나신 뱀대가리들의 실력을 보여줘야지?”
스콧은 그렇게 요구했지만 나가들은 서로서로 멀뚱멀뚱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일꾼인 주제에 지금 고용주를 부려먹겠다고?”
“네가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보급이 힘들 지경이니까 이럴 때 밥값 해야지, 오크?”
“아니 지금 나보고 앞으로 나서서 침입자들을 격퇴하란 말이야? 내가 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아니 그게… 여기 언데드들은 네 강령술에 조종을 받잖아?”
“우리가 나갔다가 네가 나쁜 맘 먹고 언데드들로 우릴 공격하면 곤란하잖아?”
네가 배신할까 봐 못 믿겠다. 나가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사건건 밥 많이 먹는다고 구박이라니.
‘내가 많이 먹긴 하지만 너무하잖아 이놈들?’
스콧은 울분을 삭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것 약간 움직인 것만으로도 목근육이 더 굵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젠장. 치사하게 먹는 거로 뭐라고 하지 말라고. 하면 될 거 아냐?”
스콧은 휠체어를 움직여 앞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