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08
107. Orc must die 3
스콧 맥그린은 이스마일이 강에서 잡아 온 물고기들을 몇 마리나 으적으적 뼈까지 씹어먹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끓여둔 오트밀을 한가득 퍼담고 있었다.
“근육 찌는 게 두렵다면 좀 적게 먹어도 될 텐데.”
이스마일이 불평했다.
교두보 주둔지에서 란타릭 백작군의 군수품을 찾은 덕분에 사람용 식량과 말과 산양에게 줄 콩은 여유롭게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행을 다니다 보면 식료품은 매번 많은 부피와 무게를 차지하는데….
이 녀석의 먹성을 보니 앞날이 걱정이다. 이런 놈을 데리고 다녀야 하나? 앞으로 식량 보급이 매우 어려워질 것 같다.
코라 강을 건넌 후에 바로 야영을 한 것은 전령일족들이 쉽게 식량을 보급할 수 있는 강가에서, 최대한 식량을 수급해 앞으로의 보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 오크가 먹어대는 양을 보니 여기서 야영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어딜 가나 내가 먹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군. 하지만 오크를 고용한다는 건 그런 거다. 이런 식량들로 나의 위대한 지식과 마법을 빌릴 수 있는 거지.”
“강령술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빌리고 싶지 않은데.”
아자딘은 황제의 전령으로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황제의 법, 제국 법령에 강령술이 금지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강령술 외에도 나의 재능은 다양하지.”
“그래서. 신왕진서를 해석하고 나나 지벡 경에게 신왕진서를 가르쳐주겠다고 했지?”
“정확히는 지벡이라는 저 성기사에게는 가르치는 거고, 네게는 그저 길만 보여줄 뿐이다.”
“흠?”
“네가 사용하는 것은, 다른 전령일족들과는 좀 다르군. 불완전하게 날뛰는 야생의 마력을 사용하고 있어. 야만적인 엘프들의 방식이지.”
스콧은 아자딘이 카자스 해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아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신왕진서는 몇 장이나 가지고 있지?”
“네 장.”
아자딘은 그렇게 말했다. 바로 어제, 스콧 맥그린의 나이트 크롤러를 상대하며 한 장 더 얻어서 다섯 장이 되었지만, 그걸 자세히 말해줄 의무는 없었다.
“네 장? 엄청 많이 가지고 있군! 그걸 좀 볼 수 있을까?”
“잠깐만요. 저 오크 강령술사에게 신왕진서를 분석하게 할 겁니까?”
지벡이 당황해서 아자딘을 제지했다.
“신왕진서는 왕의 교회의 지고의 보물, 그 백색 마법의 비밀을 쿠르트 신족의 권속이 해석한다면 이는 필시 팔왕국에 화가 미칠 것입니다.”
“신왕진서 사본의 해석작업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
전령일족이 신왕진서 사본을 획득했을 때 해석서를 만들기 위해 전령일족의 모든 마법사가 달라붙어 1년 이상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연구했지만 제대로 된 해석서를 만들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오크가 혼자서 해석서를 만들어낸다? 그게 가능하다면 오크가 자기 입으로 말하는 대로 시대가 낳은 천재,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아마도 내 생각이지만 나에 대해서는 신왕진서를 해석하는 작업도 필요 없을 거야. 그렇지?”
“이거 놀랍군. 내가 하려는 게 뭔지 알겠어?”
“아까 그림자 악령을 상대할 때 떠올랐는데.”
아자딘은 신왕진서 사본을 꺼내어 보았다.
“신왕진서 사본은 그냥 종이에 필사했을 뿐인데도 백색 마력이 충만해. 이건 신왕진서가 곧 왕화의 빛이기 때문이지?”
“그래. 순수한 백색 마력의 정점이고 지금 좀 써서 고갈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주위의 왕화의 빛을 받아서 다시금 차오른다. 그것만으로도 참 훌륭한 마도구를 만들 수 있지.”
“큭!?”
듣고 있던 지벡으로선 기절할 것 같은 소리였다.
“신왕진서 사본을 가지고 마도구를 만들겠다고요? 제정신입니까? 신왕진서는, 그 안에 담긴 비밀은 왕의 교회의 지보이자 이 휘브리스에 살아가는 모든 인간을 지키는 힘입니다. 그걸 마도구로 만들고 그 힘을 사유하겠다니 참을 수 없는 불경입니다.”
지벡이 그렇게 말하자 아자딘이 속으로 뜨끔했다.
‘화살에 감아서 언데드에게 발사했었는데. 그 사실을 밝히면 큰일 나겠군.’
다행히 그때 지벡은 병사들을 지휘하느라 아자딘이 신왕진서 사본을 얼마나 막 굴렸는지 직접 보지 못했다.
“뭐 말 나온 김에 한 번 해보지.”
아자딘은 지벡이 뭐라 하든 간에 신왕진서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
아자딘은 신왕진서 사본의 페이지에서 백색 마력을 직접 자신의 몸으로 흡수해보았다.
“보통 마력원을 가진 마도구는 네놈이 흡수하거나 할 수 없을 거야. 반발력이 너무 강해. 넌 아마 엄청난 항마력을 가지고 있겠지.”
“잘도 아는군.”
“하지만 신왕진서만은 예외다. 왜냐면 이 세계에는 왕화의 빛이 충만해 있고 네놈은 이미 왕화의 빛에는 익숙해져 있으니까. 게다가 놀랍게도….”
스콧은 신왕진서 페이지를 살펴보며 말했다.
“이 사본들은 널 인정하고 있군.”
“인정한다고?”
“당연하지. 그냥 사람을 죽여서 현현시킨다고 현현이 되면 다들 그 고생 안 하지. 신왕진서와 왕화의 빛에는 스스로의 의지가 어느 정도 있어서 쿠르트 신족과 그 권속들에게 들어가는 걸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있어. 그래서 나가들이 날 고용한 거지.”
“나가들에게 왜 고용되었지?”
“현재 쿠르트 신족 연맹의 리더가 나가들이거든. 나가 제국이 부활하고 있다.”
“이 자식!”
듣고 있던 샤티가 분개했다. 돈과 먹이로 고용된 오크 주제에 나가 제국의 가장 강력한 비밀을 불어 버린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 자신이 의도적으로 입을 다물고 내뱉지 않은 정보를 너무나 쉽게 불어 버리다니.
“아. 나가들을 주축으로 쿠르트 신족의 권속들이 융합하고 있다고? 뭐 그럴 것 같긴 했다만.”
“그래. 조직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게 나가들뿐이긴 하지. 이빨의 왕의 권속들, 오우거들이 제대로 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메제리 사도들처럼 피와 고기에 굶주린 놈들은… 뭐 오크 중에는 메제리 사도들에 가담한 놈들도 많지만.”
오크들도 강력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메제리의 사도들과 마찬가지였다. 메제리의 축복을 받으면 썩은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배고픔에 미쳐 버린 오크들 중에는 메제리에 투신하는 놈들도 있었다.
그래도 조직력 면에서는 과거 휘브리스 전역을 지배했던 대제국을 건설했던 나가들을 따를 수 없다. 쿠르트 신족의 권속들이 다시금 이 세계를 되찾고자 한다면 당연히 나가들을 주축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때? 도움 필요한가?”
“음. 조금… 도와줘.”
“알겠다.
스콧이 신왕진서 사본을 잡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아자딘의 곁에서 조심스럽게 호흡을 조정했다.
“마도서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건 광기에 닿는 길이다. 하지만 광기를 이해하면서도 거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마도사의 재능, 천재성이지. 전령일족의 반편이. 네 몸 안에는 마도서가 부서져 있고 그 때문에 해석되지 않은 순수한 광기의 마력이 날뛰고 있지. 그것에 신왕진서의 백색 마력을 충돌시키지 않고 조화롭게 넣도록 해. 네 몸 안에 저장하는 이미지를 가지는 거다.”
“….도와 달라니까. 말로 하지 말고.”
“발바닥 정중앙에 정신을 집중해. 손에서 빨아들인 백색 마력을 대지로 되돌린다는 느낌으로!”
스콧이 그리 말하고 아자딘에게 손댔다가 아윽 하고 손을 뗐다.
“나는 네크로맨서란 말야. 백색 마력은 내겐 상극이다.”
“그건 안심이네. 네놈이 이걸 사적으로 챙길까 봐 걱정했는데.”
“뭐 주면 좋지. 나의 흑색 마력과 상극이라도 쓸데는 많아. 그런데….”
스콧은 아자딘의 손에서 신왕진서 사본이 빛이 나는 걸 보며 혀를 찼다.
“성공했잖아? 이거 참, 저능아 종족치고는 나쁘지 않은 실력과 재능이군.”
“칭찬이냐?”
“칭찬이지. 나에게 칭찬받았다고 일기에 쓰도록. 오늘은 네가 새롭게 태어난 날이다. 두 번째 생일이라고 기념해도 좋아.”
“…….”
아자딘은 시건방을 떠는 스콧을 노려보며 손에 쥐고 있던 신왕진서 사본을 바라보았다. 신왕진서 사본이 빛을 잃고 일반적인 종이로 돌아가 있었다.
“괜찮은 거야? 이거?”
“한 주 정도 지나면 다시 회복될 거다. 게다가 왕화의 빛을 상하게 한 것도 아니야. 대지로 되돌렸으니 오히려 왕화의 빛을 더한 거지. 앞으로 이걸 계속하면 네놈의 힘은 더더욱 강해질 거다.”
“그래?”
아자딘은 신왕진서 사본을 다시 팔찌로 돌려놓고 몸을 움직여 보았다.
“딱히 큰 변화는 안 느껴지는데?”
“첫술에 배부를 리가 있나? 이제부터 시작인 거다. 어때? 나의 유용함을 이제 알겠지?”
“첫술에 배가 안 불러서 잘 모르겠는데? 게다가 이제 나는 네게서 뽑아낼 건 다 뽑아냈고.”
“아니 아직 멀었어!”
스콧은 그리 말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가들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하려는지 궁금하지 않나? 그리고 신왕진서의 다음 현현 위치는? 내가 그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이 더러운 배신자 놈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어떻게 쿠르트 신족 연맹과 나가 제국을 그렇게 쉽게 배신할 수 있어!?”
샤티는 나가 제국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스콧에게 분노했다.
“어허. 무슨 소릴. 나는 어디까지나 용병, 고용주에게 늘 성의를 다할 뿐이지. 지금은 이자가 내 고용주니 고용주를 배신하는 걸 배신자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와서 나가 제국에 충성하는 게 지금 고용주에 대한 배신이지.”
“…그건 고맙네.”
아자딘은 자신에게 성의를 다하겠다는 스콧에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한편 이 모든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벡은 당황스러웠다. 왕의 교회의 지보, 신왕진서의 복제품도 곧 왕화의 빛이라면…. 성기사된 입장으로서는 당장 교회로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그걸 전령일족과 오크 강령술사가 사적으로 유용하다니?
문제는 이 전령일족을 택한 게 지벡 본인이라는 것이다. 아자딘과 젝트 중에 아자딘을 택했고 그 선택엔 지금도 후회가 없다.
‘알고는 있지만 입장 난처하군.’
“후우. 좋아. 그럼 다른 페이지들도 더 할까?”
아자딘이 그렇게 말할 때였다. 갑자기 수풀을 헤치고 일단의 무장한 무리가 나타났다.
*********
란타릭 백작 가르나헤어의 아들 기욤발트는 얼굴이 말처럼 긴 못생긴 남자였다.
란타릭 백작의 다른 자식들은 다들 빼어난 용모를 가진 데 비해서 혼자서 못생기게 태어났기에 이런저런 입방아에 많이 오르는 인물이지만 그는 자신이 란타릭 백작의 정당한 장자임을 자랑스러워했고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런 그는 현재 셀 소드 조합의 모험가들을 고용한 채 코라 강 강변을 정찰하고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가신 놈들!”
기욤발트는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잡초들을 칼로 베면서 분노했다.
“자자 진정하세요. 기욤발트 경.”
모험가들, 셀 소드 조합의 용병들은 그런 기욤발트를 다독이며 웃어댔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교두보에서 봉화가 올랐는데 무시했더니 결국 교두보 요새를 잃어버렸잖아?”
란타릭 백작군은 살라스마 변경백령을 침공하면서 코라 강 너머로 물자와 병력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확보해두었다. 살라스마의 어촌 하나를 징발해서 교두보 진지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 교두보 진지에 어제 봉화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