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10
109. 타락귀족이 너무 많다 2
“젠장! 기욤발트부터 죽여!”
셀 소드 조합원들은 우선순위인 기욤발트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를 화살에 정신 팔리느니 빠르게 의뢰를 달성하고 도망칠 심산이리라.
“이놈들! 날 무시하다니! 배신자 놈들아!”
기욤발트가 검을 집어 들고 셀 소드 조합원 용병과 칼을 섞었다.
-카칵!
단 1합 만에 용병의 칼이 기욤발트의 칼을 튕겨 내더니 기욤발트의 목덜미를 쳤다. 목 보호대가 없었다면 즉사했으리라.
“컥!?”
“엑?!”
보고 있던 이들 모두 놀라고 말았다. 기욤발드의 목으로 칼이 빨려들 듯 너무 쉽게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아니 뭐 저래? 귀족 맞아?’
‘보통은 귀족들이 칼싸움도 잘하는데.’
갈대밭을 이동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혀를 찼다.
먹고 사는 데 바빠서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일반인들과 달리 귀족들, 특히 부유한 환경의 대귀족들은 어린 시절부터 검술 스승을 두고 온갖 교육을 다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야에가스 신족의 피가 흐르지 않는가?
그런데 어떻게 된 게 용병과 칼 한 번 섞자마자 맞아 버리냐?
“…기욤발트 경은 검술의 둔재요.”
브란드는 모두의 의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단창을 들고 나서서 대신 셀 소드 조합의 용병을 쳤다.
“뭐야, 노인네!”
기욤발트를 패퇴시킨 용병은 즉시 칼로 브란드의 공격을 받아치려 했지만….
-퍼억!
놀랍게도 브란드의 단창이 휘었다가 흩뿌려지며 용병의 상완을 후려갈겼다. 힘이 어찌나 강한지 갑옷 위로 맞았는데도 팔이 부러졌다.
“악!”
기사인 기욤발트를 단 1합에 제압한 용병이 전직 서기인 노인네의 창질 한 방에 바닥에 나뒹굴었다. 기욤발트가 약한 것인지 브란드가 선천적으로 장사인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둘 다일 거야.’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날 미치광이로 몰아서 평화롭게 해결할 분위기는 아닌가 보군. 나도 일할까?”
휠체어에 앉아 있던 스콧이 그렇게 물어보자 지벡이 반대했다.
“아니! 내 눈앞에서 강령술을 쓰지 마시오!”
지벡은 스콧이 강령술을 쓰는 걸 경계하고 대신 자신이 칼을 들고 나섰다.
“뭐야? 성기사라면 겁먹을 줄 아나!”
“우리가 성기사 하나둘 상대한 줄 알아?”
기세 좋게 달려든 용병들 사이로 검광이 춤췄다. 지벡은 순식간에 네 명의 병사들을 유수 같은 칼솜씨로 제압했다.
따다닥 하는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용병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갑옷과 투구가 찌그러지며 쌍코피를 흘리는 이도 있었고, 종아리 살을 크게 베여서 움켜쥐며 지혈하느라 정신없는 이들도 있었다.
“헉?!”
“…말도 안 되게 강하잖아!”
“이런 젠장!”
지벡이 기욤발트를 보호하며 나서자 셀 소드 조합원들은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걸 깨달았다. 접전에서 순식간에 여섯 명이 쓰러졌고 지금 이 순간도 화살이 사방팔방에서 그들을 노린다. 20여명의 병력의 약 3분의 1이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사기가 바닥난 용병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등짝과 다리에 화살이 날아가 꽂혔다.
“으악!”
분명히 숫자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던 셀 소드 조합원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아자딘 일행을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음… 이걸 보면서 느낀 건데.”
스콧 맥그린은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샤티를 바라보았다.
“왜 도망 못 가고 잡혀 있는지 알 것 같군. 어설프게 도망치다간 화살꼬치 신세가 되겠지?”
“닥쳐. 나가 제국을 배신하다니. 곱게 못 죽을 줄 알아라.”
샤티는 스콧에게 화가 잔뜩 나 있는지 대뜸 쏘아붙였다.
“아니 그런데 살아 돌아간 나가들이 당신도 나가 제국의 배신자라고 생각할걸?”
“…….”
스콧의 말은 사실이었다.
‘신왕진서라도 선물로 들고 돌아가지 않는 한 죽겠어.’
*********
“이건 말도 안 돼.”
기욤발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선생님? 왜 용병들이 절 배신한 거죠?”
“백작님의 소식이 끊기자 애들러 공자가 다음 란타릭 백작이 되기 위해 서열 정리를 하러 나선 거요. 이미 가신들 모두 애들러 공자에게 들러붙었습니다.”
“아니 왜 애들러가 이런… 이들은 내가 고용한 자들이었습니다. 가신들이 아니라!”
“기욤발트 경이 직접 돈을 들고 셀 소드 조합에 찾아가진 않았을 거 아니오?”
“그야 청지기를 통해서 고용하긴 했지만… 네? 설마?”
“가신들만이 아니라 청지기, 하인들 모두 다 애들러 공자의 편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편할 겁니다.”
“자, 잠깐만요? 왜 그런 겁니까?”
“애들러 공자가 백작이 정한 진짜 상속권자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들었어요. 제가 묻는 건 왜 그러냐는 겁니다. 애들러가 잘생겨서? 아버님이 애들러를 예뻐해서 어릴 때부터 침식을 같이 했기 때문에?”
“뭐? 침식을 같이 해?”
듣고 있던 아자딘이 혀를 찼다.
“자자 진정하고 일단 여길 떠납시다.”
아자딘은 야영지를 정리하고 출발 준비를 했다.
“그래도 내가 장남인데. 아무리 내가 못생겨도 그렇지 어떻게 이럴 수가?”
기욤발트는 여전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기욤발트 경. 당신은 백작의 진짜 모습을 모릅니다. 그건 당신이 표면적인 장자이기 때문이지요. 진짜 백작은….”
브란드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흑마법사요.”
“뭐?”
기욤발트는 그 말을 듣고 격노했다.
“감히 내 아버지를 모욕해?!”
“기욤발트 경, 제가 당신보다 백작을 더 잘 알고 있소이다. 아니 단언하지요. 저만큼 백작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으며 당신만큼 백작을 모르는 사람도 없소.”
“취소하시오! 선생!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말이 지나쳐!”
“말이 지나친 것을 기뻐하시오. 현실은 말보다 더 가혹할 테니까.”
“이 노인네가 미쳤나!”
기욤발트가 칼을 빼 들어 휘두르려고 했지만 브란드가 손을 내밀어 기욤발트의 칼자루를 잡고 막았다.
“이거 안 놔! 감히 야에가스 신족의 후손을 흑마법사라고 모독하다니!”
하지만 브란드는 칼자루를 쥔 채로 기욤발트를 기울였다.
“어! 어어어어어!”
기욤발트가 휘청거리다가 옆으로 나뒹굴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 기사가 서기 출신의 노인네에게 힘으로 밀린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약하지?’
아자딘은 기욤발트의 처참한 모습에 기겁했다.
“기욤발트 경. 나는 백작의 비밀을 알아채고 도망치다가 백작의 사주를 받은 도네어에게 붙잡혀 내 가족을 모두 잃었소. 아니 그냥 잃기만 했다면 모르지. 도네어는 나를 고문하고 가족을 내게 먹였단 말이오. 무슨 뜻인지 아시겠소?”
“어.”
“백작은 내게 있어서 철천지원수요. 그래서 나는 당신을 좋아하오. 백작이 가장 사랑하지 않은 자식이 바로 당신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핏줄에 백작의 피가 흐른다는 걸 상상하기만 해도….”
브란드의 숨결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광견병에 걸린 미친개처럼 그르렁거리는 그 모습에 기욤발트가 기겁했다. 정말 산 채로 그를 찢어 죽일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브란드와 손을 맞잡았을 때 느껴진 완력이란….
‘이 노인네, 충분히 나를 찢어 버리고도 남아.’
기욤발트는 브란드가 정말 광포해지는 것을 느끼며 기겁했다. 그때 아자딘이 그를 말렸다.
“잠깐. 진정해요. 브란드….”
“음?”
브란드가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세파와 고통에 찌들었던 얼굴에서 근심이 사라지고 대신 순진무구한 기쁨만이 그의 얼굴에 가득하다.
“여기는? 어디요? 아!”
브란드는 활짝 웃으며 아자딘의 손을 붙잡았다.
“기사도를 잘 아는 청년 아닌가!”
“응?”
아자딘은 브란드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보며 당황했다.
“그 샤티 아가씨도 있군.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된거요? 도네어의 소굴에서 무사히 탈출했던 기억은 있는데….”
“아.”
브란드에게서 광기가 빠졌다. 다시금 놋쇠의 기사로 돌아간 것이다.
“아 이런 너무 흥분해서인가.”
“광인을 들이니까 이런 일이 있군요.”
이스마일이 빈정거리며 냄비를 대나무 브러시로 닦아 자신의 산양 안장에 얹었다.
“황제의 조폐국을 찾으려면 브란드가 안내해줘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이거 어쩌죠?”
미디암도 당황해서 물어보았다.
“어쩔 수 없지.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그때까지는….”
아자딘은 기욤발트를 바라보았다.
“기욤발트 경. 당신이 우릴 란타릭까지 안내해줘야 할 것 같은데.”
“아니 그, 당신들 정말 우리 아버지가 흑마법사라고 생각하는 거야?”
“흑마법을 쓰는지는 잘 모르겠군. 하지만 살라스마의 백성들을 학살하는 건 확실히 봤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
“하, 하지만.”
기욤발트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쥐어뜯다시피 했다.
“아니 잠깐만요.”
미디암이 나섰다.
“대체 저희가 왜 이자를 데려가야 하죠? 란타릭이야 그냥 가면 되고 우리 목적 달성에 이 사람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오히려 달고 다니면 이자의 적이 우리에게 몰려올 거라고요.”
미디암이 그렇게 물어보자 아자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이 사람은 큰 도움이 된단다.”
“네? 왜요? 란타릭 백작의 가신들과 그가 아낀다는 막내 공자 패거리가 저자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텐데도요?”
“대신 우리는 명분을 얻지.”
“명분이요?”
“그래. 공식적으로는 기욤발트 경이 정당한 상속자니 다른 가신과 공자들이 공격해오면 그들은 반역자다. 처단해도 무방하지.”
“아하.”
미디암은 아자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우리는 휠체어 타고 다니는 오크도 데리고 다녀야 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지. 그럴 때는 강렬한 명분이 필요하단다.”
“휠체어 대신 그냥 말에 태우면 안 될까요?”
“안 돼. 다리에 근육이 찐다.”
“…….”
보통은 살이 찐다고 하지 근육이 찐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콧은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뭐 다리에 근육이 찌는 정도는 포로 신세가 되었으니 감수하라고 하지 그래요?”
미디암은 스콧을 무시하고 아자딘에게 물어보았다.
“그렇다는군.”
“아니. 그냥 내가 모습을 바꾸면 될 거 아냐?”
스콧은 그리 말하고 수결을 맺었다.
깜짝 놀란 지벡이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강령술사인 스콧이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 줄 몰라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자딘은 지벡을 말렸다.
잠시 후, 스콧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는데 근육질의 금발 남자로 둔갑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어때?”
“흠. 못 알아볼 정도군요.”
“나의 매력적인 용모에 혹해서 반하지 말도록. 인간처럼 지능 낮은 종족과는 좀… 모욕적이니까.”
“…….”
그 순간 이스마일이 튀어나와 스콧의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빡!
“으악!”
전신이 근육질이면서 육탄전엔 영 소질이 없는지 스콧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 쥐고 나뒹굴었다.
“야. 살살 쳐.”
아자딘이 이스마일을 말렸는데 때리지 말라고는 안 한다.